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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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체르노빌을 위하여 (3)
‘체르노빌의 영구 할양!’
그거야말로 서 총리의 꿈이었다.
서 총리는 체르노빌에 와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었다. 일은 많았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국가를 처음부터 세워 보겠어?’
모든 정치인의 꿈을 자신이 하는 거였다. 게다가 정적도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모조리 국가 운영에 반영할 수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꿈만 같은 생활. 그러기에 ‘체르노빌’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체르노빌을 100년 후 돌려주지 않고 영원히 존속시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었다.
서 총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피며 물었다.
–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영토에 관련된 문제라 미국도 끼어들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표님은 방안이 있으십니까?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정상 회담은 ‘기브 앤 테이크’라고. 미국을 우리 편으로 회유하고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고 러시아에 원하는 것을 주면 됩니다.”
– 그들이 과연 영토를 할양할까요?
영토 문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가장 민감한 문제였다.
“총리님, 몇 년이면 되겠습니까?”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몇 년을 할양받으면 저희 후손들이 이 땅을 지킬 수 있을까요?”
강민의 말에 서 총리는 강민이 생각하는 것을 눈치챘다.
‘후손들이 스스로 국가를 지키게 만들고 주위 국가들도 그들을 인정하게 할 계획이구나. 그러려면 100년은 짧아. 최소 200년은 필요해.’
서 총리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
– 최소 200년. 거기에 군사력까지 필요합니다.
모두 체르노빌을 둘러싼 3국으로써는 인정하지 않을 조건들이었다.
“쉽지 않겠네요. 하지만 어떻게든 해 봐야죠. 알겠습니다.”
강민은 전화를 끊었다.
“하아, 골치 아프네.”
말은 골치 아프다고 하면서 강민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목표가 생겼잖아?”
나쁘지 않았다. 강민도 한 번에 이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천천히, 조금씩 하다 보면 나중에는 되지 않겠어?’
강민은 목 뒤를 주무른 뒤 크리스에게 준비됐다고 전화를 하려 핸드폰을 들었다.
“응?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가 와 있네? 아나톨리 교수님? 언제 온 거야? 어제 왔네?”
강민은 바로 음성 사서함을 열어 확인했다.
그리고 표정이 굳었다.
‘리차드? 워프 드라이브? 도대체 이게 뭐야?’
* * *
삼일 후 체르노빌과 미국 간의 비공식 정상 회담이 열렸다.
회담을 마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로 돌아오면서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하아. 힘들다, 힘들어. 이봐, 리차드. 똑똑히 들어. 자네 친구 크리스만 아니었다면 오늘 회담 그냥 박차고 나왔을 거네. 뭔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얼굴이 붉어진 바이든 옆으로 50대 후반의 금발 남자가 다가왔다. 미국 부통령 리차드 머레이였다.
“대통령님, 최강민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알아, 알아. 그래서 오늘 꾹 참고 끝까지 있던 거 아닌가? 하지만… 요구가 너무하잖아? 우리가 이걸 정말 들어줄 거라 생각한 거야?”
바이든은 리차드가 건넨 서류를 다시 보며 혀를 찼다.
“UN 가입. 이 정도야 설득해서 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조차 기간 연장을 중재해 달라니. 허 참, 이걸 각국이 들어줄 거라 생각한 거야?”
“하지만 최강민의 생각도 제법 그럴싸했습니다. 해당 국가에 영구적인 전력 에너지 무료 공급이니까요. 물론 러시아는 제외지만요.”
전력 사용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스 입장에서는 이건 큰 유혹이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200년? 200년 동안 조차하기를 원한다는 의도가 너무 뻔하지 않나? 200년이면 웬만한 왕조가 바뀌는 기간이야. 이건 영구적으로 그 땅을 먹겠다는 의도 아닌가?”
“…그건 그렇죠.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바이든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골치 아프네. 그냥 거절하고 싶은데, 그들이 우리한테 주는 조건이 너무 달콤해.”
“맞습니다.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어리다고 만만하게 봤는데, 최강민, 보통 사람이 아니야.”
강민이 미국에 건 조건은 어마어마했다. 미국이 협상 중재만 해 준다면 현재 개당 100억을 받고 있는 마석을 개당 20억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 공을 모두 미국에게 돌리겠다고 했다. 즉 미국의 요청으로 가격을 내리겠다고 전 세계에 공포하겠다는 거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특별히 개당 10억에 팔고 미국을 우선 공급 대상에 놓겠다고 했다.
“리차드, 마석이 필요하겠지?”
“물론입니다.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연구소에서 마석을 분석하고 있는데 모든 학자가 마석은 제2의 산업 혁명을 이끌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눈을 빛냈다.
“제2의 산업 혁명!”
“네, 성과만 나면 지금 약해진 국정 장악력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바이든은 노령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재선을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재선에 도전했고 간신히 재선에 성공했다. 상대 후보와 표 차이가 겨우 1%였다.
그 때문에 국정 장악이 쉽지만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건강이었다. 관리는 꾸준하게 했지만 83세인 바이든에게 하루하루가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리차드, 그건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순간 리차드가 눈을 빛냈다.
“일본에서 물건을 받아서 연구소로 보냈습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바이든이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차드, 정말 안전할 걸까? 물론 나야 4년만 더 버틸 수 있다면야 어떤 것이든 시도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괴물이 되는 건 사양이야.”
“충분한 임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연구의 핵심 연구원도 확보된 상황이고요. 하지만 마석이 부족합니다.”
바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돌고 돌아 다시 마석이군.”
“네, 그리고 이 문제는 대통령님 한마디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죠.”
바이든이 한참 고민하다 결심을 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났다.
“가서 전하게. 우리는 협상을 중재만 할 뿐이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군대는 절대 불허. 하지만 경찰이 쓸 만한 무기는 미국이 판매하겠다고.”
이건 경찰에 군대에서 쓰는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뜻이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그 뜻을 이해한 리차드가 씨익 웃었다.
“그럼 조차 기간 연장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0년 연장으로 실무진 협상해 봐. 10년이면 다른 나라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거야.”
“10년이면 최강민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리차드의 말에 바이든이 피식 웃었다.
“절대 아닐걸? 뭐든 처음이 어려운 거네. 이번에 10년 늘렸으면 다음에 10년 늘리는 건 더 쉬울 걸세. 그리고 오늘 만난 최강민 정도의 인물이라면 내 뜻을 바로 이해할 거야.”
* * *
정상 회담을 끝낸 강민은 워싱턴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하, 진이 다 빠지네.”
육체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정신력 소모가 장난 아니었다.
강민은 옷을 벗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가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났다. 그만큼 피곤해서였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니 그나마 머리가 맑아졌다.
“안 되겠어. 국가를 총리제로 돌리고 다음부터는 서 총리를 정상 회담으로 돌려 버려야겠어.”
강민은 영국과 비슷한 국정 시스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걸 모르는 서 총리는 갑자기 든 한기에 온몸을 떨었다.
“그나저나 크리스도 리차드라는 사람은 찾지 못했네.”
강민은 아나톨리의 연락을 받고 ‘리차드’라는 사람을 찾아 달라고 크리스에게 요청했다.
예지에서 사라가 리차드라는 사람을 알고 있어서였다.
‘사라가 알고 있는 붉은 머리에 안대를 한 20대 청년.’
워낙 외모가 특이해 강민은 금방 리차드라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
– 사라에게 물어봤는데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네. 혹시 염색했나 싶어 20대 남자를 중심으로 조사해 봤지만 리차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어.
– 혹시 30대에도 없었나요?
– 30대가 아니라 40대까지 조사해 봤네. 없었네. 물론 50대까지 올라가면 한 사람 있긴 하지만 그건 조건에 너무 벗어나지 않나?
크리스와 대화를 떠올린 강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남은 힌트는 워프 드라이브뿐인가?’
워프 드라이브는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가상의 이론이었다.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니 공간을 접어 그 사이에 통로를 뚫어 이동하겠다는 기술이었다.
‘세르게이의 꿈속에서 사라가 워프 드라이브를 훔쳤다고 했어. 그렇다면 분명 사라 주위에서 그걸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데.’
이것만큼은 강민도 크리스에게 부탁하지 못했다. 부탁해 봐야 의미가 없었다. 이런 기밀에 가까운 연구를 대놓고 알리고 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말이야.’
예지에서 사라가 ‘워프 드라이브’를 훔쳤다.
‘사라가 무언가를 훔칠 리 없어. 만일 그랬다면 정말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사라가 안개 지역 연구실에 있는 걸 보면 그 이유가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민은 계속 고민하다 아차 싶었다.
“브런치!”
시계를 보니 사라와 브런치 약속을 한 시간이 이미 30분 지나 있었다.
“나 죽었다!”
강민은 약속 장소인 호텔 앞으로 뛰어갔다.
* * *
사라는 이미 와 있었다. 날씨가 추웠지만 하얀 투피스를 입은 사라는 조금 화가 난 표정으로 강민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사라!”
“뭐 하느라 늦은 거야?”
“뭐 좀 생각하느라고…….”
강민의 말에 사라가 뭐라 하려고 하자 강민은 얼른 말을 돌렸다.
“사라, 내가 어제 알아본 끝내주는 브런치 가게가 있어. 가자.”
강민은 사라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걸어갔다. 사라는 어이없는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이내 풋 하고 웃고는 강민을 따라갔다.
강민의 장담대로 브런치 가게는 맛있었다. 강민은 ‘에그 베네딕트’를 시키고 사라는 ‘퀘사디아’를 먹었는데 꽤나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사라는 후식으로 음료수를 마시며 강민에게 말했다.
“강민, 이제 말해 봐. 아까부터 내 눈치 보고 있었잖아? 나한테 물어볼 거 있어?”
강민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물었다.
“사라, 혹시 말이야. 어떤 연구소에서 스카웃 제의 온 적 있어?”
강민은 사라가 ‘워프 드라이브’를 훔쳤다면 분명 그걸 개발한 ‘연구소’가 근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민의 말에 사라가 눈을 크게 떴다.
“응?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어젯밤에 제의가 왔는데. 설마 날 감시…….”
“그럴 리 없잖아.”
“하긴 네가 물어보면 내가 다 얘기해 줄 텐데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우리 아빠면 모를까. 그런데 정말 궁금하네. 어떻게 안 거야?”
강민은 정말로 사라에게 제의가 온 것을 알고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번에 51구역 연구소가 무너졌잖아. 아직 다들 쉬쉬하지만, 너 같은 훌륭한 연구원을 그냥 두지 않을 거 같아서 말이야.”
사라가 웃으며 물었다.
“나를 인정하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언제나 너를 인정했어.”
“그럼 왜 나한테 스카웃 제의 안 해?”
“응?”
“나, 거절했어. 이번에 너 체르노빌 갈 때 나도 따라갈 거야. 그곳에서 내 연구를 계속할 거야. 칼텍에도 이미 얘기해 놨고 말이야.”
사라의 말에 강민은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온다는 말에 기쁨을 느꼈지만 자꾸 한 단어가 걸렸다.
‘워프 드라이브!’
그 단어가 강민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도대체 뭐지? 정말로 SF 소설에 나온 그거야? 그리고 사라는 왜 그걸 훔친 거야? 미치겠네. 어떻게 해야 하지?’
사라를 보내 워프 드라이브가 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사라의 안전을 위해 보내지 않는 게 맞을지 강민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강민, 왜 그래? 설마 내가 체르노빌로 가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 없잖아?”
“그런데 왜 표정이 그래?”
“아… 아니야. 네가 체르노빌로 온다고 하면 장관님이 걱정하시지 않을까 해서.”
강민의 말에 사라가 유심히 강민을 쳐다보았다.
“거짓말.”
“무… 무슨 말이야, 거짓말이라니?”
사라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너 거짓말할 때 티나.”
사라의 말에 강민은 멈칫했다.
‘내가 거짓말할 때 뭔가 증상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이런 얘기 자체를 처음 듣는 거라 떠오르는 게 없었다.
“강민, 솔직히 말해 봐. 걱정되는 게 있어?”
사라의 말에 강민이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너한테 요청 왔다는 회사는 어떤 회사야?”
“거기? 정부와 연관되어 있는 군수 업체야. 바이오부터 무기 개발까지 하는 대기업이지. 아. 혹시 민호에게 연락받았어?”
“한민호?”
“응, 그 사람한테 오늘 아침에 연락 왔었어. 자기한테 스카웃 제의가 왔는데 이 회사 이상한 회사 아니냐고 말이야.”
강민은 깜짝 놀랐다.
“한민호한테도 연락이 왔다고? 어떻게 연락처를 알고?”
“말했잖아. 군수 업체라고. 정부와 이것저것 커넥션이 많아. 연구원들 연락처쯤이야 쉽게 알아낼 수 있지.”
강민은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
‘사라에 한민호까지 같이 스카웃한다고?’
왠지 예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였다.
강민은 느긋한 표정의 사라를 보며 물었다.
“사라, 그 회사 이름이 뭔데?”
“거기? 말해 줘도 모를 텐데. 그 회사 이름 잘 모르는 사람 많아. 알짜 회사인데 군수 분야 아니면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거든. 그 회사 이름이…….”
사라는 핸드폰을 열어 메일을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강민에게 말했다.
“샹그릴라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