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도시국가 체르노빌 (4)
안개 속으로 들어간 강민은 주위를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맙소사, 더 많이 바뀌었잖아?’
원래 세계수가 있는 장소만 열대 밀림처럼 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지금은 안개 경계에서 100미터 정도만 들어와도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이제 차도 못 들어오겠는데?’
도로도 사라져 있었다. 건물들은 온통 덩굴과 식물들이 잠식해 버렸다.
‘이제 일반인은 마석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겠어.’
근처에는 여전히 덩굴들과 거대 지렁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강민은 걱정하지 않았다.
‘세르게이가 내 기사니까 말이야.’
세르게이는 세계수와 한 몸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세계수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세르게이를 기사로 두고 있는 강민은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난 양쪽 세계 모두 세계수의 주인이 되었네?’
현실 세계에서는 세르게이를 기사로 임명해 간접적으로나마 세계수를 통제할 수 있었다.
평행 세계에서는 근정전에 세계수를 심어 ‘여진’이 세계수를 통제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지? 너무 우거져서 길을 전혀 모르겠어.’
강민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풀들과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가 동그랗게 휘어져 천장을 만들고 풀들이 바닥에 누웠다. 그건 꼭 통로 같은 모습이었다.
‘세르게이구나! 이쪽으로 오라는 거야.’
강민은 숲에 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강민은 급할 게 없어 천천히 구경하면서 갔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기괴한 과일들이 곳곳에 달려 있었다.
그렇게 1시간쯤 걸어가자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바로 세계수였다.
‘맙소사, 더 커진 거 같은데?’
안개를 넘지는 않았지만 세계수는 이제 강민이 한참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져 있었다.
강민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대한 세계수의 기둥이 보였다.
그 기둥 안쪽에 세르게이가 있었다.
세르게이는 강민을 보더니 환하게 웃음 지으며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맙소사 세르게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어느 정도는요.”
세르게이의 손과 발에는 나무줄기가 뻗어 있었는데 그게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나무줄기의 길이만큼 몸을 바깥으로 뺄 수 있는 거 같았다.
“예전보다는 나아 보이는데 그래도 많이 불편하지요?”
세르게이 입장에서는 인간이었던 몸이 한순간에 변한 거였다. 불편하지 않으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렇긴 한데 괜찮아졌습니다. 형도 있고, 영주님의 능력 덕분에 정신을 잃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것만 해도 저에겐 기적과 같습니다.”
세르게이는 점점 인간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아나톨리 교수님은 어딨어요?”
“안개가 침범하지 않는 장소를 만들었는데 지금쯤 자고 있을 겁니다. 요 며칠 밤새도록 저하고 ‘시간 이동’에 대해 서로 얘기했거든요.”
강민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이 상황에서요?”
“장소가 문제겠습니까? 소설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데 궁금하지 않으면 과학자가 아닙니다.”
강민은 학자들은 역시나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 그런데 영주님. 혹시 영주님의 힘이 더 강해지지 않으셨습니까?”
강민은 깜짝 놀랐다.
‘왕의 권능이 강해진 것을 어떻게 알았지?’
강민이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자세한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어느 순간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세계수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지고… 그리고 꿈을 더 자세히 꾸게 되었으니까요.”
순간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꿈이요? 설마 그 꿈?”
세르게이의 꿈은 보통 꿈이 아니었다. ‘예지’였다.
“네, 분명 예지였습니다. 게다가 저번에 보이지 않은 장면이 보였거든요.”
강민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 그래도 세르게이에게 물어보려고 하던 차였다.
“세르게이, 제가 사람들이 안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는데, 아직도 세상이 멸망하나요?”
강민이 체르노빌 안개 지역 전체에 ‘태양광 패널’로 벽을 만드는 것은 전력을 얻기 위함도 있지만 사람들은 안개 속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강민이 묻자 세르게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끝은 여전히 멸망입니다. 이번에 더 확실히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건 다가올 미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 예지가 섞이고 있는 거 같거든요.”
“섞이다니요?”
“영주님이 없던 세상의 미래와, 영주님이 있는 미래 말입니다. 제 예지는 아직까지는 영주님이 없는 미래를 보여 주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흐릿하게 뭔가가 변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주님 때문인 거 같습니다.”
강민은 답답함에 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흐릿하게 변한다고? 이러면 예지가 쓸모없는거 아니야?’
강민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알고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강민이 바로 물었다.
“혹시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나요?”
“네! 멸망이 왜 시작되었는지 알았습니다.”
순간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네? 멸망의 시작! 그게 뭐죠!”
“중국, 중국에서 스파이를 보내 체르노빌 문서를 훔쳐 갑니다. 그리고 중국은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 * *
강민은 안개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는 안개 근처에 임시로 지은 컨테이너 박스였다.
사라가 강민에게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강민, 왜 그래? 안개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설마 괴물을 또 만난 거야?”
“아니야, 안개 안은 괜찮아. 깊숙이 안 들어가서 괴물은 보지도 못했어.”
“그런데 왜 표정이 그래?”
사라의 말에 강민이 문득 물었다.
“사라, 미래는 바뀔 수 있을까?”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미래가 바뀌다니?”
“아… 아니야.”
강민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얼버무렸다. 사라는 그런 강민을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강민, 혹시 운명을 믿는 거야?”
“글쎄 비슷하기도 하고 좀 다르기도 해.”
사라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말했다.
“강민, 난 미래니 과거니 이런 것은 관심 없어. 솔직히 현재를 보람차게 사는 것도 힘들거든. 하지만 말이야. 미래나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면 난 슬플 거 같아. 그럼 현재를 보람차게 못 보낼 거 같아.”
강민이 고개를 들어 사라를 보았다. 사라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난 운명이나 미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 거야.”
강민은 사라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고마워, 사라. 네 덕분에 고민이 해결됐어.”
강민은 커피를 다 마신 뒤 숙소를 나섰다.
‘미래는 바꿀 수 있어!’
그러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강민은 외진 곳으로 가서 핸드폰을 들어 ‘푸틴’에게 연락했다.
– 오! 최 대표. 오랜만의 연락이죠?
“네, 대통령 각하.”
– 최 대표의 활약은 여기서도 잘 보고 있습니다. 에덴에 러시아 대사관을 지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강민은 체르노빌 영지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에게 대사관 부지를 줬다.
각국은 크게 고마워하며 자신의 나라에도 체르노빌의 대사관 부지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아직 수교를 하지 않았지만 체르노빌을 국가로 인정해 준다는 얘기였다.
“별거 아닙니다.”
– 그래, 최 대표가 그냥 전화했을 리는 없고 어떤 일 때문이죠?
강민은 푸틴의 말에 멈칫했다.
‘사실 이건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커.’
세르게이가 본 미래에는 비밀 보관소 관리 직원이 허술한 틈을 타 중국 스파이가 비밀 보관소로 들어가 ‘체르노빌’ 문서 중 ‘시공간 시험’ 문서를 훔쳐 나온다.
그럼에도 한동안 러시아는 문서를 도난당했는지도 몰랐다. 그만큼 관심 없던 문서여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그 문서의 중요성을 푸틴은 지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번에 최고 등급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푸틴이 말했었어.’
그래서 강민은 푸틴에게 전화하는 걸 망설였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멸망한다는 세르게이의 말에 강민은 전화를 하기로 결심한 거였다.
– 무슨 말인데 그렇게 망설입니까? 아무리 어려운 부탁이라도 좋습니다. 말해 보세요.
“하아.”
강민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대통령 각하, 저번에 저에게 보여 준 체르노빌 비밀문서. 혹시 도난당하지 않으셨습니까?”
* * *
푸틴은 강민과의 통화를 끝냈다.
‘체르노빌 문서가 도난당해?’
푸틴은 피식 웃었다.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비밀 보관소는 예고르가 지키고 있고, 설사 보관소에 들어간다고 해도 내 지문이 없으면 열리지도 않아. 강제로 열려고 하면 문서가 파괴되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강민이 말한 것은 기우였다. 하지만 푸틴은 찜찜해졌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은 거지?’
푸틴이 아는 강민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무턱대고 이런 걸 물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확인은 해 봐야겠어.’
푸틴은 바로 비밀보관소장에게 연락을 했다.
“예고르, 그 문서 좀 가지고 오겠나?’
– 알겠습니다, 각하.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하게 생긴 남자가 은색의 가방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비밀보관소장 ‘예고르 티토프’였다.
“나가 보게.”
– 네! 각하.
예고르가 나가자 푸틴은 가방 손잡이 부분에 엄지손가락을 대었다. 그러자 ‘탁’ 하는 소리와 가방이 열렸다.
푸틴은 안에 있는 문서와 강민이 가져다 준 비디오테이프를 확인했다.
“흐음, 모든 게 다 제자리에 있는데.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최 대표가 뭘 잘못 알았나 보군.”
푸틴은 다시 문서를 가방에 넣고 잠근 다음 예고를 불렀다.
예고르가 다시 집무실로 들어와 가방을 가지고 나갔다. 그때였다. 푸틴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시계?’
예고르의 손목에 못 보던 시계가 있었다. 얼핏 봐도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시계였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고르가 나가자 푸틴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시계라…….’
푸틴은 전화를 들었다.
– 네, 각하.
푸틴이 연락한 곳은 KGB였다.
“예고르의 모든 것을 파악해 보고해. 특히 1달 사이에 일어난 모든 것을!”
– 알겠습니다, 각하.
KGB 보고서는 다음 날 아침 푸틴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푸틴은 의자에 앉아 보고서를 살펴봤다.
‘특별한 건 없는데… 응?’
묘한 게 푸틴의 눈에 들어왔다.
‘가족이 모두 해외여행을 가 있어? 예고르 혼자 이곳에 있고?’
가족의 행선지가 태국이었다. 문서에는 태국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가족의 사진까지 찍혀 있었다.
‘응? 그런데 가이드가 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
푸틴의 표정이 굳었다.
‘최 대표가 중국 쪽에서 접근이 있었냐고 물었었지.’
푸틴은 KGB 출신이었다. 그의 감이 뭔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푸틴은 한참을 고민하다 다시 KGB에 전화를 했다.
“예고르를 잡아서 심문해. 필요하면 가족을 인질로 잡아도 좋다.”
– 알겠습니다, 각하.
KGB는 이유 따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푸틴은 한 장의 보고서를 더 받았다.
– 중국에 기밀문서를 복사해 넘김. 대가는 100만 달러.
푸틴은 ‘와락’ 종이를 구겼다. 그는 답답해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예고르, 너를 그렇게 믿었건만.”
푸틴은 눈을 감다가 떴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기밀이 유출된 게 사실인 이상 조치를 취해야 했다.
푸틴은 우선 중국에 있는 자국의 스파이들에게 중국 동향을 세밀히 살피라는 지시를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렸다.
– 최강민입니다.
“최 대표,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그 기밀문서가 중국에 노출되었습니다.”
* * *
‘미래가 바뀌었어.’
세르게이의 미래에서는 중국 스파이가 직접 들어와 문서를 가져가는데 이번에는 내부 인사를 포섭해 문서를 복사해 갔다.
– 러시아로 와 줄 수 있겠나?
푸틴은 바로 강민이 이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지만 강민은 지금은 안 되고 다음 주에 가겠다고 말했다.
‘벌써 내일이 토요일이야.’
벌써 이 주가 지나 토요일이 된 거였다.
강민은 푸틴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왔다.
저번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통로가 열리고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세르게이 혼자 있지 않았다. 그의 형 아나톨리가 ‘방호복’을 입고 같이 있었다.
“아나톨리 교수님, 반갑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강민은 방사능에 대해 내성이 있지만 아나톨리 교수는 일반인이었다.
“괜찮습니다. 세르게이가 지켜 주거든요. 오히려 바깥에 있을 때보다 건강해졌습니다.”
아나톨리 교수의 말은 거짓이 아닌 거 같았다. 이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상태가 좋아 보였다.
“그나저나 표정을 보니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네, 세르게이와 대화를 좀 나누겠습니다.”
“얼마든지요.”
강민이 세르게이를 보며 말했다.
“세르게이, 미래가 바뀌었어. 하지만 결론은 같아.”
강민은 푸틴에게 들은 얘기를 모두 해 주었다.
그 얘기를 들은 세르게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이 그 문서를 가져가다니. 결국은 똑같은 결말로 간다는 말인가? 미래는 바꿀 수 없는 건가요?”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바꿀 수 있어. 네가 미래를 알려 준 덕분에 우리는 준비할 시간을 얻었잖아? 게다가 러시아가 움직이고 있어. 이건 네 미래와 분명 다른 점일 거야.”
“제가 모든 미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건 다른 거 같네요.”
강민이 물었다.
“세르게이, 혹시 다른 미래를 본건 없어? 작은 거라도 좋아.”
세르게이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이건 미래와 관계 없는 거 같아 말씀 안 드린 게 있어요.”
“응? 그게 뭐지?”
“저번에 형과 같이 이곳에 넘어올 때 사용한 돌 기억나세요?”
강민은 아공간에서 바로 ‘마석’을 꺼내 보여 줬다.
“이거?”
갑자기 허공에서 돌이 나타나 모두 놀랐지만 강민의 다급한 표정에 더 묻지 못했다.
“네, 맞아요. 이 돌!”
세르게이는 흥분한 듯 마석을 살피다 강민에게 말했다.
“꿈속에서 이와 비슷한 돌을 제가 먹었어요. 그런데 이 돌처럼 검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었어요.”
“푸른색 돌? 마석과 비슷하면 푸른 마석이라는 건가?”
강민은 한 번도 푸른 마석을 본 적이 없었다.
“네, 제가 그 돌을 먹고 능력이 강해졌거든요.”
“능력이 강해져?”
강민은 강해진다는 의미를 생각하다 눈을 부릅떴다.
“설마?”
“네, 꿈속에서 전 푸른색 돌을 먹고 전 더 많은 미래를 볼 수 있었어요.“
세르게이의 말을 들은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푸른 마석을 구해야 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