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한만호 (3)
세르게이는 땅 아래로 세계수의 뿌리를 뻗었다. 뿌리는 안개 지역을 벗어나 뻗어 갔지만 바깥으로 뻗을수록 점점 힘을 잃어 갔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눈을 크게 떴다.
‘저번보다 뿌리가 더 뻗었어. 영주님의 힘이 더 강해진 건가?’
원래 안개 지역을 벗어나면 세계수는 힘을 잃어야 했지만, 강민의 힘이 세계수가 땅 아래로 뻗을 수 있게 해 줬다.
‘저번에는 100m가 한계였는데, 이제는 한 110m는 뻗을 수 있겠어.’
사실 10m 늘어난 건 큰 의미가 없었다. 진짜 의미는 세계수가 바깥에 더 강한 힘을 줄 수 있다는 거였다.
세르게이는 100m 바깥에 있는 어린 묘목들에 자기 뿌리를 이었다.
순간 어린나무들이 순식간에 자라기 시작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1,000개가 넘는 묘목이 9시간 동안 11m가 자랐다. 이건 예전보다 1시간 더 빨리 자란 거였다.
“맙소사, 아직 10시간도 안 됐는데 다 자란 거 같아.”
“뭐라고?”
“빨리 자란 것만이 아니야. 나무들이 더 커졌어!”
“또 뭔가 체르노빌에 변화가 생긴 거 아니야?”
이 사실을 체르노빌에 와 있는 수많은 기자가 먼저 알아차렸다. 이 신기한 현상을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들어 기사를 내보내서였다.
– 마법의 나라 체르노빌.
기자들은 체르노빌을 마법의 나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가 빨리 자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다케시를 비롯한 ‘나무집’을 만드는 ‘노예’들이었다.
“으악, 일거리가 더 많아졌어! 세르게이 너무 한 거 아니야?”
“다케시,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 평소랑 똑같이 했어.”
“그런데 왜 더 나무가 더 빨리, 더 크게 자라는데?”
“그거야 영주님 때문이지. 따지려면 영주님한테 따져.”
영주, 즉 강민에게 따지란 말에 다케시를 비롯한 노예들이 벙어리가 되었다.
“다케시, 조금만 참아. 내가 아까 영주님에게 물어봤는데 영주님이 자네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게 있더라고.”
“영주님이? 뭔데?”
세르게이가 씩 웃었다.
“자네들 가족 말이야. 보고 싶지 않나?”
순간 모든 노예가 멈칫했다. 사실 자신들은 가족을 버린, 또는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었다.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영주님이 자네들이 용기만 내면 가족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주겠다고 했네.”
“그 말, 진짜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나? 돈도 엄청나게 많이 주겠다고 했어. 뭐라 했더라, 나무집 한 채당 천 달러로 계산해 준다고 했던가?”
순간 노예들의 머리가 빨리 돌아갔다.
“한 채당 천 달러면 하루에 백 채만 만들어도 십만 달러!”
십만 달러는 한화로 1억이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자네들의 가족이 살 수 있는 집도 자네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네.”
자리에 주저앉은 다케시와 노예들이 모두 벌떡 일어났다.
자신들이 노숙자가 된 이유 중 가장 큰 건 역시나 ‘돈’이었다. 그런데 지금 ‘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게 된 거였다.
다케시가 세르게이를 향해 말했다.
“영주님께 꼭 약속 지키라고 전해 줘!”
다케시가 나뭇집을 지으러 나갔다. 엘프의 능력을 갖춰서 그런지 순식간에 다케시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른 노예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이곳에는 세르게이 혼자 남았다.
“역시 영주님. 대단해. 어떻게 저들이 이럴 줄 알고 대비한 건지. 그나저나 돈이 부족하진 않겠지?”
부족할 리가 없었다. 세르게이와 다케시 일행은 몰랐지만, 나무집 한 채를 강민은 10억씩 받고 팔았다.
100만 원은 은행 이자 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그걸 모르는 세르게이는 강민이 훌륭한 사람이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왜냐면 세르게이에게도 약속한 것이 있어서였다.
‘영주님이 조만간 연구 시설을 지어 주겠다고 했어. 정말 기대되는데.’
그건 세르게이와 아나톨리를 위한 연구소였다.
‘이 시대의 기술을 모두 실험해 볼 수 있어!’
미소를 지은 세르게이는 세계수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세계수 뿌리 안쪽으로 몸을 포개고 눈을 감자 바로 잠이 들었다.
언제나처럼 울창한 세계수 안쪽 모습이 보였다. 꿈이었지만 세르게이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건 꿈이자 바로 세르게이의 미래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똑같네, 다행이야.’
다른 거라면 안개 지역 외곽에 화려한 연구소가 있었다.
‘저게 영주님이 지어 준 연구소나 보구나. 생각보다 훌륭한데.’
연구소 안에 들어가 보니 아나톨리와 자신이 무언가를 연구하는 게 보였다.
‘응?’
그런데 자신과 형의 모습이 이상했다. 몸을 떨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왜 저러지?’
형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 모습조차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때, 미래의 자신이 아나톨리에게 소리쳤다.
– 형! 그놈들이 왔어! 도망가!
세르게이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뭐야? 뭘 보고 도망가라는 거야?’
세르게이는 연구소 바깥으로 나왔다.
‘맙소사.’
안개 지역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수가 시들어 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더 바깥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세르게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결국 세르게이는 다시 연구소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나톨리가 절망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 아… 결국 막지 못하는 거였나. 세계는 이렇게 멸망하는 건가? 빌어먹을 양키…….
그 순간 세르게이를 무언가가 덮쳤다. 그리고 세르게이가 꿈에서 깼다.
“웩!”
꿈에서 깬 세르게이가 피를 토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몇 번씩 피를 쏟아 냈다.
“하악. 하악.”
세르게이의 이마에 땀이 가득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도대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뭔데 꿈에서 보는 일이 나한테 충격을 주는 거지?”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었고, 보통 일이 아닌 게 분명했다.
‘이 일이 언제 발생하는 거지? 연구소의 모습을 보니 아무리 빨라도 몇 달 아니면 몇 년 후 같은데.’
세르게이는 이 일이 언제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지만, 자신이 꿈을 꾸며 보는 예지는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렇게 있을 수는 없어.”
세르게이는 바로 아나톨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내가 최 대표에게 연락해 보마.”
아나톨리는 조용히 안개 지역을 나와 강민에게 전화했다.
– 아나톨리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최 대표, 큰일 났네. 세르게이가 꿈을 꿨어.”
– 꿈이요? 설마? 미래를 본 건가요?
“그렇네. 그것도 세상이 멸망하는 미래를 말이야.”
* * *
‘네바다에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크리스의 말에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한국에 가야 하는데 한국에 갔다가 네바다로 가겠습니다. 비행편이 결정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고맙네. 연락 기다리겠네.
크리스와 통화를 끊은 강민은 깊이 생각에 빠졌다.
‘네바다. 네바다.’
네바다라면 요즈음 꽤 핫한 곳이었다.
‘정말 그곳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는 건가? 지진이 보통 지진이 아니었던 거야?’
수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혹시 핵 실험을 하다 잘못되어 그걸 수습하는 데 마석이 필요한 거 아닐까?’
사라까지 그곳에 갈 정도면 그게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였다. 마석이 매우 필요한 이유도 설명이 됐다.
‘하지만 그 정도면 사라가 굳이 숨길 이유가 있나?’
남들에게야 숨겨도 결국 마석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 정도는 강민에게 말해도 될 일이었다.
‘뭔가 이상해.’
강민이 찜찜한 마음에 책상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하지만 네바다로 오라고 했으니 가면 알겠지.’
강민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때, 강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을 바라본 강민은 깜짝 놀랐다.
“응? 아나톨리 교수님?”
강민은 안개 지대 외곽에 컨테이너 하나를 두었다. 외부에는 자재 창고라고 했지만 사실 그곳은 아나톨리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아나톨리가 쓸 수 있는 핸드폰도 두었는데 아직 단 한 번도 아나톨리가 쓴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터졌구나.’
그렇지 않으면 아나톨리가 급하게 전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강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아나톨리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강민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 최 대표, 큰일 났네. 세르게이가 꿈을 꿨어.
다급한 아나톨리의 목소리에 강민은 꿈에서 큰일이 벌어진 것을 알았다.
“꿈이요? 설마? 미래를 본 건가요?”
– 그렇네. 그것도 세상이 멸망하는 미래를 말이야.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설마… 미래가 바뀌지 않은 건가요? 중국이 결국 세상을 멸망시킨 건가요?”
강민의 말에 아나톨리가 대답했다.
– 자세한 것은 몰라. 하지만 꿈속에서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
“…….”
– 결국 막지 못하는 거였나. 세계는 이렇게 멸망하는 건가? 빌어먹을 양키…….
아나톨리의 말에 강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양키? 설마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란 말이야?’
강민은 바로 ‘네바다’가 떠올랐다.
‘설마 네바다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 강민은 바로 안개 지역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세르게이와 아나톨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주님!”
“최 대표!”
세르게이와 아나톨리가 강민을 보며 반겼다.
“다들 잘…….”
순간 강민은 세르게이의 몸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 세르게이 얼굴을 보니 핏기가 없이 창백했다.
“세르게이, 혹시 다쳤어?”
세르게이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세르게이. 이건 중요한 일이야.”
단호한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피를 토한 것을 말했다.
“예지 속에서 일어난 일이 네 몸을 다치게 했다고?”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세르게이 꿈 얘기를 자세히 해봐. 배경이나 분위기 이런 것 모두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세르게이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을 말했다.
“멸망, 미국, 그리고 너를 덮친 무언가. 그걸 알아보는 게 우선이겠네.”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말했다.
“그것도 있지만, ‘막지 못하는 거였나’라는 말도 있습니다. 멸망을 막기 위해 형과 제가 이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강민이 눈을 빛냈다.
“연구소 설립을 더 빨리해야겠네요.”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말을 꺼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뭐지?”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미래를 알아보는 거죠.”
세르게이의 ‘예지’ 스킬은 자신의 미래를 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 제한된 미래를 보여 줄 수도 있었다.
하루에 10분만 볼 수 있다는 제한이 존재하지만,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었다.
“안 돼, 세르게이. 스킬을 쓰기에는 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야.”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시가 급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할 수 없어. 무리해서 예지 스킬을 쓴다고 해도 네 몸이 이 상태면 예지가 흔들릴 수도 있어.”
말을 한 강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강민은 세르게이의 말처럼 마음이 급했다.
‘미국과 연관되어 있다면 세르게이가 본 미래는 네바다 일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커.’
자신이 네바다로 갈 예정인데 세상이 멸망했다. 그건 자신이 네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막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방법이 없을까? 세르게이의 몸을 회복시킬 만한.’
순간 강민은 언령이 떠올랐다.
“세르게이, 잠시만.”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힘내라.말이 끝나는 순간 세르게이의 몸에서 빛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르게이와 이어져 있는 세계수의 줄기를 통해 무언가가 세르게이에게 공급되기 시작했다.
[언령 ‘응원’이 발동되었습니다. 몸속에 숨겨져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와 힘을 내게 합니다.>세르게이의 안색이 좋아지고 근육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영… 영주님, 힘이 넘치기 시작합니다.”
“세계수야. 세계수의 힘을 끌어와 너에게 주입하고 있는 거야.”
세계수와 세르게이는 하나이면서 둘이었다. 원래는 하나여야 했지만, 강민이 개입하면서 붙어 있지만, 개별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었다.
“영주님, 몸이 다 나은 거 같습니다. 다치기 전보다 훨씬 좋아진 거 같아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네.”
“영주님, 지금 이 상태면 예지를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왠지 더 잘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세르게이의 몸은 아직도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어떤 신비한 힘이 그의 몸을 깃든 거 같았다.
‘이건 기회야!’
강민이 소리쳤다.
“그럼 세르게이 부탁해!”
“영주님, 어느 시점을 보시겠어요?”
강민은 고민했다. 예지의 장점이자 단점이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건 그 시간이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면 아무 쓸모없다는 말과 같았다.
“어쩔 수 없어. 최대한 먼 미래를 볼 수밖에. 세르게이, 일주일 후 15:00시의 내 미래를 보여 줘.”
“알겠습니다, 영주님.”
세르게이는 강민에게 다가와 강민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영주님.”
세르게이가 ‘예지’ 스킬을 발동했다.
그 순간 세르게이와 연결된 세계수의 모든 곳이 빛나기 시작했다. 안개 지역에 있는 세계수부터 안개 지역 바깥에 있는 나무집들까지 모두 빛이 났다.
그건 언령 ‘응원’의 여파였다.
[언령 ‘응원’으로 거대한 존재 ‘세계수’의 힘을 모두 끌어내고 있습니다. > [기사 세르게이가 엄청난 경험을 합니다.> [세르게이의 ‘예지’ 스킬이 레벨 업 합니다.> [언령 스킬이 한 단계 레벨 업 합니다.>수많은 메시지와 함께 강민의 눈앞이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