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얼음을 녹여라 (2)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본 강민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예티가 배반한 종족이라고?’
강민은 거대한 예티의 왕을 바라봤다.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타이탄의 왕은 이런 놈을 어떻게 동맹으로 받아들인 거지?’
얼핏 봐도 컨트롤이 쉽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예티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강민은 예티의 왕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가까이 가니 멀리서 볼 때와 느낌이 달랐다.
‘엄청난 힘이야. 쿤테라도 왕이지만 저렇게 강하지 않았어. 이런 존재를 동료로 만들었다고?’
강민은 타이탄의 왕이 어떻게 예티족을 설득한 건지 궁금해졌다.
‘물론 이프리트도 있긴 했지만 이프리트는 특별한 사정이 있던 거고.’
순간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이프리트?’
강민은 이프리트를 떠올리며 예티의 왕을 떠올렸다. 뭔가 비슷했다.
‘그리고 비슷한 존재가 하나 더 있었지. 파프니르!’
강민은 두 존재와 예티의 왕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특히나 이곳에 있으면 안될거 같은 저 강력함 ‘힘’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이런 존재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게 정상이야?’
순간 강민은 정령계로 떠난 이프리트의 말이 떠올랐다.
– 타이탄의 후예여, 조심해라. 너를 노리는 건 이곳에 있는 존재만이 아니다.
–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저쪽 세상에 아주 무서운 존재가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다행히 이곳으로 올 수는 없지만 언제나 그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가 너를 노린다.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은 란카르트에게 듣고 두번 째로 들은 이름이었다. 강민은 더 물어봤지만 란카르트와 마찬가지로 율법에 의거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도 설마 베아트리체라는 여자의 짓인가?’
지금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게이트 안쪽으로 가면 알 수 있겠지. 만일 그게 사실이면 그때는 박살 내 버리겠어!’
잠시 후 강민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흥분은 전투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좋아, 이번에 할 건 맹세의 증표를 찾고 예티를 복속시키는 거야.’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맹세의 증표’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맹세의 증표는 크기가 크지 않았다. 잘해야 강민의 주먹 정도였는데 저 예티의 왕이 너무 커서 어디에 ‘맹세의 증표’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쓰러트리고 봐야 한다는 소리네.’
강민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 싸움은 단번에 끝내야 해.’
예티들과 싸우면서 강민은 상성상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불과 얼음이라는 상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일 수도 있지.’
지금이야 자신의 불이 더 강해 자신에게 유리하지만 불의 힘이 약해지는 순간 이 상성은 최악의 상성이 되는 거였다.
강민은 거대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예티의 왕에게 달려갔다.
‘방패 소환!’
강민의 주위로 12개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방패의 엄청난 힘을 인지한 예티의 왕이 고개를 돌아가며 강민을 처다봤다.
– 쿵!
예티의 왕이 한 걸음 내딛었다. 땅이 흔들리고 사방 수십 미터로 두꺼운 얼음이 생성되며 퍼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민은 방패를 반으로 접고 또 접었다. 방패의 온도가 천 도로 올라갔다.
천 도면 쇠도 녹이는 온도였지만 강민은 만족하지 않았다.
‘파프니르도 방패를 몸속에 넣고 마법의 힘으로 만 도를 견뎠어.’
천도 가지고는 부족하다 생각한 강민은 방패를 더 접고 또 접었다. 방패가 주먹만하게 작아지는 대신 5천 도까지 올라갔다.
‘좋아, 가라! 방패 던지기!’
강민이 손짓하자 12개의 방패가 예티족의 왕을 향해 날아갔다.
그걸 본 예티의 왕이 앞발을 내밀었다.
다만 이번은 이전 발걸음과 달랐다. 발을 하늘에서 강하게 땅으로 내려친 거였다.
– 쿵!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땅에서 얼음이 솟아오르며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퍼졌다.
– 펑! 펑! 펑!
날아가는 방패를 얼음 파편이 막았다. 하지만 방패는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치이이익.
5천 도 열기를 내뿜고 있는 12개의 방패는 단숨에 얼음을 뚫고 예티의 왕의 몸을 뚫었다.
* * *
“흐음, 산타가 깨어났네.’
베아트리체는 허공에 나타난 영상에서 ‘예티의 왕’이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자신도 일어났다.
베아트리체는 공간을 찢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본 요정 페페가 다급히 쫒아오며 소리쳤다.
“베아트리체 님! 같이 가요!”
페페가 안으로 들어가자 축축한 동굴이 나타났다. 앞을 보니 이미 베아트리체는 세계수 앞에 서 있었다.
“베아트리체 님. 이곳에는 또 왜 오신 거에요?”
베아트리체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얘기해 줘야 되지 않겠니? 우리가 성공한 것에 대해.”
베아트리체는 그 말을 하며 세계수 ‘사라한’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보네요. 사라한?”
[난 사라한이 아니라고 말했다.]“이 정도면 인정해도 되지 않나요? 뭐 아니라고 계속 그런다면 어쩔 수 없죠. 그거야 본인 마음이니까.”
베아트리체는 세계수에게 다가가 나무뿌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온 건 보고드릴 게 있어서예요.”
[내가 너에게 보고받아야 할 게 있었나?]“그야 물론이죠. 드디어 그 세계에 절대자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거든요.”
순간 동굴이 크게 흔들렸다.
세계수가 말하는 중간에 베아트리체가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영상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몸을 일으킨 ‘예티의 왕’이 있었다.
[맙소사, 저게… 저게 어떻게! 너… 예티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제가 오크와 인간의 혼혈이잖아요? 그럼 예티와 정령을 하나의 몸으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해 봤는데? 되더라고? 굉장하죠?”
동굴이 흔들렸다.
“예티는 당연히 차원의 문을 넘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예티의 몸에 물의 정령왕을 박아 넣었어요. 둘은 둘이면서 하나가 되었죠.”
[거짓말 마라 그것만 가지고 차원을 이동하는 건 불가능해!]“가능하던데요? 드래곤 하트를 매개체로 쓰니까요.”
순간 동굴이 거칠게 흔들렸다.
[넌 이프리트와 파프니르를 실험체로 쓴 거구나!]베아트리체가 방긋 웃었다.
“바로 알아보시네요. 생각지도 못한 타이탄의 후예가 그곳에 있어 소멸되고 말았지만 허탕은 아니었어요. 소중한 데이터를 얻었거든요. 덕분에 이번에는 완전한 존재를 이동시킬 수 있었답니다.”
[그렇다고 드래곤 하트를 쓰다니. 넌… 넌, 드래곤들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은 거냐?]베아트리체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난… 샹그릴라에 갈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거에요.”
[그럼 더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저 세계에 저런 존재를 왜 보내는 것이냐? 저기에 샹그릴라가 있는 것도 아닌데!]“물론 없죠. 하지만 다른 건 있어요.”
베아트리체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화면이 바뀌며 황금 갑옷을 입은 강민이 나타났다.
[저건!]“역시 단숨에 알아보네요. 바로 타이탄의 후예죠. 당신이 샹그릴라가 어딨는지 말하지 않으면 저 타이탄의 후예를 죽여 버릴 겁니다. 아… 관련 없는 척은 마세요. 저한테 유물이 있는 거 아시죠?”
[…….]“설마? 타이탄의 후예가 반신급의 존재를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예티의 왕이 숨만 쉬어도 타이탄의 후예는 죽을 겁니다. 아무리 타이탄의 능력이 뛰어나도 완전한 반신급을 넘을 수는 없죠.”
베아트리체가 손가락을 튕겨 영상을 끄며 물었다.
“자, 말하세요. 샹그릴라는 어디에 있죠?”
* * *
– 쿠와아아!
예티의 왕의 고함을 지르자 엄청난 얼음 파편이 태진이 있는 곳까지 몰아쳤다.
그건 단순히 얼음 파편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된 파도가 밀려오는 거였다.
‘미친!’
태진은 재빨리 몸을 뒤로 날렸다. 앨프의 속도로 도망가는 데도 얼음의 파도가 등 바로 뒤까지 쫓아왔다.
태진은 죽을힘을 다해 더 빨리 움직였다. 그렇게 300미터를 넘게 도망가고 나서야 얼음 파도가 멈췄다.
“허억, 허억. 저거 완전 괴물이잖아?”
태진은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뱉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도망치는 게 당연할 정도의 예티의 왕은 압도적 힘을 가졌다.
하지만 태진은 예티의 왕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저 정도 존재를 먹을 수만 있다면! 그때는 나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어.’
진도가 아니라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저놈을 먹지?’
먹는 건커녕 근처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태진이 예티의 털로 온몸을 덮었지만 몸이 떨릴 정도로 예티의 왕이 내뿜는 한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히!’
서자라는 이유로 자식 취급도 못 받으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온 태진이었다. 태진은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응?’
무언가 붉은 덩어리들이 하늘을 날아가더니 예티의 왕을 몸을 뚫고 나왔다.
– 크아아아아앙!
고함과 비명이 뒤섞인 음성이 예티의 왕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순간 예티의 왕 주위의 대기가 얼어붙었다. 거대한 얼음 장막이 예티의 왕 주위에 생겼다.
‘뭐야! 누가 저 괴물을 공격한 거야?’
태진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음 장막이 펼쳐지지 않은 150미터 정도까지 이동하자 태진은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전신에 황금 갑옷을 걸친 사람이 허공을 날며 불덩어리들을 조정하고 있었다.
‘엄청나잖아!’
크기만 보면 둘은 상대가 안 됐다. 황급 갑옷은 잘해야 2미터 정도였다. 하지만 얼음 괴물은 얼핏 봐도 100미터가 넘어 보였다.
당연히 상대가 안 되어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뭔지 모르지만 괴물이 당황하고 있어.’
공격이 계속되고 괴물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괴물의 몸에서 피가 떨어졌다.
그걸 본 태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피! 저걸 먹 을수만 있다면!’
저 피를 먹기만 하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처럼 무력하게 있지 않아도 됐다.
태진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회를 봤다.
‘황금 갑옷, 더 공격해라! 더! 더!’
그때 12개의 불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거대한 방패가 되었다.
한참 떨어진 태진이 있는 곳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방패였다.
‘엄청나!’
얼음 괴물도 욕심났지만 저 황금 갑옷의 능력도 너무나 욕심났다.
태진은 입안에 넘치는 침을 삼키며 다짐했다.
‘기다려라. 괴물을 먹고 난 다음 너도 먹어 주마! 크크크. 너는 특별히 뼈까지 모조리 씹어 주지.’
하늘에 생긴 거대한 방패가 얼음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얼음 괴물이 얼음을 만들어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방패는 얼음을 뚫어 버리고 얼음 괴물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 얼음 괴물이 손을 내밀었다.
– 쿵!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에 퍼졌다. 방패와 얼음 괴물의 왼손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멈춰 있었다.
– 삐이이이익.
충격음이 그곳을 중심으로 물결치듯 퍼져 나갔다. 태진은 바로 귀를 손으로 막았다.
‘둘 다, 엄청난 괴물이구나!’
이곳에 오기 전까지 태진은 자신이 가장 강한 줄 알았다. 그 어떤 인간도, 인어족도 자신의 상대가 안 됐다.
‘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어.’
태진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의 욕망이 그 이상을 바라는 거였다.
앞을 바라보니 황금 갑옷과 얼음 괴물이 멈춰 서 있었다. 힘 대결을 하고 있는 거였다.
‘잠깐? 이건 기회 아니야?’
태진은 바닥에 떨어진 피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는 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얼음 괴물이 멈춰 있는 상황이었다.
태진은 바로 달려갔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는 게 지금까지 태진이 살아남은 방식이었다.
몇 초 되지 않아 태진은 피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피가 얼어 있었지만 태진에겐 관계없었다. 태진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송곳니를 꽂아 넣었다.
처음에는 송곳니가 얼음을 뚫지 못했지만 태진은 될 때까지 박고 또 박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송곳니가 얼음 속에 들어갔다.
‘됐어!’
처음이 어려웠지 그다음은 쉬웠다. 피가 송곳니를 통해 빨려 올라왔다.
태진의 몸이 잘게 떨렸다.
‘이 정도의 힘이라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태진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살을 먹은 것도 아닌 고작 피를 먹었는데 이 정도라고?’
주위에 있는 모든 피를 빨아먹은 태진이 일어섰다. 그의 몸은 바뀌어 있었다. 키가 3미터 정도 커져 있었고 온몸에 털이 더 많이 자라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아직도 황금 갑옷과 얼음 괴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태진이 얼음 괴물에게 달려가 털을 잡고 허벅지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허벅지에 입을 대고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송곳니가 들어가고 피가 들어왔다. 엄청난 힘이 태진의 몸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 쿠허헝!
얼음 괴물이 손을 내려 처서 태진을 날려 버렸다. 태진은 멀리 날아가 뒹굴었다.
한참을 구른 태진이 일어서며 말했다.
“씨발, 조금만 더 빨아 먹었으면!”
그때였다.
어디선가 창이 하나 날아와 자신이 조금 전 이빨을 박았던 곳에 정확히 꽂혔다.
– 크아아아!
얼음 괴물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건 또 뭐야?’
태진은 창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 조그마한 고블린 한마리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민과 예티의 왕의 평행이 깨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