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차원의 틈 (1)
강민이 처음 예지를 봤을 때, 해리슨은 전혀 기억에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계속 예지를 떠올리다 보니, 눈에 띄었던 사람이 바로 해리슨이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예지가 시작되자마자 해리슨은 문을 통해 나갔어. 뭔가 가방 같은 걸 들고 말이야.’
강민은 해리슨 어깨에 달린 네 개의 별을 바라봤다.
‘모두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 할 무언가가 가방에 있던 건가?’
강민은 씩 웃으며 해리슨에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사성장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3년 전에 한국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사람을 보게 되니 반갑네요.”
해리슨의 말에 강민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이것 봐라?’
강민은 한국인이었지만 동시에 체르노빌이라는 도시 국가의 수장이었다. 한 국가의 대표라는 거였다.
그런데 해리슨은 단순히 강민을 한국에 있는 국민으로 여겼다. 이건 외교적으로 대단한 무례였다.
이걸 눈치챈 크리스가 얼른 끼어들었다.
“흠흠, 해리슨 장군.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 둘 겁니까?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 너무 뵙고 싶은 분을 봬서 흥분했네요. 제가 얼마나 한국을 좋아하는지 크리스 장관님은 아시지 않습니까? 자, 모두 들어가시죠.”
해리슨가 앞서 나가자 강민은 웃고 있던 입꼬리를 내렸다. 강민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거 시작부터 흥미로운데.’
강민은 51구역의 핵심부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 * *
강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민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고 크리스가 신분 보장을 했지만 신분 검사는 엄격했다.
강민과 민호는 꽤 많은 보안 문서에 사인하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해리슨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볼 것은 미국의 일급 비밀에 해당하는 겁니다. 절대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됩니다.”
다시 한번 해리슨의 경고를 듣고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응? 내려가네?”
엘리베이터에는 딱 2개의 층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1층과 지하.
사라가 웃으며 대답해 줬다.
“맞아, 우리는 지하 100m 아래로 내려가는 거야.”
“100m?”
엘리베이터는 한참을 내려갔다. 그제야 강민은 이곳은 정말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옆을 보니 많이 긴장한 민호의 모습이 보였다.
1분이 안 돼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군인들이었다.
군인들은 신분증 확인과 홍채 검사를 통과하고 나서야 입구를 열어 줬다.
‘엄청나게 보안이 삼엄하네.’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방과 연구원이 보였다.
해리슨은 일행을 데리고 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한쪽이 통유리로 된 방이었다. 그리고 그 유리 맞은편에는 한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걸 본 민호가 눈을 부릅떴다.
“저건!”
민호는 바로 유리창으로 달려가 그 안쪽을 살폈다. 그곳에 온몸에 푸른 반점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
민호는 크리스와 해리슨을 보고 소리쳤다.
“당신들, 마석으로 인체 실험을 한 겁니까?”
대답은 크리스가 했다.
“아니, 안 했네.”
“거짓말 마십시오. 이 증상은…….”
민호는 따지려 하다가 멈췄다. 자신에게 자격이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
그런 민호 앞으로 크리스가 다가왔다.
“역시 한눈에 알아보는군. 와타베, 아니 한민호 박사. 당신을 데려온 이유가 이 사람 때문이요.”
“설마 계속 생체 실험을 시키려 데려온 겁니까?”
원래 민호는 한국에 복수하기 위해 생체 실험을 지원했었다. 생체 실험으로 만든 인간들을 이용해 개인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민을 만나 마음이 바뀌었다. 민주와 교감을 가진 그가 복수를 이미 꽤 진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복수심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생체 실험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저 증상은!”
“네, 일본에서 만든 생체 실험체들의 초기 증상과 비슷하죠.”
크리스의 말에 강민이 끼어들었다.
“장관님, 이건 저에게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가 드리는 마석이 생체 실험에 사용된다면 전 더는 미국에 마석을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강민의 단호한 말에 크리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생체 실험이 아니라 다른 실험의 사고로 인해 이렇게 된 겁니다.”
“다른 실험요?”
“어쩔 수 없네요. 가시죠. 직접 보여 드리겠습니다.”
크리스는 방을 나와서 한 곳에 갔다. 그곳은 거대한 터널 같았는데, 입구에 SUV가 몇 대 서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해리슨이 SUV 앞에 서서 손을 옆으로 올렸다.
“크리스 장관님, 지금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이분들을 모시고 2구역으로 가려 합니다.”
해리슨가 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뭐라고요? 허락? 이봐요, 해리슨 장군. 나 에너지부 장관이야! 이번 실험의 최고 책임자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크리스 장관님과 사라 양 그리고 이제 이곳의 연구원이 된 한민호 씨는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강민 대표님은 죄송하지만 2구역에 갈 수 없습니다.”
순간 강민이 해리슨을 바라봤다. 해리슨도 강민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왜 저는 갈 수 없다는 거죠?”
“최 대표님은 외부인이기 때문입니다. 2구역은 최고 보안 등급 구역입니다. 관계자가 아니면 절대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해리슨의 말에 크리스가 소리쳤다.
“최 대표는 내가 책임지겠네! 에너지부 장관으로서 책임지겠다고!”
“장관님, 잊어버리신 거 같아 말씀드리는데. 여기 실험 시설의 최고 책임자는 바로 접니다. 최 대표님만 빼고 들어가시든지 아니면 모두 돌아가시죠.”
* * *
– 쾅!
크리스가 해리슨 장군의 사무실에 들어와 문이 세차게 닫았다.
사무실 안에는 해리슨가 무표정하게 크리스를 바라봤다.
“해리슨 장군,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왜 최강민 대표를 못 들어가게 하는 겁니까!”
“아까 말씀드리지…….”
크리스가 해리슨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크리스가 해리슨의 책상에 두 손을 내려치며 물었다.
“누구야!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게 누구냐고!”
“…지시한 사람 따위는 없습니다. 제 판단입니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왜 그런 판단을 내린 거지?”
“당연히 미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입니다. 장관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2구역 안에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맞아, 2구역에 있는 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중요하지. 하지만 난 그래서 더 최 대표를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네. 지금 시대는 최강민이 이끌고 있어. 최강민과 친해지는 거야말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지지 않고 자기주장만 펼쳤다. 한참 말다툼하던 두 사람이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크리스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구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크리스가 인상을 쓰며 핸드폰을 살펴봤다.
“백악관?”
백악관이란 말에 해리슨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리스입니다, 대통령님.”
크리스는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해리슨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대통령님.”
크리스는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가 씩 웃으며 떴다.
그 표정을 본 해리슨은 왠지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봐, 해리슨 장군. 아무래도 자네보다 최 대표의 정치력이 더 높은 거 같아. 이건 나도 생각 못 한 거였는데. 거참.”
떨떠름한 표정으로 해리슨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최 대표를 2구역으로 들여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어.”
해리슨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내가 통화하는 걸 보고도 그럴 리 없다고 확신하네? 흠, 이제야 알겠어. 자네 라인이 백악관에 있나 보군? 그럼 지금 그 라인에 연락해 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크리스의 말에 해리슨이 이를 악물었다.
“휴, 오랜만에 말싸움하다 보니 다 지치는군. 밖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을 테니. 시간 되면 다시 일행을 불러 주게. 최강민 대표도 꼭 부르고 말이야.”
* * *
“강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제2구역 출입 허락이 떨어졌대!”
사라의 말에 강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대통령에게 미국보다 러시아 위주로 마석을 팔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5분 동안 설명했을 뿐이야.”
“뭐? 러시아?”
사라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다가 크게 웃었다.
“미 대통령을 그렇게 협박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협박이라니! 이건 그냥 현실에 대한 팩트만 전한 거뿐이야. 농담이 아니라, 이 정도도 못 해 주면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 볼 거거든.”
“알았어! 협박 아니고 팩트. 하여튼 이제 너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잖아? 빨리 가자. 보여 주고 싶은 게 많아.”
사라가 강민을 데리고 다시 터널 앞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크리스와 민호까지 와 있었다.
해리슨도 군인들과 함께 와 있었다.
“자, 모두 도착한 거 같으니 차에 타시죠.”
크리스의 말에 일행은 모두 SUV를 탔다. 2대의 SUV가 터널을 따라 10분을 넘게 이동했다.
이곳에 지하 100m임을 생각한다면 엄청난 길이였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강민마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SUV가 멈췄다.
민호와 강민, 크리스와 사라가 내렸다. 그들 앞에 거대한 은색의 벽이 보였다. 동굴 한 면이 모조리 은색의 철로 된 문이었다.
‘저게 뭐야? 철? 아니야. 혹시 티타늄?’
모두가 문을 보며 놀랄 때 경계를 서고 있던 군인이 크리스를 보고 경례를 했다.
“내 일행들이야. 보안 검사는 앞에서 받았네.”
“알겠습니다, 장관님.”
군인이 스위치를 누르자 은색의 벽 한쪽이 열렸다. 그건 두께만 해도 50cm 넘어 보이는 두꺼운 문이었다.
그 안에는 또다시 수많은 연구원과 군인이 보였다.
하지만 구조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거대한 유리로 된 막이 사방을 막고 있었고 그 유리로 된 막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걸 본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맙소사!”
그곳에 공간이 찢어진 채로 울렁거리고 있었다. 바로 예지에서 본 그곳이었다.
* * *
‘여기였어!’
강민은 찢어진 공간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예지에서 본 장소가 여기야!’
강민은 사방을 둘러봤다. 모든 게 예지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강민은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수요일이었다.
‘예지 속 사건이 발생한 건 금요일. 아직 시간은 있어.’
물론 예지 속 연구소는 이미 한창 난장판이 된 후여서 사건은 금요일 15:00시 보다 더 일찍 발생하는 게 분명했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었다.
‘그 전에 저걸 부숴 버려야 해.’
그런 강민의 결심을 모르는 크리스는 조금 뿌듯한 표정으로 강민에게 말했다.
“최 대표 어떤가? 저게 뭔지 알겠는가?”
“짐작도 안 되는군요. 이게 뭔가요?”
“이건… 보물이네.”
“네? 보물이요?”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모니터가 있는 곳에 데려갔다.
“여길 보게나.”
그곳에는 실시간으로 전력 생산량이 표시되고 있었는데 그 양이 엄청났다.
“이 정도 전력이면,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라도 있는 건가요?”
“아닐세. 전력은 바로 저기에서 생산되는 거네.”
크리스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공간에 찢어진 틈이 있었다. 그 틈 속에 굵은 관이 들어가 있었다.
“저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와. 아직 그 정체를 정의하지는 못했지만, 우연히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지.”
크리스는 그 말을 하며 키보드를 조작했다. 그러자 찢어진 공간 근처에 있던 기계장치의 문이 열렸다.
“맙소사, 저건 마석 아닙니까?”
“맞네. 마석! 자네의 마석은 정말 대단해. 이 마석이 저 공간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시켜 주고 있어. 참고로 저 에너지는 방사능은 아니라네.”
그제야 강민은 마석이 많이 필요한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강민은 크리스의 웃는 얼굴을 보며 표정이 굳어 버렸다.
‘크리스는 에너지부 장관이야. 내가 지금 저 찢어진 공간이 위험하다고 말한다면 조치를 할까?’
아닐 게 분명했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저걸 부숴 버릴 수 있지?’
강민은 고민하다 문득 연구실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방사능 위험’ 표시를 발견했다.
“크리스, 아까 방사능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방사능 위험 표시가 있는 거죠?”
강민의 물음에 크리스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자네들 모두 비밀 서약을 했으니 솔직히 말하겠네. 이 근처에서 핵 실험을 했네. 그 이상은 묻지 말게. 비밀이네.”
순간 강민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 핵 실험?’
순간 강민은 네바다에서 일어난 지진이 떠올랐다.
‘그럼 그게 정말로 핵 실험 때문에 일어난 지진이란 말이야?’
강민은 고개를 돌려 ‘찢어진 공간’을 바라봤다.
‘핵 실험과 찢어진 공간!’
이 두 개가 합쳐지자 강민은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체르노빌! 시공간 이동 실험!’
강민은 크리스를 보며 물었다.
“크리스. 혹시 이 연구, 중국과 연관이 있습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중국? 왜 갑자기 중국 얘기를 꺼내는 건가?”
‘크리스는 모르는 건가?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강민은 인상을 찌푸리다 크리스 옆에 있는 해리슨을 바라봤다.
해리슨의 표정은 누가 봐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놈이구나!’
강민은 해리슨을 보며 물었다.
“해리슨 장군님. 이 연구, 혹시 중국과 연관이 있습니까?”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중국과 연관이 있다니! 미국의 기술은 세계 최고요. 중국 따위와 연관이 있을 리 없지 않소!”
말은 논리적이었지만 해리슨의 눈동자는 아니었다. 숨이 이전보다 가쁘게 쉬었고 눈동자가 쉼 없이 흔들렸다.
“좋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꿔 보죠.”
강민이 해리슨의 눈을 보며 물었다.
“혹시, 시공간 이동 실험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