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각자의 신념 (5)
“방법… 이요?”
전 신부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법이라니?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데. 혹시 나를 죽여서 다른 사람에게 스킬을 주려는 건가?’
지금으로써는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만일, 제 스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제 목숨을 가지셔도 됩니다. 다만 이 스킬은 같은 성직자가 아니면 유지하기 힘듭니다. 믿음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 신부가 지금까지 죽임을 당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람을 죽이면 스킬을 뺏을 수 있지만 ‘믿음’이 없으면 정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어서였다.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신부님,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영주인 건 아시죠?”
“…네.”
“영주는 9레벨에 도달한 영지민을 기사로 임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사 되면 제가 스킬을 하나 드릴 수 있죠.”
순간 전 신부의 눈이 번뜩였다.
‘스킬을 줄 수 있다고?’
그럼 말이 달라졌다. 당장 체력을 올리는 스킬을 얻기만 해도 몇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킬을 구하려면 사람을 죽여야 하잖아?’
“혹시, 스킬을 제게 주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합니까?”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차 서장의 ‘강철 인간’ 스킬이 있으니까요.”
“아!”
전 신부는 탄식했다. 전 신부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더니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차 서장의 스킬은 저 같은 사람이 받아서는 안 됩니다.”
“차 서장의 부하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도요? 신부님, 저승에 있는 차 서장이 무엇을 원할까요? 다른 사람에게 이 스킬을 주기를 원할까요? 아니면 자기 부하들을 살릴 수 있는 신부님에게 주기를 원할까요?”
강민의 말에 전 신부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신부님.”
전 신부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신부님.”
“이것도 또한 신의 뜻이겠죠. 알겠습니다, 영주님.”
전 신부가 허락하자 강민은 바로 전 신부를 ‘기사’로 임명했다.
[‘전선호’가 ‘기사’로 임명되었습니다.> [‘강철 인간(A)’ 스킬을 이전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이 YES 버튼을 누르자 전 신부는 바로 받아들였다.
그때였다. 전 신부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강철 인간(A)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강철 인간 스킬이 정신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합니다.> [믿음이 커집니다. 신성력이 더 강해집니다.>순간 전 신부의 온몸이 빛으로 휩싸였다. 전 신부는 눈을 감고 자기 몸을 감싸는 빛을 느꼈다.
‘이건… 신성력!’
온몸에 힘이 넘쳤다. 체력도 넘쳤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전 신부도 눈을 떴다. 전 신부는 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주님, 전 하나님의 종입니다. 그래서 제 모든 걸 걸고 영주님께 충성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신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한 영주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강민이 씩 웃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가시죠, 신부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 *
강민은 전 신부를 근정전 6층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아직 ‘거룩한 정화’를 받지 못한 경찰들이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그 난동을 여진이 세계수의 줄기로 막고 있었다.
“영주님, 사람들이 이성을 완전히 잃었어요.”
서장이 죽고 동료들이 죽자 경찰관들은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러자 그들의 머릿속에서 ‘인간을 죽여라.’라는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강민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신부님, 부탁드립니다.”
강민의 말에 전 신부는 ‘강철 인간’ 스킬을 사용했다.
전 신부의 피부가 은색의 강철 피부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경찰들이 하나둘 난동을 멈추고 전 신부를 바라봤다.
“서… 장님?”
경찰관들은 은색 피부의 전 신부를 ‘차 서장’으로 오해했다.
전 신부는 잠시 멈칫하다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차 서장입니다. 앞으로 제가 당신들을 돌보겠습니다. 저에게 몸을 맡겨 주세요.”
전 신부의 말에 경찰관들이 거짓말처럼 난동을 멈추고 전 신부에게 다가왔다.
“하늘에 계신…….”
전 신부의 기도와 함께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빛은 좀비처럼 변한 경찰관들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경찰관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핏줄이 들어가고 근육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에 맴돌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다시 사람이 된 거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살아 있어?”
“전 신부님이 어떻게 서장님 스킬을 쓰는 거야?”
전 신부는 혼란스러워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해 줬다.
경찰관들은 혼란스러워했지만 전 신부의 인품을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끝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상처 입은 이들을 살려야 했다. 팔다리가 잘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미숙 씨, 필요한 게 뭐죠?”
“의사와 약품, 그리고 피입니다.”
“의사는 제가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강화도에는 의사가 있을 겁니다. 필요한 약품은 적어 주십시오. 그리고 피는 영지 내 사람들에게 헌혈하겠습니다.”
“하지만 헌혈하려면 장비가 필요합니다. 사람도요.”
강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인력이 부족했다.
“다 적어 주세요. 모조리 가져다 드리죠.”
강민은 미숙이 적어 준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현실 세계로 가서 이 모든 것을 가져 와야 해.’
평행 세계에도 의료 장비가 있었지만 상당수가 고장 나 있었고, 약품은 여기서 구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내일이 떠나는 날이야.’
강민은 팔다리가 잘린 경찰들에게 자기 피를 먹여 진정시켰다.
그런 강민의 모습을 본 경찰관 중 한 명이 강민에게 다가왔다. 바로 차 서장의 오른팔 ‘석진’이었다.
“내일 명동 쉘터 사람들을 데려온다고 들었습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민수가 대표로 가 약속을 한 거였다.
“그쪽 사람들과 만나는 게 부담되시겠지요?”
석진은 의외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곳에 제 가족이 있는데요. 저희가 왜 죽음을 무릅쓰고 그곳을 지켰겠습니까? 연인,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죠.”
석진이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말을 들어오니 이상했다.
“좀 이상하네요. 그럼 안에서는 분명 여러분들을 이렇게 대할 수 없었을 텐데요?”
석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게 저희도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소문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소문요?”
“명동 쉘터 민간인 대표 박인수요. 그를 조심하세요. 뭔지 모르지만 정신 스킬을 쓰는 거 같습니다.”
* * *
석진과 얘기를 끝낸 강민은 다음 날 아침 6시부터 명동 쉘터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방패의 폭이 6m가 되니 버스를 2열로 총 4대를 움직여도 되었다. 한 번에 200명이 넘는 인원을 이송하게 된 거였다.
가까운 곳이라 2시간 정도 움직이니 명동 쉘터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박인수는 하늘에서 경복궁을 내려다보며 기겁했다.
‘이럴 수가, 정말 좀비가 못 들어오고 있어!’
박인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버스는 잠시 후 광화문 대로에 멈춰 섰다.
“이… 이 넓은 지역이 모두 안전한 곳이라고?”
“이것 봐! 도로에 차가 다녀! 커피숍도 운영하고 있어!”
경복궁으로 온 명동 쉘터 사람들은 경복궁을 보며 진심으로 놀랬다.
그중 박인수가 가장 놀랐다.
‘이건 상상 이상이잖아!’
박인수의 가슴이 뛰었다.
‘이곳이라면… 어쩌면 다시 세상을 재건할 수 있을지 몰라. 만일 이곳의 지배자가 될 수만 있다면!’
명동 쉘터는 전 신부와 경찰들이 워낙 꽉 잡고 있어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말이 달라지지. 내 스킬이 훨씬 잘 먹힐 거야.’
얼마 안 있자 민수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다가왔다.
‘이건 하늘이 준 기회야. 대통령 박인수! 얼마나 좋아. 영주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끌어내리면 되지! 크크크. 좋아, 뭐부터 시작할까? 이곳 사람들에게 나를 강하게 인식시켜야 하는데.’
박인수는 잠시 고민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혹시… 경찰관들은 알고 있던 게 아닐까?”
박인수의 말에 사람들은 명동 쉘터 경찰관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분명해. 그들은 바깥에 왔다 갔다 했잖아? 여길 모를 수가 있어?”
“맞아, 그들이 여기로 와서 싸웠다고 했잖아. 분명해. 우리가 알면 이곳으로 간다고 할까 봐 이곳을 공격한 거야.“
그들의 얘기를 들은 전 신부가 그들에게 다가가 큰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경찰관들은 지금까지 여러분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좀비로부터 여러분을 구해 준 사람이 누군지 기억 안 나십니까!”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본 적 없던 전 신부였다. 그런데 화를 내는 모습에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박인수가 나섰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인간이 아니라 좀비이지 않습니까? 전 지금까지 좀비들과 우리와 같이 지냈다는 걸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전 신부가 처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이 왜 그 모습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모두 우리 때문이었습니다. 먹을 것을 우리에게 다 주고, 그들은 좀비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전 신부의 말에 사람들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경찰들에게 구함을 받아 아직 살아 있던 ‘철훈’은 매우 놀라 몸을 떨었다.
“신부님,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저희에게 식량을 주고 그분들은 좀비를 먹은 겁니까?”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사람들은 경찰들이 그렇게까지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것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박인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안 좋아. 명동 쉘터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 이곳에서 내 목소리를 높여야 해. 전 신부가 아니라.’
박인수는 점점 동요하는 명동 쉘터 사람들을 바라봤다.
’게다가 전 신부에게 들어 보니 살아 있는 경찰들이 있다고 했어. 이들이 경찰을 옹호하게 해서는 안 돼.’
생각을 정리한 박인수가 나섰다.
“신부님,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그 좀비 고기를 저희도 먹었습니까?”
전 신부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아주 조금은 먹었습니다. 그때 있지 않습니까?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아무도 나가지 못할 때 말입니다. 식량이 없어 모두 미치기 일보 직전일 때 말입니다.”
순간 박인수의 눈이 빛났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니, 저희가 좀비를 먹었다고요? 그러면 그때 말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 좀비 고기라니! 설마 저희도 경찰처럼 변하는 거 아닙니까? 혹시 경찰들이 자신들만 변하는 게 두려워 저희도 그렇게 만들려고 그런 거 아닙니까?”
전 신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극소량이었고, 모두 제가 정화시켰습니다. 변화는 많이 먹었을 때만 벌어집니다.”
전 신부의 대답에 사람들은 또 수군거렸다. 특히나 자신들이 좀비 고기를 먹었다는 말에는 토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여기 영주님이 계신다고 했지요? 제가 가서 영주님에게 따지겠습니다. 특히나 살아 있다는 경찰관들과 이를 알고도 저희에게 좀비를 먹인 신부님도 한패나 다름없습니다!”
전 신부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그걸 본 박인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민과 아민이 보고 있었다.
“오빠, 저… 박인수란 사람. 능력이 ‘선동’인데? 많은 사람이 자기 말을 믿게 하면 레벨이 오르는 스킬이야. 이대로 놔둬도 될까? 좀 위험한 거 같은데.”
아민의 말에 강민이 차갑게 대답했다.
“아니. 세 치 혀를 맘대로 휘두른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어떡하려고?”
“세 치 혀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내 줘야지.”
강민은 씩 웃으며 박인수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로 이렇게 시끄럽죠?”
강민이 나타나자 전 신부가 난처한 표정으로 강민을 반겼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이미 버스를 타고 오면서 많은 사람이 강민의 모습을 봤었다. 하지만 그가 영주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강민이 영주인걸 알게 된 박인수가 강민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을 강민과 동등한 위치라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영주님이셨군요, 인사드립니다. 전 명동 쉘터 민간인 대표 박인수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박인수가 말하려 하자 강민이 손을 들며 자신이 말했다.
“저쪽에서 다 듣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신부와 이곳을 공격했던 경찰들은 극악무도한…….”
박인수가 말하려 할 때였다. 강민이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여진아.”
한 마디에 강민의 옆에 여진이 나타났다.
“네, 영주님.”
“이분은 내 기사인 전 신부님을 극악무도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우리 영지와 어울리지 않는 분이네. 영지에서 내보내.”
순간 박인수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무… 무슨 말입니까! 전 이들의 대표입니다.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강민이 피식 웃었다.
“법? 여긴 제 말이 법입니다. 여진아, 시행해.”
“네, 영주님.”
박인수는 눈을 부릅뜨며 뭔가를 소리치려 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사라졌다.
박인수는 영지 경계 바깥에서 나타났다. 그곳은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안… 안 돼!”
박인수는 도망치며 소리쳤지만 그의 말을 듣는 좀비는 없었다. 좀비에게는 ‘선동’이 통하지 않았다.
“으악.”
박인수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다행히 어제 전투의 여파인지 거리 좀비들이 평소보다 적었다.
박인수는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그러다 익숙한 곳에 도달했다. 바로 명동 쉘터였다.
박인수의 명동 쉘터 컨테이너를 두들기며 소리쳤다.
“내려 줘! 사다리를 내려 줘!”
하지만 명동 쉘터에는 더 이상 사람이 없었다. 절망이 어려 왔다.
‘내가 이렇게 끝난다고? 이렇게?’
순간 박인수는 차 서장이 떠올랐다. 그때 차 서장이 사다리를 내려 달라고 했을 때 자신은 그가 올라오지 못하게 했었다.
“으악!”
순간 목에서 통증이 났다. 어느새 좀비가 다가와 물어뜯은 거였다.
“다… 다 왔는데.”
박인수는 좀비들에게 잡혀 뜯어 먹혔다. 특히나 그의 혀가 별미였는지 다른 좀비들에게 뜯어 먹혔다.
박인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섰다. 그렇게 싫어하던 좀비가 되어서 말이었다.
이 일은 곧 모든 영지민에게 퍼졌다. 그들은 그제야 이곳의 주인이 ‘영주’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 * *
강민은 민수에게 명동 쉘터 사람들을 돌봐 달라고 말하며 근정전으로 돌아왔다.
더 있고 싶었지만, 오늘은 토요일. 돌아가야 할 날이었다.
“여기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하지만 현실 세계로 가서 할 일도 많았다.
‘아민이 아버님에게 피를 가져다 드려야 하고, 식량도 이곳으로 가져와야 해. 자급자족하려면 각종 씨앗도 가지고 와야 하고 말이야.’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만큼 식량이 더 필요했다.
‘언젠가는 자급자족도 할 수 있겠지.’
강민은 근정전 7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신천지가 되었다. 온천이 흐르고 한가운데 거대한 세계수가 뻗어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꼭 숲속 한가운데 온 거 같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11시 30분이 된 거였다.
[‘현재 지점’을 본 세계 포인트로 저장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은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본 세계’로 이동합니다. 현재 두 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1) 집.
2) 미국 칼텍.
[어느 곳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1분 내로 선택하지 않을 시 1번으로 이동합니다.>강민은 바로 1번을 선택했다.
[본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메시지와 함께 강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앞에 익숙한 곳이 보였다.
‘집이구나.’
벌써 몇 번이나 경험한 거지만 세상을 이동할 때마다 여전히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강민은 옷을 갈아입고 제일 먼저 아민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여기 피를 구해 왔습니다.”
강민은 혈액 보관함에 들어 있는 피를 병원 관계자에게 건넸다.
“이걸 어떻게…….”
병원 관계자는 깜짝 놀랐지만, 대상이 바로 최강민인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바로 강민이어서였다. 돈도 많지만, 푸틴을 비롯한 인맥도 어마어마했다. 그라면 이 정도 피쯤은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이거면 충분합니다. 바로 수술 준비하겠습니다.”
수술은 바로 시작됐다. 아민의 아버지가 그만큼 위급하기도 했지만, 강민의 힘이기도 했다.
“오빠, 괜찮겠죠?”
수술실 앞에서 몸을 잘게 떠는 아민의 머리를 강민이 쓰다듬어 줬다.
“괜찮으실 거야. 강하신 분이잖아?”
강민은 평행 세계 주상민을 떠올렸다.
‘하루에 한 번씩 수혈을 해 줄 줄이야.’
아민이 피가 필요하다고 부탁하자 주상민 씨는 하루에 한 번씩 수혈했다. 문제는 없었다.
원래 각성자가 되면 일반인보다 건강해지기도 했고 강민의 피를 마셔 몸은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바이털 사인이 이상해졌다.
강민은 바로 의사에게 찾아갔다.
“어떻게 된 겁니까? 수술이 잘못된 겁니까?”
강민의 말에 의사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수술은 잘됐습니다. 그런데… 최강민 대표님, 저 피를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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