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6)
16화 백억을 얻어라 (3)
“하악… 하악…….”
민주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죽여도 죽여도 좀비들은 끝이 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부터 팔에 감각이 없어졌다. 스킬의 힘으로 간신히 휘두르고 있었지만 조금 있으면 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민주는 이를 악물었다. 고지가 눈앞이었다. 남은 건 고작 3m 정도.
하지만 민주는 그 거리가 3km는 되어 보였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래서 눈앞에 달려드는 좀비를 보지 못했다.
민주가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좀비가 입을 벌리고 가까이 왔을 때였다.
위기의 순간, 그때였다.
투명한 방패가 눈앞에 나타났다. 좀비와 민주의 거리가 딱 한 뼘 거리였을 때였다.
“죽어!”
민주가 칼을 휘둘러 좀비의 목을 잘랐다. 뒤를 돌아보자 지친 강민의 표정이 보였다.
‘최강민.’
그 덕분에 또 목숨을 구원받았다. 처음에는 오해로 시작한 관계였지만 지금 민주에게 강민은 그 누구보다 믿을 만한 동료였다.
‘강민이 지켜 주고 있어! 아직 끝이 아니야!’
민주는 다시 싸웠다. 민주가 힘을 내자 다른 동료들도 이를 악물고 싸웠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강민이 크게 소리쳤다.
“모두 제 몸에 꽉 붙어요! 밀집 대형보다 더 가깝게!”
민주가 바로 물었다.
“뭐 하게!”
“좀비 좀 막고 있어 봐!”
민주의 눈이 빛났다. 강민이 이런 말을 할 때는 뭔가 계획이 있을 때였다.
민주는 강민의 몸에 더 가깝게 붙어 좀비들을 처리했다.
그러다 자신을 지켜 주던 방패가 변했다. 방패가 옆으로 눕더니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뭐지?’
방패는 처음에는 느리게 돌더니 뚝뚝 끊겼다. 민주는 뭔가 잘못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방패는 점점 빠르고 부드럽게 돌기 시작했다.
‘맙소사.’
민주가 눈을 부릅떴다. 방패 모서리가 좀비의 목과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곳에 상처가 났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지만 분명 방패로 좀비를 공격하는 거였다.
그리고 세 개의 방패는 더 빨리 돌기 시작했다.
한번 상처가 났던 곳에 또 방패가 상처를 내고 또 상처를 냈다.
처음에는 작은 상처였지만 방패는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돌며 상처를 넓혀 갔다.
그러다.
– 툭.
민주의 발아래 좀비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눈앞에 피보라가 퍼졌다. 방패의 회전력에 바람이 불고 좀비들의 피가 바람을 따라 하늘로 치솟았다.
“맙소사, 이게 뭐야?”
“이게 방패 능력이라고?”
“어떻게 방패를 돌리는 거야? 이게 가능해?”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민주는 뒤를 돌아봤다. 민주의 눈이 부릅떠졌다.
“강민!”
강민이 코에서 피를 쏟고 있었다. 코피 정도가 아니었다.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때였다. 1조장이 소리쳤다.
“이때야, 앞을 뚫어!”
강민의 활약으로 사방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앞만 뚫으면 됐다. 그것도 강민이 2m 공간을 확보해 1m 정도만 뚫으면 됐다.
모두가 눈을 빛냈다.
“공격!”
1조장의 말과 함께 9명이 방패를 아래로 지나 한 방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모두는 컨테이너에 도착했다.
1조장이 붉은색 컨테이너 앞에서 ‘쾅! 쾅!’ 주먹으로 내려쳤다.
“강북 연합이다! 식량 가지고 왔어!”
그러자 컨테이너 위에서 철제 사다리 한 개가 내려왔다.
“식량 가진 사람부터 올라가!”
1조장의 말에 식량을 짊어 멘 두 사람이 먼저 사다리를 올라갔다.
그들이 올라가자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올라갔다. 이제 아래에 남은 건 민주와 1조장 그리고 강민뿐이었다.
“3조장 올라가!”
“강민을 두고 갈 수 없어요!”
강민을 보니 이미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이제 코가 아니라 눈과 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방패의 회전력은 많이 약해졌다. 아직 안으로 좀비들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지만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그럼 3조장이 나를 엄호해! 내가 최강민을 데리고 가겠다!”
“아직 방패가 돌고 있어요!”
“멈추게 해야지!”
1조장이 외치며 몸을 숙이고 다시 방패 안쪽으로 들어갔다.
– 찰싹!
1조장은 들어가자마자 강민의 뺨을 때렸다.
“정신 차려!”
순간 강민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방패도 사라졌다. 1조장은 바로 강민을 둘러업고 뛰었다. 좀비들이 몰려왔다.
“3조장! 뛰어!”
“먼저 가요!”
강민을 둘러업은 1조장이 사다리를 뛰어 올라갔다. 민주는 사다리 앞에서 좀비를 무찌르며 그가 올라갈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좀비들이 몰려오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느새 민주는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위에서 도우려 했지만 높이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 위잉.
민주 앞에 3개의 방패가 나타났다.
‘강민!’
위를 올려다보니 1조장의 등에 매달린 강민이 힘없이 손짓하는 게 보였다.
‘넌 또 나를 살려 주는구나.’
민주가 사다리를 타고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니 강민은 이미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평범하고 깨끗한 주유소 내부가 보였다.
‘드디어 왔어.’
민주가 바로 내려가 강민에게 다가갔다.
강민의 얼굴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웃는 거 보니 상태는 나쁘지 않나 보네. 그나저나 어디서 물수건이나 물티슈라도 구할 수 없을까?’
주유소니, 최소한 휴지라도 있을 거 같았다.
민주가 사람들에게 티슈에 관해 물어보고 다니자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앞을 바라보니 새미 또래의 여자였다.
“저… 혹시 이거 찾으셨어요? 콜록, 콜록.”
여자아이가 기침하며 물티슈를 건넸다.
“고… 마워.”
민주는 고맙다고 하며 물티슈를 받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1조장이 큰 소리를 질렀다.
* * *
강민은 온몸에 힘이 없었다. 힘도 없는데 아프기는 너무 아팠다.
꼭 심한 독감에 걸렸을 때처럼 그랬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아파 기절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꼬리 한 곳이 올라갔다.
‘다행이다. 모두 살아서.’
모두가 살아서 주유소에 도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보유 포인트 : 102.
짧은 시간에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이 포인트면 ‘세계선 이동’을 레벨 업 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마석이라고 했나? 그 검은 돌 덕분에 살았어.’
1조장이 우연히 준 마석 때문에 ‘방패’ 능력이 높아져 살 수 있었다.
‘근육 좀비에게서 마석이 나오다니.’
강민이 실실 웃기 시작했다.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였다.
‘레벨 업 할 때 마석이 있으면 스킬이 강화된다는 거지? 앞으로 근육 좀비를 죽이면 꼭 마석을 찾아봐야겠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행운의 돌이었지만 강민에게는 아니었다. 포인트가 있어서였다.
“흐흐흐.”
강민은 한참 웃다가 표정이 굳었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지?’
방패 내구도를 보니 200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 내구도로는 이 사람들 모두를 데리고 갈 수 없어.’
게다가 바깥에는 좀비들이 가득했다. 지금 몸 상태로는 방패를 다시 회전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방법이 없을까? 아냐. 언제나 방법은 있었어. 찾아야 해!’
강민은 골몰히 생각에 빠졌다. 그런데 강민을 깨우는 큰 소리가 울렸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강민이 고개를 돌리니 1조장이 처음 보는 중년 남자에게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 * *
중년 남자가 1조장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식량은 필요 없네! 천식약! 천식약을 구해다 줘!”
“인제 와서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항상 식량과 기름을 교환했잖아요!”
1조장과 중년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1조 일행이 1조장 주위에 몰려들었다.
민주 옆에 있던 여자도 크게 눈을 뜨더니 중년 남자 뒤로 갔다. 혼자 남은 민주는 강민에게 다가왔다.
‘뭐가 잘 안 되나?’
강민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쪽 인원은 자신을 빼더라도 8명이었다. 중년 남자와 여자 한 명 정도 제압하는 게 어려울 거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주유소 곳곳에서 무언가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 중년 남자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뭐야!’
그건 모두 칼이었다. 수십 개의 칼이 주유소 주인과 여자를 보호하면서 하늘을 맴돌고 있었다.
‘설마? 염동력?’
그제야 강민은 이곳에 오기 전 민주에게 물었던 게 떠올랐다.
– 그런데 전기가 끊기면 기름을 못 올리지 않아?
– 그건… 주유소 주인이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야. 아마 직접 보면 알 거야.
‘염동력으로 기름을 움직여 가져오는 거구나!’
큰일이었다. 얼핏 봐도 주유소 주인의 능력은 대단해 보였다.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망칠 수는 없어!’
100억. 100억이었다. 은행 금고에 100억이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강민은 고민하다 주유소 주인의 말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천식약?’
강민의 눈에 빛이 났다.
이곳에서는 구하기 힘들어도 바깥에서는 아니었다.
‘잘하면 지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
강민은 민주를 향해 말했다.
“나 좀 잡아 줘.”
“왜? 힘들잖아. 계속 누워 있어.”
민주는 물티슈로 계속 강민의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할 말이 있어.”
강민의 말에 민주는 강민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강민은 민주의 어깨를 둘러 반쯤 껴안은 상태로 대립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만 싸우시죠.”
강민의 말에 1조장과 중년 남자가 강민을 바라봤다.
중년 남자는 강민을 보고 흠칫한 표정을 지었고 1조장은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아, 글쎄. 이 사람이 뭐라는지 알아? 기름을 안 주겠대!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당장 기지로 못 가면 호영이가 죽는다고 말했는데도 말이야!”
“나도 그렇네. 자네도 알다시피 난 아민이와 단둘이 살아. 그런데 지금 우리 아민이 약이 없어! 약이 없는데 쌀이 무슨 소용인가! 자네들은 외부로 나가지 않나! 제발 약을 구해다 주게. 그럼 쌀을 받지 않고 기름을 주겠네!”
“아저씨, 거의 대다수의 약국이 다 털렸어요. 벌써 세상이 망한 지 6개월이 지났다고요! 약은 더는 없어요!”
“그럼 나도 어쩔 수 없네! 아민이가 잘못되면 나도 살지 않을 거야. 이 주유소에 불을 지르고 저 지긋지긋한 좀비들을 모두 불태워 죽여 버리겠네.”
둘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다.
강민은 주유소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러면 어떠십니까? 제가 천식약을 구해다 드리죠.”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진짜인가!”
“무슨 말이야! 어디서 약을 구하려고!”
강민이 대답했다.
“제가 천식을 앓고 있던 사람을 알고 있어요. 그 집에 갔다 올 겁니다. 설마 사람들이 집 서랍 안에 있는 약까지 가져가진 않았겠죠.”
강민의 말에 중년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믿어!”
강민이 씩 웃었다.
“제 능력 보셨죠?”
중년 남자는 사무실 건물에서 쌍안경으로 이들이 방패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는 것과 컨테이너 앞에서 좀비들을 죽이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중년 남자가 지금 가장 꺼리는 상대는 1조장이 아니었다. 눈앞의 강민이었다.
“그… 그렇네.”
“기름을 주세요. 저와 민주 그리고 승철 씨까지 세 명이 기름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약을 가지고 토요일까지 오죠. 대신 그동안 아저씨가 이들을 데리고 있어요.”
강민이 1조장 뒤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뭐라고?”
생각지도 못한 강민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저씨 말씀대로라면 제가 오지 않으면 여기를 불바다로 만들 거 아니에요? 그럼 이분들은 다 죽을 거고요. 그럼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와야겠죠. 어때요? 이 정도면 믿을 만하지 않아요?”
* * *
다시 기지로 돌아오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가장 어려운 구간인 대로 구간을 방패로 하늘을 걸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해 2m로 방패 거리가 늘어나 예전보다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문제는 강민의 체력이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민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승철은 양손에 기름통 2개를 들고 있어서 민주가 강민을 부축하고 기지로 갔다.
오패산을 지나 기지 컨테이너 근처에 도착하니 여전히 좀비들로 가득했다.
절망적인 모습이었지만 민주와 강민 그리고 승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 진격!”
대표 호철의 명령에 기지에 있던 모든 전투 인력이 나왔다. 이곳에 오기 전 무전으로 연락해 놨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세 사람은 안전하게 기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강민은 기지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하루가 지난 후였다.
하얀 천장과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보게 정신 드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그곳에 홍영이 있었다.
“홍영 아저씨?”
홍영이 눈을 크게 뜨더니 활짝 웃었다.
“정신이 드나 보네! 살았네! 살았어!”
홍영은 크게 흥분하더니 벌떡 일어섰다.
“이럴 게 아니지… 잠시만 기다리게.”
홍영이 부리나케 뛰어나가 의사를 데려왔다. 의사만 온 게 아니었다. 민주와 강북 연합의 대표 호철도 같이 왔다.
의사는 강민의 상태를 체크하고 몸을 이것저것 움직이게 했다.
“선생님, 강민 씨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자세한 것은 CT 같은 촬영을 해 봐야 하는데 그건 힘들고, 우선 증상적으로는 괜찮은 거 같습니다.”
의사의 말에 모두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강민은 자신이 말할 기회를 얻었다.
“제가 쓰러진 거 같은데 그 뒤는 어떻게 된 겁니까?”
대답은 호철이 했다.
“다행히 비상 발전기를 가동해 수술을 할 수 있었네. 환자도 상태가 좋고 말이야.”
강민은 속으로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했다.
“참, 다른 분들은요?”
강민은 주유소에 남아 있던 사람들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잘은 있네. 그런데…….”
호철은 끝말을 잇지 못했다. 강민은 그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천식약, 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얘기는 들었네. 그런데 진짜 구할 수 있겠나? 혹시 그 사람이 살아 있어서 다 썼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집 근처여서 한번 가 본 적 있는데 약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호철이 눈을 빛내며 강민의 손을 꽉 잡았다.
“계속 부탁만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꼭 좀 부탁하네.”
“걱정 마세요. 몸이 좀 뻐근한데 괜찮아지면 바로 다녀올게요.”
그 뒤 호철과 민주가 병실을 나가자 강민은 바로 호영에게 손짓했다.
“아저씨!”
강민은 마음이 급했다. 자신은 정신을 잃고 지금 일어났다.
‘비상 발전기를 오래 돌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만일 전기가 끊겨 금고가 다시 닫혔으면 큰일이었다.
“에헴! 왜 불러?”
홍영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지만, 마음이 급한 강민은 그걸 보지 못했다.
“혹시 지금 전기 들어오나요?”
“아니, 끊겼지.”
“아!”
강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모든 고생을 한 이유가 사라져 버린 거였다.
“에잇!”
강민이 주먹으로 침대를 쳤다.
그런데 그때였다. 홍영민 노란색 지폐 한 다발을 강민의 앞에 꺼내 보였다.
강민의 눈이 지폐 다발을 따라 움직였다.
“이… 이거 어디서 났어요?”
“어디서 나긴. 금고에서 났지!”
강민의 눈이 커졌다.
“전기 나갔다면서요!”
“그야 전기 들어왔을 때 내가 금고 열어 놨지!”
강민이 벌떡 일어나 홍영을 꽉 껴안았다.
“아저씨 최고입니다!”
“크크, 이 쓸모없는 돈이 뭐가 좋다고.”
“제 소원 말씀드렸잖아요!”
강민은 포옹을 풀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음이 급했다. 견딜 수 없었다.
“아저씨, 지금 금고로 가 볼 수 있나요?”
“지금?”
“네!”
“뭐, 상관은 없네만 몸 괜찮겠나?”
마음이 급한 강민이 신발을 신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허허, 그럼 그러세.”
강민은 홍영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눈앞에 은행이 보였다. 심장이 미친 듯 두근거렸다.
은행 안으로 들어가 제일 안쪽으로 갔다.
그곳에 은색으로 빛나는 금고가 보였다.
그런데 금고 문틈 사이에 기다란 책상이 놓여 있었다. 문이 닫히지 않게 홍영이 놓은 거였다.
“난 날마다 보던 거라. 별 관심 없네. 들어가서 수영을 하든 불을 지르든 마음껏 하게.”
홍영은 그 말을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강민이 금고로 앞으로가 금고 문을 잡았다. 그동안 한 고생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해서 였다.
강민은 힘차게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