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한민호 (4)
강민의 눈앞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다가 점점 또렷해졌다.
‘예지가 시작된 거야. 여기는 어디지?’
주위를 살펴보니 이곳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앞에는 수많은 컴퓨터와 이름 모를 전자 기기들이 가득 있었다.
‘연구실인가? 연구실치고는 상당히 넓은데?’
넓은 공간에 하얀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응?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거 같은데?’
연구원들의 표정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연구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악!”
검은 무언가가 연구원들을 덮치자 연구원들이 쓰러졌다. 강민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연구원에게 다가갔다.
‘응?’
연구원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몸이 반투명해져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강민은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나는 어딨는 거고?’
이 정도 사달이 났으면 ‘이곳의 자신’이 분명 뭔가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
강민은 주위를 돌아보다 거대한 유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유리 안쪽에 무언가 있었다.
‘저게 뭐야?’
유리창 넘어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하지만 잔혹한 영상에 모자이크가 처리된 듯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모자이크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 모자이크가 유리를 강하게 들이박았다.
– 찌이이익.
유리 앞쪽에서 강한 전류가 흘렀다.
‘전류? 저건!’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강민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방패다!’
방패가 모자이크를 막고 있었다.
강민은 그 방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그곳에서 누군가를 껴안고 있었다.
‘저건… 사라잖아?’
사라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다른 연구원처럼 몸이 반투명하지는 않았지만,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중상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강민은 위를 바라봤다. 여기서 이질적인 존재는 딱 하나였다.
‘저 모자이크!’
‘모자이크’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모자이크 처리돼 있어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저걸 봐야 해. 저 정체를 알아내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
강민은 두 눈을 부릅뜨며 모자이크를 바라봤다. 모자이크가 흐릿해지며 무언가 윤곽이 나타났다.
그리고 메시지가 떴다.
[강해진 예지가 ‘보호막’으로 당신을 보고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보호막’을 해제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저 모자이크가 나를 보호하는 보호막이라고? 그럼 보호막을 풀면 내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건가?’
강민은 잠시 갈등했지만, 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위험할지 몰라도 똑똑히 봐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
강민은 YES 버튼을 눌렀다.
[‘보호막’이 사라집니다.> [‘????’가 당신을 바라봅니다.>메시지와 함께 유리창 안쪽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곳에 있는 건 거대한 찢어진 공간이었다. 찢어진 공간 안은 어두웠다.
단 한 줌의 빛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어둡고 어두웠다.
그 어둠이 찢어진 공간을 뚫고 나와 강민을 노려봤다.
“헉!”
그 어둠과 마주친 순간 강민은 머리가 흔들렸다. 순간 마음이 진탕되어 버렸다.
[타이탄의 신체가 외부 충격을 막습니다.>타이탄의 신체가 충격을 막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거구나. 이거 때문에 세르게이가 다친 거였구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지만, 이 존재는 자신을 볼 수 있는 거 같았다.
‘설마? 이 때문에 미래가 바뀌는 건 아니겠지?’
찜찜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했다.
‘그나저나 이곳의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야?’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니 ‘이곳의 강민’은 사라를 끌고 뒤로 물러서더니 방패를 이용해 ‘검은 기운’을 공격하고 있었다.
검은 기운은 형체가 없어 방패 공격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은 전투 전문가였다.
강민은 방패를 압축시키고 압축시키더니 갈라진 공간을 향해 던졌다.
– 쿵!
지금까지와 달리 ‘검은 기운’이 크게 흔들렸다. 충격을 받은 게 확실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찢어진 공간 안으로 들어간 방패가 다시 회수되지 않았다.
‘설마? 저 안에 들어간 방패는 소환 해제 되는 건가? 어떻게 되는 거야?’
메시지를 볼 수 없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강민은 3개의 방패로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나머지 방패를 모조리 압축해 찢어진 공간 안으로 던졌다.
방패는 여전히 줄어들었지만 계속 공격하는 걸 보니 효과가 있는 거 같았다.
– 쿵! 쿵!
찢어진 공간이 더 흔들렸다. 검은 기운은 움츠러들며 찢어진 공간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망간다!”
“어떻게 된 거지?”
“됐어! 됐다고!”
검은 연기가 들어가는 걸 본 연구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찢어진 공간 안으로 들어가던 검은 기운이 탄력이라도 받은 듯 갑자기 쏘아졌다.
– 펑!
방패가 터져 버리고 검은 기운이 강민을 내려쳤다.
“헉!”
강민은 그 충격으로 연구소 입구 쪽으로 굴러갔다. 은색의 거대한 문 바깥으로 나가 버린 거였다.
사람들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연구소를 폭파한다. 저 괴물이 바깥으로 나가게 하면 안 돼!”
그건 사라의 아버지 크리스의 목소리였다.
크리스도 몸이 반투명해졌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일어서 외친 거였다.
쓰러진 강민이 그 소리에 바로 일어서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뭐야! 닫지 마.”
강민이 소리치며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문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동양인 남자였다. 그도 몸이 반투명했는데 그가 피를 토하며 사라를 입구 바깥으로 던졌다.
강민이 놀라 사라를 받자 그가 강민에게 말했다.
“이미 우리는 늦었습니다. 최 대표님, 사라 씨라도 구해 주십시오.”
그는 문을 닫으며 웃었다.
“동생의 원수, 갚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염치없지만 남은 놈들도 부탁드립니다.”
– 쿵!
두꺼운 티타늄 철문이 닫히며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강민은 사라를 안고 소리쳤다.
“한민호!”
[‘예지’가 끝났습니다.>메시지와 함께 강민은 다시 눈을 떴다.
* * *
– 민주야!
민호는 달리고 또 달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분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건 민주로부터 하나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부터였다.
– 오빠, 미안해.
단순한 메시지였지만 받는 순간 민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민주에게 전화해 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민주의 집에 도착한 민호가 본 건 욕조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동생의 모습이었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민호가 눈을 떴다.
“하악, 하악.”
거친 숨이 계속 나왔다.
“손님,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돌리니 스튜어디스가 당황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네, 괜찮습니다.”
‘꿈이었구나.’
언제나 꾸는 꿈이었다. 민주가 자살한 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꾸는 꿈이었다.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온통 식은땀이었다. 찬물에 세수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민주야. 조금만 기다려 이제 복수를 해 줄 날이 머지않았어.’
민주가 자살하고 나서 민호는 민주가 죽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지만 전 재산을 털어 찾자 약간의 흔적을 찾아냈다.
“씨발!”
동생은 지옥을 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민호의 삶의 목표가 바뀌었다.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동생을 죽인 놈들은 한국의 고위층 인사들이었다. 무력감이 민호를 감쌌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힘이 필요했다. 그것도 한국을 무너트릴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민호가 선택한 것이 일본이었다.
한때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일본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게 민호였다.
‘그런데… 누굴까?’
자신의 복수를 대신해 준 사람이 있었다. 미국이 건네준 리스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처벌받은 건 아니지만 가장 악질인 사람들을 먼저 처리한 사람이 있었다.
‘우연일까?’
잠시 고민하는데 비행기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앞으로 약 20분 후에 목적지인 한국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민호는 미국행을 결심했지만, 미국에 가기 전에 꼭 들를 곳이 있었다.
인천에 도착한 와타베는 택시에 탔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의 말에 와타베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분당 메모리얼 파크요.”
그곳은 동생 민주의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 * *
“헉!”
강민은 눈을 번쩍 떴다. 강민의 얼굴은 온통 땀투성이였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세르게이의 말에 강민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어… 괜찮… 은 거 같아.”
사실 괜찮지 않았다. 보게 된 일주일 후의 미래가 너무 끔찍해서였다.
“영주님, 괜찮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거라도 좀 드시죠.”
세르게이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노란 과일을 따서 강민에게 주었다.
독이 있는 과일이었지만 세르게이는 강민이 독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강민은 과일을 먹었다. 몸이 나른해지며 진정이 되었다.
“고마워, 세르게이.”
“고맙기는요. 그런데 영주님, 일주일 후는 어떻습니까? 표정을 보니 좋지 않은 거 같습니다.”
“맞아.”
강민은 자신이 본 미래를 모두 말해줬다.
모든 것을 들은 세르게이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맙소사, 그런 괴물이 있다니.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모르겠어. 아직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세르게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일 예지대로 된다면 이곳도 곧 위험해 지는 거 아닌가요?”
“아니, 내 생각에 크리스가 그곳을 폭파해 시간을 번 거 같아. 세르게이 네 꿈에는 이곳에 연구소가 있다고 했잖아?”
연구소가 설립되려면 빨라도 몇 달은 필요했다.
“그래도 시간 문제 아닙니까?”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간 문제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미래를 알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지!”
크리스가 죽었다. 사라도 중상을 입었다. 수많은 연구원이 죽었다. 강민은 그런 미래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한민호가 죽었지. 사라를 살리고 말이야.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민주의 복수를 한 것을 알고 있었어.’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한민호는 왜 그곳에 있는 거지? 설마 미국에서 그를 접촉했다는 게 네바다로 데려가기 위해서였나?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이번 사건과 한민호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거 같았다.
‘어쩌면 해결책이 한민호에게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어. 직접 한민호를 만나 물어봐야겠어.’
결심한 강민은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세르게이, 매일 꿈을 꾸고 그 결과를 내게 알려 줘.”
“알겠습니다. 형에게 말할게요.”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영주님, 이 멸망 막을 수 있겠죠?”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막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반드시 막아야 해. 그리고 지금 떠오른 건데, 어쩌면 막을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다행이네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막연한 짐작이라.”
그 말에 세르게이가 머뭇거리다 물었다.
“만일 그 사람이 멸망을 막을 방법을 모른다면 어떡하죠?”
강민은 자신이 본 ‘예지’를 떠올렸다.
“만일 그렇다면, 최후의 방법을 써 보게.”
“최후의 방법이요?”
“예지 속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거든.”
강민의 대답에 세르게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세르게이는 축복을 빌었다.
“부디, 당신의 길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고마워 세르게이.”
강민은 바로 안개 지역을 나와 핸드폰을 들었다.
“크리스 장관님.”
– 오! 최 대표,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연락 잘했네.
“네? 연락하려고 하셨다고요?”
– 저번에 나한테 부탁한 거 있지 않나. 한민호가 어딨는지 알려 달라고 한 거.
강민이 눈을 번뜩였다. 안 그래도 그의 행방을 알고 싶어 연락한 거였다.
“네, 혹시 찾았나요?”
– 원래 CIA에서 보호하고 있는 인물이라 알려 주면 안 되지만 자네니 특별히 알려 주겠네. 그는 지금 한국행 비행기를 탔네.
강민은 눈꼬리를 올렸다.
“한국이요? 미국으로 바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 우리도 그를 미국으로 바로 데려오려 했는데 사정을 들으니 그럴 수 없더군. 죽은 동생의 생일이어서 묘지에 가 봐야 한다더군.
* * *
강민은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민주 생일이었다니.’
강민은 탄식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은 민주 생일은커녕 아민의 생일도 몰랐다.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친한 사람들의 생일 정도는 챙기자.’
인천 공항에 도착한 강민은 택시를 탔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분당 메모리얼 파크로 가 주세요.”
강민은 2시간 후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도착했다.
민주의 묘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제가 생일이어서 수많은 팬이 다녀가서였다.
파란 하늘 아래 있는 그녀의 묘는 팬들이 놓고 간 수많은 꽃과 민주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기분이 이상하네.’
며칠 전만 해도 민주와 같이 얘기하고 커피를 마셨는데 눈앞에 민주의 묘가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민호는 왔다 간 건가?’
한국 정부에 요청해 놨으니 한국에만 있으면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민주야.’
묘지 앞에 있는 사진 속 민주는 수줍은 듯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처량했다.
강민은 가져온 꽃다발을 민주의 묘 앞에 놓았다.
“내가 모르는 민주야, 그곳에서 평온하기를. 그리고 내가 아는 민주가 행복할 수 있게 빌어 줘.”
강민은 잠시 현실 세계의 민주에게 명복을 빌고 뒤돌아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민주의 묘로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순간,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멈춰 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