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샹그릴라로 가는 길 (3)
평행 세계에 오기 전 강민은 샹그릴라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었다. 사라가 강민을 위해 그 회사에 입사한다니 모든 것을 알아봐야 했다.
‘샹그릴라의 실질적인 주인이 리차드 머레이였지. 부통령이라 지금은 물러났지만 말이야. 아! 그렇구나! 부통령이어서 대통령이 된 거야! 그럼 대통령은?’
십중팔구 잘못되었을 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리차드가 살아 있고 사라도 살아 있어. 우연일까? 아니면 여기서도 사라는 샹그릴라 소속일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미 대통령과 대화하는 자리였다.
‘현실 세계에서 바이든과 정상 회담을 하고 왔는데, 또 다른 정상 간의 통화를 하게 되네.’
강민은 현실 세계에서 정상 회담 할 때를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리차드 머레이 대통령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한국의 영주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신의 축복이 대통령님과 미국에 있기를 바랍니다.”
– 오랜만에 그 얘기를 들어 보는군요. 혹시 이 전에 정부에서 일하셨습니까?
“아니요,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말은 최근에 배우고 있습니다.”
강민은 현실 세계 서 총리로 부터 국가 외교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 하하. 외교 예법에 대해 배워야 할 정도라니. 한국이 얼마나 안정되었는지 더 궁금해지네요.
이건 빨리 한국 상황에 대해 알려 달라는 말이었다.
‘좋아. 이 정도는 말해 주지. 그래야 내가 필요한 것도 주지 않겠어?’
“한국은 수도 서울을 탈환했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상당 부분을 탈환했죠. 현재 제 영지에는 5만 명의 생존자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5만 명이란 강민의 말에 미국 측이 웅성거렸다.
– 혹시, 거기 ‘진도’처럼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을 대피시킨 겁니까?
“아니요. 순수하게 생존자들을 모은 겁니다.”
– 맙소사, 그럼 지금 탈환했다고 말씀하신 장소가, 좀비를 죽이고 생존자들을 5만 명이나 모았다는 말입니까?
“네.”
미국만이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연구원들도 깜짝 놀라 웅성거렸다.
이미 사건일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식량은 없고 좀비는 더 많아졌다. 변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생존자들은 대다수 죽었을 거라 여겼는데, 5만 명이나 살아 있다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 놀랍군요.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좀비를 죽이면 필연적으로 ‘좀비 웨이브’가 벌어지는데 그건 어떻게 하셨습니까?
“저희 영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세상에 수 많은 능력자가 있지 않습니까? 그걸 해결할 만한 능력자가 있다고 해 두죠.”
강민의 말에 또 미국 측에서 웅성거렸다. 잠깐 들어 보니 어떤 능력자일지 서로 얘기하는 거 같았다.
강민은 잠시 기다리다 입을 열였다. 더 이상 강민도 기다릴 수 없어서였다.
“대통령님이 지금까지 질문을 하셨으니 저도 하나만 하겠습니다.”
– 이런, 실례를 했군요. 너무 놀라운 얘기라 저희 쪽 사람들이 시끄럽게 했습니다. 영주… 님? 말씀하십시오.
강민은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좀비는… 좀비는 어떻게 된 겁니까? 왜 세상이 이렇게 된거죠? 이것에 대해 미국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강민의 질문에 미국 측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통신기 볼륨을 줄이고 자기들끼리 뭔가를 얘기하는 거 같았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권태진 말로는 같이 연구 중인 거 아니었나?’
강민은 혹시 몰라 만호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옆에서 지금까지 강민이 하는 얘기를 들은 만호는 반신반의했다. 아민 얘기부터 생존자까지 모두 믿을 수 없어서였다.
‘하지만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 아민이 살아 있다면!’
만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같이 연구한다고 했지만 좀비 연구 자료를 일방적으로 저희가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희는 섬에 있느라 좀비에 대한 연구가 미비했거든요. 그런데 미국 측에서 준 자료는 엄청 나더군요. 엄청난 실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요? 이상하네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럼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은 자료를 저희에게 줬습니다. 물론 핵심 자료는 주지 않은 거 같지만 지금까지 받은 자료만 해도 엄청나죠.”
강민은 어떤 자료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침 그때 다시 통신이 재개되었다.
– 실례를 했습니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저희끼리 논의를 해야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 조건부 승낙으로 결정됐습니다.
“조건부 승낙이요?”
– 네, 저야 영주님의 말씀을 믿지만, 사실 저희는 지금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거 빼고는 잘 모르는 사이 아닙니까?
강민은 리차드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죠. 그럼에도 조건부라면? 원하시는 게 있으시겠네요?
– 역시 바로 알아차리시는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원하는건 ‘좀비 웨이브’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강민은 너털웃음이 나왔다.
‘미국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아직 이것도 해결하지 못했단 말이야?’
좀비 웨이브를 막는 건 ‘영지’ 능력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좀비 웨이브가 나긴 하지만 그건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도 끼치지 못했다.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몰려든 좀비들은 영지민들의 훌륭한 경험치가 되었다.
‘미국에게 이걸 말해 줄 수는 없고 어떻게 설명하지?’
잠시 고민하던 강민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강민이 막 대답할 때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만호가 통신기의 송신음을 꺼 버렸다.
“그걸 말하면 안 됩니다.”
“네?”
“그렇게 엄청난 정보를 그냥 제공해 준다는 말입니까?”
강민이 씩 웃었다.
“그냥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도 좀비와 세상이 멸망한 것에 대해 듣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거짓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말할 것은 알아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라서요.”
강민의 말에 그제야 만호가 물러섰다. 강민은 송신음을 켜고 다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게 워낙 중요한 사항이라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강민의 말에 떨떠름한 리차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이해합니다.
별로 이해 못 한 거 같았지만 강민은 상관없었다. 여긴 현실 세계처럼 미국과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저희 능력자 중 ‘어그로 주입’이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 어그로 주입이요?
강민은 ‘어그로 주입’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근방에 있는 모든 좀비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 맙소사, 그런 능력자가 있다니!
리차드의 말 뒤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저거 거짓말입니다. 그런 능력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 아니에요. 설명이 굉장히 디테일합니다. 저건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대통령님 그 능력자를 꼭 이곳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 맞아요. 그럼 여기 문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어요.
강민의 예민한 귀는 미국 측에서 말하는 내용을 모조리 캐치했다. 인간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였지만 인간, 아니 타이탄족까지 넘어선 강민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을 수 있었다.
‘호오, 저기는 좀비 웨이브 때문에 문제가 많나보네? 이거 잘만 이용하면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겠는데?’
미국 측 논의가 끝났다. 강민은 결과를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대통령님, 논의가 끝나셨나요?”
– 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이제 대답해 주시죠. 세상은 왜 이렇게 된 거지요?”
– 그건…….
* * *
“같이 가시죠. 5시간 정도면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
한만호는 같이 경복궁으로 가자는 강민의 제안에 머뭇거렸다.
‘정말일까? 정말 아민이와 매형이 서울에 있을까?’
당장이라도 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강민이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갔다가 못 돌아올 수도 있어.’
만호가 알기로 진도는 강화도와 더불어 사람이 살 만한 유일한 장소였다.
‘게다가 어떻게 5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한다는 거야? 설마? 헬기라도 타고 가려는 건가?’
만호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헬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뻥 같은데. 설마 아민과 매형이 살아 있다는 것도 거짓인가?’
만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와!”
“저게 뭐야?”
“하늘에 길이 생겼어!”
이미 해가 져서 어두운 밤이었다. 그 밤하늘에 파랗게 빛이 나는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방패는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길게 늘어서더니 이윽고 하나의 길이 되었다.
‘맙소사.’
만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진도에 있으면서 수 많은 일들을 경험했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설마? 여기로 이동하는 거야?’
만호의 그런 생각을 확신이라도 시켜 주듯 강민은 전기 차 한 대를 끌고 와서 만호에게 말했다.
“마지막입니다. 더 권하지 않을 거예요. 안 가실 거예요?”
강민의 말에 만호는 결심했다. 이정도 능력자라면 자신에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가자!’
만호가 차에 타자 강민은 시청 앞 마당에 있는 팔봉을 보며 소리쳤다.
“삼촌! 제가 올 때까지 부탁드릴게요. 이삼일 내로 사람들 데리고 올게요.”
“여긴 걱정말아라.”
“네!”
그 말을 하며 강민이 탄 전기 차가 방패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그사이 팔봉이 차가운 눈으로 뒤돌아서 마당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김상철이 있었다.
* * *
김상철은 시청 마당 한가운데에 거대한 쇠봉에 묶여 기절해 있었다.
팔봉은 물 한 바가지를 떠서 김상철의 얼굴에 부었다.
“헉.”
기절해 있던 김상철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한기가 돌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응? 여기 어디야?’
자세히 보니 익숙한 곳이었다.
‘시청 마당이잖아? 내가 왜 여깄지?’
김상철은 몸을 살폈다. 왜 묶여 있는지는 모르지만 몸이 모두 정상이었다.
‘설마 강민이가?
김상철은 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강민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이 보였다.
“다… 당신은!”
강민을 대할 때와 달리 떨리는 목소리가 김상철의 입에서 나왔다.
“나를 기억하나 보지?”
모를 수가 없었다. 박팔봉, 강민의 아버지 최우식을 작업할 때 가장 조심했던 사람이 바로 박팔봉이었다.
팔봉의 번들거리는 눈을 본 상철의 온몸이 떨렸다. 그건 미친놈의 눈빛이었다.
이런 세상이 되고 나서 상철은 이런 눈빛을 한 사람을 많이 봤었다. 이런 사람은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잘못했습니다. 모두 잘못했습니다.”
상철은 눈치가 빨랐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죽을 것만 같았다.
상철은 잘못했다고 빌며 곁눈질로 주위를 살폈다. 주위를 살펴보니 이곳은 이미 팔봉이 장악한 거 같았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그… 그건…….”
상철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팔봉은 조그마한 유리병에 담긴 액체를 상철의 입에 넣었다.
“읍! 읍!”
상철은 안 마시려 했지만 팔봉의 힘을 당할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은 원래 강민이 하려는 일이었어. 알지? 강민은 그럴 자격이 있는 거.”
상철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팔봉이 달려들어 칼로 배를 쑤셨다가 뺐다.
“아악!”
상철은 비명을 지렀다. 하지만 의외로 상처는 금방 아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상철이 의아해하며 팔봉을 바라봤지만 팔봉은 칼에 묻은 피를 닥으며 자신이 할 말만 했다.
“강민은 복수를 직접하고 싶어했어. 하지만 강민은 왕이 되어야 할 사람이야. 덕으로 사람을 다스려야 하지. 이런 일은 내가 하는 게 맞아.”
상철은 팔봉의 말 따위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궁금한 건 자신이 어떻게 된 거냐는 거였다.
“뭘! 나한테 뭘 먹인 거야!”
상철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좋은 거. 웬만한 상처는 즉시 회복시키는 만병통치약.”
“뭐라고? 그걸 왜?”
그때였다. 팔봉이 바닥에 있던 기름통을 집어 들고 상철의 온몸에 뿌렸다. 그제야 상철은 팔봉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날 불태우려 하는 거야! 하지만 지금 먹은 약 때문에 죽지도 못할 거야!’
상철은 팔봉을 보며 간절히 소리쳤다.
“살려 줘! 내가 잘못했어!”
팔봉이 기름을 꼼꼼히 뿌리며 물었다.
“뭘 잘못했지?”
“다!”
“자세히!”
“우식이 형의 회사를 빼앗았어! 회사의 기밀을 모두 구룡 그룹에 넘겼어! 대가로 난 구룡 에너지 이사가 됐어.”
“그리고?”
“우식이 형의 장례식 기간에 집을 뒤졌어!”
팔봉이 흠칫했다. 이건 강민에게 듣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우식이 형님이 장례를 치르는 동안 넌 형의 집을 도둑질했다는 거구나?”
팔봉의 눈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 찾았어! 아무것도!”
“좋아, 그리고!”
“없어! 더 이상 없다고! 이미 형은 죽었고 강민이는 빚 때문에 망했는데 뭘 더 어떡해!”
상철이 소리치자 팔봉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켰다.
“더 없다고? 있어야 할 거야.”
팔봉의 라이터 불을 켜자 상철이 미친 듯이 몸부림치다 말했다.
“없어! 진짜 없다고! 그게 전부야. 하지만!”
상철이 팔봉을 보며 소리쳤다.
“박팔봉! 네 부모가 누군지 알아.”
순간 팔봉이 멈칫했다.
‘내 부모를 안다고?’
팔봉은 고아원에서 자랐다. 팔봉은 평생 자신의 부모를 찾은 적이 없었다. 버렸으니 더 이상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부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오니 팔봉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내 말은 진짜야! 너를 조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거라고!”
“난 부모가 없다!”
“있어! 그것도 굉장한 사람이야! 지금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네 아버지 성이 서 씨야!”
팔봉이 눈이 크게 흔들렸다.
‘내가 서 씨라고?’
수많은 생각이 팔봉의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팔봉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늘 위로 달려가는 자동차가 보였다. 그제야 마음이 정리가 됐다.
‘아니, 난 박씨야.’
부모가 누군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내 가족은 따로 있으니까.’
팔봉은 라이터를 상철에게 던졌다.
– 화르륵.
“아악!”
상철이 비명을 지렀다. 팔봉은 불타는 팔봉을 뒤로하고 하늘을 바라봤다.
‘강민아 네 꿈을 펼쳐라. 내 가족은 오직 너뿐이야.’
팔봉이 강민을 바라보며 결심을 할 때 강민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아! 그만 토해요!”
– 웩!
만호가 심한 멀미를 하며 차 안에 토를 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