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한민호 (1)
“오빠, 표정이 왜 그래요? 뭐가 잘못된 거예요?”
놀란 강민의 모습에 아민이 다급히 물었다.
“아… 아니, 잘못되지는 않았어. 다만…….”
강민은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랐다.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이계인들이 왔던 세상으로 내가 갈 수 있다는 거잖아?’
그건 마침 강민이 딱 원하던 거였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괜찮은 걸까?’
막상 이계로 가는 방법이 생기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갔다가 게이트가 파괴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또 그곳에서 세계선을 이동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계면 지구가 아닐 텐데, 숨은 쉴 수 있을까? 바이러스나 세균은?’
걱정되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오빠?”
“아… 미안, 아민아.”
“뭐 때문에 그래요? 얘기해 줄 수 없는 거예요?”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어떻게 된 거냐면…….”
강민은 자신이 얻게 된 새로운 힘에 대해 알려 줬다.
그걸 들은 아민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와, 대박! 그럼 오빠, 지구인 처음으로 외계 행성이 가는 거네요?”
“응?”
생각지도 못한 아민의 말에 강민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잖아요! 사실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서 그렇지, 똘망이나 엘프, 드워프 모두 외계인 아니에요?”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관점이었다.
“그걸 왜 생각 못 했지. 맞아, 외계인이네. 외계인!”
“그럼 오빠가 게이트로 이동하면, 인류 최초로 외계 생명체가 있는 행성으로 갈 수 있다는 거잖아요!”
흥분한 아민의 표정을 보니 강민은 자신이 고민했던 게 쓸모없게 여겨졌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네 말이 맞네. 인류 최초로 외계 행성에 가는구나.”
아민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오빠, 혹시 혼자만 갈 수 있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갈 수 있어요?”
예전부터 호기심이 강한 아민은 외계 행성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상기되었다.
“응? 그건… 잠시만.”
강민은 상태창을 열어 ‘세계선 이동(EX)’을 자세히 살폈다.
[세계선 이동(EX)>10레벨 : 1,000t, 게이트 1명 이용 가능
11레벨 : 5,000t, 게이트 2명 이용 가능 – 신석 1개.
12레벨 : 10,000t, 게이트 3명 이용 가능 – 신석 2개 .
…
18레벨 : 10,000,000t, 게이트 9명 이용 가능 – 신석 8개.
19레벨 : ??? – ???
설명을 본 강민이 멈칫했다.
“오빠? 왜요? 혼자밖에 못 가요?”
“당장은 그래. 하지만 레벨 업 하면 다른 사람도 데려갈 수 있나 봐.”
“와! 대박!”
아민은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짓다가 강민의 표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그런데 오빠, 표정이 왜 그래요?
“그게, 레벨 업 하려면 필요한 게 있어서.”
“뭔데요?”
“신석.”
‘정보’ 스킬 덕분에 수많은 것을 봐 온 아민이 이때만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예요? 신석이라니?”
“레벨 업에 필요한 게 신석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도 뭔지 모르겠네.”
이마를 찌푸린 강민을 보며 아민이 피식 웃었다.
“뭘 고민해요, 오빠. 여의주에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
강민은 바로 무지개 여의주에 소원을 빌었다.
“신석을 얻는 게 내 소원이야.”
답변은 바로 나왔다.
[현재 레벨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하.”
강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드래곤 하트를 써야 하나?’
‘세계선 이동’에 드래곤 하트를 썼으니 이제 남은 횟수는 2번이었다.
강민은 이걸 ‘무지개 여의주’의 ‘레벨 업’에 쓰는 게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오빠? 안 된대요?”
“응, 무지개 여의주에 드래곤 하트를 사용해서 레벨 업 해야 하나?”
강민의 말에 아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오빠, 천천히 해요. 외계인의 행성으로 가는 거잖아요?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준비한 다음에 신석 얻는 방법을 고민해도 될 거 같아요. 게다가 오빠는 내일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잖아요?”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민의 말이 맞아. 이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게다가 이제는 현실 세계를 고민할 시간이야.’
강민이 아민의 머리를 흐트러트리며 말했다.
“고맙다.”
“헤헤, 고맙긴요.”
아민이 가슴을 탁탁 치며 말했다.
“고민 있으면 저한테 말해요. 언제나 달려올 테니까요. 그리고 오빠 일이라면 영지 사람들도 모두 발 벗고 나설 거예요.”
아민의 말에 강민은 깨닫는 게 있었다.
‘그래, 이곳은 나 혼자가 아니야.’
강민의 말 한마디에 나설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강민은 그런 사람들이 다치게 놔두지 못했다.
‘이곳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강민은 아민을 돌려보내고 상태창을 열었다.
‘아민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점점 강한 존재들이 평행 세계로 오고 있어. 난 그들로부터 영지민들을 지켜야 해.’
강민에게는 마음 편하게 지낼 때가 아니었다.
[무지개 여의주의 레벨이 만렙이 아닙니다. 현재 레벨은 3. 무지개 여의주를 9레벨로 ‘강화’시키겠습니까? YES, NO>강민은 YES 버튼을 눌렀다.
[무지개 여의주가 9레벨이 되었습니다.>무지개 여의주가 더 영롱한 일곱 색깔을 뽐내기 시작했다.
강민은 다시 무지개 여의주에 물었다.
“내 소원은 신석을 얻는 거야.”
대답은 바로 나왔다.
[사용자가 생각하는 개념의 틀에서 답변이 이뤄집니다.> [신석은 ‘이세계’에서 ‘왕급’ 또는 ‘반신급’ 이상의 존재를 소멸시킬 때 얻을 수 있습니다.>* * *
강민은 근정전을 나섰다.
‘신석을 얻으려면 이세계의 왕급, 또는 반신급 이상 존재를 소멸시켜야 한다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럼 최소가 쿤살라네. 반신급이면 파프니르나 예전 강화도에서 싸웠던 그로츠랭을 이겨야 한다는 건데’
파프니르나 그로츠랭과 싸워 이긴 것은 그들이 차원을 이동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서였다.
‘그런 그들을 이겨야만 한다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최소한 민주나 아민과 힘을 합쳐야만 가능해.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하지만 그러려면 ‘세계선 이동’을 레벨 업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석이 필요했다.
‘이거 완전히 개구리가 먼저냐 올챙이가 먼저냐잖아.’
답답해진 강민이 근정전을 나섰다. 시원한 바람이 강민을 스쳐 지나갔다.
어두워졌지만 가로등이 모든 곳을 환하게 비추었다. 덕분에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 단위도 있었고 특히나 연인 단위가 많았다. 그들은 강민을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전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사람들이 불편해하네. 다음부터는 모자라도 쓰고 다녀야겠어.’
강민은 일부러 사람이 드문 골목가로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었는데 어느새 익숙한 건물 앞에 섰다.
– 샛별 어린이집.
저녁 7시가 넘었지만, 어린이집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여기로 왔네.”
이곳은 영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었다.
대다수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었는데, 원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데려온 경우도 많았지만, 영지에 와서 부모가 죽어 고아가 된 사례도 있었다.
강민은 종종 이곳에 들려 아이들 상태를 살피곤 했다.
‘이 아이들이 영지의 미래야.’
자신은 평행 세계에 얼마나 있을지 몰랐다. 갑자기 온 것처럼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었다. 강민은 자신이 있는 동안 최대한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제발 이 아이들이 안전해질 때까지만이라도 있을 수 있기를.’
강민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건물 안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응? 노랫소리가 들리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어린이집에서 은은하게 노랫소리가 들렸다.
“민주?”
간혹 민주가 와서 아이들과 놀아 준다고 들었는데 마침 민주가 안에 있는 거 같았다.
동요를 부르는 민주의 목소리에 강민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만큼 민주의 노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노래가 끝났지만, 강민은 그 여운에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가 바깥으로 나왔다.
어두운 골목길이었지만 한순간 골목길이 환해졌다. 민주 때문이었다.
‘얼굴에 빛이 난다는 게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네.’
예전에도 예쁜 민주였지만 환골탈태를 한 민주는 미의 여신 같았다.
“어? 강민아?”
강민을 발견한 민주가 빠르게 다가왔다.
“여긴 웬일이야?”
“그냥. 바람 쐬러 나왔는데 얼떨결에 여기로 왔어.”
강민의 대답에 민주가 살짝 웃었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지.”
“그러려고 했는데, 네 노랫소리가 들려서 계속 들었어.”
강민의 말에 민주의 볼이 조금은 빨개졌다.
“이제는 노래 부르는 거 자신 없는데.”
“무슨 소리야? 엄청나게 잘 부르던데?”
민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노래도 계속 연습해야 하는데 난 이제 아이돌이 아니야.”
오빠를 잃고 목을 다친 이후로 민주는 노래 부르는 걸 꺼려 했다.
그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던 강민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너에게 강요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강민의 말에 민주가 눈을 빛내며 강민을 바라봤다. 민주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고마워.”
“고맙긴.”
둘은 서로를 바라봤다. 민주의 눈빛은 더 초롱초롱해졌다. 뭔가를 원하는 듯한 눈빛에 강민은 어쩔 줄 몰라 하다 말했다.
“민주야, 신촌 가 볼래?”
민주는 살짝 실망한 눈빛을 하다 피식 웃고 대답했다.
“신촌?”
“응, 이번에 영지가 신촌 입구까지 넓어졌잖아. 아까 아민이가 그러던데 사람들이 신촌에 몰려갔대. 거기 물건들이 많다는데?”
민주는 강민을 묘하게 바라봤다. 강민이 이런 제안을 한 건 처음이었다.
“너 나한테 할 말 있구나?”
강민은 내심 뜨끔했다. 안 그래도 기왕 만난 거 민주의 행동에 대해 할 얘기가 있어서였다.
강민은 어떻게 말할까 하다가 솔직히 대답했다.
“응.”
“네가 그럼 그렇지. 좋아, 따라와.”
강민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강민은 민주를 따라갔다.
민주가 데려간 곳은 연희 대학교 정문 앞이었다. 이곳은 영지 경계에서 벗어난 곳이었지만 근처에 좀비는 없었다.
이미 영지민들이 며칠 동안 모조리 정리해서였다.
민주는 연희대학교 정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숍 안은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지만 다른 곳과 달리 내부가 망가져 있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창가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강민은 아공간에서 캔 커피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얹었다.
캔 커피는 막 냉장고에서 꺼낸 것처럼 시원했다.
“민주 너, 여기 자주 와 봤어? 익숙해 보이네.”
민주가 캔 커피를 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 하기 전에 자주 왔었어.”
“그러면 중학교 때?”
“중학교 때도 많이 오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많이 왔어.”
“왜?”
강민의 말에 민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거 물으러 온 거야?”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말 돌리는 거 보니까 말하기 싫은 건가 보네.’
딱 들어도 옛날 일. 말하기 싫은 걸 억지로 물을 생각은 없었다.
강민은 캔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 물었다.
“너, 그때 왜 그랬어?”
강민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라니? 뭘?”
“이프리트를 상대할 때 말이야. 왜 죽을 줄 알면서도 그렇게 덤빈 거야? 왜?”
강민의 표정에 웃고 있던 민주도 미소를 거뒀다.
“그야 당연히 이프리트를 죽이기…….”
“거짓말. 다른 방법도 있었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같이 싸워도 됐잖아!”
강민이 크게 말하자 민주는 고개를 돌려 강민의 눈길을 피했다. 강민은 계속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목숨을 아끼지 않는 거야? 예전부터 왜 그렇게 무리하는 거야?”
민주는 고개를 돌린 채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강민은 답답해 민주를 바라보다 민주가 보는 곳을 봤다. 그건 연희 대학교 정문이었다.
“대답 안 해 줄 거야?”
강민이 굳은 음성에 민주가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저 정문.”
“정문?”
“응, 저 정문. 나 이곳에 올 때면 언제나 저 정문을 바라봤어.”
전혀 상관없는 대답에 강민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또 말 돌리는 거야? 대답해 주기 싫은 거야?”
민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민주는 고개를 돌려 강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네가 물었잖아. 왜 그렇게 무리하냐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냐고.”
강민은 깜짝 놀랐다. 민주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했다.
“왜… 그래?”
“내가… 내가 너무 싫어서. 왜 도움 요청 안 했냐고? 예전에는 했었어. 다른 사람에게 살려 달라고, 도와 달라고 했었어. 그 결과가 어땠는지 알아?”
민주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민주는 손으로 연희대 정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빠가 나 때문에 죽었어. 네가 말한 대로 오빠한테 구해 달라고 하니까 정말로 나를 구해 주고 죽었다고!”
이건 강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강민은 민주가 이겨 낸 줄 알았다. 그걸 아직 가슴속에 담고 있는지는 몰랐다.
“민주야, 네가 얼마나 슬플지 어느 정도 알아. 하지만 네가 노래를 불러 줬던 아이들, 그리고 영지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아픔을 가지 있어.”
“알아. 그 때문에 어떻게든 참아 보려고 했어. 하지만 그게 잘 안 돼.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 솔직히 답은 금방 나왔어. 나는 달라서 그래.”
“무슨 소리야?”
“내가 세상이 망해서 이런 줄 알아? 아니야. 세상이 망하기 전에도 난 오빠한테 기대기만 했어. 오빠는 나를 도와주기만 하고 말이야. 너 내가 왜 아이돌이 됐는지 알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오빠한테 미안해서였어. 오빠 얼굴을 볼 수 없어서였어.”
민주는 정문 앞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기였어. 교통 사고가 난 곳이. 오빠는 정문 앞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나를 구해 주고 대신 차에 치였어. 그 대가로 오른팔을 다쳤어.”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던 민주의 가정사였다.
“그 이후 오빠는 오른팔 신경에 문제가 생겼어. 그거 알아? 울 오빠 천재인 거? 검도도 잘했고, 외과 의사를 목표로 하는 레지던트였어. 그런데 그 모든 게 나 때문에 물거품이 된 거야. 오빠는 괜찮다고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어. 그래서 아이돌로 도망친 거야.”
강민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나를 오빠는 원망도 안 했어. 그리고 망한 세상에서도 나를 지키다 죽었지. 솔직히 말할게. 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두려워. 나 때문에 또 누군가가 죽는 게 싫어. 그걸 볼 바에는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아.”
* * *
강민은 근정전으로 돌아와 밤을 새웠다. 자려고 했지만 밤새 민주의 말이 떠올라 잘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사정은 이해됐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민주를 놔둘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민주의 마음을 돌려 놔야 해.’
강민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11시가 넘어 있었다.
‘민주를 위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강민은 고민하다 문득 ‘민주의 오빠’ 생각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민주 오빠는 살아있겠지? 그럼 오빠를 만나 보자. 해결책이 나올지도 몰라!’
그 순간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본 세계’로 이동합니다. 현재 두 개의 선택지가 있습니다.>1) 체르노빌.
2) 집(서울)
[어느 곳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1분 내로 선택하지 않을 시 1번으로 이동합니다.>강민은 바로 1번을 선택했다.
[본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
[본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평행 세계로 갈 때 저장했던 포인트 중 한 곳으로 이동합니다.>체르노빌로 이동한 강민은 바로 인터넷으로 민주의 오빠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민주의 오빠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어떡하지?’
민주의 소속사도 강민이 박살 내 놔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고민하던 강민은 서 총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에 수많은 지인이 있는 서 총리라면 사람 한 명은 금방 찾을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그 생각은 맞았다. 서 총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과를 가져왔다.
“찾으시는 분이 한민호 님 맞으십니까?”
“네, 한민주 씨 오빠요. 그분이 맞으면 맞습니다.”
“그럼 제대로 찾은 거 같은데…….”
서 총리는 말끝을 흐리며 서류 파일 하나를 건넸다.
조금 불안한 마음에 강민은 파일을 열었다. 그곳에 민주와 닮은 꽤 잘생긴 청년이 보였다.
강민은 사진 아래에 적혀 있는 수많은 내용을 살피다 멈칫했다.
“야마토 제약?”
강민의 말에 서 총리가 말했다.
“네, 한민호 씨는 바로 그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그곳은 얼마 전 일본에서 괴물이 나타나 수많은 사상자가 난 곳이죠.”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때 사고로 죽은 건가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서요. 죄송합니다, 대표님.”
서 총리가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총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처음으로 대표님이 부탁하신 건데,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철저히 숨기고 있는 거 같습니다.”
“흠.”
강민은 감시 생각하다 물었다.
“총리님, 야마토 제약 관계자면 혹시 알아볼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는 알아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직급이 높아야 할 겁니다.”
총리의 말에 강민이 씩 웃었다.
“그럼 대표 정도면 괜찮겠지요.”
“네? 대표라니요?”
강민이 책장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문서를 찾아 건네며 말했다.
“제가 그 회사 지분 51%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 정도면 가능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