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고블린의 왕 (2)
똘망이는 자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거친 숨을 내몰아 쉬고 있었다.
똘망이는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잔뜩 주름진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
한때 100만의 고블린을 이끌던 고블린 제일의 용사였던 아버지가 지금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눈앞에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지만 동시에 죽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지금까지 쌓아 온 ‘살의’는 한순간에 사라질 정도로 작지 않았다.
똘망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똘망이의 손이 아버지의 목에 닿았다.
이제 조금만 힘을 주면 당장 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다. 똘망이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난 토란이 아니야. 똘망이야. 아버지를 죽이고, 주인님께 바칠 왕관을 가져가는 거야.’
똘망이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버지가 눈을 떴다.
그 눈은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빛이었다.
“뭐 해? 콜록… 콜록. 답답해.”
아버지의 말에 똘망은 손을 내려 이불을 올려 줬다.
“이불을 걷어차서 덮어 주려고.”
“헤헤, 너 착하구나. 하지만 이불 필요 없어. 더워.”
아버지가 상체를 일으켰다. 아버지는 똘망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넌 누구야?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미안해. 난 금방 까먹어. 난 카멘이야, 헤헤.”
어린아이처럼 웃는 아버지, 카멘의 모습에 똘망이가 말했다.
“난… 똘망.”
“똘망? 와! 조금 이상하긴 한데 이름 멋지다.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이야?”
똘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 내 여자 친구가 지어 줬어.”
똘망의 말에 카멘이 눈을 크게 떴다.
“너! 여자 친구도 있어?”
“응, 있었어.”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카멘은 전혀 못 알아들었다.
“끝내줘! 난 아무리 해도 여자를 못 사귀는데. 대단해!”
카멘은 그 말을 하며 주위를 뒤져서 ‘풀’을 하나 가져왔다.
“대단한 너를 위해 불어 줄게.”
카멘의 말에 똘망이가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지금 새벽이야. 다들 자고 있을 텐데, 풀피리를 불면 깰 거야.”
“작게 불면 돼. 지금까지 내가 새벽에 얼마나 많이 불었는데. 걱정하지 마.”
카멘은 풀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건 낮에 들었던 ‘고블린의 별’이었다.
바로 옆에서 ‘고블린의 별’을 듣자 똘망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옛날 아버지에게 배웠던 그때가 떠올라서였다.
“카멘, 다른 곡으로 불러 주면 안 돼?”
“왜 이 곡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사실 다른 곡을 불러도 되는데, 새벽에는 주로 이 곡을 불러.”
“왜?”
카멘은 일어서더니 움막 문을 살짝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을 볼 수 있으니까.”
“별?”
“응, 율란이 그러는데, 난 병에 걸려 있대. 그래서인지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 그런데 하늘에 있는 별을 바라보고 이 곡을 연주하면 이상하게 괜찮아져.”
그 말을 들은 똘망은 입술을 깨물었다.
고블린이 죽으면 별이 된다. 카멘은 별을 바라보며 죽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이 곡을 연구하고 있던 거였다.
그 대상이 누군지 똘망이는 알 거 같았다.
‘나… 그리고 죽은 형제들을 생각하고 있겠지.’
똘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참, 똘망아. 너 풀피리 불 줄 알아?”
“…조금.”
똘망의 대답에 카멘이 눈을 크게 떴다.
“진짜야?”
카멘은 방방 뛰더니 말했다.
“다른 고블린들에게 아무리 가르쳐 줘도 다들 풀피리를 못 불었는데! 똘망이 네가 분다니 믿어지지 않네. 잘됐다.”
카멘은 똘망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내가 고블린의 별이란 곡 가르쳐 줄 테니까. 같이 하자.”
“응? 왜?”
“이 곡을 누군가와 같이 연주해 보고 싶어서.”
“이곳은 혼자 부르는 거 아니야?”
“응, 맞아. 그런데… 모르겠어. 아무리 혼자 해도 마음에 안 차. 언젠가 누군가와 같이 연주했던 꿈을 꿨는데. 그게 자꾸 생각이 나거든. 똘망아 같이 연주하자. 만일 네가 같이해 준다면 나도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줄게!”
카멘의 말에 똘망이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
지금껏 똘망이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제물로 바친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별이 된 자신을 생각하며 풀피리를 불고 있었다.
“…좋아, 같이 해 보자.”
똘망이의 말에 카멘이 활짝 웃으며 입에 풀을 가져다 대었다. 똘망이도 풀을 입에 대었다.
– 삘리리.
너무 오랜만에 불어 보는 거라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카멘이 가르쳐 줬다. 어릴 적 그때와 똑같았다.
그렇게 해가 떠오를 때쯤에는 두 사람은 같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연주가 끝나자 앞에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카멘은 감동한 눈빛으로 고맙다고 하며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했다. 똘망은 왕관을 가리켰다.
“이건 주는 게 아니야. 이건 고통만 주는 저주가 걸린 물건이야. 이건 빼고 말고 말해.”
“그 왕관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왕관에 박혀 있는 보석이요. 그것도 안 돼요?”
카멘은 왕관을 머리에서 내려 보석을 바라봤다.
“이거?”
“네, 반짝반짝해서 좋아 보여서요.”
카멘은 한참 고민하다 씩 웃고 대답했다.
“보석은 상관없어. 자, 받아.”
카멘은 노란 보석을 떼어 똘망이에 던졌다.
똘망이는 양손을 뻗어 보석을 움켜쥐었다.
그때였다. 똘망이가 움켜쥔 보석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며 움막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걸 본 율란이 소리쳤다.
“이건… 황금의 창과 비슷한 빛이야. 어떻게 된 거지?”
비슷했지만 달랐다. 그때의 빛은 고블린들의 사기를 높였지만, 지금의 빛은 따뜻했다. 꼭 어머니가 온몸을 어루만지며 치료해 주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온갖 근심·걱정이 날아갔다.
그건 카멘도 마찬가지였다. 머리가 맑아지고 지금껏 애써 외면하던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카멘은 똘망이를 바라봤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멘은 고개를 흔들더니 손을 뻗어 똘망이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토란… 정말 토란이냐!”
* * *
베아트리체는 바라보지 않고 있었지만 루루와 리차드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회사 이름이 샹그릴라라고?’
들어 보니 회사는 ‘상인’ 또는 ‘상인 길드’와 비슷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름만 같을 뿐 이곳의 샹그릴라와 전혀 다른 거야. 오히려 비슷한 건 에덴이야.’
에덴은 생각하면 할수록 ‘샹그릴라’와 비슷했다.
베아트리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상해. 사라한의 반응을 보면 리차드라는 저 인간은 분명 샹그릴라와 관계 있어. 사라한과도 깊은 관계가 있어 보이고 말이야. 하지만 리차드가 알고 있는 샹그릴라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라. 그럼 아무 관계가 없는 걸까?’
이해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당장이라도 사라한에 달려가 모든 걸 알려 달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사라한이 있는 곳과 연결되지 않았다.
베아트리체는 부채를 꽉 쥐었다. 답답함은 늘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리차드와 사라한 그리고 샹그릴라의 관계를 풀면. 난 샹그릴라도 들어갈 수 있어!’
베아트리체는 리차드에게 다가갔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베아트리체는 방긋 웃었다.
‘노련한 인간이군.’
처음에는 멍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게다가 루루에게 정보를 빼내며 자신을 숨기는 것도 일품이었다.
“리차드 폐하, 잠시 제가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같이 가시죠.”
“네? 어디를…….”
“아주 비밀스러운 장소지요. 이 세계의 비밀에 가장 가까운 장소입니다.”
“네? 그런 장소에 제가 왜?”
“거기에 있는 물건들이 사라한과 연관이 있는데, 어쩌면 리차드 폐하께서도 알아볼지 몰라서요.”
베아트리체는 리차드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마법으로 리차드를 들어 올렸다.
“어… 어!”
리차드의 몸이 하늘에 붕 떴다. 놀라 소리쳤지만, 허공에 뜬 리차드는 사라의 뒤를 따라갔다.
‘맙소사, 여긴 땅이 아니었어?’
허공에 뜨니 모든 게 확실히 보였다. 땅에 있는 저택이라 생각한 이곳은 거대한 성곽이었다.
이곳은 모든 게 컸다. 문도, 계단도 지구에 있던 것에 비해 몇 배가 컸다.
‘여기에 거인이라도 사는 건가?’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고 지하로 내려가면서도 리차드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
지하에 내려가자 20m는 되어 보이는 문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서재였다.
수많은 책이 보이고 제일 앞에 거대한 테이블이 보였다.
베아트리체는 거인들이 쓸 만한 테이블에 올라서더니 그 위를 걸어가더니 멈췄다.
“여깁니다, 리차드 폐하.”
베아트리체가 가리킨 곳을 보니 테이블에 마법 문양 같은 게 그려져 있고, 그 문양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문양 위에는 두 개의 물건이 올려져 있었는데, 거인이 쓸 법한 주위의 가구들과는 달린 그건 일반적인 크기를 하고 있었다.
‘저건 책이고, 저건 뭐지? 링처럼 동그란데?’
제일 먼저 책자를 열어 봤지만, 리차드는 바로 책을 덮어 버렸다. 알 수 없는 글자로 되어 있어서였다.
리차드는 책 옆에 있는 링에 잡아 들었다.
온갖 문양이 새겨져 있는 ‘링’이었다. 그런데 링에 미세한 줄이 패여 있었다.
‘뭐야? 이건 꼭… 전기 패널 구조랑 비슷하잖아?’
처음에는 웃으며 넘겼지만 볼수록 이상했다. 정말로 똑같아서였다.
‘작동 원리는 모르겠지만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지는 알 거 같아.’
리차드는 링을 더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홈이 파여 있는 미세한 줄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거 마석 아니야?’
작고 검은 마석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검은 마석뿐만이 아니었다. 하얀색 마석, 보라색 마석, 빨간색 마석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맙소사, 이건 하얀 마석이야!’
하얀 마석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하얀 마석은 사라가 만든 건데? 이게 왜 여깄는 거지?’
리차드는 정신없이 ‘링’을 만졌다.
‘그런데 마석의 위치가 이상한데? 이러면 에너지가 흐르다 끊기게 되는데?’
사라만큼은 아니었지만, 리차드도 전문가였다. 마석들의 동작 원리를 잘 알고 있었다.
리차드는 마석의 위치를 변경시켜 가며 ‘링’을 변경시키기 시작했다.
물론 리차드는 마석을 빼낼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건 옆에 있던 베아트리체가 도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때 리차드가 생각한 올바른 ‘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이상한데… 분명 완벽한 거 같은데? 역시… 내 생각이 틀린 건가?’
리차드는 링을 살펴보다 무심코 링을 손목에 찼다. 그 순간 링 안쪽에서 뾰족한 바늘이 튀어나와 손목을 뚫었다.
“아악!”
리차드가 비명을 지르자 베아트리체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죠?”
“링! 링에서 바늘이 나왔어요! 아악!”
베아트리체는 링을 살펴보았다.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컸던 링은 어느새 리차드의 손목에 딱 맞도록 변해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원래 이 링을 매개체로 베아트리체는 ‘사라한’의 공간과 연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와보니 링이 고장 나 있었다.
‘좌표를 바꿔 버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어.’
사실 베아트리체는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런데 리차드가 미친 듯이 링을 살펴보는 것을 보고는 뭔가 있다는 생각에 그를 도왔다.
“아악! 아악!”
비명을 지르는 리차드를 향해 베아트리체가 마법을 써서 빼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리차드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 위이이잉.
링에서 하얀빛이 나며 리차드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차원 통신’ 시스템 재작동합니다.> [마스터 ‘리차드 머레이’를 확인합니다.> [현재 연결된 차원은 ‘사라 하틀리’가 있는 개인 공간입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YES, NO>* * *
카멘이 말을 하자 움막 안에 있던 모두가 놀라 눈을 부릅떴다.
“아… 아버지?”
율란이 가장 놀라 소리쳤다. 똘망도 놀라 카멘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웩!”
카멘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아버지!”
똘망이 ‘아버지’를 외치며 카멘을 잡았다.
“빨리 눕혀! 치료사를 데려와!”
율란이 소리치고 부족의 치료사가 달려왔다.
“어때? 아버지는 괜찮으신가?”
치료사는 카멘을 진찰하더니 대답했다.
“가슴 안에 쌓여 있던 울혈이 빠진 겁니다. 건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제야 율란은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율란은 환하게 웃었다.
“똘망아, 네가 돌아오고 나서 부족에 기쁜 일이 생기는 거 같아. 너를 알아보는 거 보니, 어쩌면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지 몰라.”
기뻐하는 율란의 모습에 똘망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똘망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해서였다.
‘아버지… 저는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똘망이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 고블린이 움막 안으로 다급히 들어왔다. 전사 고블린이었다.
“폐하!
“큰 소리 내지 마라. 아버님께서 주무시고 계시다.”
“하지만 폐하! 큰일 났습니다. 다른 고블린 부족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사막족과 화산족 그리고 늪지대족까지 모두 몰려오고 있습니다.”
율란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 그들이 왜? 오라고 할 때는 안 오더니. 설마? 우리를 공격하려는 건가?”
“아닙니다. 반대로 그들은 공격당해 이곳으로 도망을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누구에게서?”
“‘그것’들입니다!”
“말도 안 돼! 사막 족은 이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어. 그것들조차 그곳에는 가지 못하잖아?”
사막이나 늪지대 그리고 화산에 사는 고블린들은 적들의 침입에 비교적 자유로웠다.
주위 환경이 ‘그것’들로부터 고블린들을 보호해 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율란이 같이 싸우자고 할 때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오지 않았다.
“갑자기 그것들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사막의 열기도 이겨내고 늪지대를 건넌다고 합니다. 개중에는 화산의 용암을 건네는 놈들도 있다고 합니다.”
율란의 눈이 부릅떠졌다. 듣기만 해도 암담했다.
“그게 정말인가? 적들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왜 갑자기 그렇게 변한 거야? 신이 노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현실입니다. 그 부족들이 대다수 부족원을 잃고 이곳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적들이 그들을 쫓아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율란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게 잘된다 생각했는데.’
죽었다고 생각한 동생이 돌아왔고 아버지가 잠시나마 정신을 차렸다. 율란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날이었다.
‘역시 나에게 행복은 사치던가?’
율란은 황금의 창을 꽉 쥐고 전사 고블린에게 명령했다.
“모든 고블린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린다.”
“알겠습니다.”
전사 고블린이 나가자 율란은 똘망에게 말했다.
“토란, 너는 아버지를 모시고 도망가라. 부탁이다. 누군가는 아버지를 지켜야 한다.”
율란은 그 말을 하고 움막 바깥으로 나갔다.
* * *
강민은 멍하니 서 있는 똘망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 거냐? 정말 아버지를 모시고 도망갈 거냐? 그렇다면 도와줄 수 있어.”
강민의 말에 똘망은 강민을 바라봤다.
“주인님, 부탁이 있습니다. 아… 버지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네 아버지를? 설마? 네 형을 쫓아가려는 거야?”
똘망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노예로서 주인님을 보필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차마 잇지 못하는 똘망이의 어깨를 강민이 두드렸다.
“설명할 필요 없어. 알아. 그게 당연한 거고. 나라도 그랬을 거야.”
똘망이가 고개를 들어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만, 너 혼자 싸우게 하지는 않을 거야. 난 네 주인이니까.”
“주인님! 이건 고블린의 싸움입니다.”
“네가 죽으면 여기 길 안내는 누가 하라고? 널 데려온 게 길 안내 하라고 데려온 거잖아? 나 여기서 헤매라고?”
강민은 그 말을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내놔.”
“네? 뭘……?”
“동맹의 증표.”
“아!”
아차 한 똘망이 들고 있던 동맹의 증표를 강민에게 건넸다.
증표를 받은 강민은 방패를 소환해 ‘동맹의 증표’를 방패에 끼웠다.
– 화아아악.
방패에 황금색 빛이 났다. 빛은 움막을 뚫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고블린 족의 ‘맹세의 증표’를 얻었습니다.> [‘군단의 방패’를 얻으셨습니다.> [모든 아군에게 ‘군단의 방패’를 소환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 ‘군단의 방패’를 소환하시겠습니까? YES,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