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경계에 서 있는 존재 (3)
“으아아악!”
파프니르가 괴성을 질렀다. 내부가 찢기는 고통에 못 이겨 내는 비명이었다.
드래곤이 전력으로 내는 비명이었다. 그건 비명이라기보다는 이미 음파 공격에 가까웠다.
반경 50km 내에 있는 모든 물질이 진동했다. 파프니르는 몇 분째 비명을 질러 댔다.
경복궁에 있는 사람들도, 광화문에 있는 사람들도 갑자기 흔들리는 건물과 몸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중에서도 가까이에 있던 강민과 똘망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웩!”
그나마 강민은 황제의 갑옷을 입고 있어 괜찮았지만 똘망이는 장기까지 모두 흔들려 피를 토했다.
“똘망아! 괜찮아?”
“괜찮… 웩!”
똘망이는 또 피를 토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강민은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똘망이에게 먹이고 파프니르를 바라봤다.
파프니르를 칠공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 벌써 몇 분째 저러는 거야?’
죽었어도 벌써 죽었어야 하는데 파프니르는 고통을 참으며 버티고 있었다.
‘저놈 말대로 자신의 내부에 마법을 쓰고 있어서 버티는 거겠지? 안 되겠어! 이대로 두면 언제 끝날지 몰라!’
강민은 남은 방패의 내구도를 살폈다.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빨리 결판을 내야 해.’
강민은 파프니르의 몸속에 들어간 12개의 방패를 한 번 더 압축했다.
[직경 2cm로 방패가 압축 되었습니다.> [압축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방패의 온도가 섭씨 1만 도에 다다랐습니다.> [경고. 방패의 내구도가 매우 빠르게 소모됩니다.> [방패 해제까지 30초 남았습니다.>‘30초? 이런!’
강민은 이를 악물고 파프니르를 바라봤다.
“으아아아악!”
파프니르는 참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 쾅! 쾅!
파프니르가 몸을 뒹굴었다.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부셔졌다. 참지 못한 파프니르는 허공에 브레스까지 뿜었다.
[방패 해제까지 20초 남았습니다.>메시지를 본 강민은 파프니르를 향해 달려가 주먹을 내려쳤다. 하지만 비늘에 막혀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도대체 언제 죽는 거야?’
강민을 초조한 마음으로 파프니르를 관찰했다.
“응?”
강민은 파프니르 가슴이 붉게 달아 오르는것을 바라봤다.
그건 조금 전에는 없던 증상이었다.
‘저기다!’
강민은 다시 파프니르를 향해 달려갔다.
[방패 해제까지 10초 남았습니다.>가슴에 있던 붉은 기운은 더 커졌다. 이제 파프니르는 완전히 피에 물들었다. 하지만 죽지 않았다.
‘1만 도에도 몸 내부가 견디다니. 정말 드래곤은 괴물이구나!’
이대로 몇 분 있으면 죽을 거 같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파프니르가 보였다. 바로 앞에 강민이 나타났는데도 파프니르는 고통에 강민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때야!’
강민은 황제의 갑옷을 해체하고 6개의 갑옷으로 거대한 방패를 만들었다.
방패에는 긴 손잡이가 달려 있었는데 강민은 손잡이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내려쳤다.
‘방패 치기!’
– 푹!
방패의 끝부분이 드래곤의 가슴을 꿰뚫었다.
원래는 비늘 때문에 뚫지 못해야 했지만 파프니르 안에서의 토네이도로 인해 내부가 약해져 뚫을 수 있던 거였다.
– 콰아아아.
뚫린 가슴을 통해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슴을 중심으로 드래곤의 몸이 토네이도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으악! 네놈!”
파프니르가 강민을 바라보며 소리쳤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 팡!
드래곤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폭발한 드래곤의 몸에서 엄청난 열기를 내뿜고 있는 화염의 토네이도가 나타났다.
‘엄청나구나.’
토네이도는 평소에 비해 작아졌지만 그 위력은 몇 배를 뛰어 넘는 거 같았다.
‘이번에 정말 엄청난 것을 얻은 걸지도…….’
[방패가 소환 해제 되었습니다.>때마침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블랙 드래곤 ‘파프니르’를 소멸시키셨습니다.>드디어 파프니르를 죽인 거였다.
* * *
베아트리체는 구슬위로 솟아오른 영상을 보며 혀를 찼다.
“드래곤이라서 기대했는데 고작 인간에게 죽어?”
베아트리체의 말에 하늘에 떠 있던 작은 요정이 대답했다.
“베아트리체 님, 인간이 아니라 타이탄족의 후예입니다. 과거 타이탄족의 기록을 보면 드래곤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종족입니다.”
요정은 총 네 쌍의 잠자리 같은 날개를 퍼덕이며 왔다 갔다 했다.
“페페, 그래도 완전한 타이탄족도 아니고 고작 힘을 이어받은 인간이었을 뿐이야. 드래곤이라면 그 정도는 가볍게 이겼어야지.”
“그만큼 인간이 강한 겁니다.”
“하긴 조금 관심이 가긴 하는데…….”
베아트리체의 말에 요정 페페가 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베아트리체 님! 혹시 저 인간으로 실험하려는건 아니죠? 더 이상 실험은 안 됩니다. 더 이상 욕심부리면 안되요! 이제 시간이 없다고요!”
요정, 페페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실험은 파프니르로 끝내야지. 알았어. 그나저나 페페. 너 아까 느꼈지? 갑자기 시간이 멈춘 거.”
“아! 그 인간이 방패에 뭔가를 끼우고 나서 갑자기 잠깐 멈춘 거 말씀이시죠? 그리고 엄청 강해졌잖아요!”
베아트리체가 턱에 손을 얹으며 영상 속 강민을 노려봤다.
“뭘까? 그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베아트리체 님! 또! 또! 관심! 관심 끊으세요!”
페페가 베아트리체 눈앞에 날아와 작은 손을 허리에 대고 말했다.
“베아트리체 님, 파프니르에게서 얻은 자료를 정리하는 것만 해도 엄청 많아요. 더 이상 일 벌리면 안 된다니까요.”
“하아, 그렇긴 한데… 자꾸 저 인간이 눈에 걸리네. 뭔가 위험한 느낌이야.”
페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차피 저쪽 세상의 인간이에요. 여기에 올 수도 없는 인간인데 뭘 걱정하세요?”
“하긴 그렇네.”
“네! 그렇고 말고요.”
페페의 씩씩한 말에 베아트리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그를 보러.”
페페가 허겁지겁 날아와 물었다.
“그라니? 헉, 설마? 그곳에 가시게요?”
“응.”
베아트리체는 그 말을 하며 손을 내밀더니 아래로 쭉 내렸다. 그러자 허공이 갈라지며 공간이 나타났다.
베아트리체는 그 안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페페도 재빠르게 갈라진 공간으로 들어왔다.
공간 안쪽은 동굴이었다. 동굴 안쪽은 검은 연기가 가득해 어둡고 공기가 무거웠다.
“으…으… 여기는 올 때마다 기분 나빠요.”
페페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베아트리체 주위에 환한 빛이 났다.
베아트리체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썩은 내가 확 풍겼다. 페페는 손으로 코를 막고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거대한 나무 뿌리가 있었다. 너무 커서 뿌리 한 개가 동굴 벽을 가득 메우고 남을 정도였다.
베아트리체가 그 썩은 나무 뿌리에 다가가 말했다.
“결정은 하셨나요?”
베아트리체의 말에 뿌리의 한 부분이 갈라졌다. 얼핏보면 나무의 주름같이 보였지만 그 주름이 움직이며 커졌다.
그러자 그곳에 사람같은 한 쌍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우리의 결정은 언제나 똑같다.]동굴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성별을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였다.
“흐음, 실망이네요. 내심 기대했는데. 어쩔수 없죠. 전 언제나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니까요.”
베아트리체는 방긋 웃으며 뒤돌아 섰다.
“아, 그런데 말이에요. 제가 다른 세계 얘기를 했었죠?”
[우리는 관심없다.]관심없다고 말했지만 베아트리체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조금 전에 그곳에 드래곤을 보냈거든요. 그곳에서 신기한 생명을 발견했어요.”
[할 말 없으면 돌아가라.]베아트리체가 다시 뒤돌아서 나무 뿌리를 바라보았다.
“정말요? 이거 듣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돌아가라.]“드래곤의 본체가 강림해도 견디는 육체가 차원 건너에 있더라고요.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얘기죠?”
순간 동굴이 잘게 흔들렸다.
“거봐요, 흥미가 있을 거라 했잖아요?”
[가라!]베아트리체는 여전히 무시하고 말했다.
“이상하죠? 드래곤의 본체를 견디는 타종족이라니. 게다가 그거 아세요? 그 종족은 이 세상의 모든 종족이 적대시하지 않아요. 이거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끼리도 싸우는데.”
동굴이 더 흔들렸다.
에바트리체가 그런 나무 뿌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은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죠? 말해 봐요, 세계수.”
[…….]“진짜 말 안 할 거예요?”
[네겐 말할 게 없다.]“흐음, 말해 주면 보답으로 당신의 진명을 말해 주려 했는데.”
순간 동굴 천장에서 흙이 떨어졌다.
[나… 는 세계수. 진명 따위는 없다. ]에바트리체가 세계수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이 이름은 누구의 이름일까요?”
에바트리체는 그 말을 하며 한마디를 더했다.
“사라한.”
* * *
‘엄청나잖아!’
강민은 입을 쫙 벌렸다.
파프니르를 죽인 보상은 엄청났다.
[불가능한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1억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3배 버프로 3억 포인트가 지급됩니다.>벌려진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삼… 삼억 포인트!’
이 정도면 당분간은 포인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동안 미뤘던 스킬들 레벨 업은 모조리 하고도 남겠어!’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드래곤을 소멸시키셨습니다.> [세계의 균형을 유지시켰습니다. 이건 비할 데 없는 큰 공로입니다.> [보상으로 온전한 ‘드래곤 하트’를 드립니다.>‘미… 미쳤다! 온전한 드래곤 하트라고!’
드래곤 하트에 대한 이야기는 똘망이에게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다.
‘마법에 있어서는 거의 만능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런 드래곤 하트를 조각난 것도 아니고 온전한 것을 얻게 된 거였다.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됐어! 됐다고!”
드래곤 하트의 사용 방법이야 아민에게 가서 물어보면 당장이라도 알 수 있었다.
강민은 바로 경복궁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강민의 눈에 이상한 게 보였다.
“뭐… 뭐야?”
수백 개로 조각난 드래곤의 살점들이 서로 붙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근처에는 강민과 파프니르의 싸움으로 불구가 된 좀비들이 많았는데 드래곤의 살점들이 좀비들에게 달라 붙어 좀비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설마, 파프니르가 살아 있는 거야?”
보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던 마음이 한 순간에 식었다. 당연히 이대로 두고 영지로 갈 수는 없었다.
‘바로 소멸시킨다!’
강민은 바로 방패를 소환했다. 거대한 6개의 방패가 하늘에 나타났다.
강민은 남은 방패로 아예 모든 살점들을 소멸시키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방패에서 붉은 연기가 나더니 이프리트가 나타났다. 이제 이프리트는 더 이상 거인이 아니었다. 크기가 강민만한게 작아졌다.
다만 그 존재감은 여전했다. 이프리트가 강민앞에 서서 말했다.
[황제여, 저 살점들을 공격하려는 거면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무슨 소리야? 저러다 파프니르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다시 살아나면 이번에는 나도 죽이기 힘들어!”
강민의 말에 이프리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파프니르는 죽었소. 지금 움직이고 있는 건 파프니르가 아니오.]“뭐라고? 저건 드래곤 살점이잖아? 그런데 파프니르가 아니라고?”
[그렇소.]강민은 믿을 수 없었다.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저건 뭔데?”
이프리트는 슬픈 눈으로 살점들을 바라봤다. 강민은 정령도 얼굴에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논이요.]“제논?”
[제논은 내 계약자요.]“계약자라니…….”
강민은 이프리트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약자면 인간인데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인간이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이프리트는 점점 서로 붙어가는 드래곤의 살점을 바라보며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말했다.
그 모든 얘기를 들은 강민이 굳은 표정으로 살점들을 바라봤다.
“맙소사, 그럼 저건 좀비가 되살아나는 거잖아?”
[그렇소.]“그럼 더 살려 줄 수가 없잖아. 드래곤의 피와 살을 가지고 되살아나는 좀비라니. 그럼 얼마나 강할지 상상조차 안 돼! 바로 죽여야해!”
강민은 좀비라는 말에 더욱 죽여야 한다고 소리쳤다.
[부탁이요. 내게는 좀비가 아니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계약자요.]애절한 이프리트의 말에 강민이 멈칫했다.
어느새 드래곤의 살점이 뭉쳐 다리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저건 반드시 인간을 해치고 말 거야.”
[아니오, 제논은 사람을 해치지 않을 거요.]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불가능해. 좀비 자체는 사람을 탐하게 되어 있어. 살아 있는 유일한 목적이 그거란 말이야.”
그때였다. 이프리트가 자리를 옮겨 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살점들이 모여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이 이상했다.
“드래곤? 얼굴이 아니잖아?”
[맞소,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드래곤이 아니오. 아마도 드래곤에 가까운 용인이 될 것이요. 용인이 되면 더 이상 사람을 원하지 않을 것이오.]강민은 이프리트가 가리키는 용인을 바라봤다. 온 몸에 검은 비늘이 있는건 파프니르와 비슷했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얼굴은 인간이야. 비늘은 몸에만 있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좀비가 용인이 되고 있어!’
순간 강민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좀비’ 때문인 것을 떠올렸다.
‘란카르트가 그랬지. 정령이라면 좀비의 정체를 알지 모른다고.’
지금까지 파프니르를 상대해 전력을 다하다 보니 ‘이유’조차 잠시 잊고 있었다.
‘메시지로 파프니르가 나왔으니 드래곤이 죽은 건 확실해. 그렇다면 이프리트 말이 맞다는 건데…….’
강민은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
“좋아, 이프리트. 만일 네가 한 가지를 말해 주면 네 말대로 제논을 죽이지 않겠어.”
[고맙소. 무엇이든 물어 보시오.]강민은 이제 거의 사람처럼 변해 있는 제논을 보며 물었다.
“좀비란 무엇이지? 무엇이기에 죽어야 했던 제논이 용인이 되어 살아난 거지?”
강민의 질문에 이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좀비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