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세르게이의 미래 (3)
“헉!”
주사를 맞은 세르게이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아프거나 고통스러워서는 아니었다.
‘뭔가가 내 몸을 바꾸고 있어!’
인간을 반쯤 벗어난 자신이기에 누구보다도 그걸 잘 느낄 수 있었다. 몸속에 들어온 피가 온몸을 돌며 세포 구조를 바꿨다.
‘이건! 세계수?’
몸에 들어온 피에서 세계수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의 느낌이 났다. 그건 자신과 한없이 비슷했지만 다른 그 무엇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영주님은 어디서 이런 피를 가지고 온 거야?’
의문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몸속을 돌던 피가 세포를 바꾸고 뇌에 이르렀다.
“으악!”
갑자기 깨질 듯 머리가 아팠다. 뇌가 바뀌고 있었다.
뇌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뇌에 있던 이상한 것들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세르게이가 의문을 품은 순간 세르게이의 앞에 이상한 영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세르게이 연구원님이시죠?
30살의 세르게이에게 한 남자가 접근했다. 10대 후반의 남자였다.
‘응? 저건 데니스잖아? 형의 제자.’
세르게이와 아나톨리도 천재였다. 하지만 두 사람보다 더한 천재가 있었다. 바로 데니스였다.
그는 15살에 우크라이나 리비우 대학에 입학해 아나톨리의 제자가 되었다.
– 맞는데? 누구시죠?
– 안녕하세요, 전 아나톨리 교수님의 제자 데니스라고 합니다. 세르게이 님이 쓴 ‘논문’을 보고 꼭 만나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영상을 보자 세르게이는 그날이 떠올라 미소 지었다. 데니스는 아직 더 배워야 했지만, 그 천재성으로 세르게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종종 말하곤 했었다.
당연히 두 천재, 세르게이와 데니스는 금세 친해졌다. 서로 호형호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었다.
– 세르게이 형, 요즘 너무 시달리는 거 아니야? 그러다 몸이 상할 거 같아.
– 괜찮아, 데니스. 보기 보다 체르노빌 시설이 좋아.
– 뭐, 형이 괜찮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 정말 형제 아니랄까 봐, 아나톨리 교수님과 형이 똑같아. 연구에 몸을 안 돌본다니까? 그나저나 형, 체르노빌에서 뭘 연구하는 거야?
– 그건 비밀. 내 직위로는 말할 수 없어. 대신, 데니스, 열심히 공부해. 그럼 내가 네가 올 수 있도록 추천해 줄 테니까.
– 치, 알았어. 그럼 공부 좀 도와줘.
– OK.
그렇게 둘은 더 친해졌다. 종종 같이 술을 마실 정도였다.
그날도 세르게이가 데니스 공부를 도와주고 한잔할 때였다.
– 형, 끝내주는 술을 구했어.
– 응? 무슨 술을?
– 크크, 프랑스 와인이야. 무려 50년이 넘은 ‘샤또 마고’라고!
세르게이는 샤또 마고가 뭔지 몰랐지만 50년이 넘은 술이라는 소리에 침을 삼켰다.
데니스가 와인을 따라 줬다.
– 와, 고마워, 데니스.
세르게이는 데니스가 주는 와인을 마셨다. 속이 뜨거워지며 머리가 핑 돌았다.
– 어때? 형?
– 으… 응, 끝… 내주는 거 같은… 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르게이의 눈이 풀려 버렸다.
사실 여기까지는 세르게이도 생각이 났었다. 하지만 그다음 장면은 세르게이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데니스가 멍한 표정의 세르게이 눈앞을 손으로 흔들었다. 세르게이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 약이 잘 든 거 같네. 어디 미국 최신 자백제 효과 좀 볼까?
데니스는 평소와 달리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 세르게이, 지금 어떤 걸 하고 있는 거지? 체르노빌에서?
– 체.르.노.빌… 시공간… 이동 연구.
– 지금 단계는?
– 성공 직전.
– 실험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나?
– 불·가·능.
데니스는 어떻게든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 했지만 지금 세르게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였다.
데니스는 한 달 후 다시 세르게이에게 약을 썼다.
– 세르게이, 이번 실험 성공 가능성은?
– 90%.
– 좋아, 세르게이. 아주 중요한 걸 말해 줄게. 네 실험을 100% 성공시킬 방법이 있어.
– 그게 무엇?
– 에너지 출력을 높여. 당연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지금 체르노빌 발전소 일일 출력으로는 감당이 안 돼. 네가 몰래 그걸 손봐.
– 그럼… 폭발의 위험이 있어.
– 아니야, 안전할 거야. 내가 아나톨리 교수의 조교가 됐잖아? 체르노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그러니 괜찮아. 난 네 성공을 위해서 이러는 거야.
– 알.겠.어.
그게 마지막 영상이었다. 세르게이는 눈을 떴다.
* * *
“세르게이, 괜찮아?”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건 분노의 눈물이었다.
“체르노빌이 나 때문에 폭발했어! 나 때문이야!”
세르게이는 고함을 질렀지만, 마음속은 더 답답해졌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건 현실이었다.
“세르게이! 정신 차려!”
강민이 세르게이의 뺨을 때렸다. 세르게이는 멍한 표정이 되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강민을 바라보았다.
세르게이의 눈동자가 조금 전과 달리 분명해졌다.
“세르게이, 나를 알아보겠어?”
통증 때문에 정신을 차린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영주님. 영주님 덕분에 진실을 알았습니다.”
“설마? 예지를 본 거야?”
세르게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예지를 쓰려면 꿈을 꿔야 하는데 아직 잠을 못 자서요. 하지만 저에게는 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세르게이는 피를 주입하고 떠오른 영상에 대해 모두 강민에게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은 강민이 입을 딱 벌렸다.
“맙소사, 그럼…….”
“형의 제자 데니스는 일부러 저에게 접근한 거 같습니다. 어쩌면 형의 제자가 된 것도 계획적이었을지도 모르죠.”
“왜?”
세르게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데니스가 왔을 때가 딱 제가 시공간 연구소 책임 연구원이 된 이후입니다. 아마 시공간 연구 자료를 얻을 목적이었던 거 같습니다.”
“누가 그런 짓을?”
세르게이가 데니스를 만난 건 거의 35년 전 일이었다. 35년 전에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소련과 적대시할 나라는 한 곳뿐이었다.
“아마도 미국이겠죠. 시공간 연구 자체가 미국을 이기기 위해서 시작한 거니까요.”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다.
세르게이가 갑자기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영주님, 형이 돌아왔어요. 잘됐어요. 형에게 데니스에 관해 물어볼게요!”
“아니야. 세르게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혹시 교수님에게 알렸다가 데니스가 눈치라도 채면 큰일이야. 어쩌면 아나톨리도 약을 먹었을 수도 있고.”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그… 럼 어떻게?”
“평소처럼 행동해요. 제가 바깥에서 이것에 대해 알아볼게요. 그때까지 그 무엇도 말하지 말아요.”
* * *
강민은 재빨리 안개 지역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며 고민에 빠졌다.
‘그랬어, 그렇게 된 거였어.’
안 그래도 데니스가 아나톨리의 병시중까지 들고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이상해. 왜 40년 동안이나 아나톨리 곁을 맴돈 거지? 체르노빌 폭발 때 이미 다 끝난 거 아닌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강민은 숙소로 들어가 커피를 한잔 마셨다.
‘혹시 지금까지 아나톨리의 제자로 있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는 건가?’
강민은 제일 처음 아나톨리를 알게 된 그때를 떠올렸다.
‘러시아의 한 호텔이었지. 그때 나튜브를 통해…….’
순간 강민이 멈칫했다.
‘잠깐, 그때 나에게 접근한 사람들이 있었어.’
매우 비밀스럽게 접근해 아나톨리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준 호텔 종업원이 있었다.
나중에 은밀히 알아보았는데 강민이 본 호텔 종업원은 그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체르노빌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막으려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모든 게 이상했다.
‘그 당시 나는 푸틴의 초청을 받고 온 거였어. 당연히 호텔에 보안이 철저했을 텐데 그걸 뚫고 나에게 접근한 거야.’
이건 대단한 능력이었다. 누구보다 철저한 러시아의 보안을 뚫은 거였다.
‘이런 사람들이 개인일 리 없어. 집단이다. 혹시 그자들이 데니스와 이어져 있는 거 아니야?’
강민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예전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게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세르게이가 예지에서 봤다며 해 준 말이 떠올랐다.
– 중국, 중국에서 스파이를 보내 체르노빌 문서를 훔쳐 갑니다. 그리고 중국은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세르게이의 이 예지는 강민 때문에 바뀌었다. 중국이 스파이를 보내는 대신 러시아 직원을 포섭해 문서를 훔쳐 간 거였다.
‘러시아를 상대로 인물을 포섭하고 문서를 훔쳐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조직.’
뭔가 큰 그림이 그려졌다.
‘혹시 데니스가 이 조직의 일원이라면? 그리고 아직 모종의 목적 때문에 그 임무를 수행 중이라면?’
강민은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뿐이었다.
이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결론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누구보다 전문가며, 온 힘을 다해 일할 사람이 있지.’
강민은 바로 푸틴에게 연락했다.
“대통령 각하, 저 최강민입니다.”
– 최 대표! 우리 사이에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할 필요 있나? 그냥 푸틴이라고 부르게.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 에잇, 딱딱하긴. 참, 엘레나 몸이 다 나았어. 엘레나가 자네를 꼭 보고 싶다고 하네.
엘레나는 강민이 체르노빌에서 구해 온 푸틴의 딸이었다. 방사선 피폭이 심했지만, 강민의 피와 안개 지역에서 나오는 약품으로 점점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다행이네요. 안 그래도 러시아에 한번 방문하려 했습니다.”
– 나에게 좋은 소식이긴 한데, 최 대표가 이유 없이 방문할 리 없고? 무슨 일이 있나?
“네, 혹시… 저번 그 일, 진전이 있었나요?”
강민의 질문에 푸틴이 잠시 침묵했다.
– 휴우,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진전이 없어. 중국에 있는 우리 쪽 정보원들이 중국과 비밀 보관소장과의 접점을 찾고 있는데 이상하게 접점이 보이지 않아.
푸틴의 탄식 어린 목소리에 강민이 넌지시 말했다.
“대통령 각하, 안 그래도 그 접점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어쩌면 중국과 비밀 보관소장이 연결된 게 아니라, 그 사이에 누군가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강민의 말에 푸틴의 목소리가 굳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자세히 말해 주겠나?
강민은 자신이 알게 된 정보에 대해 대략 설명했다.
– 그러니까, 예전부터 활동해 온 러시아 내에 첩보 조직이 있고, 그들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는 건가?
“네, 아직 짐작일 뿐이지만 그런 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 아나톨리 교수의 제자 데니스가 연관되어 있는 거 같고요. 물론, 이건 제 상상일 뿐입니다.”
– 상상이라, 내가 최 대표를 아는데, 상상으로 끝낼 이야기를 할 사람이 아니지.
“과찬이십니다.”
강민의 말에 푸틴이 딱딱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 고맙네. 그 조직이 무엇이든 그들은 KGB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보게 될 것이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러시아는 최 대표를 최고의 친구로 여길걸세.
푸틴의 호언장담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민은 몰랐지만, 이 전화 한 통으로 러시아 전역에 있는 모든 KGB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며칠 후 강민은 푸틴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 * *
강민은 매일 세르게이를 찾아갔다. 세르게이가 예지 꿈을 꿨는지 궁금해서였다.
“교수님은요?”
“주무세요.”
강민은 일부러 아나톨리가 없을 만한 시간대에 왔다.
“그나저나 죄송해요, 영주님. 이상하게 그날 이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그 약물의 여파 같습니다.”
세르게이는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잠을 못 자서 그랬다.
“어쩔 수 없죠. 알아봤는데 보통 자백제들은 후유증이 심하다고 해요. 이것도 그런가 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아도 방법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영주님.”
“죄송하긴요. 잠을 못 자서 힘든 건 세르게이 일 텐데요.”
세르게이가 씁쓸하게 말했다.
“반쯤은 세계수와 합쳐져서 그런지 피곤하긴 한데 견딜 만합니다. 그나저나 영주님, 형이 데니스에게 말하지 않았겠죠? 형은 영주님의 능력과 제 예지 능력을 알고 있잖아요?”
“안 그래도 지금 푸틴이 데니스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만일 저희의 정보가 흘러 나갔다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막아야죠.”
강민은 만일 세르게이나 자신의 정보가 흘러나갔다면 관련자들을 모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잖아요?”
세르게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 영주님.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네? 방법이 있다고요?”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예지요. 어쩌면 예지에 그들의 정보가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잠을 잘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세르게이는 천천히 세계수 앞으로 걸어갔다. 세르게이는 세계수 앞에서 대답했다.
“만일… 제가 인간을 더 포기하면 될지 모릅니다. 세계수와 결합이 강해지면 약물이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인간이… 아닐 테니까요.”
강민이 버럭 소리쳤다.
“안 돼요! 허락 못 합니다.”
하지만 이미 세르게이는 세계수 안으로 들어갔다.
“세르게이!”
“영주님, 제가 체르노빌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전 저 자신과 데니스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야!”
강민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세르게이는 세계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디,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게 저의 속죄입니다.”
그 말을 하며 세르게이가 눈을 감았다. 세계수 안에서 수많은 나무줄기가 나와 세르게이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으윽!”
세르게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신음성을 냈다.
그걸 보며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안 돼! 세르게이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강민은 고민하다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맞아, 그거라면 도움이 될 거야!’
강민은 바로 스킬을 썼다.
[언령 ‘응원’을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힘이 납니다. ‘응원’은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용 가능합니다.>응원은 대상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을 내게 해 주는 스킬이었다.
“세르게이! 인간을 포기하지 마!”
스킬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세르게이의 괴로워하던 모습이 점점 진지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세르게이는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다는 게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강민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밤이 되도록 세르게이는 깨지 않았다.
시간이 더 지나 달이 뜨고 새벽이 왔다. 그리고 그 순간, 세르게이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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