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이프리트 대전 (4)
파프니르는 이프리트가 보내온 영상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놈! 거기 있었구나!’
영상에는 자신이 그렇게 찾던 최강민이 방패를 타고 있었다.
‘하하하. 드디어 찾았어! 이프리트! 그놈이 도망 못 가게 해!’
파프니르가 명령을 내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파프니르는 이프리트가 자신의 명령을 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너도 내가 제논이 아닌 것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을 거야.’
지금 파프니르가 이프리트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정령 친화력 때문이 아니었다.
이프리트 심장에 파프니르가 만들어 준 ‘정수’ 때문이었다. 그 정수는 파프니르의 드래곤 하트와 이프리트 정수를 합친 새로운 ‘정수’였다.
그걸 지금 파프니르가 강림한 제논의 가슴에 절반, 이프리트 심장에 절반이 있는 거였다.
원래 하나였던 정수인 만큼 둘은 연결되어 있었고 모든 것을 파프니르가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프리트 저놈이 제정신이 아닌 게 문제야.’
새로운 정수를 만들어 줘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프리트는 ‘세계의 율법’을 어겨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프리트와 연결이 불안했다.
‘뭐, 상관없지. 내가 그곳에 갈 때까지만 멀쩡하면 되니까!’
파프니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 이프리트가 있는 곳까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느려!’
드래곤 본체로 움직일 때보다 10배는 더 느렸다. 지금 몸이 나약한 아이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형편없는 몸이군.’
차라리 똘망의 몸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더 속도를 올려다가는 육체가 견디지 못할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는데? 설마 이프리트가 놓치지는 않겠지?’
파프니르는 꾹 참고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파프니르가 하늘에서 멈췄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정수에서 엄청난 마력이 빠져나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파프니르의 눈가가 떨렸다. 정수에서 힘이 빠지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이프리트 이 새끼 설마? 싸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
‘안 돼! 그 인간 놈은 내가 죽여야 해!’
파프니르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최강민과 똘망이를 직접 처벌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만일 이프리트가 강민을 죽이기라도 하면 자신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버리는 거였다.
‘이프리트! 그만둬! 내가 가서 죽인다!’
파프니르가 소리쳤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정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이프리트는 지금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싸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 되겠어. 무리해서라도 빨리 가야겠어!’
파프니르는 더 강한 마법을 써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어린아이인 제논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파프니르는 상관없었다.
‘그놈을 죽일 때까지만 버티면 돼!’
* * *
강민은 다시 복구되는 방어막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았어! 이제 영지민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방패를 레벨 업 하면 돼.’
이프리트와 전투는 상상 이상이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방패를 운용하려 했지만, 이프리트의 열기는 방패의 내구도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
그건 강민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열기였다.
‘방패를 모두 써 버려서 꼼짝없이 끝인가 생각했는데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네. 샐러맨더들이 그렇게 많은 포인트를 줄지 누가 알았겠어?’
덕분에 방패를 레벨 업 할 수 있게 되었다.
강민은 상태창을 열었다.
– 보유 포인트 : 17,000,000.
강민은 씩 웃고 바로 레벨 업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주인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똘망이가 와 있었다.
“응? 똘망이 넌 여기 왜 온 거야?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했잖아?”
똘망이의 마법 능력은 엄청났다. 강민은 그 능력으로 똘망이에게 영지민들을 지키라고 했었다.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님.”
“뭔데 그래?”
“그가! ‘그’가! 왔습니다.”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라니?”
똘망이 몸을 잘게 떨며 대답했다.
“파프니르, 저의 전 주인님이 다시 이 땅에 왔습니다.”
순간 강민이 멈칫했다.
“네 전 주인이면? 그 드래곤?”
똘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지금 여기로 오고 있습니다.”
‘드래곤이 여기로 온다고?’
강민은 하늘을 바라봤다. 이프리트와 영지민 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잘 싸우고 있었지만, 이프리트는 강했다. 결국은 자신이 가야 했다. 영지민들과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드래곤까지 오면?’
강민은 다급히 물었다.
“똘망아, 파프니르는 얼마나 강하지? 저번에 네 몸에 있을 정도인가?”
똘망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주인님. 그때와 비교가 안 됩니다. 최소한 본래 힘의 절반 정도는 되찾은 거 같습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뭔데 그래?”
똘망이 심각한 눈으로 이프리트를 가리켰다.
“이프리트에게서 파프니르의 힘이 느껴집니다.”
“뭐라고!”
“제가 느끼는 게 거짓이길 바라지만 만일 이프리트와 파프니르가 같은 편이면…….”
똘망이 몸을 떨며 대답했다.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일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그 뜻은 분명했다.
‘승산이 없다는 거겠지.’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프리트도 힘겨운데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드래곤이 오고 있는 거였다.
“똘망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똘망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방법이 없습니다. 만일 파프니르와 이프리트가 협공한다면 이곳은 끝입니다.”
강민은 다시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이프리트가 나락의 공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었다.
‘만일 내가 여기에 없으면 견딜 수 있을까?’
힘들 거 같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파프니르를 이곳에 오게 하면 안 돼!’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각개 격파를 해야 해!’
강민은 바로 영지민 쪽을 바라봤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싸우고 있었다.
강민은 떠나기 전 아민에게 말할까 하다가 멈칫했다.
‘아니야.’
지금 자신이 떠나면 이곳은 영지민들끼리 뭉쳐서 싸워야 했다.
‘내가 없을 때 이곳을 지킬 만한 존재.’
리더쉽은 장호철이 가장 많았지만 가장 강한 사람을 뽑으라면 그가 아니었다.
강민이 영지에 없을 때 묵묵히 영지의 위기를 해결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있기에 그동안 강민은 영지를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었다.
강민은 민주에게 말했다.
[민주야, 내 말 들려?]* * *
샐러맨더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본 아민이 소리쳤다.
“모두 나와요!”
아민은 말과 함께 주위로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한 개, 두 개, 세 개. 아민의 주위를 세 개의 그림자가 둘러쌌다.
모두 아민의 소환수 들이었다. 아민은 소환수 들을 바라보았다.
예전과는 모두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요 며칠 사이 엄청나게 강해져서였다.
그중에서도 란카르트는 독보적으로 강해졌다. 강민이 전장에 내보내 달라는 란카르트와의 약속을 지킨 거였다.
란카르트는 취수장까지 가는 길에 있는 좀비를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보이며 며칠 만에 5서클까지 힘을 회복했다.
란카르트는 눈가를 덮은 풀을 손으로 들어 올리며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다행이야 세계의 규율을 어기고 여기에 강림해서 힘이 약해져 있어. 이거 잘하면 원래 내 힘을 회복할 수 있겠는데!”
란카르트는 정령왕의 상태를 바로 알아보았다.
“주인, 내가 먼저 공격하겠다.”
“응! 털털아! 부탁해!”
아민의 허락을 받은 란카르트는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죽음의 사슬!”
풀이 잔뜩 난 란카르트의 손바닥에서 굵은 쇠사슬이 뻗어 나왔다.
– 촤르르르르.
그건 검은 연기를 내뿜는 쇠사슬이었다. 검은 쇠사슬이 이프리트를 향해 날아가 그의 양팔을 휘감았다.
“대장! 지금이야.”
란카르트의 말에 나락이 주위를 돌아봤다.
그곳에 강남에서 온 여중생 ‘남소연’이 있었다. 소연은 강남에서 ‘수분 이동’이란 스킬을 가지고 좀비들의 눈을 터트리며 생존했던 능력자였다.
게다가 똘망이와도 친해서 이곳에 와서 큰 활약을 하는 소녀였다.
“꼬마 계집, 지금이다!”
“몇 번 말해요! 전 꼬마가 아니에요!”
버럭 소리를 지른 소연이 손을 내밀었다. 순간 하늘에서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소연이 대기 중에 있던 수분을 모아서 웅덩이를 만든 거였다.
“좋았어!”
나락이 물웅덩이를 향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런데 하늘에서 나락의 다리가 꼬리로 변했다.
나락의 몸이 물웅덩이에 들어가더니 꼬리를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려쳤다.
– 펑!
물 폭탄이 터진 것처럼 물이 솟아오르며 나락의 몸이 하늘 위로 힘차게 뻗어 갔다.
순식간에 나락과 이프리트와 거리가 좁혀졌다.
“다시!”
나락의 말에 하늘에 또다시 물웅덩이가 생겼다. 나락이 다시 한번 힘을 얻고 들고 튀어 나갔다. 그리고 나락이 이번에는 삼지창을 들고 소리쳤다.
“다시!”
소연이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소리쳤다.
“이번에 마지막이에요!”
소연의 말과 함께 물웅덩이가 다시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 나락은 꼬리 대신 삼지창을 물속에 넣었다.
순간 삼지창이 물을 빨아들이며 거대한 물로 된 삼지창으로 변했다.
나락이 거대해진 삼지창을 앞으로 던졌다.
“죽어!”
삼지창이 날아오자 이프리트는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쇠사슬이 잡고 있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령왕이 괜히 정령왕이 아니었다.
– 크아아아!
괴성을 지른 이프리트는 결국 한쪽 사슬을 풀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삼지창이 이프리트의 몸을 뚫었다.
삼지창은 심장에 있는 정수를 노렸지만, 어깨를 뚫고 지나간 거였다.
“빌어먹을!”
– 쿵!
하늘에서 나락이 떨어졌다. 꼬리는 다시 발로 돌아와 있었다.
나락이 란카르트를 보며 소리쳤다.
“털털이, 제대로 못 해!”
란카르트는 욱하며 뭐라고 하려다 다시 나락에게 돌아온 삼지창을 보며 말을 삼켰다.
‘씨발, 이제 삼지창 보기만 해도 몸이 저리네.’
저 삼지창에 뼈가 얼마나 조각났는지 몰랐다.
“제… 제대로 하겠습니다.”
“좋아, 만일 이번에도 놓치면 그때는 아예 가루로 만들어 주겠다.”
나락의 말에 란카르트가 고개를 사정없이 흔들며 다시 손을 뻗었다.
손에서 다시 쇠사슬이 날아갔다. 하지만 이미 쇠사슬을 경험한 이프리트는 쇠사슬을 피하며 양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걸 본 아민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큰일 났어요. 이프리트가 ‘백염’을 발동했어요!”
* * *
민주는 지금 상황이 안타까웠다.
‘도와줄 방법이 없어.’
적이 하늘에 있었다. 강민이 있다면 방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싸웠겠지만 지금 강민은 없었다.
‘강민, 빨리 와! 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강민을 빼고 최강자는 민주였다. 아니, 공격력만 보면 어쩌면 강민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민주였다.
아민의 소환수 나락이 공격에 실패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큰일이야. 이프리트를 더 화나게 했어.’
민주는 이프리트의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거친 마력이 사방에 몰아쳤다.
‘큰 게 온다! 준비해야 해!’
그때였다. 머릿속으로 강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주야, 내 말 들려?] [강민? 어디야? 큰일 났어. 이프리트가 화가 났어.]민주의 말에 잠시 강민이 대답하지 않았다. 민주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강민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민주야, 이프리트를 잠시 상대할 수 있겠어?] [이프리트를?] [나는 잠시 갔다 올 때가 있어.]민주는 당장 어디 가냐고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 위급한 상황에 어디를 간다고 할 정도면 정말로 급한 곳임에 틀림없었다.
민주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강민을 잡고 싶었지만 그를 안심시키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강민과 통신이 끊겼다. 그리고 바로 아민이 소리쳤다.
“큰일 났어요. 이프리트가 백염을 발동했어요!”
아민의 말이 끝나자 이프리트로부터 엄청난 열이 뻗어 나왔다.
그건 분명 불꽃이었지만 붉지 않았다. 하얀 불꽃. 불의 온도가 너무 높아 하얘진 거였다.
– 치이이익.
영지를 덮고 있는 보호막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민이 보호막을 보고 소리쳤다.
“보호막이 얼마 못 버틸 거 같아요. 어떡해요? 오빠는 언제 오는 거야!”
민주가 대답했다.
“강민은 오지 않아.”
민주의 대답에 모든 사람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급한 곳이 있어서 다녀온대.”
“어디를요!”
아민의 말에 민주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강민은 항상 위험한 곳에 있었어. 아마 지금 가는 곳도 이곳보다는 더 위험한 곳일 거야.”
민주의 말에 모두가 이를 악물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장호철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영주님의 지시는?”
“자신이 올 때까지 버티라고 하셨습니다.”
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아니 해내야지.”
호철이 모두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공격!”
장호철의 말에 영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하늘에 떠 있었다.
원거리 능력자들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효과도 크지 않았다.
“저놈을 어떻게든 땅으로 끌어 내려야 하는데!”
장호철이 탄식을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민의 옆으로 민주가 다가왔다.
“저 불덩어리, 약점이 심장이라고 했지?”
“네, 언니. 그런데 어쩌려고요?”
“죽여야지.”
“네?”
아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언니, 어떻게요? 지금은 오빠가 없잖아요?”
아민의 말에 민주는 나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를 저놈 가까이 데려다줄 수 있어?”
“설마? 방어막 바깥을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락이 고개를 흔들었다.
“데려다주는 건 가능하지만 넌 죽는다. 나도 저 열기를 견디지 못해!”
나락의 말에 아민이 칼을 꺼냈다.
“그래도 기회는 지금뿐이야. 방어막이 터지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어.”
목에 상처를 고친 민주는 이전과 달리 목소리가 예뻤지만 동시에 강한 의지가 깃들여 있었다.
“언니! 안 돼요!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려요.”
아민의 말에 민주가 아민의 손을 잡았다.
“아니, 강민에게 더는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민주가 나락을 보며 말했다.
“부탁한다.”
“흠! 인간 암컷치고 마음이 강하군. 좋다. 특별히 내 등에 탈 수 있게 해 주겠다.”
나락이 남소연을 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가능한가? 꼬마 계집?”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낼게요.”
고개를 끄덕인 나락이 민주에게 손짓했다.
“여자! 내 등에 타라.”
민주는 바로 나락의 등에 업혔다. 2m가 넘는 나락이기에 민주가 등에 타도 어린아이가 탄 것처럼 보였다.
– 팡!
또다시 나락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미 방어막은 붉게 달아올라 곧 터질 거 같이 보였다.
‘제발 조금만 버텨 줘!’
나락이 물웅덩이를 몇 번 튕기며 보호막을 벗어났다.
“으악!”
보호막을 벗어나자 뜨거운 열기에 나락이 비명을 질렀다. 물에서 주로 사는 인어족은 특히나 불에 약했다.
그때였다.
– 치이이익.
물로 된 막이 나락과 민주를 감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소연이 힘겹게 막을 만든 거였다. 하지만 소연이 입에서 피를 쏟는 게 보였다.
“여자! 빨리!”
나락이 말하는 순간, 민주가 나락의 등을 차고 올랐다.
모든 열기가 민주에게 쏟아지고 민주의 몸이 금세 불타올랐다.
온몸이 타들어 갔지만 민주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대신 민주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제발 부탁이야!’
그동안 강민이 아민과 함께 외부로 나갈 때 민주는 영지를 지켰다. 강민의 부탁 때문이었다.
– 영지를 지켜 줘.
자신도 강민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강민의 부탁에 참고 영지를 치켰다.
영지는 안전했지만, 위험이 없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많은 좀비가 몰려왔다.
그중에는 강한 좀비도 있었고, 강력한 이 능력을 갖춘 인간들도 있었다. 그들은 영지를 위험에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민주가 나섰다. 민주는 자신의 칼로 어려움을 모두 해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주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았다. 아직 뚜렷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이걸 해낸다면 자신은 그다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민주는 칼을 두 손으로 잡고 위로 올렸다.
‘정령왕은 실체가 없어. 이걸 베려면 다른 걸로는 안 돼!’
민주의 칼에 회색의 영기가 솟아올랐다.
‘제발!’
민주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며 칼을 내려쳤다.
“천둔(天遁)”
순간 회색의 영기가 하늘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