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체르노빌의 발전 (4)
‘이곳에 침입자라고?’
이상했다.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안개 지대’였다.
안개 지대에서 강민을 제외한 인간은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게다가 이곳을 컨트롤 하느 세르게이가 이런 메시지를 보낼 정도라면 뭔가 평범하지 않다는 거야. 설마 다른 국가의 특공대인가?’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어떤 특공대가 와도 이곳에서는 견딜 수 없었다.
방사선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야가 몇 미터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르게이가 침입자라고 한 걸 보면 시야와 방사능에 자유롭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침입자를 잡으면 알 수 있겠지.’
강민은 달리기 시작했다.
강민이 움직이자 나무들이 움직이며 길을 만들었다. 세르게이가 침입자가 있는 곳까지 강민을 안내하는 거였다.
그런데 길이 자꾸 변했다. 침입자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엄첨 빨라. 혹시 사람이 아니라 기계 장비가 들어온 건가?’
강민은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왕의 갑옷!’
갑옷을 소환한 강민은 땅을 박찼다.
– 쾅!
강민의 몸이 쏜살같이 나아갔다. 현실 세게에서는 ‘왕의 갑옷’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똑같았다.
강민의 속도에 맞춰 나무 길들의 속도로 빨라졌다. 그렇게 1분 정도 움직이자 나무 길이 사라졌다.
대신 모든 나뭇가지가 하늘을 향했다. 강민도 하늘을 바라봤다.
‘저깄구나!’
하늘에서 나뭇가지를 타며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밤에 안개까지 낀 상태라 앞이 안 보였지만, 타이탄의 신체를 하고 왕의 갑옷까지 착용한 강민에게는 모든 게 대낮처럼 보였다.
강민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나뭇가지에 내려섰다.
‘뭐야? 사람?’
검은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사람이 분명했다.
‘어떻게 사람이 이곳에 있을 수 있지? 게다가 방사선도 시야도 자유로워!’
검은 슈트를 입은 사람은 안갯속을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10미터 간격을 도움닫기 없이 그냥 뛴다고?’
이건 인간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뭇가지가 그의 몸을 잡자 그가 나무에 손을 댔다. 그러자 나무가 묘한 모양으로 휘어졌다.
‘맙소사, 나무를 자기 마음대로 휘게 한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야!’
경악한 강민이 슈트 입은 사람을 뒤쫓았다.
– 쿵!
강민의 몸이 나무줄기를 차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막아야 해. 이대로 쭉 가면 세르게이가 있는 곳이야!’
강민이 뒤에서 쫒아가자 슈트를 입은 사람이 잠시 뒤돌아봤다.
그는 땅으로 내려가더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무도 돌도 어떤 것도 그 사람을 막지 못했다.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그는 자유롭게 모든 지형 지물을 이용해 더 빨리 움직였다.
강민은 그걸 보며서 눈을 크게 떴다.
‘신체 능력이 엄청나.’
다른 사람이 봤다면 쫓아갈 엄두가 안 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좋아, 네 능력을 더 보여 봐!’
강민은 다시 발을 구르며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다.
슈트를 입은 사람이 대단한 건 사실이었지만 강민의 능력에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강민이 손을 뻗어 슈트 입은 사람을 잡으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방향을 급격하게 틀어 피했다.
방향을 튼 슈트 입은 사람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럴 줄 알았어!’
강민은 그것까지 대비했다.
‘방패!’
– 쾅!
슈트 입은 사람이 허공에 부딪히고 쓰러졌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방패가 앞에 있었던 거였다.
쓰러진 사람은 다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강민이 먼저였다.
“허억.”
슈트 입은 사람의 몸 위를 방패가 누르고 있었다. 움직이려 발버둥 쳤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강민이 슈트 입은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슈트 입은 사람의 입에서 말소리가 나왔다.
“助けて (도와줘).”
강민이 멈칫했다.
‘일본어? 설마 일본인이야? 게다가 살려 줘가 아니라 도와줘? 그럼 조력자가 있다는 뜻인가?’
강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세르게이는 침입자가 한 명이라고 했다.
‘그럼 뭐지? 누구한테 도와 달라고 한 거야?’
강민은 검은 슈트를 살폈다. 온갖 최첨단 장비가 달려 있었다.
‘설마? 외부와 통신할 수 있는 장비인가?’
이곳에서는 안개 때문에 모든 전자 장비를 쓸 수 없었다.
‘일본에서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한 건가?’
순식간에 수많은 의문이 생겼다.
‘일본, 일본이라.’
일본의 기술력이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더 이상 통신을 할 수 없게 해야 겠어.’
강민이 검트 슈트를 입은 사람의 헬멧을 벗겨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응?”
헬멧을 벗기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얼굴이 보였다. 얼굴은 크게 특색이 있지 않았다.
거리에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하지만 하나는 달랐다.
“뭐야? 왜… 귀가 뾰족해?”
* * *
일본 내각 정보처의 상황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믿을 수 없군. 안개 지대 안이 저런 모습이라는 게!”
실험체가 보내 주는 영상은 안개 때문에 흐릿했지만 최신형 플래시 덕분에 10미터 까지는 사물이 보였다.
그곳에 ‘별천지’가 있었다.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식물이 있었고 하늘에는 오색으로 빛나는 곤충들이 날아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기괴한 나무들에는 온갖 열매들이 가득 열려 있었는데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 영상을 보는 기타무라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것들이 바로 그 마법의 치료제의 원료들!’
요즘 한국의 ‘힘찬 제약’은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로 발모제와 정력제 때문이었다.
원래 가격은 비싸지 않았지만 워낙 적은 수량을 판매해 수천만 원에 밀거래가 되고 있었다.
‘만일 체르노빌 문서만 있다면 후쿠시마도 저렇게 될 수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일본 총리가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타무라의 꿈은 딱 5분이 한계였다. 5분이 지나자 영상이 끊긴 거였다.
“타쿠미!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안갯속에 있는 방사능 때문 같습니다. 영상 칩셋이 녹아 버린 거 같습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해 문제없다고 했잖아! 이제 어떻해!”
“죄송합니다. 아직 음성 송수신은 가능합니다. 그걸로 진행하겠습니다.”
기타무라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행해!”
영상을 보다 음성만 듣게 되니 많은 게 답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험체에게 계속 현장보고하라고 하고 진행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나무들이 움직인다. 풀들도 갑자기 자라 잡아 끈다. 나무 위로 올라가 이동하겠다.]실험체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렸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나무가 움직이고 풀들이 자신을 묶는다니!”
“그게… 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이 안 보이니.”
상황실의 사람들 모두 스피커에 모든 신경을 곤두 세웠다. 그러다 10분이 더 지났을 때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도… 도와줘.]기타무라가 다급히 물었다.
“도와 달라니? 타쿠미, 어떤 상황이지?”
“현재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조금전에 말한 것처럼 풀들이나 나무에 잡힌 게 아닐까요?”
“고작 그 정도에? 그는 시멘트를 박살 낼 정도로 힘이 강해. 그까짓 나무나 풀에 당할까!”
기타무라가 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답답한 건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음성 통신도 끊어졌습니다.”
상황실 연구원의 말에 기타무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정보관님. 혹시 예전에 티비에서 봤던 그 거대 괴물이 나타난 건 아닐까요?”
“그 뱀 같은 놈? 그럴 수도 있지 아니면 아까 말했던 나무일수도 있고 말이야.”
기타무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정보관님, 어떻합니까?”
“어떻하긴! 자폭 스위치 발동시켜!”
“알겠습니다.”
하지만 곧 타쿠미는 사색이 되었다.
“정보관님! 자폭이 안됩니다.”
“뭐라고!”
“연결이 끊긴 거 같습니다.”
타쿠미의 보고에 기타무라가 고함을 질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둘 중 하나입니다. 실험체가 죽었거나 아니면 연결이 끊어질 만한 곳에 있거나. 둘 다 가능성이 큽니다.”
기타무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절대 안 돼. 다행히 괴물에 잡아 먹힌 거라면 상관 없지만, 만에 하나 실험체가 세상에 노출되면 우린 끝이야!”
인체를 가지고 생체 실험을 한 거였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일본 정부는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을 게 뻔했다.
기타무라는 한참을 고민하다 타쿠미에게 말했다.
“타쿠미, 현재 다른 실험체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지?”
“현재 마석을 모두 약품으로 만들어서 신체에 주입시켰습니다. 이틀 정도 후에는 모두 깨어날거라 생각됩니다.”
기타무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늦어! 하루 만에 모두 준비시켜!”
“네? 하지만!”
“타쿠미! 절대 실험체를 세상이 알게 해서는 안 돼! 이번 실험체를 모두 체르노빌로 보내 실험체를 구해 내든지 아니면 완전 소멸시킨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 * *
강민은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를 기절시켜서 세르게이에게 데려왔다.
검은 슈트의 남자는 땅에 누워 있었고 강민이 방패로 남자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눌렀다. 나무를 움직이던 남자의 능력이 떠올라서 였다.
‘그나저나 돌연변이인가? 귀 끝이 뾰족해. 게다가 초능력도 쓰는 거 같고 말이야.’
강민은 검은 슈트의 남자를 자세히 바라봤다. 귀만 뾰족할 뿐 분명 평범한 인간이었다.
‘아니야. 그 움직임을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어. 도대체 정체가 뭐야?’
고민해 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저 남자가 일어나야 답이 나오겠네.’
물론 남자가 쉽게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강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남자가 눈을 떴다. 눈을 뜬 남자는 강민과 세르게이를 보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あんたら誰だよ( 당신들 누구야? )”
“それは私が聞きたいことだ. お前は誰だ?(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넌 누구지? )”
강민의 일본말에 남자가 물었다.
“일본인?”
“아니, 한국인.”
한국인이란 말에 남자가 눈살을 찌프렸다.
그러다 세르게이를 보고 기겁했다.
“괴… 괴물!”
“내가 보기에 당신도 만만치 않아. 당신 여기에 왜 들어온 거지?”
강민의 말에 남자는 도망가려 발버둥 쳤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놔! 제발 놔줘!”
“여기 왜 왔는지 말하면 놔주지.”
강민이 말했지만 남자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말을 안 하겠다고?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세르게이가 손짓을 하자 땅에서 얇은 나뭇가지가 솟아 올라 남자의 몸을 파고 들었다.
“으악! 하지 마!”
“그럼 말해. 네 이름은 뭐지?”
강민의 말에 남자가 소리쳤다.
“나가사와 다케시! 나가사와 다케시라고! 제발 빼 줘!”
강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 고통도 못 참는다고?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은 아니라는 건가?’
강민이 다시 물었다.
“좋아, 다케시. 넌 여기에 왜 왔지?”
하지만 다케시는 다시 입을 꽉 다물었다.
“말 안 한다고? 좋아. 세르게이 다시 해!”
나뭇가지가 다시 다케시의 몸속에 들어갔다. 다케시는 얼굴일 붉어질 정도로 꾹 참았다.
하지만 그건 1분이 한계였다. 다케시가 소리쳤다.
“말하면 난 죽어! 내 머릿속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고!”
강민이 눈썹을 올렸다.
“폭탄이라고?”
“그래! 폭탄. 그들이 폭탄이 설치 되어 있다고 했어!”
“그들이라니? 일본 정부 사람들인가?”
다케시가 고개를 흔들었다.
“몰라. 그들은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대답하지 않으면 네 몸은 여기 있는 나무들의 거름이 될거야.”
강민의 협박에 다케시의 얼굴이 새하얘 졌다.
“정말이야. 정체를 말 안 해 줬어! 하지만 문이 열릴 때 문에 적혀 있던 팻말을 본 적이 있어.”
“뭐라고 적혀 있었지?”
“B-2 야마토 연구소.”
* * *
강민은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다.
‘다케시가 노숙자였다고? 게다가 나이가 47세고?’
다케시의 외모는 아무리 봐도 30대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케시는 자신이 납치당했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리니 실험실이었고 어떤 약물이 든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다케시가 해 준 말을 떠올린 강민은 심각해졌다.
“주사를 맞고 몸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했지, 변화가 생긴 건 후쿠시마 발전소에서였다고 했어. 젊어지고 힘이 쌔졌다고.”
강민의 머리가 간질거렸다. 무언가 떠오를 거 같은데 생각나지 않았다.
“후쿠시마 발전소, 후쿠시마 발전소. 설마!”
그 순간 강민은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강민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설마, 일본 놈들이 마석으로 인체 실험을 한 거야?”
마석이야말로 방사선에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마석을?’
순가 강민은 다케시가 말한 야마토 연구소를 떠올렸다.
‘인체 실험을 위한 연구소!’
이제야 모든 그림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들! 마석을 변형시켜서 사람몸에 집어 넣은 거야?”
강민은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밤새도록 고민했다. 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날이 밝자 서 총리가 왔다. 밤을 샜지만 강민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최 대표님, 우크라이나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키예프에 왔다며, 이에 대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려하던 게 터졌다. 체르노빌 때문에 전 세계 사람이 몰리면서 많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우선 더 많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수입해 주세요. 우크라이나에는 제가 직접 연락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진 강민은 버릇처럼 세르게이를 찾아갔다.
‘마석도 문제인데, 여기에 집 문제까지. 그렇다고 체르노빌 개발을 늦추고 싶지는 않은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강민은 멍하니 세르게이가 있는 곳에 다가갔다. 그런데 세르게이와 다케시와 서로 웃으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응? 왜 저놈을 풀어준 거야?’
강민이 바로 뛰어가려다 멈췄다. 분위기가 좋아서였다. 다케시가 도망갈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대체 뭐 하는거지?’
강민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세르게이가 주위에 있던 나무를 가리키자 나무의 모양을 바뀌었다.
그러다 다케시도 주위에 있던 나무에게 다가가 손을 대었다. 그러자 모양이 바뀌었다. 휘어지고 안에 구멍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자신이 들어갈 만한 공간을 만들기까지 했다.
순간 강민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저 능력이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