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아포칼립스를 살아 가는 방법 (1)
[‘회오리 방패’가 ‘방패’의 세부 스킬로 등록됩니다.> [방패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회오리 방패’ 스킬 위력이 강해집니다.>메시지를 봐도 믿기지 않았다. 강민은 양손에 든 짐을 내리고 손등을 꼬집어 봤다.
“아야.”
통증이 났다. 거짓이 아니었다.
“미… 미쳤다, 미쳤어! 이게 세부 스킬로 만들어졌다고?”
스킬이란 무엇인가?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조건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스킬이었다.
지금까지 방패를 회전시키려면 강민은 엄청난 집중을 해야 했었다.
먼저 방패 하나하나에 실 같은 연결선을 만들고, 현재 위치 확인, 예상 위치 확인, 회전까지 해야 했다.
이 모든 걸 직접 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방패를 회전시키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아니었다면 결코 사용할 수 없는 게 ‘방패 회전’이었다.
그런데 그게 스킬로 나온 거였다.
‘한번 해 볼까?’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강민은 바로 ‘방패’를 소환시키고 ‘회오리 방패’ 스킬을 실행시켰다.
‘어!’
강민의 머리에서 하얀 선이 나와 3개의 방패와 연결되었다.
‘이게 그냥 되네?’
지금까지 집중해야만 가능한 작업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됐다.
그다음 방패가 돌기 시작했다. 원래는 하나하나 방패가 움직일 위치를 지정해 줘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 윙윙!
방패가 점점 빨라졌다.
‘맙소사, 내가 아무것도 해 줄 필요가 없어!’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회전이 강민이 움직일 때보다 더 빨라 파괴력도 더 강해진 거 같았다.
물론 모든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다. 빠른 속도로 돌면 돌수록 머리가 조금씩 아파져 왔다.
하지만 그건 이전에 방패를 회전시키며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크크크.”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정도 빠르기면 근육 좀비까지도 처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조금 부족해도 상관없었다.
[방패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위력이 강해집니다.>강민은 또 다른 메시지를 보며 눈을 빛냈다.
‘레벨! 레벨을 올리면 모든 게 해결돼.’
이 세상은 힘이 전부인 세상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 돈을 벌 수 있던 이유를 살펴보면 단 하나였다.
‘남들보다 강했기 때문이야.’
그게 현실에서 무기를 가져오든 아니면 스킬을 강화하든 남들보다 강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강해지는 법만이 평행 세계에서 살 수 있는 길이야. 아니 현실도 마찬가지지.’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강해지고 또 강해지면 언젠가는 그놈에게 복수할 수도 있겠지.’
예전에는 엄두도 안 났던 복수가 이제는 조금씩 방법이 보이고 있었다.
‘성장하자. 이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
굳게 마음먹은 강민은 스킬을 해제시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방패를 소환시켜 타고 가니 ‘주상 복합 아파트’까지 금방 갔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들에겐 단 몇 시간이었지만 자신은 일주일 만에 오는 곳이었다.
‘응? 그런데 누가 있네?’
강민은 당연히 컨테이너 위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컨테이너에 강민이 아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민주와 홍영이었다.
“아니, 어떻게 벌써 온 건가?”
홍영이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아저씨는 제가 빨리 온 게 불만이나 보네요? 갔다가 내일 올까요?”
홍영은 박스를 가득 들고 있는 강민의 손을 꽉 잡았다.
“아니, 그럴 리가 있는가! 어서,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 이 짐은 내가 들겠네.”
홍영이 박스를 뺏듯이 들고 컨테이너 아래로 먼저 내려갔다.
남은 건 이제 두 사람. 강민과 민주는 서로를 바라봤다.
“왜 나와 있어?”
“올 거 같았으니까.”
강민은 민주의 말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옛날 아버지가 회사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린 엄마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에이, 말도 안 돼.’
이런 세상이 아니라 현실 세계였다면 말도 못 붙여 볼 여자였다.
‘내가 진짜 약을 가지고 오나 궁금했겠지.’
강민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말했다.
“들어가자. 홍영 아저씨가 몇 개 빼돌릴지도 몰라.”
* * *
청량리 천장산 기슭에는 제법 큰 ‘천장 호텔’이 있었다.
세상이 망했지만, 이상하게 이 호텔은 멀쩡하게 보였다.
1층 몇몇 방에는 불도 들어왔다. 그중 가장 많은 빛이 나는 곳은 ‘로비’였다.
“진호는!”
로비 소파에 흑룡파 두목 방경호가 앉아 부하들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경호 앞에 서 있는 십여 명의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못했다.
“말 안 해!”
방경호가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를 던졌다. 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사람 머리에 맞고 떨어졌다.
엄청나게 아플 텐데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형님. 진호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 쾅!
경호가 주먹을 테이블로 내려쳤다.
연락이 끊긴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처음에는 또 어딘가에서 제가 좋아하는 짓을 즐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걱정을 안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게이트가 열렸어.’
부하들 보고에 의하면 진호가 들어간 지역에 좀비들이 넘쳐 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근육 좀비의 수가 늘어나 정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근육 좀비는 진호라도 상대하기 힘든 좀비였다.
경호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안 하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진호가 죽었다고? 진호가? 아냐 아냐 그럴 리 없어. 방패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야.’
남들에게는 개망나니로 보였겠지만 진호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피붙이였다.
‘역시, 그때 보내는 게 아니었어.’
게이트가 생겨 좀비가 없을 때가 기회라며 ‘강북’으로 진호가 떠났다.
마약을 찾으러 가는 거였다. 축복인지 저주인지, 마약 중독인 진호는 마약을 먹을수록 강해졌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 마약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약을 못 구하니 후유증으로 진호는 피를 마시기까지 했다. 적은 분노했고 아군조차 진호를 꺼렸다.
그러다 우연히 미아동 근처에 ‘마약’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침 게이트가 나타나 좀비도 없자 진호는 바로 그곳으로 갔다. 그게 진호를 본 마지막이었다.
“형님, 심란하신 건 알지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재떨이를 맞은 덩치가 입을 열었다.
“뭔데?”
“호텔에 남은 기름이 없습니다.”
“뭐? 얼마 전에 주유소에 간 놈들 있잖아? 어제 도착했다며? 설마 게이트가 열려서 기름을 버리고 온 거야?”
경호가 날카롭게 말하자 덩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형님. 그게, 주유소 주인이 기름을 팔지 않겠다고 합니다.”
“뭐야!”
기름이 없으면 발전기를 돌리지 못했다. 그럼 지금 누리고 있는 대다수의 시설이 멈춰 서는 거였다.
“아니, 왜? 그놈 식량만 주면 말없이 기름 줬잖아?”
“그게… 천식약을 구해 달라고 합니다. 그게 아니면 기름을 주지 않겠다면서요.”
경호가 테이블을 쳤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커피가 쏟아졌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미친놈, 이런 세상에 천식약을 어떻게 구한다고!”
경호는 씩씩거리다 앞의 덩치에 말했다.
“야, 수류탄 있지? 그때 군바리 놈들 죽이고 얻은 거 말이야.”
“네, 있습니다요, 형님.”
“미친 새끼, 감히 우리한테 협박을 해? 천식약을 가져오지 않으면 기름을 안 준다고? 그럼 별수 없지.”
경호가 앞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일어섰다. 이마부터 뺨까지 그어져 있는 칼자국이 나타났다.
“내일 가서 주유소를 불바다로 만들어. 기름을 안 파는 주유소는 따위는 더는 필요 없으니. 그리고 그놈 딸내미 잡아 와.”
* * *
“뭐! 라면 4박스?”
강북 연합 대표 장호철은 강민이 가져온 박스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호철만이 아니었다. 이 방에 있던 호영과 다른 조 조장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한 박스에 라면이 40개씩 들어 있으니 모두 합치면 160개였다. 그걸 보며 입을 벌리고 놀라고 있었다.
‘이거, 아직 6박스가 더 있는데 그거 말하면 큰일 나겠는데? 그건 천천히 가져와야겠어.’
강민은 가방을 등에서 내리며 말했다.
“물론 천식약도 가져왔고요.”
강민의 가방 속에는 천식약이 가득했다.
호철은 강민에게 다가와 손을 꽉 잡았다.
“고맙네, 고마워. 이제 1조 그놈들을 데리고 올 수 있겠어!”
호철은 1조원들이 주유소에 있다는 걸 듣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었다.
“제가 말했잖아요. 걱정하지 말라고. 대표님, 그럼 지금 바로 주유소로 갈까요?”
강민의 말에 호철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 얼굴을 보니 이걸 가지고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겠네. 쉬는 게 먼저야.”
어젯밤 피를 많이 흘린 강민의 얼굴은 조금 파리했다.
“전 괜찮습니다.”
“아니야.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서 쉬게나. 내일 아침 일찍 떠나세.”
지금 시간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빨리 가면 갈 수는 있겠지만 호철은 강민의 몸을 먼저 생각했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대표님,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위험하네!”
마음 같아서야 호철은 당장이라도 1조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호철은 민주에게 주유소 갈 당시 상황을 들었다. 강민의 능력은 대단했지만, 그만큼 대가를 치르는 거 같았다.
“괜찮습니다.”
강민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 세상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게 제 몸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해가 지기 전에 모두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흐음!”
호철이 신음성을 냈다. 강민의 표정을 보아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을 거 같아서였다.
“하아, 자네 의견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3조장을 데려가게나.”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저 혼자 가도 됩니다.”
강민의 말에 대한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렸다.
“나도 갈 거야. 무조건.”
민주였다. 그녀의 말에는 강민과 같은 고집이 묻어나 있었다.
‘고집은.’
강민은 고개를 살래 흔들며 대답했다.
“좋아, 대신 내 말을 어기면 안 돼!”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민은 민주를 데리고 ‘강북 연합’을 떠났다.
* * *
강민은 방패 위에서 민주의 손을 잡고 이동했다.
“이제 좀 괜찮아?”
민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민주는 방패 위에서 잘게 몸을 떨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덜했다.
[방패 내구도 1이 깎였습니다.>민주 때문에 메시지가 계속 떴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방패가 6레벨이 되면서 내구도가 400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방패당 내구도가 380이야. 빠듯하지만 1조 6명을 데려올 수 있을 거 같아.’
방패는 골목을 건널 때만 사용했다. 옥상을 가로지르거나 사람이 뛰어서 갈 수 있는 곳은 방패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을 이동하자 다시 번동 사거리가 보였다. 바로 주유소 앞이었다.
저번에 그렇게 많은 좀비를 죽였지만, 어느새 좀비는 또 가득 차 있었다.
강민은 방패를 소환해 민주와 사거리를 건넜다. 저번에 이곳을 건널 때는 죽음을 무릅써야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수월하게 왔다.
“맙소사, 3조장이야!”
“벌써 왔다고?”
강민과 민주가 온 걸, 주유소 마당에 있던 1조원들이 제일 먼저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들은 주유소 기둥에 두 명씩 묶여 있었다.
강민과 민주가 컨테이너를 내려오자 어느새 건물 안에서 사람이 달려 나왔다.
주유소 주인이었다. 그가 나오자 주유소 사방에서 칼이 날아와 묶여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가 멈췄다.
“왜 온 거지?”
강민은 주유소 주인 앞으로가 가방을 내밀었다.
“원하는 거 가져왔습니다.”
“서… 설마, 벌써 약을 구해 온 건가?”
“확인해 보시면 되잖아요?”
강민의 말에 주유소 주인이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 약이 가득했다. 딸이 쓰는 약은 물론이요. 호흡기와 다른 천식약까지 있었다.
“맙소사!”
주유소 주인이 강민을 보며 물었다.
“이걸 다 어디서 구한 건가?”
“저번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는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되는 약을 집에 가지고 있을 리가…….”
강민이 가방을 닫으며 말했다.
“그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따님을 구하는 게 중요한가요?”
주유소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멍청한 소리를 했군.”
“그럼 저희 사람들을 풀어 주십시오.”
강민의 말에 주유소 주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진짜 약인지 확인하고 풀어 주겠네.”
주유소 주인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약을 딸에게 복용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얼굴이 평온해 졌다. 거칠었던 호흡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아민아!”
주유소 주인이 딸 아민을 껴안았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거의 포기 상태였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짓도 억지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기적이 벌어졌다. 무엇을 원하든 주유소 주인은 강민에게 모든 걸 해 주고 싶었다.
“아빠?”
“괜찮니, 아민아?”
아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유소 주인은 딸과 같이 바깥으로 나왔다.
주유소 주인은 염력으로 1조원들 머리 위에 맴돌고 있던 칼들을 아래로 내려 묶고 있던 밧줄을 잘라 냈다.
“후.”
“이제 자유야!”
“화장실. 화장실! 급해!”
1조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소리를 질렀다. 그중 1조장이 강민과 민주를 향해 다가왔다.
“솔직히 못 올 줄 알았다. 약을 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1조장의 말에 강민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전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약속이라. 이런 세상에서 거의 힘을 잃은 단어였는데…….”
1조장은 피식 웃고는 주유소 주인을 바라봤다.
“이제 우리 가도 됩니까?”
“물론이네. 하지만 밖에 좀비가 많은데, 갈 수 있겠나? 혹시 올 때처럼 그렇게 하늘을 걸어서 가는 건가?”
주유소 주인이 강민을 보며 물었다.
“아뇨, 바깥으로 나갈 겁니다. 아무리 저라도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갈 수는 없어요.”
“어떻게 말인가?”
강민이 피식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그동안 묶여 있어 힘드셨을 테니. 30분 동안 몸을 푸십시오. 그 이후 저희는 저 좀비를 뚫고 갈 겁니다. 이곳에 올 때처럼요.”
강민의 말에 1조장이 걱정된 얼굴로 물었다.
“괜찮겠나? 그때 보니… 자네에게도 충격이 큰 거 같은데.”
강민이 씩 웃었다.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 * *
주유소 주인은 30분 동안 쉬는 동안 물과 먹을 것을 1조원들에 대접했다.
그러면서 1조원, 한 명 한 명에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저 아저씨도 나쁜 사람은 못 되네.’
이런 좀비 가득한 세상에서도 착한 사람은 있었다. 다만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악에 받쳐 있을 뿐이었다.
4시 30분이 되자 강민은 모두에게 말했다.
“이제 출발합니다.”
어느새 모든 일행의 중심에 강민이 있었다. 1조장도, 민주도 강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를 뿐이었다.
그때 주유소 주인이 강민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이거, 약을 구해 준 것과 사과의 뜻이네.”
주유소 주인 손에 2리터 기름 2병이 있었다.
1조장을 바라보니 그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받으라는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나야말로 그렇네. 그런데 말일세.”
주유소 주인이 강민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이라도 좋으니 언제라도 이곳에 와 주게. 단, 반드시 혼자 오게. 아주 중요한 정보가 있다네.”
아주 빠르게 그 말을 한 주유소 주인은 얼른 딸에게 돌아갔다.
‘응? 뭐 때문에 저러지?’
중요한 정보가 뭔지 강민은 짐작되는 것조차 없었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이곳을 나가는 거야.’
예전이었다면 나가는 게 암담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자 수많은 좀비가 보였다. 중간마다 근육 좀비들도 있었다.
‘어서 와라! 내 포인트들아!’
강민이 눈을 빛낼 때 컨테이너 아래로 1조장과 민주가 컨테이너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사전에 얘기된 행동이었다.
민주의 칼이 좀비의 목을 자르고 1조장의 창이 좀비의 뇌를 박살 냈다.
그들이 공간을 만들어 내자 그다음 강민이 뛰어 내려갔다.
‘회오리 방패!’
강민이 ‘회오리 방패’를 펼쳤다. 순간 투명한 파란색 방패가 나타나더니 옆으로 눕혀지고 빠른 상태로 돌기 시작했다.
‘500포인트! 방패 스킬을 7레벨로 올리는 데 필요한 포인트. 이걸 얻어야 해!’
* * *
민주의 눈앞에 푸른 투명한 방패가 돌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예뻐 보이는 방패였지만, 방패가 나타나자 2m 바깥에 있던 좀비들이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민주는 바로 뒤를 돌아봤다.
‘강민!’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 스킬을 쓸 때마다 강민이 피투성이가 된 걸 떠올려서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강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다.
‘어떻게 된 거지?’
궁금했지만 오래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컨테이너 위에서 1조원들이 모두 뛰어내렸다. 사람들은 강민을 중심으로 둥글게 둘러쌌다.
그때였다.
“이제 앞으로 갑니다.”
강민이 말을 했다. 그동안 이 스킬을 쓰면 강민은 말을 하지 못했었다.
방패가 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방패가 빠르게 돌자 강민이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제 걷는 것도 가능한 거야?’
모두 이전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좀비들이 말 그대로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루 사이 더 강해졌어! 아무리 천재라고 하지만 이 정도라니.’
민주는 방패 아래로 들어오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생각했다.
‘어쩌면 강민은 이 세상의 희망이 될지도 몰라.’
* * *
‘크크크, 이게 얼마냐?’
민주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강민의 입꼬리는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몰랐다.
[좀비를 죽이셨습니다. 1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
[좀비를 죽이셨습니다. 1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3분도 안 돼 50포인트를 얻었다. 좀비가 사방을 에워쌌는데, 그 덕에 더 많은 포인트를 얻고 있었다.
‘진짜 갈려 나가는구나.’
물론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좀비 중에는 어린 좀비나 키 작은 좀비들도 있었고 그들은 방패 아래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강민에게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런 작은 좀비들을 죽이고 또 방패로도 쉽게 죽지 않는 근육 좀비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결정타는 강민이 했다.
[근육 좀비를 죽이셨습니다. 1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금새 100포인트가 되었다.
‘남은 내구도가 이제 350인가?’
아슬아슬했다.
‘이거 잘하면 이번에 레벨 업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런 몰이사냥을 한 번 더 해야 레벨 업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가능할 것도 같았다.
욕심이 났다. 이런 능력 있는 동료들과 몰이사냥을 하는 기회가 또 언제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5분이 지났다. 마음만 먹었으면 건너편 옥상으로 갈 수 있었지만, 강민은 일부러 발걸음을 늦췄다.
‘200포인트가 되었어! 하지만 남은 내구도는 방패당 평균 250. 아슬아슬해.’
방패 회전 시, 내구도는 좀비를 때릴 때마다 1씩 줄었다.
방패마다 내구도가 400이니, 방패 3개를 합치면 1200 이었다. 하지만 좀비 한명을 죽이는 데에 어떤 좀비는 한 번에 죽기도 했고, 어떤 좀비는 세 번을 잘라야 죽었다.
남은 내구도를 계산해 봐도 아슬아슬 했다.
강민은 방패를 조절해 최대한 목을 스치도록 했다. 그러자 머리에 더 많은 부하가 걸렸다.
강민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10분이 지났다.
‘400포인트! 남은 내구도 90!’
성공이었다. 하지만 이제 결정해야 했다. 건물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끝까지 싸우든지.
‘레벨 업만 하면 내구도가 다 채워져! 게다가 방패가 4개가 돼!’
레벨 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강민은 혹시나 몰라 건물 근처까지 이동한 뒤 소리쳤다.
“최대한 많은 좀비를 잡아야 해요!’
다른 사람은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민주는 달랐다. 좀비를 잡는 실전을 겪을수록 강민이 강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
민주의 외침과 함께 좀비들이 더 몰려들었다.
‘430포인트. 남은 내구도 70.’
‘470포인트. 남은 내구도 50.’
‘490포인트. 남은 내구도 10.’
이제 내구도도 포인트도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내구도가 더 위험했다.
그런데 그때 하필 근육 좀비가 다가왔다.
사람들이 방패 아래에서 근육 좀비를 공격했다.
‘남은 내구도로는 근육 좀비를 못 죽여!’
강민이 소리쳤다.
“근육 좀비는 놔두고 사방을 지켜 주세요!”
강민의 말에 7명이 사방을 공격했다. 그 순간 강민이 스킬을 해제시키고 방패 하나를 아래에 소환시켜 밟고 뛰어올랐다.
강민의 손에는 방패 손잡이가 들려 있었다.
‘방패 치기!’
남은 내구도는 2. 강민은 있는 힘껏 방패로 근육 좀비의 목을 모서리로 내려쳤다.
– 싹둑.
근육 좀비의 목이 아래로 떨어졌다.
[근육 좀비를 죽이셨습니다. 1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남은 포인트 500.
이제 방패를 7레벨로 올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