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사업을 시작하다 (3)
– 꽈쾅!
검은 하늘이 순간 하얗게 번쩍였다.
“워메, 비 억수로 쏟아지네요.”
유명구의 말에 ‘행복 대출’ 직원들이 모두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내가 어느새 폭우가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팔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봤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팔봉이 한숨 쉬자 명구가 다가와 말했다.
“형님, 무슨 한숨을 쉬십니까. 오늘같이 좋은 날에요. 히히, 이 돈을 보십시오. 대박입니다, 대박.”
대박이 맞았다. 생각보다 금 시세가 좋았다. 오늘 매출만 5억 5천. 예상보다 5천을 더 받았다.
‘그럼 우리 수입이 1억 1천인가?’
돈을 이렇게 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게 벌었다.
“현금은 모두 금고에 넣어 둬. 4억 4천은 따로 가방에 넣어 두고.”
“알겠습니다. 형님.”
명구는 웃으며 대답한 뒤 머리를 긁으며 다시 말했다.
“근디 형님, 이딴 거 묻지 않는 게 예의인 줄 알지만, 도저히 제 머리로 이해가 안 돼부러서요. 조카님이 이걸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팔봉도 가장 궁금한 거였다.
“묻지 않기로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 한쪽에 돌이 박힌 거 같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강민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도 안 돼서 현금 20억을 가지고 오고 5억 원 가치의 귀금속을 가지고 왔어. 이게 가능한 건가?’
아니었다. 이 정도는 팔봉이 모시고 있는 회장님이나 할 수 있는 자금 동원력이었다.
팔봉의 얼굴이 굳어지자 명구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명구는 두말없이 가서 현금을 금고에 넣었다.
– 꽈광!
계속 벼락이 치고 뇌성이 울렸다.
그때 팔봉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문자 메시지였다.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가 궁금하세요? corora18xxx.com에 접속하시면 당첨 확률 100배!]흔한 스팸 광고였다. 하지만 발신 번호를 본 팔봉의 눈이 흔들렸다.
팔봉은 바로 스팸에 있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곳은 여자 사진과 로또 그리고 도박에 관련된 사진들이 잔뜩 있는 사이트였다.
팔봉은 그런 사진에 눈길을 주지 않고 사이트 제일 위 ‘검색’ 창에 ‘88880000’을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페이지가 바뀌며 간단한 문자가 나타났다.
[방진호 마약 후 부하들과 이동. 최강민에 대한 정보를 ‘탱구’에게 얻음. 지금 장소는 xxx임.]10초가 지나자 페이지가 자동으로 바뀌었다. 처음 보았던 그 페이지였다.
하지만 팔봉은 그게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뭐라고? 방진호가 강민이한테 갔다고? 부하를 데리고?’
팔봉이 눈을 부릅떴다. 입술은 꽉 깨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왜 갔는지 바로 알 거 같았다.
‘내가… 내가 너무 허술했어!’
내부에 방진호의 첩자가 있다는 건 ‘서라’의 보고로 얼마 전에 알고 있었다.
평소라면 조사해서 가차 없이 첩자를 제거했겠지만, 이때만큼은 팔봉도 마음이 흔들렸다.
‘명구, 종남, 정식이.’
이 세 명은 5년간 팔봉과 죽음을 넘나들며 지낸 사이였다.
자신이 분가했을 때도 자신을 유일하게 따라온 세 사람이었고 팔봉이 등을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첩자가 있다는 말에도 팔봉은 망설였다.
‘그 망설임이 강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어!’
팔봉은 바로 가장 안쪽 캐비닛을 열었다. 그 안에 일명 마세티라 불리는 정글도가 있었다.
팔봉이 정글도를 꺼내니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다.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명구가 다가오려 하자 팔봉이 마세티를 명구에게 겨눴다.
“그대로 서 있어!”
팔봉의 말에는 살기가 어렸다.
“형님!”
명구의 눈이 흔들렸다. 자신들에게 한 번도 칼을 겨눈 적이 없는 팔봉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너희 세 명 중 방진호 말을 듣는 놈이 있다는 걸 안다.”
팔봉의 말에 세 명이 눈을 부릅떴다.
“형님 말도 안 됩니다!”
명구가 제일 먼저 말했다.
“맞습니다. 저희 중 첩자가 있다니요! 말이 안 돼요!”
그다음 종남이 침을 튀기며 반박했다.
다만 셋째 정식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지 않았다. 정식이 말을 하지 않자 명구와 종남이 정식을 바라봤다.
“설마… 정식이 너?”
명구의 말에 정식이 고개를 확 돌리며 말했다.
“말 같지 않은 말 그만하세요. 누가 첩자일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넌 우리 중에 진짜 첩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팔봉 형님이 허투루 말하는 거 보셨습니까?”
정식의 말에 모두가 입술을 다물었다.
팔봉이 모두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난 너희를 내 형제처럼 대했다. 너희도 마찬가지였지. 아마 날 배신한 그놈도 분명 말 못 할 사연이 있을 거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팔봉이 세 명을 둘러보며 말했다.
“난, 지금 방진호를 치러 간다. 만일 이 소식을 방진호에게 알린다면 난 죽으러 가는 거겠지.”
세 남자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했던 것을 불문에 부치겠다. 나중에 조용히 날 찾아와라.”
팔봉은 그 말을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니, 너희는 오지 마.”
팔봉은 그 말을 하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남은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 했다.
“니미! 언제 공적인 일 하고 개인적인 일 하고 따로 있었나!”
명구가 뛰쳐나가고 아무 말 없이 막내 정식이 따라 나갔다.
맨 마지막에 있던 사람은 종남이었다. 그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물다가 캐비닛에서 망치와 사시미 칼을 들고 뛰쳐나갔다.
“연장 안 챙겨!”
* * *
– 푹! 푹! 푹!
회전하는 방패 모서리가 5명의 덩치를 갈랐다. 덩치들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어떤 사람은 목에서 어떤 사람은 눈에서 어떤 사람은 코에서 피가 흘렀다.
모두 키가 달라서였다. 하지만 효과는 비슷했다.
“아악!”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손으로 상처 부위를 붙잡았지만, 상처는 더 나빠졌다.
하지만 강민도 멀쩡하진 않았다. 코에서 피가 나고 눈에서 피가 흘렀다.
머리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지만,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이때를 놓치면 안 돼!’
조금 전 방패를 1미터쯤 거리에 생성시켰었는데 덩치들이 뒤로 물러나 더는 상처를 주지 못했다.
강민은 방패를 조금 더 넓게 이동시켰다. 방패 거리를 넓히는 건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거였다.
그 반동은 엄청났다.
– 푸헐.
머리를 해머를 맞은 거 같았다. 엄청난 통증이 나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순간 집중이 흐트러져 방패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대로 쓰러지고 싶었다.
‘안 돼!’
강민은 입 안에 남아 있는 피를 삼키며 집중했다.
느려졌던 방패 속도가 다시 빨라지며 조금씩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1.1m, 1.2m.’
천천히 넓혀가던 방패는 어느 순간 1.8m 가까이 넓어졌다.
“으악!”
다시 덩치들의 비명이 들렸다. 상처를 막고 있던 손이 바닥에 떨어졌다.
덩치들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쏟아지는 폭우 소리에 묻혀 버렸다.
그다음은 얼굴이었다.
어떤 덩치는 목이 반쯤 잘리고, 어떤 덩치는 코 부위부터 얼굴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잠시 후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섯 덩치 모두 끔찍한 모습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간혹 몸을 부들부들 떠는 사람이 있었지만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하악… 하악.”
강민만이 온 얼굴에 피칠을 하며 휘청거리며 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방진호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던 방진호는 몸을 떨며 손으로 강민을 가리켰다.
“넌… 넌 도대체 뭐야!”
* * *
방진호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
‘괴물? 초능력?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럼 아직 약이 덜 깼나?’
정신이 몽롱한 게 확실히 약 기운이 남아 있는 거 같았다.
그래야 했다. 이건 말이 안 됐다.
분명 약 기운 때문에 이렇게 보일 뿐이라고 진호는 생각했다.
‘그럼, 말도 안 되지. 누가 공격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손목이 잘리고 목이 잘리는 게 말이 돼?’
진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환상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에 신경이 쏠렸다.
– 킁킁.
진호의 코끝을 찌르는 냄새가 났다.
‘피 냄새.’
진호는 유독 피 냄새에 민감했다. 피 냄새를 맡을 때마다 묘한 쾌감이 들었다.
그건 그 어떤 마약보다도 진호를 흥분시켰다. 그런데 평소에 맡아 보지 못한 묘한 향기가 나는 피 냄새가 있었다.
‘저놈이야.’
최강민이 얼굴 전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 냄새는 분명 저놈한테서 나는 게 분명했다.
‘맛있어 보여, 피! 피!’
진호는 사시미 칼을 꽉 잡았다. 부하들이 쓰러져 있었지만 그게 강민이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환상인 게 틀림없어.’
환상이라 생각하니 거리낌이 없었다. 당장 저 맛있어 보이는 피를 먹어 보고 싶었다.
마침 강민은 몸을 휘청하는 게 반항할 힘도 없어 보였다.
진호는 히죽 웃으며 강민에게 달려들었다.
강민이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잡는 자세를 취해 움찔했지만, 손에 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새끼도 약 한 건가? 맨손으로 지랄하네? 크크크.’
진호는 달려가 사시미 칼로 강민을 내려쳤다.
하지만 그때였다. 무언가가 사시미 칼을 든 자신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응?’
진호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칼을 든 자신의 오른손이 떨어져 있었다.
실감이 안 났지만, 곧 엄청난 통증이 났다.
“으악!”
비명을 질렀다.
‘뭐야! 뭐야! 뭐야!’
이건 말이 안 됐다. 환상 속이면 이런 통증이 나서는 안 됐다.
진호는 바닥을 굴렀다. 바닥의 찬 기운이 온몸에 느껴졌다.
‘이게 환상이 아니라고?’
옆을 바라보니 이미 숨이 멈춘 자신의 부하가 보였다. 머리가 잘렸는지 피와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웩!”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토를 했다.
그때 몸을 비틀거리며 강민이 다가왔다. 진호는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게 현실이었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저 괴물 같은 놈이 부하들을 죽이고 자신의 팔을 자른 게 틀림없었다.
“괴… 괴물.”
“난… 괴물이 아니야.”
“괴물이 아니면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해!”
“너도 이 정도는 하잖아.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이것보다 더하지 않았어?”
강민의 말에 진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이 사실이어서였다.
강민이 손을 올렸다. 여전히 손에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았지만 저걸 내려치는 순간 자신의 목이 잘릴 게 분명했다.
“살… 살려 줘!”
“넌 살려 달라는 사람을 살려 줬나?”
“돈! 원하는 대로 돈을 줄게! 얼마가 필요해! 말만 해!”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돈이야 넘치도록 있었다.
“정말 너하고 난 지독한 악연인가 보다. 너를 두 번이나 죽이게 되다니.”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그때였다. 건물 아래층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아! 최강민! 어딨어!”
순간 강민은 진호의 눈에 희망이 보이는 것을 보았다.
“팔! 팔봉이…….”
진호는 있는 힘을 다해 팔봉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끝을 내지 못했다.
– 싹둑.
강민이 들고 있던 방패가 진호의 목을 잘랐다.
“…하”
진호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그걸 본 강민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이 모습을 두 번이나 보는구나.’
강민이 바닥에 쓰러졌다.
강민이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본 모습은 팔봉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거였다.
“삼… 삼촌.”
* * *
강민이 다시 눈을 뜬 건 12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신이 드는 거냐?”
강민은 눈이 뻑뻑해 눈을 계속 감았다 떴다 했다. 창밖에서는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오른쪽을 바라보니 그곳에 팔봉이 있었다.
“삼촌?”
“하아.”
팔봉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나.”
“네. 그런데 삼촌, 그런데 여기가 어디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 같았는데 일반 병원 모습하고는 조금 달랐다.
“일단 병원으로 해 두자. 몸은 어떠냐?”
“몸이요?”
강민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손등에는 링거와 바늘이 연결되어 있었다.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괜찮은 거 같은데요.”
“다행이구나.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여서 크게 잘못된 줄 알았는데.”
‘피투성이?’
그제야 강민은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강민의 눈이 흔들렸다.
‘내가… 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6명이나.
하지만 처음 방진호를 죽였을 때만큼 충격이 오지는 않았다. 솔직히 그게 강민에게 더 충격이었다.
‘내가 살인에 익숙해졌구나.’
씁쓸함과 동시에 걱정이 몰아쳤다.
‘현실 세계에서 살인했어.’
평행 세계야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었다. 법도 도덕도 없는 시대. 오직 생존만이 제일 덕목인 세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 감옥에 가는 건가?’
강민이 머리를 붙잡았다.
“삼촌, 제가 사람을 죽인 거죠? 자수해야 하나요?”
팔봉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내가 뒤처리 끝냈다.”
강민이 팔봉을 바라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그 시체들은 지금쯤 인천 앞바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핏자국도 공구리 처서 싹 지웠다. 누구도 못 찾아.”
팔봉의 뒤처리는 강민이 생각하는 거 이상이었다.
“그래도… 제가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제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아요?”
팔봉이 강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 일, 네 잘못 아니야. 모두 내 잘못이다. 오히려 살아 줘서 고맙다.”
“삼촌.”
팔봉은 강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왜 강민이 그들에게 잡혀갔는지 얘기해 줬다.
“그럼 3명 중 첩자가 방진호에게 얘기 안 했다는 거네요. 다행이긴 한데 불안하지 않으세요?”
“사람에게는 불안하면서도 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 부모와 자식 관계처럼 말이야.”
완전히 이해가 가는 건 아니었지만 강민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강민은 팔봉이 자신을 배신했다면 팔봉을 내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싫었다. 팔봉을 어떻게든 믿고 싶었다.
“알겠어요, 삼촌.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뿐이다. 다시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는다면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팔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됐다. 그나저나 도대체 그놈들을 어떻게 죽인 거냐? 들고 있던 무기도 없던 거 같은데?”
강민의 얼굴이 굳었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말할 수 없었다.
팔봉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건 자신만의 비밀이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말해 봤자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삼촌, 죄송합니다.”
“혹시 너를 돕거나 이용하는 세력이 있는 거냐? 그래서 말을 못 하는 거냐?”
팔봉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강민의 실력은 팔봉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강민이 조폭 6명을 죽이는 건 말이 안 됐다.
“삼촌, 모든 건 언젠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하아, 어째 요즘 널 만나면 한숨만 나오는 거 같구나. 좋아, 지금은 넘어가 주마. 하지만 언젠가는 꼭 말해 주길 바란다.”
강민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랐다.
“네, 삼촌.”
* * *
택시에서 내린 강민은 정신없이 뛰었다.
팔봉과 얘기하는 중에 시간이 10시인 것을 깨달은 거였다.
‘미친! 내가 왜 시계를 이제 본 거야!’
11시 30분이면 평행 세계로 이동해야 했다.
너무 급하게 온 강민은 병원복을 입고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5분이었다.
‘시간이 없어!’
강민은 얼른 추리닝과 운동화로 갈아입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상자들이 가득했다. 모두 라면이었다.
강민은 평행 세계로 무엇을 가져갈까 고민하다 무게 대비 가장 효율이 좋은 라면으로 선택했다.
‘쌀은 얼마 전 가져와서 있는 거 같았으니까.’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줄 과자 한 상자와 담배 한 보루 그리고 천식약이었다.
‘이게 48kg.’
나머지 2kg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운동화 등의 무게를 고려해 남겨 두었다.
강민은 이들을 끈으로 묶었다. 어떻게든 묶인 상태로 강민이 잡고 있으면 평행 세계로 가져갈 수 있었다.
어느새 11시 20분이 되었다.
‘빠진 거 없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볼 때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강민의 몸과 박스가 안방에서 사라졌다.
*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본 세계로 갈 때 이동했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갑니다.>강민은 정신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조금 상쾌한 기분까지 들었다.
‘적응이 돼서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현실 세계로 이동했을 때 그 방 그대로였다.
강민은 다시 굳은 각오를 하고 박스를 재분배했다.
박스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가져갈 수 없어 끈으로 2박스씩 묶고 한 손에 한 묶음씩 총 4박스를 들었다.
집안을 뒤져 보니 학생 가방도 하나 발견해 그 안에 과자들과 담배도 담았다.
‘이제 그들에게 가자.’
강민이 안방을 나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보류되었던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본 세계에서 발생한 메시지는 평행 세계로 복귀할 때 보여지게 됩니다.> [극한의 정신력으로 ‘방패’ 스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습니다.>강민의 눈이 부릅떠졌다.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봐서였다.
게다가 메시지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메시지가 그다음에 나왔다.
메시지를 읽은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맙소사, 이게 스킬로 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