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세계의 진실 (2)
리차드는 차원의 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딘가 있을 ‘차원의 틈’을 찾기 위해서였다.
찰나 같은 영원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기다란 나무덩굴이 보였다.
‘저건!’
분명했다. 자신이 예전 웜홀 속에서 봤던 그 나무였다.
‘이봐, 혹시 말이야. 저번에 저 나무를 통해 이세계로 갈 수 있었는데, 그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는 건가?’
[그거야 직접 가 보면 알지 않겠어?]‘좋아, 그거야 어렵지 않지.’
리차드는 빠르게 이동했다. 멀리 있어 보였는데 마음먹고 움직이니 어느새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응? 모양이 이전과 다른데?’
이전에는 온전한 나무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나무가 온통 부서져 있었다.
리차드는 부서진 나무 안쪽을 바라봤다.
‘응?’
그 안에 사람이 보였다. 그것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보였다. 바로 최강민과 사라였다.
리차드는 참지 못하고 바로 주먹으로 거대한 나무를 내려쳤다.
– 쿵!
나무는 썩은 나무처럼 쉽게 부서졌다. 리차드는 다시 주먹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최강민!”
리차드는 손을 안으로 뻗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최강민을 잡을 수 있었다.
‘잡았다.’
리차드는 강민을 잡고 쥐었다.
‘응?’
그런데 만져지는 느낌이 없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강민의 몸이 흐릿해졌다. 강민만이 아니었다. 사라와 강민의 일행으로 보이는 인간들 모두 흐릿해졌다.
[늦었어. 이미 저들은 이동하고 있는 중이야.]리차드는 이를 악물었다.
[대신, 우리한테 중요한 존재가 남아 있지 않나?]머릿속을 울리는 말에 리차드는 안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나무와 이어져 있는 인간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리차드는 그녀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곧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사라?”
[크크크, 그녀는 사라였지만 이제는 사라가 아니지, 사라한이야.]“사라한?”
[그래, 그리고 우리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능력을 가진 존재지.]리차드의 머릿속으로 사라한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기억이었지만 그건 분명 자신의 기억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그렇군!’
리차드는 손을 뻗어 사라한을 잡아 들었다.
[꺄아악!]세계수와 연결된 줄기가 끊어져 하얀 체액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걸 먹으면 연결된 세계로 갈 수 있는 거였어!’
리차드는 사라한을 꺼내 입에 가져가 넣었다. 사라한은 발버둥 쳤지만 거대한 리차드의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
– 꿀꺽.
사라한은 어느새 리차드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리차드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리고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리차드가 들은 마지막 목소리였다.
[축하하네. 이제 우리는 완벽한 하나가 되는 거야.]메시지와 함께 리차드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하하! 하하하! 그런 거였구나! 그런 거였어.”
이제 더 이상 머릿속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리차드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나였으니까!”
리차드가 허공에 손을 뻗어 양옆으로 그었다.
검은 허공이 갈라지며 그 안쪽에 세상이 보였다. 자신이 베아트리체를 만났던 바로 그 세상, 그 성이 보였다.
리차드는 거대한 몸을 차원의 틈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 쿵!
리차드의 발이 땅에 닿았다. 타이탄의 성은 리차드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땅을 몇 번 밟은 리차드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하늘로 향해 뻗었다.
그러자 하늘에 열려 있는 차원의 틈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뻗어 나와 세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하하, 드디어 내가 왔어! 이 땅에 도착했다고!”
리차드는 미치도록 웃더니 스스로 온몸에 자해를 했다. 리차드의 몸속에서 피가 흘러나와 검은 연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 연기는 어느새 붉은 연기가 되었다.
그 순간 세상에 퍼져 있던 ‘그것’들이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연기가 ‘그것’을들 감쌌다.
그러자 눈이 없던 그들의 얼굴에 눈이 생겼다. ‘그것’들은 피처럼 붉은 눈을 가지게 되었다.
리차드는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라! 세르게이! 이번에는 나를 막지 못할 것이다!”
* * *
이동 메시지가 떴지만, 강민은 정말로 버튼을 누르기 싫었다.
지금 사라한과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거 같아서였다.
‘아직 물어볼 게 많은데!’
그런 강민의 망설임을 알아 차렸는지 사라한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동굴이 더 부서졌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강민은 이를 악물고 YES 버튼을 눌렀다.
[‘샹그릴라’로 이동합니다.>메시지와 함께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최강민!”
리차드의 목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강민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건 거대한 손이었다. 손이 강민의 몸을 지나간 거였다.
하지만 이미 강민과 일행은 몸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리차드의 손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신 리차드의 손은 동굴 끝에 있는 사라한을 잡아 들었다.
– 뚜두둑!
사라한과 세계수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던 줄기들이 모조리 뽑혀 나갔다.
[헉!]사라한이 신음성을 냈다. 뜯겨 나간 사라한의 피부에서 하얀 체액이 쏟아져 나왔다.
“사라한!”
강민이 소리쳤지만 사라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세상을 지켜 주세요. 그걸… 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그게 마지막이었다.
– 와락.
사라한의 몸이 리차드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상이 어두워졌다.
* * *
[‘샹그릴라’로 이동이 완료되었습니다.>강민은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두 눈을 떴다.
“사라한!”
강민은 바로 주위를 살폈다. 이곳은 무너지는 동굴이 아니었다. 안도의 마음과 함께 리차드에게 삼켜진 사라한에 분노가 치솟았다.
‘또! 막지 못했어!’
레비아탄에 이어 사라한까지 리차드에 삼켜졌다. 뭔가 해 보고 싶었지만 리차드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참! 그녀들은!’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아민과 민주 그리고 사라가 풀밭에 누워 있었다.
그녀들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모두 무사했다. 특히 사라를 집중적으로 살폈는데 몸에 이상은 없는 거 같았다.
‘다행이야. 혹시 리차드에게 당했나 싶었는데.’
그때였다.
“으윽…….”
민주가 신음을 내며 일어섰다.
“민주야, 괜찮아?”
“으… 응, 괜찮아.”
민주가 상체를 일으키며 주위를 살폈다.
“그런데… 여긴 어디야?”
“아마도… 샹그릴라.”
민주가 눈을 크게 떴다.
“샹그릴라?”
민주도 샹그릴라가 어떤 곳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설인 줄 알았는데… 진짜 있었던 거야?”
“그런 거 같아.”
민주가 주위를 둘러볼 때 옆에 있던 아민이 일어났다. 그리고 사라가 눈을 떴다.
“사라, 괜찮습니까?”
강민의 말에 사라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머리가… 아파요. 깨질 듯이요.”
“그럼 조금 더 누워 있어요.”
“아니에요. 그럴 때가 아니란 거 잘 알고 있어요.”
상체를 일으킨 사라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사라의 표정이 수없이 바뀌고 최종적으로 강민을 바라봤다.
“이곳이… 당신이 말한 샹그릴라인가요?”
“그런 거 같아요.”
“당신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거죠? 그리고 조금 전 동굴에서 본 그… 여자도요. 그녀는 누구죠?”
“저도 잘 모릅니다. 짐작 가는 게 있지만 어쩌면 저보다 사라가 더 정확히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라가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혹시, 당신의 기억은 아니지만 뭔가 자신의 기억처럼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강민은 평행 세계에 있는 인물의 피를 현실 세계에 가서 주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평행 세계에 살던 사람이 가진 기억 일부와 특별한 능력까지도 현실 세계 인물에게 영향을 주었다.
‘아마 사라한은 이걸 알고 있었던 거 같아. 그 하얀 체액이 사라한의 피였다면 그걸 흡수한 사라는 사라한의 기억을 일부라도 떠올릴 수 있을 거야.’
강민의 말에 사라는 머리를 붙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뭔가… 떠올라요. 그런데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여요.”
“괜찮아요. 아마 조금 시간이 걸릴 거예요.”
강민은 그 말을 하고 일어섰다. 강민의 눈앞에 거대한 벽이 보였다.
“우리는 당장 가 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강민의 말에 세 여자도 일어서서 앞을 바라봤다.
하늘에 해가 떠 있었고 주위는 온통 풀밭이었다. 들꽃과 나무들이 곳곳에 있었다.
지구에서 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하나는 확실히 달랐다.
앞에 ‘벽’이 있었다.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도 없이 거대하게 펼쳐진 벽이었다. 그런데 그 벽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아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벽의 끝을 바라보다 고개를 눈을 부릅떴다.
“오빠! 이거 벽이 아니에요. 정보 스킬에 이게 나무래요. 나무! 이름은 세계수고요!”
“이게… 세계수라고?”
강민이 고개를 들어 세계수를 바라봤다. 눈에 힘을 주고 올려다보니 끝이 보였다.
하지만 높아도 너무 높았다. 세계수는 성층권, 중간권, 열권까지 올라가 있었다.
강민은 문득 조금 전 사라한이 한 말이 떠올랐다.
– 세르게이! 세르게이가 여기에도 있는 건가!
[그건 직접 찾아가 보세요.]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직접 찾아가라고 말한 게 이곳에 세르게이가 있어서 그런 거구나!’
물론 눈앞에 있는 세계수는 자신이 아는 세르게이는 아닐 거였다. 그래도 세르게이란 말에 강민은 친밀한 감정이 들었다.
강민은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아민과 민주 그리고 사라가 강민을 쫓아왔다.
“오빠, 여기 샹그릴라 맞죠? 그 뜻 그대로 꼭 지상 낙원 같아요.”
아민의 말대로였다. 주변 곳곳에 이름 모를 과일이 열려 있었고 동물들이 그 주변을 맴돌았다.
강민 일행을 봐도 동물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몇몇 동물은 다가오려고 했지만 강민이 쳐 놓은 방패에 막혀 오지 못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강민은 세계수 앞에 도달했다. 가까이에 오니 더더욱 나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타이탄의 왕성을 보고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는 세계수에 비하면 그건 장난감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드디어 샹그릴라에 오고 세계수 앞까지 왔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현실이나 평행 세계 같으면 세르게이가 나를 보자마자 나왔을 텐데.’
강민은 세계수를 만져보고 ‘세르게이’라고 소리도 쳐 봤다. 하지만 세계수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방법이 있을 텐데.”
강민이 인상을 쓰며 고민할 때 또다시 메시지가 떴다.
[세상의 멸망이 시작되었습니다.>강민의 눈이 부릅떠졌다.
‘뭐라고? 세상의 멸망?’
시스템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 제발… 세상을 지켜 주세요. 그걸… 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사라한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왜 그런 말을 하나 싶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 거 같아서였다.
강민은 사라한을 삼키던 리차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리차드!’
이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는 한 명뿐이었다.
‘시간이 없어! 당장 세르게이를 만나냐 해!’
사라한은 자신을 이곳으로 보내면서 세상을 지켜 달라고 했다.
‘그럼 이곳에 그 방법이 있는 거야.’
하지만 세르게이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강민이 고민을 하다 아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라를 바라봤다.
‘사라는 사라한의 피를 흡수했어. 사라한은 세계수잖아? 그리고 세르게이도 세계수고. 그럼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강민은 바로 사라에게 물었다.
“사라, 혹시 이 세계수를 보고 기억나는 게 있나요? 뭔가 느껴지는 거라도요.”
* * *
사라는 강민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세계수를 보자 머릿속에 뿌옜던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이것도 능력인가? 아니면 인간 자체가 강한 건가?’
강민은 스스로를 한국의 영주라는 소개했는데, 사라는 그걸 ‘대통령’ 또는 ‘지배자’라고 여겼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전설의 왕이 있다면 이 정도일까?’
같은 있던 시간은 얼마 안 되었지만 강민의 추진력과 판단력, 그리고 능력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나 다른 세상으로 이동해도 강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다.
‘판타지 세상 같은 이세계에 와도 침착했어. 우주 같은 동굴 그리고 이번에는 도시만 한 크기의 나무가 있는 곳에 왔는데도 말이야.’
말은 안 했지만 솔직히 사라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몇 번이나 놀라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은 건 모두 강민 덕분이었다.
강민이 침착하니 자신도 침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강민이 어떻게든 해 줄 것만 같았다.
“혹시… 아무것도 없나요?”
다시 한번 묻는 강민의 말에 사라가 세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그래도 조금 전부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이상하게 이 나무가 눈에 익어요. 분명 처음 보는데도요.”
이건 사실이었다. 뭔가 기억 속에서 이 나무가 아른거렸다. 물론 기억 속의 나무는 이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큰 나무였다.
“혹시 이 나무와 관련돼서 더 생각나는 게 없습니까?”
강민의 말에 사라가 기억에 집중했다. 머리가 좀 아파 왔지만 점점 희미했던 기억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 사라,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됩니다.
사라가 손을 들어 머리를 잡았다. 기억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 후회하지 않아요, 세르게이.
기억 속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있던 자신이 대답했다. 앞을 보니 온몸이 각질화된 한 남자가 있었다.
“으윽.”
사라가 머리를 다시 잡았다.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거 같은데 거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라! 괜찮아요?”
강민이 다가와 사라를 부축했다.
“네… 괜찮아요.”
기억은 끊겼지만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제가 세계수와 연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사라는 세계수에 다가가 손을 얻었다.
– 싸아아아아.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자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잎이 흔들었다.
“세르게이, 나예요, 사라.”
그 순간 나무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갈라지는 게 아니었다.
거대한 나무줄기가 벌어지며 그 안에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