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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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좀비 웨이브 (1)
강민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깜빡였지만 메시지 내용은 그대로였다.
‘뭐야? 이게 사실이라고? 합성? 설마 게임처럼 스킬을 합성하는 거야?’
게임처럼 스킬이 합성된다면 이건 굉장한 거였다.
강민은 바로 합성해 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사방에서 좀비들 소리가 났다.
– 으으으으으!
수류탄 터지는 소리에 좀비들이 몰려드는 거였다.
‘스킬 합성은 나중에 하자.’
강민은 용배의 허리에서 수류탄 걸이를 풀어 챙긴 다음 움직였다.
강민이 막 첫 발걸음을 땔 때였다.
“악!”
절로 비명이 나왔다. 왼쪽 허리와 오른쪽 다리 발목에서 엄청난 통증이 난 거였다.
‘빌어먹을, 아까 중년 남자에게 발로 걷어차인 곳이야.’
싸울 때는 너무 긴장해 통증을 못 느꼈는데 싸움이 끝난 지금 한꺼번에 터졌다.
‘이거 아무래도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거 같은데.’
옆구리든 발목이든 너무 아팠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좀비가 어느새 지척까지 몰려들었다.
‘가야 해!’
강민은 이를 악물고 방패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방패는 계단처럼 만들어 놨다.
첫 번째 방패, 두 번째 방패 그리고 세 번째 방패를 올라타는 순간 근육 좀비가 달려들어 발아래를 스쳐 지나갔다.
‘좆될 뻔했어.’
다시 한번 방패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이제는 컨테이너보다 위였다.
강민은 통증을 참고 천천히 컨테이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만신창이가 되어 누워 있는 주유소 주인이 보였고 그 옆에서 울고 있는 아민이 있었다.
강민은 방패에서 내려 쩔뚝거리며 아민 옆으로 다가갔다.
“아저씨는 어때요?”
아민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의식이… 의식이 없는 거 같아요!”
강민이 주유소 주인 옆에 가 살폈지만, 아민의 말이 맞는 듯했다. 주유소 주인은 죽은 듯 누워 있었다.
다만 코 아래 손을 대니 숨은 쉬고 있었다.
“제가… 아버지를 도왔어야 해요. 제가 나왔어야 하는데, 그래야 했는데!”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상황에서 아민이 나왔다면 일이 더 복잡해졌을 게 분명했다.
“아니에요. 혹시라도 나와서 그들에게 아민 씨가 잡히기라도 했으면 문제가 더 커졌을 거예요.”
“그래도요!”
강민은 일어섰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아저씨, 강북 연합으로 옮겨야 할 거 같아요.”
“네?”
“거기 의사와 힐러 할머니가 계세요. 아저씨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뿐이에요.”
강민의 말에 아민이 망설였다. 그 모습에 강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당장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강민이 넌지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아민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믿었던 사람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사람을 오직 거래 대상으로만 대했어요. 그건 강북 연합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식량을 주지 않으면 애원해도 기름을 주지 않았어요. 그 결과 강북 연합에서 사람이 죽었죠.”
이해는 됐다. 하지만 머리가 아팠다. 이러면 데려가도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안 돼!’
강민은 꼭 주유소 주인을 살려야 했다.
‘구룡시가 어딨는지 듣지 못했어.’
그건 강민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분명 태양 에너지라고 말했었어.’
주유소 주인은 잘 몰라 ‘태양 에너지’라고 불렀지만, 정확히는 ‘태양광’이었다. 그리고 구룡 그룹 태양광 총책임자는 그놈이었다.
‘김상철이 살아 있을 수도 있어!’
강민은 현실 세계든 평행 세계든 ‘김상철’ 그놈만큼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가서 죽인다! 가서 천 갈래, 만 갈래로 갈아 버리고 말 거야!’
강민은 아민을 보며 말했다.
“강북 연합 사람들은 제가 어떻게든 설득할게요. 아저씨를 살리는 게 우선이에요.”
강민의 말에 아민이 강민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이렇게 도와주는 거죠? 오히려 피해자 시잖아요?”
“뭐, 세상에 별종 하나 있다고 생각하세요.”
강민의 말에 아민이 강민을 한참 바라봤다.
아민의 표정이 수없이 변했다. 마음속으로 엄청나게 갈등하는 게 뻔히 보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아민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결심하듯 말했다.
“아버지만, 아버지만 구해 주시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아버지를 구해 주세요.”
아민은 주유소로 오는 남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에요.”
강민은 눈앞에 방패를 계단처럼 소환시켰다.
“제가 다쳐 아저씨를 들 수 없어요. 아민 씨가 들어야 해요. 할 수 있겠어요?”
아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유소 주인을 어깨동무 자세로 일으켰다.
하지만 방패로 이동하지 못했다. 걸음을 옮기려면 주유소 주인을 들고 방패 사이를 넘어야 했는데 힘이 약해 못하는 거였다.
“안 되겠어요. 제가 연합에 가서 사람을 불러올게요.”
아민이 강민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꼭 와 주세요. 전… 아까 말 농담 아니에요. 아버지만 구해 주시면 전 뭐든지 할 거예요.”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하여튼 걱정 말아요. 반드시 올 테니까!”
* * *
‘난 왜 이리 쓸모가 없을까?’
아민은 ‘강북 연합’으로 가는 내내 이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강민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건강한 2명의 남자와 들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들이 방패 2개를 사용해 아버지를 옮겼다. 문제는 자신이었다.
남는 방패가 없어 강민의 옆에 꽉 붙어 이동하는데도 몸이 떨렸다.
“괜찮아요. 제가 아민 씨를 꽉 잡고 있으니.”
아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10m 정도 높이의 허공을 걷는 건 고소 공포증이 있는 아민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안 그러려고 해도 몸이 떨렸다.
“강민 씨, 빨리 가야 합니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뒤에 있던 들것을 들고 있는 남자의 말에 아민은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가 위험한 순간이었다. 빨리 가야 했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때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었다.
‘아빠, 엄마. 제발 나를 도와줘요.’
아민이 그렇게 마음속으로 외칠 때였다.
“그럼 이렇게 해요. 눈을 감고 몸을 완전히 저한테 맡겨요. 제 손을 잡고 제가 하나, 둘, 셋 할 때 발을 뻗는 거예요.”
강민이었다. 아민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강민이 자신 어깨를 껴안았다.
“눈 감아요.”
아민이 눈을 감자 강민이 하나, 둘, 셋을 샜다.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그게 눈을 감아서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품속에 있어서 그런지 아민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렇게 ‘강북 연합’에 도착했다.
연합에 도착하자 역시나 아민이 걱정한 일이 벌어졌다. 연합에 속한 사람 중 몇 명이 치료에 반대한 거였다.
그때 또다시 강민이 나섰다. 강민이 설득하자 반대하는 사람도 나중에는 한발 물러섰다.
‘고마워요.’
아민은 정말로 강민이 고마웠다. 아민은 진심이었다. 아버지만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이었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아민은 수술실 앞에 앉아 아버지가 무사하길 기도했다. 그렇게 밤을 새웠다.
다음 날 강민이 왔다. 다리에 깁스하고 상체는 붕대로 감고 있었다. 그제야 아민은 강민이 어제 싸움으로 다쳤다는 것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아니에요. 이런 세상에 누구 때문이란 게 뭐 의미가 있나요?”
강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민을 어루만져 주었다. 강민은 의심이 들 정도로 친절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목적이 있는 친절이어도 아민은 지금 감사했다.
“저… 말 편하게 하세요. 저 아직 19살이에요.”
그렇게 아민은 강민과 말을 놓았다.
수술이 끝났다. 의사는 수술이 성공했다고 했다. 외상도 어르신이 ‘힐’을 사용해 다 사라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실 창밖을 보니 강민과 민주가 좀비를 처리하러 가는 게 보였다.
다행히도 강민은 며칠이 지나자 깁스를 풀었다.
큰 상처 같았는데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거 같았다.
‘다행이야.’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강민 옆에 있는 민주가 보였다.
그녀와 강민은 서로를 의지하는 동료처럼 보였다.
‘나도… 나도 도움이 되고 싶어.’
문득 민주가 부러웠다. 그녀는 강민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아 보였다. 게다가 자신보다 예뻤다.
‘오빠는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 그래서 나 정도는 친절하게 대해 줘도 되는 거였을까?’
불안해졌다. 지금이야 강민 때문에 이곳에 있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지 몰랐다.
‘나한테 힘이 있어야 해.’
지금까지는 아버지가 울타리가 되어 주었지만 지금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아버지를 지켜야 해.’
이제는 자신이 아버지의 울타리가 되어 줘야 했다.
마음먹은 아민은 강민을 찾아갔다.
“오빠, 저 부탁이 있어요.”
“응? 무슨 부탁?”
아민은 강민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저, 각성하고 싶어요.”
* * *
강민이 돌아온 다음 날 의사는 강민을 진찰하고 엄하게 말했다.
“왜 이제야 온 건가? 어제 말만 했어도 엑스레이라도 찍어 봤을 텐데. 이제 기름이 없어!”
강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수술 때문에 다들 바쁘셔서요.”
“아무리 그래도 자네만큼 중요할까. 이제 어쩔 수 없네, 절대 움직이지 말게. 그냥 누워 있기만 해야 해.”
“얼마나 누워 있어야 하나요?”
“최소 일주일, 아니, 이 주일은 이대로 누워있게. 다행히 부러진 건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일세.”
힐로는 외상은 치료할 수 있었지만, 내상은 치료하지 못했다.
의사는 강민의 다리를 깁스하고 상체를 붕대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하, 완전히 누워만 있어야 하네.”
놓고 온 라면도 더 가져와야 하고 현금과 귀금속도 더 모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식사는 민주와 홍영이 가져다주었다. 모두 흰죽이었다.
답답했다. 답답해진 강민은 목발을 짚고 아민에게 다녀왔다.
다행히 주유소 주인의 수술은 잘됐다고 들었다. 다만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오래지 않아 정신을 차릴 거라고 의사가 말했다.
‘당신은 꼭 일어나야 합니다. 꼭이요!’
현실에서 김상철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아버지가 남겨 준 기술을 가지고 회사를 차려, 난처하게 만드는 게 고작이겠지.’
하지만 이곳 평행 세계에서는 달랐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 버리겠어.’
그러려면 주유소 주인이 꼭 깨어나야 했다. 구룡시가 어딨는지 반드시 들어야 했다.
김상철을 생각하며 열을 내서 그런지 맥이 풀렸다.
‘심심한데.’
가만히 누워 있으니 답답해 미칠 거 같았다.
그러다 무언가가 생각났다.
‘맞아! 합성!’
강민은 바로 상태창을 호출했다.
[똑같은 등급 스킬 ‘강철 주먹(E)’을 발견했습니다.> [‘고양이 발걸음(E)’ 스킬과 합성 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은 환하게 웃었다.
‘내 방패를 부숴 버린 그 폭풍 같은 주먹, 그리고 소리가 안 나는 빠른 발. 모두 엄청났지.’
강민은 당연히 합성이니 이 두 개 스킬 합쳐진 스킬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강민은 YES 버튼을 눌렀다.
[‘강철 주먹(E)’과 ‘고양이 발걸음(E)’ 스킬을 합성합니다.>눈앞에서 빛이 반짝였다. 너무 눈이 부셔 강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앞에 흐릿한 메시지가 보였다.
‘뭐지?’
메시지가 점점 분명해지더니 정체를 드러냈다.
[‘강철 주먹(E)’과 ‘고양이 발걸음(E)’ 스킬을 합성하여 ‘건강한 신체(E+)’ 스킬을 생성하였습니다.>강민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라고!”
강민이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씨발, 강철 발걸음이나 강철 고양이, 하다못해 은밀한 일격 같은 스킬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건강한 신체’라니, 뭔가 이름부터 평범한 스킬 냄새가 풀풀 났다.
“휴.”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런데 저건 뭐야 E 플러스? 플러스라는 등급이 있는 거야?’
조금 호기심이 들었다.
‘어떤 스킬인지 알아나 볼까?’
강민은 ‘건강한 신체’의 상세 설명을 터치했다.
* 건강한 신체(E+)
– 플러스 등급을 가진 스킬은 해당 등급의 유니크 스킬입니다.
– 얼마나 성장하는가에 따라 더 높은 등급 스킬보다 더 좋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신체가 건강해집니다. 건강해질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1레벨 : 모든 신체 활동 성장 속도 50% 상승. 자연 치유력 50% 상승.
2레벨 : 모든 신체 활동 성장 속도 100% 상승. 자연 치유력 100% 상승 – 10포인트.
……
9레벨 : 모든 신체 활동 성장 속도 500% 상승. 자연 치유력 500% 상승 – 2,000포인트.
강민이 눈을 깜빡거렸다.
“유니크 스킬? 미… 미쳤어!”
미쳤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만큼 ‘건강한 신체’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신체 활동이 성장한다니? 그럼 복싱을 하든, 헬스를 하든 막 성장한다는 거 아니야?’
이것만 해도 엄청난데 ‘자연 치유력’은 더 엄청났다.
‘이거 완전 또 다른 형태의 힐이잖아?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평생 세계를 살아가는 데 어쩌면 가장 필요한 스킬이 생긴 거였다.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았다. 강민은 히죽히죽 웃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었다. 그때가 아침 6시였다.
강민이 다시 눈을 뜬 건 12시쯤이었다. 민주가 점심을 가지고 와 깨운 거였다.
민주가 준 흰죽을 다 먹은 강민은 깜짝 놀랐다.
‘몸이 좋아졌어.’
왜 그런지는 금방 깨달았다. ‘건강한 신체’ 때문이었다. 자는 동안 ‘자연 치유력 ‘이 몸을 치료한 게 분명했다.
‘이 정도라니. 그렇다면 이렇게 있을 수 없어! 포인트! 포인트를 얻어 레벨 업 해야 해!’
포인트만 있다면 자연 치유력을 높이고 빨리 부상에서 나을 수 있었다.
“민주야, 부탁할 게 있어!”
“뭔데?”
민주는 자신에게 말도 안 하고 주유소를 간 거 때문에 많이 화나 있었다.
“아니… 그게 말이야.”
강민은 망설이다 민주에게 같이 좀비를 사냥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연히 민주는 거절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이 좀비를 사냥한다니 말도 안 됐다.
“내 회오리 방패 스킬 알잖아. 난 그냥 서 있기만 할게. 네가 뒤에서 오는 좀비만 처리해 줘.”
강민은 ‘회오리 방패’ 스킬은 만능이 아니었다. 좀비는 많았고 강민은 등에 눈이 달리지 않았다.
등 뒤로 키 작은 좀비라도 들어와 물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민주는 거절했지만, 강민이 계속 애원하자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딱 10분, 10분 만이야.”
첫날은 무리하지 않았다. 딱 10포인트. 10포인트만 얻고 그만두었다.
하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진통제를 먹지 않아도 몸의 통증이 확실히 줄었다.
강민은 그다음 날은 20포인트, 그다음 날은 50포인트를 얻었다. 하루에 1레벨씩 스킬을 올린 거였다.
그렇게 4레벨이 된 다음 날 강민은 깁스를 풀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니지만 뼈가 붙고 발목의 붓기도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건 기적이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낫지? 이건 말이 안 돼!”
“생각보다 상처가 심하지 않았나 보죠.”
의사의 물음에 강민은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병원을 나섰다.
“진짜 다행이야. 다행히 시간이 남았어.”
오늘은 목요일이었다. 토요일이 되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니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가능하면 ‘구룡시’의 위치를 듣고 가고 싶었지만, 아직 주유소 주인은 의식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봐서 현실에서 약이라도 가져올까?’
강민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복도를 걸어가는 강민의 앞에 아민이 나타났다.
“어? 아민아?”
“오빠.”
“아버님 뵈러 온 거야?”
강민에게 말에 아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오빠, 저 부탁이 있어요.”
“응? 무슨 부탁?”
아민은 강민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저, 각성하고 싶어요.”
* * *
일반 좀비 한 마리를 가져오는 거 정도는 이제 강민에게 일도 아니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일반 좀비에게 다가가 막대기로 입을 막고 수갑으로 팔을 묶었다.
강민은 방패를 타고 아파트 뒤쪽으로 좀비를 가져왔다.
몇몇 사람들이 좀비를 보고 놀랐지만, 강민이 옆에 있는 걸 보고 안심하며 지나쳤다.
그만큼 강민은 이곳 모두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아파트 뒤쪽 그늘에는 이미 아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부탁한 거 가져왔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은 4개의 방패로 좀비 한 마리를 가뒀다. 좀비는 몸부림쳤지만, 방패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다.
“좋아, 그럼 이제 네 차례야.”
강민이 건넨 사시미 칼을 받은 아민은 좀비에게 다가갔다.
좀비는 아민 또래로 보이는 여자 좀비였다.
“망설이지 마. 단번에 목을 뚫어.”
아민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사시미 칼로 목을 찔렀다. 사시미 칼이 여자 좀비의 목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얕았다.
– 크으… 아……!
좀비가 괴성을 질렀다. 다만 목을 찔려서 그런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는 않았다.
“더 힘을 줘서 넣어!”
강민이 소리 지르자 아민이 이를 막물이었다. 온몸이 떨렸다.
‘해야 해! 해야만 해!’
“아악!”
아민이 소리를 지르며 사시미 칼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아민은 사시미 칼을 빼고 다시 찌르고 또다시 찔렀다.
좀비의 괴성이 점점 줄어들었다. 얼마 후 좀비의 목이 꺾여 버렸다.
“하악… 하악…….”
아민의 얼굴에 좀비의 피가 튀어 온통 피투성이였다.
강민이 아민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 주었다.
“고생했다.”
그 한마디에 아민이 울컥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하는 건데 유독 자신은 이게 힘들었다.
“괜… 찮아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오… 빠.”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떴지?”
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거 물으면 안 된다고 듣긴 했는데 혹시 어떤 스킬을 얻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
“물론이죠. 말했잖아요, 뭐든지 한다고. 잠시만요.”
아민은 잠시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바라보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안 했다.
“혹시 말하기 힘들면 하지 않아도 돼.”
“아니에요, 오빠, 그런 게 아니에요. 너무 이상한 게 떠서 그랬어요.”
“이상한 거?”
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이상한 게 아니라. 아예 잘못된 거 같아요. 그럼 그렇지.”
“잘못된 거라니?”
아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오빠 스킬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