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좀비의 정체 (3)
“잠시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베아트리체의 말에 파프니르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결심이 선 상태였다.
파프니르는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았다. 그의 등에는 베아트리체가 타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냐?”
파프니르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사방을 둘러보다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있네요.”
“저기?”
파프니르는 그곳을 바라봤다. 그곳은 들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생명체들이 있었다.
‘인간들이잖아? 그리고 잡것들하고 말이야.’
들판에는 인간들이 ‘그것’들에 대항해 싸우고 있었다. 인간들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인간들의 열세였다.
그만큼 ‘그것’들의 전투력과 수는 압도적이었다.
‘얼핏 봐도 10만 마리가 넘어 보여. 저번에 봤을 때보다 저것들… 더 많아지고 강해졌어. 이대로 놔두면 정말로 이 세상은 저것들의 천지가 되겠는데?’
파프니르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금세 관심을 끊었다. 지금 파프니르에는 이 세상을 누가 차지하는가?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여기로 오자고 한 거지? 설마? 싸우는 걸 보자고 온 건 아니지?”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아, 왔네요!”
그때였다. 주위의 모든 마나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건 파프니르조차 움찔하게 할 정도의 마력이었다.
‘이건!’
파프니르는 허공에 멈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고 있던 거대한 불로 이뤄진 거인이 있었다.
파프니르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프리트!”
이프리트는 불의 정령왕이었다. 정령왕은 쉽게 현실 세계로 강림하지 않는다.
수많은 세월을 산 파프니르조차도 직접 정령왕을 본 건 몇 번 되지 않을 정도였다.
‘도대체 누구야? 누가 정령왕을 현세로 강림하게 만든 거야?’
파프니르가 아래를 내려 본 순간 이프리트가 손을 뻗었다. 손을 따라 손 세상에 불이 뻗어 갔다.
그건 불로 이루어진 홍수 같았다. 거대한 해일 같았다. 순식간에 사방에 불의 지옥이 펼쳐졌다.
그건 불의 드래곤의 브레스보다도 강력한 순수한 불의 힘이었다.
그 불이 모든 것을 태웠다. 주위에 가득했던 ‘그것’들은 모조리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엄청나,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도 이런 것은 못 만들어 내!’
파프니르는 감탄하다 호기심이 들었다.
‘정령왕의 힘을 이 정도로 끌어내는 계약자가 있다니, 도대체 누구지?’
정령왕과 계약할 정도면 보통 인간으론 안 됐다. 엄청난 정령 친화력을 가진 인간이어야만 했다.
그런 인간은 몇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했다.
인간 진영을 한참 찾던 파프니르는 순간 한 남자에게 눈을 멈췄다.
‘저건… 아이잖아?’
얼핏 봐도 10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상한데?’
보통 아이가 힘들어하면 주위에서 아이를 살피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힘들어하는 아이를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군인들이 칼을 아이의 목에 대고 협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프리트가 봤다. 이프리트는 슬픈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말했다.
– 계약자여, 네 부탁을 들어주었다.
“가… 감사… 합니다, 정령왕님.”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또 다른 부탁은 없느냐. 네가 원하는 거면 뭐든지 해 주겠다.
이프리트의 말에는 분노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주위에 있던 모든 인간이 긴장하며 아이를 바라봤다.
“괜찮… 습니다, 정령왕이시여.”
– 그래, 그게 네 선택이라면.
이프리트는 큰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사라졌다.
그러자 거대한 환호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모두 인간들의 환호성이었다.
“이겼어!”
“우리가 승리했어!”
유일하게 환호성을 지르지 않는 건 ‘계약자’인 아이뿐이었다.
“멍청한 인간들, 계약자를 저렇게 다루다니. 저러면 정령왕의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잖아?”
파프니르의 혼잣말에 베아트리체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파프니르 님. 문제를 제대로 보셨군요.”
“문제? 어차피 인간의 일이다. 불의 정령왕이 나타난 건 신기했지만 그뿐이었다. 자, 이제 대답해라, 베아트리체. 나를 왜 여기로 데려온 거지?”
“당연히 정수 때문이죠.”
파프니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수 때문이라고? 설마, 네가 말한 정령왕의 정수가 이프리트의 정수를 뜻하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요? 드래곤 하트를 단번에 복구하려면 이프리트의 정수가 필요합니다.”
파프니르가 얼굴을 구겼다.
“농담하지 마라. 다른 이도 아니고 이프리트다. 4대 정령왕 중 가장 호전적이라는 불의 정령왕이란 말이다. 그는 드래곤 로드가 나서도 이기기 쉽지 않은 존재야.”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꼭 이프리트와 싸워야만 정수를 얻는 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베아트리체가 이프리트의 계약자인 ‘아이’를 가리켰다.
“저 아이를 이용하면 됩니다.”
“계약자? 계약자를 이용하면 된다니?”
“저 계약자를 통해 정령왕이 정수를 내놓게 만들면 됩니다.”
파프니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계약자라도 정령왕이 자신의 힘의 원천인 정수를 내놓을 리 없지 않은가?”
“일반적인 상황이면 그렇죠.”
뭔가 계획이 있는 듯한 베아트리체의 말에 파프니르가 소리쳤다.
“답답하게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
베아트리체가 파프니르의 비늘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아이를 차원 이동 시키면 됩니다. 파프니르 님이 드래곤 하트에 충격을 받은 바로 그곳으로요.”
* * *
“정령왕이라니… 그게 뭐지?”
강민의 말을 들은 세르게이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표정을 본 강민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뭐야? 세르게이는 정령왕을 모르는 거야?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건가?’
표정으로 봐서는 정말로 모르는 거 같았다.
“세르게이, 정말 정령왕을 몰라?”
“난… 네가 오기 전까지 나 자신이 누군지조차 몰랐다.”
그제야 강민은 ‘아!’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건… 내가 질문을 잘못했어.’
다행히 세르게이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았다. 강민은 세르게이를 보며 다시 물었다.
“다시 물을게. 그럼 혹시 거대한 불로 된 거인을 본 적 없어?”
순간 세르게이가 몸을 떨었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도 쉼 없이 흔들렸다.
“불로 된 거인?”
세르게이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본 적이 있냐고? 봤다. 봤을 뿐만 아니라. 싸웠다. 하지만 불은 우리의 천적이었다. 불의 거인은 세계수뿐만 아니라 이 근처에 있던 모든 것을 태워 버렸다.”
분노한 세르게이의 모습에 강민이 확신했다.
“맙소사, 정말로 있었어, 정령왕 이프리트가!”
이로써 강민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어떻게 정령이 이곳에 온 거지? 혹시 세르게이가 그 이유를 알고 있나?’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그때 상황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다.
“그 불덩어리, 이프리트라고 했나? 그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먼저 온 것은 인간들이었다.”
“뭐? 인간들?”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강민이 매우 놀라 되물었다.
“인간이라니. 혹시 이 근처를 맴도는 좀비가 아니었어?”
“아니, 인간이었다. 물론 인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좀비를 끌고 왔었다.”
“인간이 좀비를 끌고 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좀비 외에 한 아이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그 인간들은 이곳에서 이상한 의식을 진행했다. 꼭 원시 부족의 종교 행사 같았지. 그리고 행사 끝에…….”
세르게이는 잠시 말을 멈추다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좀비에게 던졌다.”
“뭐라고! 아이를 던져? 좀비에게?”
놀란 건 강민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아민은 비명이 나오지 않게 손으로 입을 꽉 막았다.
“그래, 그렇게 던져진 아이를 좀비는 물어뜯었다. 아이는 살이 뜯기는 고통에 울부짖더니 얼마 후 좀비로 변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게 나타났다.”
강민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설마…….”
“네가 말한 불의 거인, 이프리트였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매우 고통스러워하더니 모든 걸 불태웠다.”
강민은 이제야 이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알 거 같았다.
‘그… 종교 의식과 아이를 좀비로 만든 것 때문에 정령왕이 이곳으로 온 거야.’
강민은 바로 물었다.
“그 인간들은 어떻게 됐어? 그리고 좀비로 변한 아이는? 설마 불길에 죽은 거야?”
세르게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이상하게 불길은 아이 주위를 피해 갔다. 그들은 무사히 이곳을 벗어났다. 세계수가 그 불의 거인과 싸울 때 말이지.”
강민은 란카르트의 말이 떠올랐다.
– 정령은 이 세계에 그냥 올 수 없다. 분명히 계약자가 있을 거다.
‘불길이 아이를 피해 갔다면 그 아이가 계약자임이 틀림없어. 그 아이를 찾아야 해!’
강민은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
다급한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는 유심히 강민의 눈을 바라봤다.
“키예프, 그들은 키예프 방향으로 갔다.”
“키예프?”
강민은 키예프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세르게이가 다시 말했다.
“설마? 그들을 쫓아갈 생각이냐?”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르게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민, 네가 그들을 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그래, 내가 아까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 꿈속에서 이상한 걸 봤다고.”
강민은 세르게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고 했잖아?”
“그랬다. 하지만 너는 꼭 들어야 한다.”
세르게이는 강민과 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꿈속에서 넌 이프리트와 엄청난 싸움을 벌였지. 불의 거인은 강했지만, 너도 강했어. 온 세상에 너의 방패가 강림해 이프리트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건 너뿐이었다. 다른 네 영지민들은 그렇지 못했어.”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세르게이의 말이 눈앞에 그려져서였다.
“이프리트에 의해 너의 영지가 불타올랐다. 영지민 모두가 불에 타 죽었다. 네 옆에 있던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꿈속에서 너는 저 여자의 시체를 잡고 울부짖고 있었다.”
* * *
파프니르는 베아트리체의 말이 곰곰이 생각했다.
‘저 여자는 도대체 나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파프니르는 드래곤 하트가 다친 장소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건 드래곤 로드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말하지 않은 거였다.
파프니르는 당장이라도 묻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여기서 물으면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 버려.’
자신은 위대한 드래곤이었다. 그것도 블랙 드래곤. 강한 힘을 가졌다고 하지만 한낮 인간 여자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었다.
“계약자를 그곳으로 차원 이동 시킨다고? 이해가 안 되는군.”
파프니르는 별거 아닌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이프리트가 정수를 내놓는 것과 계약자를 차원 이동 시키는 게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게다가 이프리트는 나와 같이 이 세계에 묶여 있는 존재. 아무리 계약자가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따라갈 수 없다.”
베아트리체가 활짝 웃었다.
“파프니르 님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법칙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죠.”
파프니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예외?”
“정령은 정령계에서 계약자의 부름에 의해 현계로 강림합니다. 계약자가 만드는 통로를 이용해 경계를 이동하는 거죠. 그리고 그 통로는 이 세상에서만 이어질 수 있고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네, 당연하죠. 하지만 조금 전 말씀대로 언제나 예외가 있죠. 만일 통로 없이 계약자가 양 경계의 선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파프니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계약자가 통로를 안 만들고 경계의 선에 있는다고? 그건 말이 안 돼. 그건 두 세계에 동시에 걸쳐 있는 존재라는 건데,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어! 신이라면 모를까.”
“네, 없죠. 파프니르 님 말대로 신이 아니라면 그런 존재는 있을 수 없죠. 그런데 있었습니다, 그런 존재가. 그것도 바로 그곳에.”
“그런 게 그곳에 있다고? 그럴 리…….”
순간 파프니르가 눈을 부릅떴다.
“설마?”
“네, 그곳 인간들은 그들을 좀비라고 부르더군요.”
“말도 안 돼! 내가 직접 경험해 봤어! 그건 단순한 언데드야!”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는데 단순한 언데드가 아니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훨씬 다른… 뭔가 다른 개념의 무엇이었습니다.”
파프니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좀비는 경계에 서 있는 존재. 삶과 죽음의 경계, 아니… 정령계와 신계 그리고 모든 종족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 말도 안 되지만 좀비란 바로 그런 경계에 있는 존재였습니다.”
“말도 안 돼!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신조차 불가능해!”
“하지만 있더군요. 그렇게 대단한데도 약한 몸을 가진 존재가.”
파프니르는 그제야 베아트리체의 계획을 알 거 같았다. 파프니르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럼 설마 너는 계약자를?”
“네, 저는 정령왕의 계약자를 좀비로 만들 생각입니다. 물론, 이건 파프니르 님이 도와주셔야 하지만요.”
파프니르는 곰곰이 생각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베아트리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성공 가능성이 컸다.
“그럼 내가 할 일은 계약자를 내 사도로 만드는 것인가? 그래서 계약자가 정령왕에게 정수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인가?”
“맞습니다.”
“하지만 정수를 내놓으라고 한다고 정령왕이 정수를 줄까?”
그 말에 베아트리체가 크게 웃었다.
“크크크. 파프니르 님 잊으셨습니까? 세상의 규율을요! 이 세상의 지탱하는 존재들은 절대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파프니르의 눈이 한없이 커졌다.
“너! 설마!”
“정령왕은 그 세계에 소환되어 나타나는 순간 규율을 어기게 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지 아시겠습니까?”
파프니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재가 소멸하거나… 살아남는다고 할지라도 미쳐 버리겠지.”
* * *
‘영지가… 불타오른다고? 모두가 죽고? 아민이 죽는다고?’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말도 안 돼!”
“맞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 내 꿈이니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세르게이의 말에 강민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게 아니잖아! 이건 곧 일어날 예지잖아!’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주먹을 꽉 쥐고 다짐했다.
‘그깟 미래 따위 바꿀 수 있어! 영지민이 죽고 아민이 죽는다고? 웃기지 마. 그 누가 와도 손끝 하나 못 건드리게 할 거야!’
강민은 이미 현실 세계에서 미래를 바꾼 경험이 있었다.
강민은 키예프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원래는 가 보려 하지 않았지만 안 되겠어. 정령왕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살펴봐야겠어!’
강민이 바로 SUV에 탔다.
“오빠!”
아민이 쫓아와 조수석에 탔다.
“어디 가려고요?”
“키예프에.”
“네? 거긴 가지 않기로 했잖아요!”
강민이 액셀을 밟으며 말했다.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세르게이의 말을 들으니 안 되겠어. 멀리서라도 직접 봐야겠어. 그 정령왕이란 존재의 힘을! 그래야 대책이라도 세울 수 있을 거 같아!”
전속력으로 달린 SUV는 1시간쯤 지나가 키예프에 도착했다.
“맙소사.”
아민이 입을 쫙 벌렸다. 그건 강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가… 도시였어요? 우크라이나의 수도였다고요?”
키예프는 모든 곳이 타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꼭 전쟁 중 수많은 폭격을 받은 도시의 모습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땅 색깔이 검고 연기가 났다. 꼭 용암이 흘렀다가 식은 땅 같았다.
‘말도 안 돼! 도시 전체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보다 이프리트의 힘은 더 강했다. 키예프를 이렇게 만들 정도면 경복궁 정도는 어떻게 될지 너무 뻔했다.
‘강해!’
말로만 듣던 이프리트의 강함을 직접 목격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란카르트와 여진이 자신을 말렸는지 알 거 같았다.
하지만 강민은 영주였다. 적이 강하다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이프리트를 죽일 방법을!’
순간 강민은 ‘무지개 여의주’가 생각났다.
강민은 아공간에서 ‘무지개 여의주’를 꺼내 물었다.
“오빠, 뭐 하려고요?”
“여의주에 물어보려고! 어떻게 이프리트를 이길지 말이야!”
“아! 좋은 생각이에요!”
운전석에 앉은 강민은 여의주에 손에 쥐고 말했다.
“내 소원은 ‘이프리트’를 이길 방법이야.”
강민은 소원에 바로 대답이 나타났다.
[현재 레벨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씨발!”
화가 난 강민은 여의주를 바닥에 던지려 했다. 하지만 아민이 강민의 손을 꽉 잡았다.
“오빠, 진정해요. 방법이 있을 거야.”
“그… 래.”
아민의 말에 강민이 큰 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오빠, 차라리 질문을 달리하면 어때요?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잖아요?”
“질문을?”
“네, 지금까지 오빠한테 들은 ‘여의주’의 모습을 보니 빈틈이 많은 거 같아서요. 꼭 직접적으로 물을 필요는 없잖아요?”
순간 강민이 눈을 번뜩였다.
‘맞아, 내 소원은 이프리트를 이기는 게 아니야!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야.’
“고마워, 아민아!”
강민은 아민의 머리를 쓰다듬은 다음 다시 여의주를 잡고 물었다.
“내 소원은!”
강민은 크게 호흡하며 다음 말을 이었다.
“이프리트로부터 영지민들을 지키는 거야. 그 방법을 알려 줘!”
그 순간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답변 가능한 소원입니다.> [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