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고블린들의 왕 (5)
‘도대체 카멘은 뭐 하려는 거야? 늪지대 마법사와 주술사는 왜 부른 거야?’
강민은 협곡 위에서 주문과 영창을 하는 그들을 바라봤다.
100여 명의 그들은 협곡 위에 길게 늘어섰는데 딱 그 길이가 ‘그것’들이 있는 곳과 같았다.
마법사들이 영창을 하고 주술사들이 마법사의 마법을 증폭시켰다.
“어?”
협곡 아래에서 달려가던 ‘그것’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뭐야?’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들의 다리가 얕은 물 속에 빠져 있었다.
간신히 빠져나온 ‘그것’들의 발은 온통 진흙이 가득 묻어 있었다.
‘진흙?’
강민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 수위를 높인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의 발은 점점 깊게 물속에 빠져들었다.
‘아니야, 수위를 높인 게 아니야. 물 아래가 늪처럼 변하고 있는 거야. 그래! 늪! 늪을 만드는 거였구나!’
그제야 강민은 카멘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곳은 원래 강이 흐르던 곳이어서 땅이 굉장히 무른 상태였다. 그걸 늪지대 고블린 마법사와 주술사가 늪처럼 바꿔 버린 거였다.
‘이거 굉장한데, 이러면 적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적이라니! 잘만 이용하면 모두 끝장낼 수 있겠어!’
강민은 카멘을 바라봤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카멘은 지형과 부족 특성을 이용한 전략을 펼쳤어. 이래서 다들 카멘을 아직도 왕으로 여기고 있었던 거구나.’
강민이 협곡 아래를 바라봤다. ‘그것’들의 몸은 이제 1미터가량 바닥에 빠져들었다.
몇몇 일부는 늪지대에 빠지지 않았지만, 대다수 ‘그것’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간신히 빠져나와도 사방이 늪지대니 움직이는 게 의미가 없었다.
그때였다.
“그만!”
카멘의 목소리와 함께 마법과 주술사를 쓰던 늪지대 고블린들이 모두 자리에 누워 버렸다. 힘을 다 쓴 거였다.
카멘은 강민에게 말했다.
“아래에 있는 늪지대 고블린에게 지금 공격하라고 말해 주십시오.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강민은 바로 똘망에게 말을 전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알고 보니 늪지대 고블린들은 발이 물갈퀴처럼 생겼다. 그 때문에 늪에 빠지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거였다.
늪지대 고블린 부족 1만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죽이는 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였다.
– 푹!
– 끄악.
고블린들의 공격에 늪지대에 묻힌 ‘그것’들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1만, 2만, 3만. 시간이 지날수록 쓰러지는 숫자는 더 많아졌다.
강민은 ‘군단의 방패’를 만들어 혹시나 모를 공격에 고블린들을 보호했다.
자신감이 생긴 늪지대 고블린들은 점점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협곡 뒤에는 거대한 ‘그것’들이 있었다.
– 쿵!
그들의 체구는 5미터가 넘었다. 1미터 발이 빠져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아니었다.
게다가 늪지대에 빠지지 않는 ‘그것’들도 있었다.
그들과 고블린이 부딪혔다.
– 쾅!
전갈의 꼬리처럼 생긴 침이 날아와 고블린을 내려찍었다. 방패가 막았지만 그건 잠시였다.
강력한 그 힘에 방패가 단숨에 소멸하였다. 그리고 꼬리가 다시 날아와 고블린을 찍어 버렸다.
곳곳에서 고블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걸 본 카멘이 이를 악물었다. 강민이 카멘에 다가가 물었다.
“카멘,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겁니까? 늪지대족 말고 화산족이나 사막족 마법사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이용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여기서 가장 효율적인 부족은 늪지대 부족입니다. 다른 부족들은 오히려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할 겁니다.”
“아!”
강민은 탄식했다. 모두 특성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지형에 따라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시체가 보였다. 대다수가 ‘그것’들의 시체였다. 하지만 고블린들의 시체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지나면 확실히 승리는 고블린이 할 거야. 하지만 살아남는 고블린은 많지 않을 거야.’
전력 차가 이 정도로 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카멘의 능력은 엄청났지만, 강민은 더 욕심이 났다.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강민은 주위를 살폈다. 돌덩이가 보였지만 모두 작은 돌덩이들이었다. 협곡은 아까 살펴본 대로 모두 단단한 철광석이었다.
‘아쉽네. 이걸 부술 수만 있다면 저놈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강민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과학 시간에 배운 무언가가 떠올랐다.
‘맞아. 그렇게 하면 협곡을 부숴 버릴 수 있어!’
강민은 자기 생각을 카멘에게 말했다.
“정말 그게 가능한 겁니까?”
“저에게 맡겨 주세요. 되든 안 되든 손해 볼 거 없지 않습니까?”
카멘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됩니다. 그러려면 고블린들을 뒤로 물려야 하는데, 애써 잡은 승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늪지대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살 수도 있는데 늪지대 고블린들을 모두 죽일 겁니까? 제일 앞에서 싸우고 있는 똘망이도 위험합니다.”
똘망이란 말에 카멘은 입술을 꽉 물었다. 똘망이는 물갈퀴가 없었지만 바람 마법으로 하늘을 뛰어다니며 싸우고 있었다.
카멘은 잠시 고민하다 강민에게 물었다.
“정말 그게 가능한 겁니까?”
“네, 꼭 가능하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카멘은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그것’들에게 잡아먹히는 수많은 동족이 보였다.
그중에는 자신이 정신이 멀쩡할 때 같이 싸웠던 동료들도 있었다.
카멘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카멘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민은 즉시 말했다.
[똘망아, 모두 후퇴해. 최대한 빨리!] [네! 주인님.]잠시 후 고블린들이 다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쫓아왔지만 늪 속에 발이 빠져 빨리 쫓아올 수 없었다.
모든 고블린이 뒤로 물러난 걸 확인한 강민은 허공에 방패를 소환했다.
“좋아, 시작해 볼까.”
방패가 협곡 바닥에 박히고 모든 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 * *
‘맙소사.’
카멘은 협곡 아래서 벌어지는 현상에 입을 쫙 벌렸다.
‘모두 얼었잖아?’
고블린들이 후퇴하자 갑자기 하늘에 19개의 방패가 나타났다.
그 방패들이 고블린이 후퇴한 곳에서부터 협곡 입구까지 균일하게 땅에 박히더니 갑자기 모든 게 얼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얼지 않은 곳은 고블린들 주위뿐이었다. 그곳에도 방패가 있었는데, 그 방패에서는 다른 방패와 달리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와 냉기를 막고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이 정도의 냉기와 열기를 동시에 내뿜을 수 있지? 이 사람은 대마법사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얼음은 더 퍼졌다.
협곡 바닥에 물이 흐르고 그 아래가 늪지대여서 얼음은 순식간에 퍼졌다. 얼음은 바닥을 얼리고 ‘그것’들을 얼린 다음 협곡을 얼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협곡이었지만 어느새 1km가량 협곡이 모두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강했다. 괜히 이세계 생명체들이 평행 세계로 ‘이전’을 하는 게 아니었다.
– 치이이이익.
얼어붙은 ‘그것’들의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몸에서 검은 무언가가 나와 ‘냉기’에 저항하고 있었다.
‘저놈들, 더 강해졌어.’
사실 카멘은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랐었다. ‘그것’들이 더 강해져 있어서였다. 그건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됐다.
‘꼭 신이 우리를 버리는 거 같았지. 하지만… 동시에 저런 인간을 우리에게 보내 줬어.’
카멘은 인간을 바라봤다. 인간은 보기만 해도 역겨운 ‘그것’들을 보며 웃어 보였다.
“좋아, 이 정도는 견딘다는 말이지?”
그렇게 말한 인간은 협곡 바닥에 박힌 방패를 다시 위로 올렸다.
“이것도 견디나 보자!”
인간은 거대한 19개의 방패를 움직이더니 하나로 만들었다. 하늘에 세로 380미터, 가로 342미터의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그 거대함에 모두가 입을 벌렸다. 협곡 바닥에 있던 고블린들도 그리고 ‘그것’들도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방패에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때 인간이 손짓했다. 거대한 방패가 협곡에 부딪쳤다.
– 쾅!
거대한 충격음이 났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폐하!”
마법사와 주술사들이 눈을 크게 뜨며 카멘을 바라봤다. 그건 카멘도 마찬가지였다.
‘금이… 가고 있어?’
철처럼 단단한 협곡에 금이 갔다. 그것도 얇은 금이 아니었다. 곧 협곡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거대한 금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것도 마법인가?’
카멘은 마법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단순한 거였다. 꽁꽁 얼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다시 강민이 손짓했다.
– 쾅!
방패가 다시 협곡을 강타했다.
– 쿠우우웅.
단 두 번에 협곡 상부가 완전히 박살이 났다.
“뒤, 뒤로 물러나라!”
카멘이 소리치자 모든 마법사와 주술사가 허겁지겁 달려 협곡에서 멀어졌다.
길이가 수십 미터 정도 되는 돌덩어리가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 높이만 1km가 넘는 협곡 꼭대기에서 수 톤의 돌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거였다.
– 쿵!
‘그것’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곤죽이 되었다.
– 쿵! 쿵!
그런 돌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협곡 위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모든 고블린이 몸을 떨었다.
“이… 이건 인간의 힘이 아니야! 드래곤일 거야. 분명 저 인간은 드래곤일 거라고.”
“아니야, 방패를 쓰는 드래곤은 들어 보지도 못했어. 저 인간은 앙신이야. 이건 앙신이라고!’
하늘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방패가 협곡을 박살 내고 있었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집채만 한 돌덩이들에 ‘그것’들이 죽어 나갔다.
그렇게 협곡이 죽음의 무덤이 되어 갔다.
카멘은 흔들리는 눈으로 강민을 바라보았다.
‘토란, 넌 도대체 누구를 데려온 것이냐?’
* * *
30분쯤 지났을 때 협곡 바닥에는 돌들이 쌓여 있었다.
작은 돌부터 집채만 한 돌들까지 그 높이만 해도 5미터가 넘어 보였다.
“다… 다 죽은 거야?”
“그렇지 않을까?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잖아?”
협곡 바닥에 있던 고블린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이긴 거야?”
그 말에 모두가 똘망을 바라봤다. 원래 율란이 지휘했지만 똘망이 황금의 창을 쥐면서부터 모두가 그의 명령을 들어서 최고 지휘관은 똘망이었다.
똘망이도 궁금해 바로 강민에게 연락했다.
[주인님, 이제 끝이 난 건가요?] [그래… 더 이상 남아 있는 괴물은… 어? 잠시만.]이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강민이 협곡 아래로 뛰어내렸다.
– 쿠르르릉.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협곡 입구 부분에 있던 돌들이 흔들렸다.
그곳에서 온몸에 피투성이인 ‘그것’ 한 마리가 돌들을 무너트리며 일어섰다.
– 쿠아앙앙!
그건 높이가 20미터쯤 되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피부가 두꺼운 철판 같은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덕에 간신히 살아남은 거 같았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일어선 괴물에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 쿵!
괴물의 머리 위로 한 인간이 내려앉았다. 바로 강민이었다.
머리에서 이는 엄청난 충격에 괴물은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최후의 발악이냐!”
강민이 머리 위에서 손짓했다.
강민의 손짓을 따라 작은 불나방 같은 게 괴물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건 강민이 손바닥만 하게 만든 화염의 방패였다.
화염 방패 10개가 ‘그것’의 입으로 들어갔다.
‘토네이도 방패!’
“쿠웨에에엑.”
거대한 괴물의 뱃속에서 수천 도의 토네이도가 몰아쳤다. 괴물은 1분도 되지 않아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이제 다 끝났나? 응?’
그런데 괴물이 죽은 자리에 무언가가 반짝였다.
‘이건?’
그건 강민이 한 번 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강민이 눈의 휘둥그레졌다.
‘신석이잖아?’
안 그래도 이곳에 오면 신석을 찾으려 했는데 이런 곳에서 신석을 얻은 거였다.
강민은 돌덩이 위로 내려섰다. 혹시나 주위에 신석이 있나 찾아보려 한 거였다.
하지만 더 이상 느껴지는 신석의 기운이 없었다. 생명체의 기운 자체도 없었다. 정말 모조리 죽은 거였다.
‘하긴 신석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도 그놈들은 모두 죽었나 보네.’
강민은 바로 똘망이에게 말했다.
[똘망아, 이제 다 끝났다. 모두 죽었어.]강민의 말을 들은 똘망이 근처의 바위 위로 올라가 황금의 창을 들었다.
“적들은 모두 죽었다. 우리가 승리했다!”
똘망의 말에 고블린들은 처음에는 믿기 어려워했다. 조금 전만 해도 괴물이 나타나서였다.
하지만 강민이 다가와 똘망이 옆에 서서 같이 황금의 창을 잡고 말했다.
“이곳의 모든 것은 죽었다. 더 나온다고 해도 내가 재로 만들어 주지.”
그 말에 고블린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진… 진짜 끝났어!”
“와!”
“우리가 이겼다! 이겼어!”
고블린들은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누구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고 누구는 하늘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협곡 위에서 보고 있던 카멘도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하하하. 이겼다니, 저 강한 적들을 상대로 고블린이 이기다니!”
카멘은 아직도 이겼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승리는 사실이었고 이 승리가 누구 때문인지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제… 고블린들도 진정한 후계자를 맞이하게 되었구나.”
그렇게 고블린과 ‘그것’들의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런 싸움이 이곳에서만 일어난 게 아님을.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종족이 ‘그것’과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강민과 고블린들은 마을로 돌아왔다.
고블린들은 그날 밤 대축제를 벌였다. 승리를 위한 자리였다.
죽은 고블린은 그대로 두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오랜 고블린의 풍장 의식이었다.
– 화르르.
거대한 불이, 마당 한가운데 피어올랐다.
마을로 돌아온 고블린은 6만 5천 마리 정도였다. 이번 전투로 3만 5천 마리가 죽은 거였다.
하지만 적들은 50만 마리가 죽었다. 대승이었다.
– 탕! 쿵! 탕! 쿵!
각 부족의 고블린들은 부족의 전통 춤을 추며 승리를 자축했다.
고블린이 만든 술과 과일 고기들이 나왔다. 그중 가장 음식이 많이 놓인 곳은 강민의 앞이었다.
“주인님, 고블린들이 주인님을 전신이라고 부르는 거 아십니까?”
강민은 사과와 비슷한 과일을 하나 베어 먹고 대답했다.
“전신?”
“네, 모두가 주인님을 전쟁의 신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그런 건가?”
안 그래도 강민이 지나갈 때마다 모든 고블린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거였다.
“크크 재밌네. 난 전신이고, 넌 황금의 군주라면서?”
“네? 그건… 그냥…….”
쑥스러워하는 똘망이에게 강민이 술잔을 건넸다. 똘망은 조심이 술잔을 받으며 목으로 넘겼다.
‘그러고 보니 똘망이 하고 술을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인가?’
많은 생명이 죽은 날이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생명이 살아남은 날이었다.
달이 하늘 한가운데로 올라오고 축제가 무르익었다.
카멘은 마당 한가운데로 나왔다. 시끌벅적한 고블린들이 모두 조용히 하며 카멘을 바라봤다.
“오늘 승리는…….”
카멘은 승리를 축하하고 죽어 간 고블린들이 별이 되었을 거라며 묵념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난 늙었다. 이번 전쟁에서 확실히 느꼈지. 게다가 알다시피 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더 이상 이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
카멘은 그 말을 하며 왕관을 벗었다.
카멘은 율란에 다가가 물었다.
“네가 이 왕관을 받겠느냐?”
율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모든 고블린은 진정한 고블린의 왕이 누군지 알게 되었습니다.”
율란과 모든 고블린의 고개를 돌려 한 고블린을 바라봤다. 바로 똘망이었다.
카멘이 왕관을 들고 똘망이에게 갔다.
“네가 이 왕관을 받겠느냐?”
똘망은 눈을 크게 떴다.
“전…….”
그때 머릿속으로 강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받아.] [하지만 주인님 전 주인님과 함께 다녀야 합니다.] [그런 건 받고 고민해.]강민의 말에 똘망은 한참 망설이다 왕관에 손을 내밀었다.
“제가 이 왕관을 받겠습니다.”
똘망의 말에 카멘이 똘망이 머리에 왕관을 씌워 주었다.
“이제부터 네가 고블린의 왕이다.”
엘테의 숲이 흔들릴 정도의 함성이 울렸다.
“와!”
“토란! 토란! 토란!”
고블린들이 함성을 지르고 또 질렀다.
그리고 강민도 함성을 지르고 싶었다.
‘미친, 이건 또 뭐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