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새로운 사람들 (4)
언제나처럼 광화문 8차선 도로 한복판에 수많은 좀비가 거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좀비들 수가 절반 정도는 줄었다.
경복궁에 있는 사람들이 매일 수많은 좀비를 죽여서 수가 준 거였다.
덕분에 김유석 신부는 좀비들과 부딪히지 않고 틈 사이로 움직일 수 있었다.
‘조심, 조심. 부딪히면 큰일 나!’
신부의 능력은 ‘기척 감추기’였다.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옆에 있어도 인지를 못 하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었지만, 특히나 좀비들에게는 효과가 컸다.
김유석 신부 스스로가 소리를 내거나 좀비들과 부딪히지 않는다면 좀비들은 김유석 신부를 찾지 못했다.
대신 그만큼 조심하며 가야 하니 느릴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옆을 보니 ‘한국은행 본관’이 보였다. 광화문까지는 금방이었다.
잔뜩 갈라지 땅을 조심해서 걸어가니 ‘숭례문’이 나왔다.
숭례문에서 경복궁 쪽을 보니 거대한 ‘근정전’이 환하게 빛나며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1km 정도만 더 가면 돼!’
잡혀간 전선호 신부를 생각하면 마음이 급했지만 이럴수록 차분해야 한다는 걸 김유석 신부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조금 더 가자 ‘시청역’이 보였다. 정말 다 온 거였다. 김유석 신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시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총알이 김유석 신부의 배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이는 고통에 김유석 신부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악!”
김유석 신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소리를 낸 상태였다.
주위의 좀비들이 김유석 신부를 ‘인지’했다.
“크아아아!”
좀비들이 김 신부에게 달려들었다. 김유석 신부는 좀비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쳤다.
‘나쁜 사람들. 기어코 막는구나.’
방금 총은 자신을 향해 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명동 쉘터 경찰관들이 틀림없었다.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하지만 좀비가 문제였다. 도망쳤지만 좀비들이 몰려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김유석 신부는 선글라스를 낀 좀비를 피해 지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의 몸을 잡는 좀비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잠시 후 다리, 손도 좀비들에게 잡혔다.
김유석 신부는 더는 도망가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하느님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기시여 구원하소서.’
김유석 신부는 자기 죽음보다 전선호 신부를 구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웠다.
‘신부님, 저 먼저 주님께 갑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쉭! 쉭! 쉭!
제일 먼저 들린 건 바람 소리였다.
‘뭐지?’
의문과 동시에 몸이 가벼워졌다. 자신의 몸을 잡고 있던 좀비의 손이 떨어진 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김유석 신부는 눈을 떴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성호를 그리고 말았다.
자신의 주위로 거대한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건 투명하지만 푸르게 빛나는 그 무엇이었다.
자신의 근처에 있던 좀비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하느님께서 내 말을 들어 주신 건가?”
대답은 하늘에서 들렸다.
“신부님, 괜찮으십니까?”
하늘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내려왔다. 바로 최강민이었다.
“영… 영주님!”
“다행이네요. 늦지 않아서요.”
김유석 신부는 정말로 놀랬다.
‘어떻게 죽인 거지?’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좀비가 죽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 거대한 투명한 벽이 쌓여 있어 좀비들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이면!’
김유석 신부는 강민에게 무릎을 꿇었다.
“영주님, 제발 저희 신부님을 구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강민의 말에 김유석 신부는 자신이 겪은 것을 모두 말해 주었다.
그 사이 근처에 민주가 나타났다. 강민이 영지를 나서는 걸 보고 받고 따라 나온 거였다.
“제발 부탁입니다. 전 신부님과 쉘터 사람들을 구해 주십시오.”
김유석 신부의 말에 강민이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구해드려야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민이 씩 웃었다.
“그럼 뭐 하세요? 당장 앞장서 주세요.“
”네? 지금요?“
김유석 신부는 옆을 바라봤다. 그곳은 민주 혼자밖에 없었다.
‘설마 둘이서 간다는 거야?’
김유석 신부는 믿기지 않아 물었다.
”그곳에는 경찰 100명이 있습니다.“
”100명이든 1,000명이든 숫자는 문제가 안 됩니다. 앞장서세요. 직접 보여 드리죠.“
* * *
강민은 김유석 신부와 민주를 데리고 곧바로 명동 쉘터로 갔다.
명동 쉘터까지는 금방이었다. 움직인 지 20분도 안 돼서 명동 성당에 도착했다.
명동 쉘터는 이미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수많은 경찰이 총과 각자 스킬을 준비하고 명동 성당 앞에 서 있었다.
그걸 본 김유석 신부는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이미 올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강민이 묘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도자가 꽤 유능한 사람인가 보네요?“
”네, 경찰서장이었는데 이 쉘터를 전 신부님과 같이 만든 사람입니다.“
”그래요? 그럼 어디 그 사람 실력 좀 볼까요?“
강민은 흑룡파와의 싸움 이후 인간들과 세력전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엔 사람들이 어떻게 공격하나 관찰하자.’
명동 쉘터 사람들은 그런 강민의 생각을 짐작조차 못 한 채 입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봤다.
“맙소사, 하늘… 하늘에서 와!”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거였다.
“하늘을 걸어서 오잖아?”
설마 하늘에서 올 줄은 몰랐던 거였다.
하지만 차인수 서장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백전노장이었다. 즉각 상황에 맞는 명령을 내렸다.
“마법사부터 공격!”
– 쾅! 쾅!
불덩이가 강민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하늘에 떠 있는 사람들 주위로 거대한 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너무나 커서 그들은 그걸 방패라고 여기지도 못했다.
벽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어느새 높이 8m, 너비 30m나 되는 벽이 되어 버렸다.
불덩이는 벽에 맞고 소멸하였다.
“맙소사, 저게 뭐야?”
“꼭 하늘에 성채가 떠 있는 거 같아.”
“저걸 어떻게 이겨?”
부하들이 흔들리자 차인수 서장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저런 능력을 계속 사용할 수 없다. 사격수! 발사!”
차인수 서장의 말에 총을 들고 있던 경찰들이 총을 발사했다.
그들은 일반 사격수가 아니었다. 사격 관련 스킬을 소지하고 있는 경찰들이었다.
그들이 발포하는 총은 위력이 일반 총과 비교해 2배 이상 강했다.
– 탕! 탕!
총알이 방패를 가격했다. 경찰들은 당연히 방패가 부서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방패는 흠집조차 안 났다.
“말도 안 돼!”
“이 정도 집중 사격이면 로켓의 파괴력과 맞먹는 건데 흠집조차 안 난다고?”
부하들이 질려 하는 모습이 차인수 서장의 눈에 들어왔다.
사실 차인수 서장도 질리긴 마찬가지였다.
‘저런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마 김유석 신부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란 거야?’
차인수 서장은 이를 악물었다.
‘한 달 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후회가 들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자신과 여기에 있는 경찰들은 모두 이제 좀비를 먹지 못하면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일반 음식을 먹으면 모두 토했다. 게다가 성격도 점점 포악해졌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나야. 내가 책임진다!’
차인수 서장이 앞으로 나왔다.
“모두 물러서!”
차인수 서장은 크게 소리친 뒤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서장님이야!”
경찰들이 모두 기대하는 표정이 되었다. 수많은 전투를 하면서 그동안 암담했던 적도 많았지만 모두 차 서장이 나서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차 서장의 몸이 은색의 금속 재질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스킬 ‘강철 인간’이 펼쳐진 거였다.
허공에서 차 서장의 은색 주먹이 방패를 가격했다.
– 쾅!
주먹에 가격당한 방패 부위에 빛이 잠시 어렸다.
강민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봤다.
[방패 내구도 200이 깎였습니다.>강민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200이라고? 엄청난데.’
강화된 총알도 방패 내구도를 10 정도밖에 깎지 못했는데, 주먹 한 번에 200이나 되는 내구도가 깎인 거였다.
‘저 사람이 서장인가? 역시 대단하네.’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강민 주위에는 서장보다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서였다.
– 쾅!
차 서장은 발차기 한번을 더 한 뒤 땅으로 내려섰다.
“맙소사, 건물도 부숴 버리는 서장님의 주먹과 발차기인데… 흠집조차 안 나.”
경찰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강민은 놓치지 않았다.
“이제 할 수 있는 공격은 다 했나 보지?”
강민의 말에 경찰들은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정말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강민이 하늘로 손을 들어 올렸다.
“좋아,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하지!”
강민이 손을 내렸다. 그러자 강민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방패들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 * *
– 쾅! 쾅! 쾅! 쾅!
방패들이 땅에 박혔다. 방패는 아래에 있는 경찰들의 주위를 모조리 둘러쌌다.
“막… 막혔어!”
“설마 가둬 놓고 죽이려는 거야?”
“아니야, 저들은 세 명뿐이야. 세 명이 어떻게 우리를 다 죽여? 저들은 총도 없다고!”
“맞아, 능력이 이게 전부인 거야. 별다른 공격 능력이 없는 거야!”
경찰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다가 눈을 빛냈다.
“이거 기회 아니야? 저놈들은 아직 하늘에 그대로 있는데 이제 벽이 없어!”
“맞아, 지금 공격해야 해!”
경찰들이 하늘을 보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다.
방패에서 갑자기 스파크가 튀기 시작해서였다.
“으악!”
방패에서 가장 근처에 있는 경찰관이 쓰러졌다.
– 찌이이이이익.
방패에서 나오는 전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전기야! 벽에서 전기가 흘러나와!”
경찰들은 벽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보니 잠시 후에 모두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그건 최악의 수였다.
방패와 방패가 연결되어 있어 전기가 더 강해진 거였다. 거기에 방패들은 지금 둥글게 사람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방패들의 전기가 서로 연결되더니 어느새 벽 사이를 가득 메우는 전기장이 되어 버렸다.
– 찌이이이이익.
전기 다발이 그들 모두를 덮쳤다. 사람들은 비명도 내지 못했다.
– 털썩.
– 털썩.
– 털썩.
경찰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좀비를 먹고 강해진 경찰들이었지만 이런 공격에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백여 명의 경찰이 쓰러지고 단 한 명만 서 있었다.
바로 서장 차인수였다. 피부가 금속으로 되어 훨씬 고통스러울 텐데도 그는 끝까지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는 강민을 향해 노려보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모두가 쓰러지자 강민은 김유석 신부와 민주와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설마… 모두 죽은 겁니까?”
김유석 신부가 경찰들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강민은 경찰들을 발로 툭툭 치며 대답했다.
“아뇨, 기절했을 뿐이에요. 뭐… 내상은 입었겠지만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제야 김유석 신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느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보다 신부님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아요?”
강민의 말에 김 신부는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어디에 계신지는 짐작 가세요?”
“네!”
강민은 민주를 보며 말했다.
“민주야, 신부님 따라가서 전 신부님을 구해와 줘.”
“걱정하지 마.”
김유석 신부가 민주가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강민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김유석 신부의 부탁 때문이긴 했지만 이미 이들과 자신은 전투를 벌였다. 자신이 살려 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자신을 고맙게 생각할 리는 없었다.
‘고맙기는커녕 영지 사람들을 괴롭히겠지, 후환은 없애는 게 맞아.’
강민은 이들을 죽여 버리기로 했다. 강민은 방패를 하늘로 올렸다.
이제 손짓 한 번만 하면 이들은 모두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멀지 않은 곳에서 김유석 신부의 부축을 받고 한 사람이 다가왔다. 처음 봤지만, 강민은 그가 누군지 알 거 같았다.
‘저 사람이 전선호 신부?’
전 신부는 하얀 머리에 몸이 마른 노인이었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와 강민에게 말했다.
“이들을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들은 저와 싸웠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저희 영지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겁니다.”
“제가 잘 말하겠습니다.”
“말로 될 일이 아닙니다. 여기는 제 영지와 너무 가깝습니다. 제가 바로 온 것도 제 영지민 들이 이들에게 당할까 봐서입니다.”
강민의 말에 전 신부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이들에게 제가 잘 말해 이곳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됐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저희에게는 영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살아온 것도 이 사람들 덕입니다.”
전 신부는 그동안 있었던 명동 쉘터의 이야기를 강민에게 했다.
자신과 경찰들이 합류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한 작전들. 경찰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한 수많은 일.
“지금 생각해 보면 이들이 좀비를 먹기 시작한 것도 모두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사람들에게 다 나눠 주고 참지 못해 좀비를 먹은 거였으니까요. 전 그런지도 모르고 제 ‘정화’ 능력으로 이들이 좀비를 먹게 했습니다.”
전 신부는 자신의 ‘정화’ 능력을 말해 주었다. 그건 썩은 음식도 다시 되살리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그럼 혹시… 좀비를 사람으로 되돌릴 수도 있나요?”
전 신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해 봤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제 능력은 살아 있지 않은 것들에게만 가능했습니다.”
전 신부의 말을 들은 강민은 경찰들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자기가 먹을 식량을 다른 사람에게 줬다고?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그럴 수 없을 거 같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이들에 대해 알아보자. 왠지 지금 죽이면 크게 후회할 거 같아.’
강민은 방패를 소환 해제 시켰다.
그런데 그때 민주가 다급하게 강민의 옷깃을 잡았다.
“강민, 저기를 봐.”
민주의 말에 강민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경찰 복장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