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최초의 게이트 (1)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리차드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처음 보는 낯선 곳이었다. 주위는 온통 모래로 가득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로 온 거야?’
리차드는 연구소에서 ‘찢어진 공간’으로 들어갈 때를 떠올렸다.
‘분명 들어갈 때까지는 문제없었어.’
처음 들어가 보는 공간이었지만 그곳에는 통로가 있었다. 연구 중인 ‘괴물’의 피에 ‘암흑 에너지’가 반응한다는 것에 착안해 만든 통로였다.
‘처음에는 문제없었지. 오히려 처음 보는 웜홀 안쪽에 황홀할 지경이었어. 하지만 어느 통로를 중간쯤 지나가다 찢어져 버렸지.’
리차드는 분명히 봤다. 통로를 찢는 하얀 돌덩이들을. 그건 분명 하얀 마석이었다.
‘사라!’
이 세상에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사라밖에 없었다.
그 뒤 리차드의 몸은 튕겨 나갔다. 웜홀 속의 미아가 된 거였다. 괴물 변이제의 효과 때문인지 웜홀 안에서도 리차드는 죽지 않았다. 다만 죽을 만큼 추웠다.
‘설마? 이 추위를 느끼며 영원히 있어야 하는 건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은 1초 같기도 했고 영원 같기도 했다. 시간 개념이 뒤틀려 있는 웜홀에서는 시간을 느낀다는 게 의미 없었다.
하지만 리차드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견디며 또 견뎠다.
그러던 어느 순간 리차드는 묘한 것을 보았다. 그건 거대한 ‘나무줄기’였다.
‘내가 미쳤구나.’
웜홀에 나무줄기가 있을 리 없었다. 리차드는 눈을 감고 나무줄기를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도 나무줄기가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무줄기가 검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뭐야? 저게 실존하는 거라고?’
리차드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졌다. 리차드는 나무줄기가 양 끝을 살폈다. 양쪽 끝이 공간에 사라졌다.
‘사라졌다고? 아니야, 저건 다른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거야!’
웜홀에 대해 이제 누구보다 전문가인 리차드였다. 리차드는 이 ‘나무’가 특정 세상과 또 다른 세상에 연결되었음을 깨달았다.
리차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살 수 있어! 살 수 있다고!’
리차드는 나무줄기의 오른쪽 끝으로 다가갔다. 아무 먼 거리였지만 또 바로 앞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끝에 다다라 손을 대는 순간 리차드는 정신을 잃었다.
리차드는 이제야 모든 게 떠올랐다.
‘난 나무 끝에 있는 통로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거야!
리차드는 주위를 살펴봤다. 나무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온통 모래뿐이었다.
리차드는 팔에 힘을 주었다. 누워 있는 상태로는 시야가 좁았다.
팔에 피부가 벗겨져 있었고 뼈가 보였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뼈가 튀어나올 거 같았지만 그래도 리차드는 힘을 줘서 일어섰다.
– 툭.
왼팔 뼈가 기어코 튀어나왔다. 당연히 엄청난 통증이 날 것이라고 각오했는데 이상했다.
‘왜 안 아프지?’
이상했지만 지금은 그게 급한 게 아니었다. 일어선 리차드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뒤를 돌아봤다.
“어!”
그곳에 있었다.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못해도 높이가 20m는 되어 보였다.
그런데 나무가 이상했다. 앙상하고 나무 곳곳에 가시가 나 있었다.
리차드는 나무를 향해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 멈췄다. 나무의 정체를 알아서였다.
“맙소사, 저게 선인장이라고?”
* * *
“어때? 멋지지?”
강민은 사라를 따라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에 왔다. 뉴욕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무엇보다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멋지네.”
밤에 보는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은 장관이었다. 특히나 빌딩 상부에서 반짝이며 만들어 내는 빛은 예술 작품 같았다.
하지만 멋진 엠파이어 스테이츠 빌딩도 뉴욕의 야경도 눈앞에 있는 사라만큼은 아니었다.
사라는 오늘 작정을 했는지 멋지게 꾸미고 나왔다. 화장을 안 해도 예쁜 사라가 드레스에 멋지게 꾸미기까지 하니 그 모습이 정말로 신화 속 여신 같았다.
레스토랑에 있던 모든 남자가 힐끗거렸다. 강민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와서 말을 걸 정도였다.
하지만 곧 강민이 나타나자 모두 뒤돌아섰다. 강민이 누군지 알아봐서였다.
– 세계 10대 부자.
– 체르노빌의 실질적 소유주.
이 세상에서 강민을 능가할 만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사라가 강민과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오늘 맛있는 거 사 줬으니 대가는 치러야겠지?”
“대가?”
사라는 핸드백에서 ‘USB’ 하나를 꺼내 강민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네가 원하던 거. 노란 액체에 대한 분석 및 실험 자료야.”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분석이 끝난 거야?”
“아직은. 예전에 말했듯이 남아 있는 용량 자체가 워낙 미비해서 말이야.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했어.”
강민은 USB를 꽉 쥐었다.
“사라, 최고의 선물이야.”
“언제 갈 거야?”
“내일.”
사라는 조용히 와인을 마시더니 말했다.
“나도 너 따라가고 싶은데…….”
“알아. 지금 아버지를 도와야 하는 거. 그리고 샹그릴라를 지휘할 사람이 너밖에 없잖아?”
크리스는 사라에게 샹그릴라가 연구하던 모든 것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사라는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다 말했다.
“이거 끝나는 대로 바로 갈 거야.”
“기다릴게. 네가 올 때쯤 멋진 연구소가 완성되어 있을 거야.”
강민의 말에 사라가 피식 웃으며 와인잔을 부딪쳤다.
“연구소도 좋은데 나 다른 곳도 가 보고 싶어.”
“어디?”
“야구장. 예전 너랑 같이 갔던 다저스 구장 말이야.”
강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약속할게. 다음에 미국에 오면 꼭 같이 가자.”
“약속이야!”
강민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사라가 새끼손가락을 잡았다.
“한국에서는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어.”
사라와 엄지손가락 도장까지 찍은 강민은 다음 날 체르노빌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평행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아슬아슬했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
‘저게 선인장이라니!’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며 몇 번을 봤지만, 선인장이 분명했다.
선인장만 거대한 게 아니었다. 길이가 1m가 넘어 보이는 전갈 비슷한 게 앞을 지나갔다.
‘꿈을 꾸는 건가? 아니면 내가 거인국이라도 온 거야?’
리차드는 믿기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좌절할 정도로 정신력이 약하지 않았다. 리처드는 앞을 바라보았다.
선인장이 지나가는 전갈을 향해 가시를 쐈다. 가시는 전갈을 뚫어 버렸다.
– 크으으.
전갈은 몸부림치다 곧 움직임을 멈췄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인장이 사람처럼 몸을 숙였다. 선인장의 머리 부분이 십자 모양으로 갈라지더니 전갈을 삼켜 버리고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 꿀꺽.
리차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곳이 지구일 리는 없어. 그럼 어디야? 정말 웜홀을 타고 먼 우주 어딘가의 행성으로 떨어진 건가? 빌어먹을 후쿠시마로 갔어야 했는데!’
원래 리차드는 일본 후쿠시마에 ‘차원의 틈’을 열어 놓았다. 일본은 방사선 감소를 위한 연구소로만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차원의 틈’을 이용한 ‘시공간 이동’ 연구소였던 거였다.
그때였다.
– 꼬르륵.
갑자기 엄청난 허기가 졌다. 조금 전 선인장이 전갈을 잡아먹은 것을 봐서 그런 거 같았다.
‘배고파. 배고파.’
허기는 금세 리차드의 모든 신체를 지배했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유일한 생각은 ‘배고파’ 한가지였다.
리차드는 멍하니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건 사막 위를 걸어 다니는 ‘인간’이었다. 그 인간은 낡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한쪽 팔이 없었다.
평소라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다가가지 않았을 리차드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인간’을 보자마자 참을 수 없는 ‘식욕’이 돋았다.
리차드는 빠른 걸음으로 ‘인간’에게 다가갔다. 인간이 리차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얼굴이 보였다. 얼굴의 피부가 반은 뜯겨 나가 안쪽 뼈가 보였다. 눈 한쪽에서는 구더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을 본 리차드는 더 식욕이 돌았다. 참기 힘들 정도였다.
리차드는 그 인간에게 달려가 양팔로 어깨를 잡고 입을 벌렸다. 입이 귀 끝까지 찢어지더니 그 안에 톱날 같은 이빨이 나타났다.
리차드의 입이 단숨에 인간의 머리를 삼켜 버리고 목을 뜯어냈다.
– 꿀꺽.
인간의 머리가 리차드의 목을 지나 뱃속으로 들어갔다. 삼킬 수 없는 크기인데 목이 부풀어 오르며 머리가 삼켜졌다.
머리를 삼키자 튀어나온 팔뼈가 안으로 들어갔다. 리차드의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 와락.
그다음은 몸통이었다. 몸통을 삼키자 리차드의 찢긴 피부에 다시 살이 돋아나고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리차드는 멈추지 않았다. 몸통을 다 삼키고 바닥에 떨어진 팔, 다리를 모조리 삼켰다. 모든 걸 다 삼키자 리처드의 몸은 어느새 근육질로 변해 있었다.
허기가 가시자 리차드는 다시 정신이 들었다. 리차드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 웩!
헛구역질했지만 밖으로 나오는 건 없었다. 이미 다 소화가 다 되어서였다.
“크크… 크크크.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구나. 내가 사람을 먹었어!”
변이제를 목에 주사할 때 각오했지만 결국 자신은 괴물이 되어 버렸다.
리차드는 한참 동안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다시 리처드가 일어선 건 담배 한 개비를 피울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쩔 수 없어. 죽을 수는 없잖아? 이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리차드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 찢어진 군복 조각과 이름표가 보였다.
‘응? 스테판?’
순간 리차드의 눈이 흔들렸다.
“영어? 영어로 쓰인 이름표라고? 맙소사, 그럼 여기가 지구?”
조금 전까지 좌절했던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 찼다.
생태계를 보아하니 미국은 아닌 거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자기 영향력은 지구 곳곳에 있었다.
‘하하하, 성공했던 거야. 후쿠시마로 가지는 못했지만, 지구 어딘가로 연결된 거야!’
이곳이 지구라 생각하니 힘이 솟았다.
‘바이든, 감히 내 뒤통수를 쳐? 그리고 크리스! 사라! 기다려라. 너희에게 지옥을 보여 주겠어!’
자신의 힘이면 가능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정도야 웃으며 견딜 수 있었다.
리차드는 뛰고 또 뛰었다. 인가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뛰었다. 아무리 뛰어도 지치지 않았다.
괴물이 되었지만 새로운 육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뛰지 10분 정도 되었을 때 리차드는 뛰는 걸 멈췄다. 눈앞에 무언가가 보여서였다.
리차드는 눈을 비볐다.
“뭐… 뭐야.”
눈앞에 보이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앞에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처음에는 여기가 어딘지 몰랐다. 하지만 하나의 건물을 보고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설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눈을 몇 번 비벼 봤지만 분명했다. 저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다.
‘맙소사. 그럼, 여기가 뉴… 욕?’
화려한 뉴욕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것이 불타고 부서져 있었다.
그 부서진 뉴욕에 무언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만 마리가 뉴욕 시내를 돌아다녔다.
순간 리차드는 자신이 조금 전 먹었던 ‘사람’을 떠올렸다. 지금 보니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좀… 비.”
리차드가 온 세상은 멸망한 세상이었다.
*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본세계로 갈 때 이동했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갑니다.>강민이 눈을 뜨니 근정전에 있는 자신의 숙소였다.
‘돌아왔구나.’
쉬는 건 현실 세계에서 푹 쉬었다. 강민은 바로 움직였다.
강민은 아공간에서 사라에게 받은 USB를 꺼내 바로 한만호에게 달려갔다.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
강민은 평행 세계로 오기 전 USB 내용을 살펴봤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이곳 평행 세계에서 이걸 알아볼 사람이 있었다.
“영주님! 이곳에 어쩐 일이십니까?”
한만호는 진도에서 올라온 동료들과 함께 연희 대학교 연구소를 정리하고 있었다.
영지 내에는 이제 서울 유수의 대학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그곳의 수많은 연구 시설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연구 시설을 마음껏 쓰라는 강민의 말에 한만호는 밤을 새우며 연구실을 꾸렸다.
“좀 보여 드릴 게 있어서요. 시간 되세요?”
만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없어도 만들어야죠.”
“감사합니다.”
만호는 동료 연구원들에게 손짓했다. 나가 있으라는 말이었다.
다른 연구원들이 나가자 강민은 USB를 꺼내 만호에게 건넸다.
“이걸 한번 봐 주십시오.”
USB를 받은 만호는 컴퓨터에 연결했다.
만호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내용을 살폈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영주님, 이 자료를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친구에게 얻었습니다.”
“친구요? 혹시 친구가 미국분이십니까?”
강민은 깜짝 놀랐다.
“미국 사람이긴… 한데, 미국에 있지는 않아요.”
만호는 그것에 대해 깊게 묻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자료였다. 만호는 손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런가요? 보내 주신 자료가 미국에서 건넨 좀비 분석 자료와 너무 비슷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네?”
만호는 모니터에 미국의 자료와 사라가 준 사료를 두 개 띄워 놓고 무엇이 비슷한지 설명해 주었다.
정말 상당수가 비슷했다.
‘사라는 이게 그 괴물의 신체에서 뽑아내 가공간 액체 데이터라고 했어. 그런데 이제 미국의 좀비 분석과 비슷하다고?’
이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그럼 역시 그때 내가 생각한 게 맞았던 거야!’
강민은 지네 인간을 보며 근육 좀비를 떠올렸었다. 그런데 지금 그걸 뒷받침해 주는 자료가 눈앞에 있었다.
‘설마? 좀비를 만든 게 인간?’
강민은 드디어 좀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만호가 말했다.
“그런데 영주님, 이 부분은 좀 이상하네요?”
“뭐가 말이죠?”
만호가 모니터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요. 여긴 두 문서 내용이 완전히 달라요.”
“왜 그렇죠?”
“글쎄요. 이건…….”
만호는 한참 고민하다 대답했다.
“영주님, 솔직히 저희는 좀비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 자료를 미국에 줘서 물어보면 어떨까요?”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자 만호는 바로 미국에 연결했다.
진도에 있던 통신장비는 경복궁으로 모두 가져온 상태였다.
만호는 자신들이 새로 연구한 ‘좀비’에 대한 자료라며 미국에 건넜다.
미국으로부터 대답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왔다.
– 맙소사, 한국의 능력이 대단한 건 알았는데 이 자료까지 가졌는지는 몰랐어요. 왜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죠?
리차드가 따지듯 물었다. 현실 세계에서 리차드가 떠오른 강민은 바로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물었다.
“저희는 숨기는 게 없습니다. 새로 좀비에 대해 알게 된 정보가 있어 공유 차원으로 드린 겁니다.”
강민의 말에 리차드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 하, 이걸 보내셨으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영주님, 혹시 저희를 떠보시는 건가요?
강민은 리차드의 말에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리차드는 이게 뭔 자료인지 알고 있어! 설마? 평행 세계에서도 미국이 괴물을 만들어 낸 거야?’
괴물에게 얻어 낸 자료니, 상식적으로 그게 맞았다. 하지만 괴물을 만들어 냈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강민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떠보다니요. 진심으로 그냥 자료 교류의 차원에서 보낸 겁니다. 이건 저희가 새로 얻어 낸 좀비의 자료입니다.”
강민의 말에 리차드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시 리차드의 목소리가 들린 건 5분이 지나서였다.
– 저희끼리 회의 좀 하느라 늦었습니다. 좋습니다. 이 정도로 압박을 하니 저희에게 진짜 정보를 풀라는 뜻이었죠?
리차드는 잠시 숨을 고르다 말을 이었다.
– 정보는 이 대화가 끝나는 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건 알려 주십시오.
– ‘좀비의 씨앗’을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리차드의 말에 강민은 숨이 멎는 거 같았다.
‘좀비의 씨앗이라고!’
그건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최초의 게이트에서 나온 좀비의 씨앗들!’
최초의 게이트가 떠오른 강민은 생각이 이어졌다.
‘만일 최초의 게이트를 통해 이계로 갈 수 있다면 좀비 씨앗의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강민은 숨을 가다듬고 물었다.
“나올 곳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 그렇죠. 뻔하죠. 하지만 저희가 알고 있던 장소 중 한국은 없었습니다.
“모든 일에 단정은 없습니다.”
– 그럼 한국에 최초의 게이트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강민은 모호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리차드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스피커에는 리차드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 좋습니다.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강민이 눈을 빛냈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미국에 열린 최초의 게이트는 아직 존재합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