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신석을 찾아라 (2)
아민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시체를 보며 깜짝 놀랐다.
고개만 돌려도 좀비가 있는 세상이니 시체를 보며 놀란 건 아니었다. 다만 아민은 한 번도 ‘인간’을 소환수로 만든 적이 없었다.
“오빠, 이… 사람 어디서 난 거야?”
“이건 내가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줄게. 이 사람 죽자마자 아공간에 넣어서 왔는데, 소환수가 될지 안 될지 몰라서 말이야… 가능할까?”
아민은 이건 장담할 수가 없었다.
“오빠, 한번 해 볼게. 잠깐만.”
아민은 바로 상태창을 열어 ‘언데드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응?’
반응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묘했다.
[‘해리슨 플린’을 대상으로 ‘언데드 소환’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영혼이 완전하지 못합니다. 상당수 지워졌습니다.>해리슨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아민의 옆에 나타났다.
겉모습은 해리슨과 비슷했다. 하지만 눈이 이상했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고 온통 회색이었다.
“오빠, 되긴 됐는데 좀 이상하게 됐어.”
아민은 자신이 본 메시지를 강민에게 가르쳐 주었다.
“흠, 어쩔 수 없지.”
강민은 해리슨을 이리저리 살펴본 다음 아민에게 말했다.
“아민아, 이것 좀 물어봐 줘.”
“뭐든지 물어봐.”
강민은 아민을 통해 해리슨의 기본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부터 직업까지 모두 물어봤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러면 강민이 원하는 정보를 못 얻을 수도 있었다.
“아민아, 이번에 이걸 물어봐 줘. 51구역에서 네가 찾던 기술이 뭐지?”
아민은 강민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괴물, 생명 연장, 새로운 에너지, 마석.”
모두 중요한 단어였지만 뭔가 이어지지 않았다.
“오빠, 곧 소환 해제 될 거 같아요. 영혼이 불안해서 소환 자체를 오래 못 해요.”
아민의 말에 강민이 다급히 물었다.
“좋아. 아민아, 그럼 이것만 물어봐 줘.”
강민이 해리슨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당신 뒤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당신을 움직이게 한 사람 말이야.”
아민이 그대로 전하자 해리슨이 대답했다.
“샹그릴라.”
* * *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해리슨 대장님.”
–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권태진 대표님.
태진은 해리슨과 대화를 끝내며 활짝 웃음 지었다.
“크크크, 미국에 생존 기지가 남아 있을 줄이야. 그럼 그렇지, 한국도 강화도에 정부가 있는데 미국이 없을 리가 없지.”
태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행기만 있었더라면 태진은 바로 미국으로 날아가고만 싶었다.
‘그곳에 이계인들이 엄청 많다니!’
해리슨은 셀 수도 없는 이계인들 때문에 미국이 크나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미국은 이계인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다.
“한 소장, 미국에서 건넨 자료는 검토해 봤어?”
“자세히 검토해 봐야겠지만, 이 자료만 있으면 레이더 범위를 더 넓힐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태진이 해리슨과 대화를 나눌 때 한곳에서는 만호와 미국 연구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그래. 자네 동료 스티븐 교수와 그 제자… 사라라고 했던가? 그들이 51구역에 있다고?”
“네, 운이 좋게 국가 보호 인력으로 분류되어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태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한 소장. 미국이 왜 이런 기술을 공유할까?”
“네? 그야 당연히 이 세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 협력을 위해…….”
“노! 노!”
태진은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흔들었다.
“한 소장, 내가 저번에 얘기한 거 기억나? 기업은 이윤을 위해 움직인다고 말한 거 말이야.”
“…네.”
“그건 저들도 마찬가지야. 국가라고 해도 범위가 더 큰 기업일 뿐이지. 그런데, 이런 걸 그냥 준다? 게다가 한국을 꼭 집어서 연결해 놓고?”
태진이 턱을 긁으며 말했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찝찝해. 그리고 이 세상에 생존자가 우리만 있을 리 없는데, 왜 우리한테 연결했을까?”
그건 만호로서도 생각 못 한 부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제가 스티브에게 물어볼까요?”
태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절대 티 내지 마. 내가 따로 알아볼 테니.”
“알겠습니다.”
“뭐, 크게 생각하지 마. 서로 같이 얘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걸 말하지 않겠어? 게다가 우리한테 당장 중요한 게 그것도 아니고 말이야. 한 소장, 언제쯤 될 거 같아?”
만호가 모니터를 보며 대답했다.
“그건 문서를 다 살펴본 다음에…….”
“5일.”
“네?”
“5일 안에 끝내. 그 정도가 내가 줄 수 있는 한계야.”
만호는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태진의 번들거리는 눈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만호의 말에 태진이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역시 한 소장이야. 한 소장만 믿고 있겠어.”
태진이 연구실에서 나갔다. 연구원들이 우르르 만호에게 몰려들었다.
“소장님, 5일 안에 이 많은 문서 분석을 끝낸 다음 레이더 개량까지 한다고요? 불가능합니다.”
석만의 말에 만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이전에는 이 문서도 없이 5일 안에 끝내야 했어!”
“끙.”
“죽기 싫으면 얼른 분석해!”
만호의 호통에 연구원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세계적이진 못해도 대한민국에서 뛰어나다고 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5일 동안 밤을 새워서 결국 레이더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려 버렸다.
5일이 지나자 연구소로 눈이 붉어진 태진이 찾아왔다.
“한 소장, 성공했다고?”
“네! 대표님. 새로운 게이트를 찾았습니다.”
“그곳이 어디야?”
이전과 달리 다급한 목소리가 태진에게서 나왔다.
“충남 논산입니다.”
태진의 눈이 빛났다.
“논산?”
“네, 논산에 있는 육군 훈련소에서 활성화된 게이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3단계 활성화입니다.”
* * *
‘샹그릴라, 샹그릴라. 다시 또 샹그릴라네.’
강민은 계속 ‘샹그릴라’를 중얼거렸다.
‘현실 세계에서 샹그릴라는 회사 이름이잖아? 그럼 샹그릴라라는 회사가 해리슨의 배후라는 걸까? 아니면 샹그릴라에 있는 특정 인물이 배후라는 걸까?’
그것도 물어봤지만, 해리슨은 ‘샹그릴라’만 계속 말했다. 더 이상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아민아, 수고했어.”
강민은 아민을 돌려보내고 근정전 서재로 와 다시 ‘샹그릴라’가 적혀 있는 동화책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공통점은 없는데.”
우연히 이름이 똑같을 뿐이었다.
‘기우겠지?’
두 세계의 샹그릴라를 엮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지였다.
‘하지만 현실이든 평행 세계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려면 샹그릴라를 조사해야 한다는 건 똑같아.’
강민은 ‘무지개 여의주’를 꺼냈다.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
‘후, 언제까지 기대려야 하나?’
강민은 딱 한 달만 기다리기로 했다. 만일 그 이후에도 반응이 없다면 그때는 정말로 혼자서라도 ‘이세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지금은 영지에 신경 쓰자.’
자기 일도 중요했지만 생존자들을 살려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다음 날 강민은 장호철을 호출했다.
“서울 수복은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현재 강북의 70%를 수복했고 강남의 20%를 수복했습니다.”
이 말은 강북에 있는 좀비의 70%를 제거했고 강남도 20%가량 제거했다는 말과 같았다.
“엄청나군요.”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요즘 엄청나게 포인트가 들어오고 있어 꽤 놀라고 있었는데 영지민들이 엄청나게 움직이고 있었던 거였다.
“영주님,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영지민 들이 단합하여 한남 대교의 3개 차선을 뚫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끊어진 다리도 연결해 놨고요.”
“한남 대교를요?”
한남 대교는 교통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남 대교를 통해 경부 고속 도로에 진입할 수 있어서였다.
“그럼 곧, 아래 지방으로 영지민들이 갈 수 있겠군요?”
강민 혼자 이동해 주위를 살피는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지역을 수복하는 건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습니다. 영주님이 앞장서 주신다면 반포, 서초, 양재를 지나 판교까지 바로 갈 수 있습니다.”
판교는 지역으로 성남에 속해 있었다. 드디어 영지민들이 서울을 벗어나는 거였다.
강민이 의자 손잡이를 ‘탁’ 쳤다.
“그럼 드디어 아래 지방의 생존자들을 데리고 올 수 있겠네요?”
다음 단계의 ‘황제의 권능’을 만들려면 영지민의 숫자가 5만이 되어야 했다.
가장 어려운 ‘기사’도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포인트와 영지민만 있으면 바로 레벨 업이었다.
“네, 영주님. 건네주신 문서에 따르면 충청도까지 갈 수만 있다면 몇만 명의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방으로 가면 대도시 빼고는 인구 밀도가 적어 좀비 숫자도 적었다. 생존자들이 많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바로 레벨 업이다!’
강민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좋아요! 당장 수뇌부를 모으세요. 전체 회의를 진행합시다.”
* * *
박경제는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신문사 빌딩을 나왔다. 경제의 가슴에는 ‘경복 일보’ 사원증이 매달려 있었다.
‘미쳤어. 이런 세상에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다니!’
비록 예전 신문사가 아닌 ‘경복 일보’라는 신문사였지만 상관없었다. 이로써 다시 기자를 할 수 있게 된 거였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여긴 정말 엘도라도야!’
박경제는 지금까지 천호동에서 죽은 듯 살고 있다가 이곳 경복궁 정찰조에게 구출되어 이곳에 왔다.
그게 딱 일주일이 전이었다.
경제는 광화문 근처를 바라보았다.
정비 사업을 끝낸 도로는 깨끗했다. 그 도로 위로 버스와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거리에 커피숍과 빵집이 있었고, 자동차 정비소와 옷가게 등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네.’
경제는 사진기를 들어 그런 모습을 하나, 둘 찍기 시작했다.
‘참, 예리가 과자 좀 사 달라고 했지?’
경제가 경복궁에 와 가장 놀란 게 바로 ‘마트’였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 먹을 것을 살 수 있다니. 이건 기적이야.’
경제가 10분 정도 걸어가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마트가 보였다.
100m 정도 줄을 서고 있었지만, 경제는 괜찮았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좀비를 죽이지 않아도 먹을 걸 구할 수 있는데 조금 기다리는 거쯤이야.’
경제는 줄을 서고 이 모습까지 사진에 담았다. 20분쯤 기다리자 마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제의 눈이 번쩍였다.
‘미쳤구나.’
상품 종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밀가루와 통조림 그리고 라면이 가득했다.
조미료나 된장, 간장 같은 건 빈집을 털면 많이 나오기에 마트에 없어도 사람들은 풍족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쌀은 많이 없네?’
경제는 10kg 쌀 한 포대를 들었다. 마지막 남은 쌀 포대였다.
‘또 가지고 오겠지?’
경제는 쌀을 가지고 계산대로 갔다.
‘응?’
그런데 이상했다. 마트 직원이 더 이상 쌀을 가져다 놓지 않았다. 물론 밀가루나 라면 등 기타 식료품은 많이 남아 있었다.
경제는 계산대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왜 쌀을 안 갖다 놓나요?”
경제의 말에 직원이 답답한 듯 말했다.
“최근 영지에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서요. 사람들이 오면 제일 먼저 쌀을 가져가니 남아 있지를 못해요.”
경제는 마음속으로 찔렸다. 그 늘어난 사람이 자신이었고, 쌀을 가져간 사람도 자신이었다.
경제는 쌀 포대를 꽉 껴안았다.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게 팔에 힘을 꽉 줬다.
“그럼 큰일 아닙니까?”
“뭐… 걱정은 되긴 하는데, 영주님이 어떻게 해 주시지 않을까요?”
직원의 말에 경제는 묵묵히 계산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불안해.’
마트 안을 보니 꽤 많은 사람이 쌀이 없다고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도 망하는 건 아니겠지?’
이곳 경복궁의 경제가 돌아가는 핵심은 ‘마트’였다. 이곳을 통해 모든 재화가 돌고 경제가 돌아가고 있었다.
‘영주는 이것을 알고나 있을까?’
경제가 이곳에 와서 들은 영주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신’이었다.
좀비가 영지 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어디선가 ‘쌀과 식료품’을 가지고 와서 사람들이 살 수 있게 했다.
‘얼마 전에는 불의 괴물과도 싸웠다고 했지?’
모두 믿지 못할 말들이었다. 아무리 능력자들의 세상이지만 그런 능력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세뇌 능력자가 있어서 이곳 사람들을 모두 세뇌한 건 아닐까?’
조금 전만 해도 이곳을 ‘천국’이라 생각한 경제였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어떡하지? 여기를 떠나야 하나? 이곳보다 더 안전한 곳이 있나?’
수많은 생각이 경제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런데 그때 그의 어깨를 친 사람이 있었다.
“어? 한섭 선배?”
뒤돌아보니 자신과 같은 우리 일보 직원이자 지금 ‘경복 일보’의 사장 김한섭이었다.
“마침 카메라 가지고 있네. 경제야, 너 지금 시간 돼?”
경제는 자신이 들고 있는 쌀 포대를 바라봤다.
“에잇, 시간 없어. 쌀 포대 들고 달려!”
한섭이 뛰자 경제는 쌀 포대를 들고 뛰면서 물었다.
“어딜 가는데 뛰는 겁니까?”
“근정전! 영주님이 불렀어! 너도 이제 기자니까 기사 써야지!”
* * *
웬만한 축구장만큼 넓어진 근정전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제일 앞에는 거대한 계단이 있었는데 그 제일 위에 ‘강민’이 앉아 있었다.
경제는 처음 와 본 근정전의 모습에 정신이 없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강민과 수뇌부들의 대화 속에 ‘생존자 구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부 고속 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천안에서 천안 논산 간 고속 도로를 타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부산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수뇌부의 말에 강민이 고속 도로를 따라 손가락을 내렸다. 그곳에 한 섬이 있었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진도로 갈 겁니다.”
진도라는 강민의 말에 수뇌부들이 웅성거렸다.
‘진도에 뭐가 있나?’
박경제는 혹시나 해서 한섭에게 물어봤지만, 한섭도 모르는 거 같았다.
“우리는 그 중간 지점, 논산 JC를 1차 목표로 합니다.”
논산 JC란 말에 경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입대했을 때 지났던 곳이 논산 JC여서 그랬다. 그곳에 육군 훈련소가 있었다.
“그럼 더 이상 이번 작전에 대해 의견 있으신 분 없으십니까?”
강민의 말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모두 ‘진도’만 얘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경제는 너무 이상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고작 2만 명으로, 아니지, 실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만 명 조금 넘을 텐데 이 인력으로 경부 고속 도로를 뚫자고?’
이건 경제가 생각하기에 미친 짓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미친 작전이 성공했을 때였다.
‘생존자가 몰려올 거야. 이건 막아야 해! 그래야 나와… 예리가 살아!’
경제가 손을 들었다. 자신은 자격이 없었지만, 손을 들고 일어섰다.
다행히 강민은 그런 경제에게 말했다.
“처음 뵙는 분인 거 같은데 말씀해 주십시오.”
“경복 일보 경제부 박경제 기자입니다. 생존자를 데리고 오는 건 좋지만 식량을 생각해야 합니다. 영주님은 혹시 최근 마트를 가보셨는지요?”
“마트요?”
강민은 먼 계단 꼭대기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면 보지도 들리지도 못해야 했지만, 이상하게 근정전에 있는 모든 사람은 강민의 말과 모습을 옆에 있는 것처럼 듣고 볼 수 있었다.
“네, 전 조금 전 마트에서 이 쌀을 사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마지막 쌀이었습니다. 제 뒤에 있던 사람들은 쌀을 살 수 없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죠.”
실제로는 아수라장이 되진 않았고 항의 정도가 있었지만 원래 기자라는 게 거짓말을 적절히 포장하는 직업이라고 배운 경제였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의 능력도 ‘과장 선동’이었다. 과장이 심하면 심할수록 사람들에게 더 강한 믿음을 주는 능력이었다.
“흠,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렇겠군요.”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생존자를 더 늘리면 안 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는 구출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강민의 말에 경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선택해야 살 수 있습니다.”
경제의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경제의 말에 강민이 일어섰다.
“그게 기자님의 선택이었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선택은 다릅니다.”
“네?”
“저는 모두를 살리는 선택을 할 겁니다.”
경제가 진심으로 분노했다. 모두를 살린다는 것은 모두를 죽인다는 말이었다.
“그건 궤변일 뿐입니다.”
강민이 씩 웃었다.
“궤변이요?”
강민이 어좌에서 일어났다.
“궤변이라, 좋습니다. 따라오세요. 궤변인지 아닌지를 직접 보여 드리죠.”
강민은 계단을 내려가며 아공간을 열어 보았다.
그 안에 미국에서 가져온 1,000t가량 식량이 가득 있었다.
‘아예 이 기회에 강민 마트를 영지 곳곳에 체인점으로 만들어 버릴까? 한 100개쯤 말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