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진실을 말하다 (2)
‘오빠가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망설이는 거지?’
아민은 강민을 유심히 살폈다.
스킬의 영향인지, 아민은 다른 사람을 유심히 살피는 게 버릇처럼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다른 사람의 감정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 아민이었다.
‘오빠가 힘들어 하는 거 같은데?’
아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의지해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조금씩 스스로 일어서고 있었고 아버지보다 이제는 강민을 더 의지했다.
그래서인지 아민은 강민이 조금이라도 힘든 게 싫었다. 강민은 보호해 주고 감싸 주고 싶었다.
“오빠, 힘들면 나중에 얘기해도 되요.”
아민의 말에 강민이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니야, 지금 아니면 언제 말할지 몰라, 지금 얘기해야겠어. 그런데 내 말이 믿기 어려울 수도 있고 어쩌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어.”
아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강민에게 배신감이 들다니,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어서였다.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아민의 말에 강민은 민주를 바라봤다. 민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럴 리 없다는 것을 말한 거였다.
“좋아, 내 말 잘 들어.”
강민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을 꺼냈다.
“이걸 어디부터 얘기해야 하나?”
바로 눈앞에는 파도가 세 사람을 향해 밀려왔다 내려갔다. 거품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강민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파도가 꼭 세계선 이동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주야, 너 기억해?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
민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은 민주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으… 응.”
“그날…….”
강민은 다시 크게 숨을 들이켜다 내뱉으며 말했다.
“난 이곳으로 이동했어. 내가 살던 세상에서 지금 이곳으로 말이야.”
두 여자가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해가 안 돼요. 다른 세상이라니, 외국에서 오기라도 한 거예요?”
아민의 말에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외국 따위가 아니야. 난 너희들이 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 * *
강화도 정부 청사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팽도현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총리를 바라봤다.
“서 총리, 민간인 피해 현황은 모두 파악됐습니까?”
그로츠랭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다행히 강민이 그로츠랭을 막아서 피해가 확산하는 것은 막았지만 그래도 피해는 엄청났다.
팽도현 대통령의 말에 서 총리가 서류를 전달하며 대답했다.
“사망자 321명에 다친 사람이 1,200명입니다.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에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든 공권력을 사용해서라도 그들을 빨리 구출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뭡니까?”
“이번 사태로 많은 가옥이 파손되었습니다. 현재 이재민만 5,000명이 넘습니다. 군용 텐트를 모아 임시 숙소를 만들고 있는데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대통령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큰일이군요. 안 그래도 부족한 집들이었는데, 이번에 상당수가 파손되었으니.”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을 하자 총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대통령님,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손가락 두드리는 걸 멈췄다.
“두렵지만 들어야겠죠. 뭡니까?”
“군… 피해가 너무 큽니다.”
대통령이 눈을 감았다. 그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해가 얼마나 됩니까?”
“사망자 450명에 부상자 713명입니다.”
강화도 전체 군 전력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피해였다.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었다.
“큰일이군요. 곧 있으면 그게 나타날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엘프들이 사라졌으니 다시 해안가로 ‘인어’가 나타날 겁니다. 지금 당장은 오지 않겠지만,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입술을 꽉 다물다 물었다.
“남은 군병력으로 해안 경비가 가능합니까?”
서 총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합니다. 군 병력이 지금의 두 배였을 때도 ‘인어’들의 공격을 다 막지 못했었습니다.”
“하아.”
대통령이 머리를 쥐어 잡고 탄식을 했다.
“판도르 엘프 왕자와 얘기는 해 봤습니까?”
“네, 인어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가지고 온 게이트가 파괴되어 이제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큰일이군요.”
대통령은 고민하다 일어섰다.
“안 되겠습니다. 제가 판도르를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는지, 우리에게 요구 사항이 있는지 얘기를 나눠 봐야겠어요.”
“알겠습니다. 통역사 최강민을 부르겠습니다.”
총리의 말에 대통령이 문득 물었다.
“참, 통역사 최강민 씨는 괜찮습니까? 아내가 이번 사태로 죽었다고 했죠?”
“네, 안타까운 일입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요.”
“그런데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통역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그뿐이니까요. 아! 한 사람 더 있기는 합니다만 그 사람을 부를 수는 없으니까요.”
순간 대통령의 눈이 번뜩였다.
“영웅 최강민을 말하는 거군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딨나요?”
“바닷가 근처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참 신기해요. 두 사람 모두 얼굴도 상당히 닮았고 능력도 비슷하고요. 나이도 똑같이 23살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아직 자세히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다들 일란성 쌍둥이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니까요.”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직접 말하기 전에는 모른 체해 주십시오. 잘 관리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판도르 왕자에게 갑시다.”
* * *
민주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원래 조용히 듣기만 했던 민주는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강민,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민주의 말에 강민은 아공간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며 민주와 아민에게 건넸다.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강민은 단 한 번도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았었다.
“이… 건!”
“맞아, 아이스크림이지. 알다시피 아이스크림은 금방 녹지. 이걸 이렇게 가져오기 위해서는 냉동고 속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바로 아공간에 넣어야 해.”
강민이 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거였다. 50만 명이 있는 강화도에서조차 아이스크림은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최소한 한국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곳은 없다고 봐야 했다.
민주의 눈이 흔들렸다.
“강민, 그럼 이건 어디서… 가져… 온 거야?”
강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세상에서.”
“내… 세상?”
“응, 이곳은 내 세상이 아니야. 이곳과 똑같지만, 좀비가 없는 세상. 그 세상에서 난 왔어. 너와 처음 만난 그날에.”
민주의 눈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강민이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은 손등에 나 있는 문신을 보여 주며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해 줬다.
두 여자는 숨도 못 쉬고 강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가진 건 스킬도 있지만, 권능이라는 것도 있어. ‘세계선 이동’. 이게 내가 가진 권능이야. 아민의 스킬로도 보이지 않는 거지.”
“말… 말도 안… 돼. 그럼 지금까지 가져온 식료품들이 모두?”
“맞아, 내 세상에서 가져온 거였어.”
민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넌… 숨겨진 마트에서 가져왔다고 했잖아!”
“미안, 거짓말이었어!”
민주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제야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말한 강민의 말이 이해되었다.
솔직히 배신감은 아니었다. 이건 섭섭함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장을 같이 넘은 강민에게 민주는 섭섭함을 느꼈다.
“난 너를 믿고, 너의 기사까지 되었는데…….”
민주의 말에 강민이 다가와 민주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 지금까지 말하지 못해서.”
강민이 잡은 민주의 손에 힘을 주었다.
“날 원망하지?”
민주는 가만히 강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민도 민주를 바라보았다.
“원망하는 건 아니야.”
“그럼?”
‘섭섭해서’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민주는 내뱉지 못했다.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게 서투른 민주였다.
“……몰라.”
민주의 대답에 강민은 다른 한 손도 뻗어 민주의 손을 잡았다.
“맹세할게, 민주야. 앞으로 절대 숨기는 거 없을 거야.”
그 말에 민주는 강민의 눈을 바라봤다. 그곳엔 언제나 자신이 봐 왔던 믿음직한 눈이 있었다.
민주는 한참 동안 그 눈을 바라보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민주야.”
강민이 작게 미소를 짓자 민주가 문득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솔직히 대답해 줘.”
“물론이지, 다 물어봐!”
민주가 조금 망설이다 물었다.
“혹시… 네가 살던 그곳에 내가 있어?“
* * *
팽도현 대통령과 서 총리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판도르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들어간 팽도현 대통령은 창밖을 보고 있는 판도르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힐러들의 도움으로 판도르는 모든 상처가 나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대다수 부족원이 죽고 살아남은 부족들이 극소수였기 때문이었다.
“오셨습니까? 대통령.”
판도르의 말을 최강민이 통역해 알려 주었다.
“상심이 얼마나 크십니까, 판도르 왕자.”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에 대해 잠시 대화했다.
본론을 먼저 꺼낸 건 판도르였다.
“대통령께서 왜 오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인어들의 출몰 때문이죠?”
“맞습니다. 서 총리에게 방법이 없다고 대답을 들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요. 정말 방법이 없겠습니까? 어떤 방법이라도 괜찮습니다.”
판도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없습니다. 그건 제 고향에서도 어렵게 가져온 거였습니다.”
그 말을 하며 판도르는 왼팔을 내보였다. 판도르의 왼 팔목에는 항상 팔찌가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게이트가 있었지요. 그건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저희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신 세계수. 그중에서도 뿌리의 일부분이었죠. 그게 있어야 다시 결계를 만들어 이 섬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판도르의 말에 대통령이 물었다.
“그걸 구할 방법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다시 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세계수께서 자신을 뿌리를 내주시지는 않을 겁니다.”
“아…….”
희망이 사라진 대통령은 침울한 얼굴을 했다.
“왕자, 그럼 세계수의 뿌리 없이 인어들을 상대할 방법이라도 있을까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판도르의 말에 대통령은 눈을 감아 버렸다.
“다만, 그들과 관련되어 전설이 있습니다.”
“전설이요?”
“네, 인어들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이 흉폭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온순한 종족이었다고 하더군요.”
“온순했다고요?”
“네, 믿기지 않지만, 전설이 그렇습니다. 전설에 인어들은 예전 ‘타이탄족’과 함께 ‘악’을 향해 싸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인어족은 타이탄족을 배신했고 그때 신의 분노를 받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통령은 혹시나 뭔가 방법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흔한 전설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네요.”
“물론 해결책도 전설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대통령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게 뭐지요?”
“타이탄족의 왕이 인어 족을 용서할 때 신의 분노도 풀릴 것이다.”
“혹시 타이탄족도 지구에 왔을까요?”
판도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타이탄족은 이미 멸망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전설이죠.”
* * *
민주의 질문에 강민은 멈칫했다. 차마 민주가 자살했다고 말하지 못해서였다.
민주는 대답하지 못하는 강민을 보며 말했다.
“혹시… 내가… 내가 그곳에 없는 거야?”
강민은 입술을 꽉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의 눈이 흔들렸다. 옆에 있던 아민은 ‘헉’하고 신음을 냈다. ‘없다’라고 말을 돌렸지만 그게 ‘죽음’을 뜻한다는 걸 모두 알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왜 그런지 말해 줄 수 있어?”
민주의 말에 강민은 크게 한숨을 내뱉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가 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다 말해 줄게. 잠시만 기다려 줘.”
강민은 고민했다.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하나?’
강민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이 ‘평행 세계’로 오기 전 티브이에서 민주의 자살 뉴스를 본 것부터 얘기했다.
강민의 얘기가 계속될수록 두 여자의 표정은 바뀌었다. 특히 민주가 성 접대를 하다 마약에 중독되어 자살한 얘기를 들은 아민은 민주를 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강민의 얘기가 끝났다.
아민은 여전히 몸을 떨며 민주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민주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 게 내가 아는 전부야.”
강민의 말에 민주가 씁쓸하게 웃었다.
“고마워. 모두 얘기해 줘서.”
“민주야, 이건 다른 세상의 얘기야. 여기 있는 네 얘기가 아니야.”
민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 강민이 네 얘기를 들으니 확실해졌어. 그곳의 나와 지금 나는 똑같은 인물이야. 내가 왜 내가 있냐고 물었는지 알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어.”
민주의 말에 아민이 깜짝 놀랐다.
“언니!”
“좀비가 터지기 직전 계속해서 압박이 왔었어.“
민주는 아민을 보며 말했다.
”아민아, 그때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는데, 같은 멤버들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어. 그런데 여기서는 좀비가 터져 그걸 피했는데, 안 터졌으면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민주는 쓰디쓴 표정을 지었다. 민주는 강민을 보며 말했다.
“말해 줘서 고마워. 강민아, 이제 믿어……. 아니 믿을 수밖에 없네. 네가 여기와 똑같은 평행 세계에서 왔다는 걸.”
“아니야, 지금 말해서 미안해.”
“미안하기는, 지금 생각해 보니 나라도 그랬을 거 같아. 솔직히 나 같으면 영원히 말 안 했을지도 몰라. 말해 줘서 고마워, 강민.”
민주와 강민이 서로를 바라봤다. 둘은 서로를 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전보다 더 신뢰가 두터워지는 걸 두 사람은 느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아민이 볼을 부풀리며 사이에 끼어들었다.
“오빠, 나는요! 설마 나도 그곳에 없어요?”
강민의 아민에 말에 뜨끔했다.
‘이거 현실 세계에서 아민을 보고 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네.’
만일 여기서 아직 만나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 아민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눈에 선했다.
강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넌 그곳에서 건강하게 살아 있어.”
“와! 오빠가 날 만나러 가긴 갔었네? 오빠는 무신경해서. 안 갈 줄 알았는데?”
강민은 내심 뜨끔했지만 표정 관리 하면서 대답했다.
“내가 왜 안 갔겠냐? 현실로 갈 때마다 갔어. 단지 네가 바쁜지 주유소에 안 보이더라고.”
“그럴 거예요. 고3이 어디 갈 틈이 있겠어요? 집하고 학교, 학원만 왔다 갔다 했죠. 그런데 저를 어떻게 봤어요? 설마 저 스토킹하러 학원이나 학교로 쫓아온 거예요? 뭐… 괜찮긴 한데… 제 성격이…….”
이대로 놔두면 아민이 어디까지 상상력을 펼칠지 몰라 강민이 말을 잘랐다.
“아민아, 할 말이 있어. 중요한 말이야.“
아민의 눈에 두려움이 일었다. 조금 전 민주의 일로 다른 세상의 자신이 마냥 행복할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민은 크게 숨을 들이 마 쉰 뒤 물었다.
”오빠, 말해도 돼요.“
”아버지가 위독하셔.”
아민이 눈을 껌뻑거렸다.
“아버지요? 아버지는 경복궁에 잘… 설마? 그 세계의 아버지?”
“그래, 네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아버지가 수술하는 데 피가 필요하셔.”
피 얘기가 나오자마자 아민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아버지 Rh-A형인데!”
“그래, 수술하려면 그 피가 필요하대. 그런데 현실에서 구하기 힘들어. 하지만 여기서는 구할 수 있잖아?”
아민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오빠, 빨리요! 빨리 경복궁으로 돌아가요.”
강민이 문득 물었다.
“말했잖아. 2주 후에 돌아간다고. 내가 준비는 다 해 왔으니 차분히 해도 돼.”
강민의 말에 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민은 강민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빠,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지, 다 물어봐.”
강민의 말에 아민의 눈이 흔들렸다. 게다가 몸을 떨고 있는지 잡고 있는 아민의 손도 잘게 떨고 있었다.
“그곳에는… 엄마, 엄마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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