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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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동하다 (1)
최강민은 편의점 계산대에서 초조한 기색으로 핸드폰 시계를 바라봤다.
– 9:55분.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사채업자하고 10시 약속인데, 이러다 장기 다 팔리고 한강에 시체로 떠오르는 거 아냐?’
심장이 타들어 가는 거 같았다.
강민은 핸드폰 연락처를 열고 ‘최근 기록’을 열었다.
– 편의점 사장님 (8)
사장과 8번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강민은 다시 사장에게 전화했다.
사장은 5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받았다.
– 야, 최강민. 내가 가고 있다고 했잖아!
“사장님, 교대 시간이 8시였어요. 제가 오늘 다급한 약속이 있다고 했잖아요. 저 이러다 죽어요!”
– 너만 바빠? 나도 바빠! 나도 죽겠어!
“사장님!”
사장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씨발 새끼!”
강민은 아르바이트고 뭐고 편의점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늘이 월급날이고 그 돈을 받아 사채업자에게 줘야 했다.
5분 후 사장은 붉어진 얼굴로 편의점에 들어왔다.
“어서오…….”
강민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장 얼굴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야, 이 새끼야. 내가 오고 있다고 했지! 왜 그렇게 전화를 해 대!”
사장은 오자마자 강민에게 소리를 질렀다.
강민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소리쳐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당장이라도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강민은 달려가야 했다.
“빨리 인수인계나 받으세요.”
강민은 그렇게 말하며 포스기상의 금액과 현금이 일치하는 것을 보여 줬다.
사장은 그걸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손가락으로 진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밤에 청소 안 했냐! 이 먼지는 뭐야?”
“청소했습니다.”
“그럼 이 먼지는 뭐냐고!”
강민의 얼굴이 붉어졌다. 사장은 지금 일부러 트집을 잡고 있었다. 자신의 사정을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 거였다.
‘개새끼!’
당장 이곳을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이 편의점이 근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시급을 가장 많이 줬다.
주먹을 꽉 쥐다 편 강민이 대답했다.
“오늘 저녁에 더 닦겠습니다. 제가 바빠서 그러는데 월급 지급해 주세요.”
“이렇게 일하면서 월급 달라니. 진짜… 법이 거지 같아서.”
사장은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차며 핸드폰으로 계좌 이체를 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강민은 편의점 앞치마를 벗어 놓고 편의점을 나섰다.
문을 닫는데 강민의 귀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바 새끼가 어디서 사장한테 오라 마라야. 이래서 부모 없는 새끼들은 안 돼.”
강민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뛰어갔다.
뛰어야 했다. 지금 가야 하는 곳은 편의점 사장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무서운 곳이었다.
* * *
강민은 ‘행복 대출’이라고 쓰여 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여직원 한 명을 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직원은 껌을 씹으며 손톱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 안녕하세요. 사장님하고 약속되어 있어서 왔는데요?”
여직원이 강민을 힐끗하다 다시 손톱을 만지며 대답했다.
“사장님은 나가셨습니다.”
진한 화장한 비서가 껌을 씹으며 대답했다.
“어… 언제 가셨어요?”
“20분쯤 되셨어요. 커피? 녹차?”
비서의 말에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 습니다.”
온몸이 힘이 빠졌다.
“최강민 씨죠? 약속 시간이 10시 아니었나요? 사장님은 10시 1분에 나가셨어요.”
“죄송합니다. 편의점 사장이 오늘따라 늦게 와서요. 저 이번 달 이자를 가지고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강민의 말에 비서가 껌을 휴지에 뱉어 휴지통에 넣으며 말했다.
“돈이요? 늦었어요. 아시겠지만 사장님이 제일 싫어 하시는 게 약속 어기는 거예요. 사장님이 이렇게 전해 드리래요.”
비서는 조금 목소리를 굵게 하며 사장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월요일 오후 6시까지 지금까지 연체된 이자 모두를 가져와라, 모두 현금으로. 그렇지 않으면 넌 월요일에 그 집에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네요.”
강민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오늘이 토요일이었다. 장기를 팔아도 월요일까지는 그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기까진가?’
사채업자인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었다. 지금까지 봐준 것도 모두 아버지와의 작은 인연 때문이었다.
강민은 힘없이 일어서서 ‘행복 대출’을 사무실을 나섰다.
“안녕히 가세요!”
문을 닫는데 아무 감흥 없는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 어떻게 2천만 원을 구해.”
눈앞이 깜깜했다.
건물을 나서니 오늘따라 날씨가 화창했다. 강민은 힘없이 걷기 시작했다.
* * *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었다. 강민은 자신의 집을 바라봤다.
북한산 끝자락에 있는 담장에 넝쿨이 가득한 굉장히 오래된 한옥이었다.
‘정말 이 집에서 나가야 하는 거야?’
강민은 힘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마당이 보이고 ㄷ자 형태의 오래된 한옥이 나타났다.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심겨 있었다.
강민은 감나무를 쓰다듬었다. 어릴 적 친구들을 불러 감나무를 자랑하며 같이 감을 땄던 기억이 떠올랐다.
‘안 돼! 절대 이 집에서 나갈 수는 없어! 이게 어떤 집인데!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집이야!’
자신과 부모님, 그리고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서려 있는 집이었다.
‘다 팔자. 집안 오래된 물건들을 다 팔아서라도 이 집을 지킬 거야.’
입술을 꽉 깨문 강민이 마당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은 자신이 사는 방은 아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던 방이었다.
강민은 안방에 있는 오래된 장식장을 열었다. 그곳에 오래되어 보이는 작은 함이 있었다.
강민은 그 함을 꺼내 열어 보았다. 함 안에 커다란 녹색 비취가 박혀 있는 금반지가 있었다.
얼핏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금장식이 굉장히 세밀했고 비취도 일반 비취 같지 않게 불그스름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 반지면 최소한 500은 받지 않을까? 월급 받은 거랑 합쳐도 이자는 안 되지만, 사정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강민은 어릴 적 이 반지에 대해 아버지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 아빠, 이 반지 뭐야? 굉장히 촌스러워!
– 촌스럽기는! 강민아, 이건 우리 가문의 시조께서 신선님에게 받은 반지란다.
– 신선? 에이, 거짓말!
– 거짓말 아니야.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병치레를 안 하고 만수무강하다고 해.
– 그럼 왜 아빠 안 끼어?
– 흠흠, 그야 아빠는 결혼반지 끼고 있잖니? 하여튼 강민아 이건 가문의 보물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고 나중에 자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건 오래된 가문의 약속이야.
오랜만에 아버지가 떠오른 강민이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그 약속 지키지 못할 거 같아요.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사람보다 중요하진 않잖아요? 전 이 집이 좋아요. 이걸 팔아서 이자를 내며 추억이 서린 이 집을 지킬 거예요.”
그렇게 다짐했지만 뭔가 큰 죄를 짓는 것만 같았다.
강민은 반지를 꺼내 자세히 살폈다. 창밖에 비치는 햇빛에 녹색 보석이 반짝였다.
녹색 보석 안에 뭔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거 같은데 잘 보이지는 않았다.
“흠집 난 곳은 없는 거 같아. 제발… 비싸게 쳐주는 곳이 있어야 할 텐데.”
아버지에게 듣기론 1000년도 더 된 반지라고 들었다. 그걸 다 믿지 않았지만 500년만 돼도 제법 큰 돈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제발… 2,0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강민은 반지를 왼손 검지에 껴 봤다. 조금 큰 듯해 중지에 꼈다. 딱 맞았다.
강민이 비장한 표정으로 반지를 낀 왼손을 꽉 움켜쥐었다.
“죄송합니다, 조상님들. 후손이 못나 이 반지 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 이 반지 되찾겠습니다. 꼭 지켜봐 주세요.”
말은 다부지게 했지만 속은 처참했다. 유복했던 집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왔나 한탄했다.
‘그 새끼만 아니었다면.’
모든 것은 아버지를 배신한 ‘그놈’ 때문이었다. 그놈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는 집도 날아가게 생겼다.
‘김상철!’
강민은 그 이름을 곱씹으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입술이 뜯어지며 피 한 방울이 반지에 떨어졌다.
그러자 반지에서 열이 나며 온몸이 따뜻해졌다.
‘뭐지? 내가 보일러 틀었나?’
보일러를 확인하니 꺼져 있었다.
몸은 더 더워졌다. 이상한 느낌에 살펴보니 반지에서 열이 나고 있었다.
놀란 강민이 얼른 반지를 빼려 했지만, 이상하게 몸에 힘이 없었다. 밤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와서 그런지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왜… 이러지. 안… 되는데.”
강민은 저도 모르게 안방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 금세 강민의 코 고는 소리가 안방에 울려 퍼졌다.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 건 그때였다. 피가 떨어진 녹색 보석에서 환한 빛이 났다. 보석에서 시작된 빛은 어느새 반지 전체에서 났다.
빛을 내던 반지가 흐물흐물 해지더니 녹색 액체로 변했다. 녹색 액체는 강민의 왼 손등에 흐르더니 특이한 문양을 만들었다. 그건 녹색 보석 안에 있던 문양이었다.
녹색 액체가 강민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잠시 후 강민의 손등에는 짙은 녹색의 문신이 새겨졌다.
문신이 점점 변했다. 처음에는 기하학적 모양의 문신이 점점 불꽃 모양으로 변했다. 색깔도 붉은 색으로 변했다.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겼는데도 강민은 여전히 코를 골고 있었다.
붉은색 불꽃 문신이 환하게 빛이 났다. 빛은 강민의 몸을 감싸더니 한순간 사라졌다.
[약속에 의거, 다른 세상으로 안내합니다.>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잠든 강민은 보지 못했다.
잠시 후 메시지가 사라졌다. 동시에 강민도 사라졌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강민은 오랜만에 푹 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편했는지 일어나기 싫을 정도였다. 몸이 가벼웠고 햇볕은 따스했으며 공기는… 텁텁했다.
“에… 에… 에취!”
목 안이 간질거리며 기침이 나왔다. 절로 눈이 뜨이며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옆을 둘러보니 안방이었다. 기억은 금방 났다.
“반지!”
강민은 얼른 왼손을 바라봤다. 그곳에 반지가 사라진 상태이었다. 눈이 찢어 질듯 커졌다.
손등에 물감 같은 게 묻어 있었지만 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안 돼!”
그 반지가 어떤 반지던가? 이 집을 구할 마지막 희망이었다.
강민은 안방을 뒤집듯 찾았다. 매일 청소한 방인데도 웬일인지 먼지가 수북이 쌓여 기침이 나왔다.
계속 기침이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반지만 찾을 수 있다면 먼지 따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강민은 모든 가구를 바깥으로 꺼냈지만 결국 반지를 찾지 못했다.
“끝났다.”
잠든 사이에 도둑이라도 든 게 분명했다.
“으악!”
강민은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치고 소리쳤다. 답답한 마음이 터질 거 같았다.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그러다 눈을 빛냈다.
“경찰! 어쩌면 근처 CCTV에 도둑이 찍혔을 수도 있어!”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반지는 강민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강민은 신발을 신고 바로 바깥으로 대문을 열고 나갔다.
눈앞에 동네 모습이 나타났다.
“응?”
당장 경찰서로 뛰어가려던 강민이었지만 눈앞의 모습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 강민이 아는 동네가 맞았다.
그런데 달랐다. 이상했다. 대다수의 유리창이 깨져 있었고 몇몇 집은 부서져 있었다.
꼭 재개발에 들어가 몇 달간 사람을 출입시키지 않은 그런 동네 같은 모습이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아직 해가 떠 있는데도 사람도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강민이 대문을 나왔다.
골목 바닥과 벽에 검은 것이 묻어 있었다. 골목에는 쇠 파이프와 각목도 이곳저곳에 굴러다녔는데 모두 검붉은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재개발하다 패싸움이라도 난 거야?”
말도 안 됐다. 자신이 아무리 깊게 잠들었다고 해도 이 정도 난리가 났으면 모를 리 없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반지를 찾아야 했다.
강민은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또다시 멈췄다.
강민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식은땀이 났다. 강민의 운동화 아래에는 두툼한 지갑 하나가 있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아… 운동화 끈이 풀려 졌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말하던 강민은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잡고 지갑을 밟고 있던 발을 옆으로 옮겼다.
‘미쳤다.’
지갑을 열어 보니 지폐가 가득했다.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에 지폐는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무슨 일인지 지갑의 주인은 현금이 필요했던 거 같았다.
‘어떡하지?’
큰돈이었다. 얼핏 봐도 50만 원은 되어 보였다. 강민의 눈이 흔들렸다.
‘씨발, 내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
강민은 지갑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경찰서에 가는 길이었다. 가서 주기로 했다.
‘지갑 찾아 주면 사례를 주는 일도 있다는데… 제발 조금이라도 줘라.’
강민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며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강민은 또 멈췄다.
‘씨발, 오늘 시련의 날이야?’
강민은 다시 주저앉았다. 운동화 아래에 반짝이는 반지가 하나 있었다.
흙투성이였지만 햇빛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게 금 같았다.
강민은 반지에 묻은 흙을 청바지에 닦고 입 안에 넣어 깨물어 봤다.
‘이거 24k다. 무게로 봐서는 한 돈. 어제 시세로 26만 원이야.’
강민은 얼른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지갑과 달랐다.
경찰서에 가져다줘도 주인 찾기도 힘들었고 자신이 가져도 큰 탈이 없는 거였다.
‘착한 일 했다고 선물 주는구나. 무슨 금도끼 은도끼냐?’
강민은 실실 웃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반지야 못 봤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 많은 지폐가 든 지갑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친다고?’
말도 안 됐다. 부자가 아니라면 돈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었다.
‘뭐지? 진짜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강민은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이곳저곳에 찢긴 옷가지가 널려 있는 게 보였다.
강민은 더 아래로 내려갔다. 사거리 근처까지 내려갔다.
내려갈수록 찢어진 옷가지가 더 많이 보였다. 지갑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당연히 강민은 모든 지갑을 챙겼다. 물론 현금이 많이 든 지갑만 챙겼다.
그러다 걸음을 멈췄다. 건물 사이로 비치는 햇빛 아래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건! 다이아몬드!’
금과는 확연히 다른 빛이었다. 큐빅일 수도 있지만, 왠지 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주위를 보니 여전히 사람은 없었다.
사거리까지 사람이 없다는 게 이상할 만도 했지만 이미 강민의 모든 신경은 다이아몬드에 박혀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도로 옆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있었다.
강민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다이아몬드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니 다이아몬드는 무언가에 달려 있었다.
하얗고 가는 것. 바로 뼈였다.
“으악!”
강민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뭐… 뭐야!”
그제야 강민의 눈에 모든 게 눈에 들어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 시체, 아니 백골 한 구가 놓여 있었다.
그 백골이 반지를 낀 손을 뻗은 채로 죽은 거였다.
기겁한 강민이 기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일어서 뛰었다.
‘미친! 내가 잠든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얼마 자지도 않은 거 같은데!’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몰카? 아니면 영화 촬영?’
그럴 리 없었다. 자신이 뭔데 몰카를 한다는 건가? 게다가 영화 촬영을 한다기엔 세트장이 너무 넓었다.
도진이 멈춘 것은 핸드폰 가게 매장 앞에서였다.
매장 안을 보니 온통 엉망인 채로 최신형 핸드폰이 이곳저곳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몰카도 아니고 영화 촬영도 아니면? 전쟁? 아니면 세상이 망하기라도 한 거야?’
머리를 쥐어짜 냈지만, 정답이라 생각되는 게 안 떠올랐다.
그때였다.
– 쨍그랑.
뒤에서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강민은 바로 뒤돌아섰다.
‘사람?’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