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세계의 진실 (4)
그건 묘한 느낌이었다. 한 번도 서 본 적 없지만 꼭 거대한 콘서트 무대 위에 홀로 올라선 느낌이었다.
관객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관객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강민이 입을 열었다.
[들리는가?]순간 강민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렸다.
전장에 있던 똘망이가 눈을 부릅떴고, 인간의 왕도 목소리가 울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세르게이도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신의 목소리? 어찌 인간이 이걸 쓸 수 있는 거지?”
세르게이의 놀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런 능력이 증표에 있었나?’
강민이 소환한 방패에서 일곱 개의 ‘맹세의 증표’가 빛나기 시작했다.
[들리는가?]또다시 울리는 강민의 ‘계시’에 일곱 개의 ‘맹세의 증표’가 강하게 빛나며 강민의 목소리를 모든 곳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건 ‘이세계’만이 아니었다.
세르게이가 눈을 부릅떴다.
‘목소리가 차원을 넘었어!’
평행 세계, 근정전에서 수뇌부들과 따분한 회의를 하고 있던 오크의 왕 ‘쿤살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이건 인간 주인님 목소리잖아?”
“뭐라고?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장호철의 말에 쿤살라가 소리쳤다.
“잘 들어 봐. 너희들도 들릴 거야.”
그 말과 함께 수뇌부들의 머릿속에도 강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건 아민의 소환수 ‘나락’도 마찬가지였다. 아민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나락’이 바깥으로 나왔다.
“주인이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나오다니 이상하군?”
나락은 갑자기 바깥으로 나온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며 강민을 바라봤다. 강한 힘이 그에게 느껴져서였다.
“혹시, 나를 부른 게 당신인가?”
나락이 물었지만 강민은 대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어. 특히나 맹세의 증표와 연관된 사람들하고는 강하게 연결된 거 같아!’
맹세의 증표와 연결된 사람들은 모두 한 종족의 대표들이었다.
인어족의 나락, 오크족의 쿤살라, 불의 정령 이프리트, 인간의 왕, 그리고 고블린족의 똘망이와 연결됐다.
엘프족에서는 엘프족의 왕자 판도르와 연결됐다. 모두 강민이 아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알지 못하는 종족도 있었다. 바로 예티족이었다.
이곳, 이세계에 남아 있던 예티족 중 최고로 강한 예티 전사가 강민과 연결되었다.
그 모든 사람이 강민과 연결된 순간 동시에 모두와 연결되었다.
[모든 종족이 연결됩니다.>그 순간 연결된 모든 종족들이 상황을 파악했다.
강민의 말이 모든 이종족과 인간들의 머릿속에 틀어박혔다.
[지금 우리는 강대한 적을 맞아 싸우고 있다.] [나는 모든 전쟁을 이끄는 전쟁의 신. 적들을 맞아 싸우는 너희들에게 힘을 주겠다.]강민은 모든 힘을 다해 말했다.
[나를 믿어라. 그럼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이길 것이다.]강민의 말은 모든 종족들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똘망이를 비롯한 고블린들과 인간은 강민을 믿었다.
하지만 다른 종족은 아니었다. 처음 인지한 존재가 자신을 믿으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때 쿤살라가 나섰다.
[나는 오크왕 쿤살라다! 오크족은 모두 전신의 말을 따라라. 그의 말을 따르는 것은 곧 나를 따르는 것이다.]그게 시작이었다.
[나는 엘프족의 왕자 판테르입니다. 그곳에 아직 남아 있는 엘프들이여. 전신의 말을 따라 주세요. 그는 세계수의 친구입니다.]나락은 강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영상에서 몰살당하는 인어족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인어족의 총사령관이었던 나락이다. 인어족이여. 전신은 강자다. 나는 아직까지 그가 지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를 따르라. 그를 따르면 다시 바다는 우리 것이 된다.]쿤살라와 판테르, 그리고 나락의 말이 차원을 넘어 자신의 종족들에게 전해졌다.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오크족에게서 믿음이 시작됩니다.> [엘프족에게서 믿음이 시작됩니다.> [인어족에게서 믿음이 시작됩니다.>비록 완전한 믿음은 아니지만 ‘믿음’이 시작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믿음은 곧 힘, 강민의 몸에 강한 ‘신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됐어!’
하지만 모든 종족이 믿는 건 아니었다. 정령족은 ‘그것’들의 공격을 받지 않으니 이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예티족은 오히려 적대적이었다.
– 우리는 신을 믿지 않는다. 우리 힘으로 이겨 낸다.
예티족과 연결이 끊겼다. 강민은 아쉬웠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야. 특히나 평행 세계에까지 연결될지는 몰랐는데, 큰 도움이 됐어!’
신력을 얻은 강민은 연결된 신도들에게 강하게 ‘계시’를 내렸다.
[‘전력’을 다하라.] [‘멈춰라’]강민이 내린 계시는 두 가지였다. ‘아군’에게 모든 힘을 다 쏟게 만드는 ‘전력’과 적들을 멈추게 만드는 ‘멈춰라’였다.
강민이 계시를 내리는 순간 전황이 바뀌었다.
쿤살라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친 오크들은 그의 말을 의심 없이 따랐다. 그 덕에 가장 먼저 능력이 강화되었다.
“췩췩! 칼에서 빛이 난다!”
“칼이 놈들에게 박히기 시작했어!”
“놈들이 느려졌어!”
원래 전투 종족인 오크들이었다. 그들은 적들이 느려지고 공격이 가능해지자 미친 듯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망설이던 오크들도 전신을 믿기 시작했다.
“전신을 믿어라! 전신을 믿으면! 이 힘을 얻을 수 있어!”
오크는 시작이었다.
엘프들은 더 난리였다. 사실 판테르 왕자가 말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엘프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평행 세계에 있던 세계수 ‘세르게이’가 움직였다.
– 그를 믿어라. 그는 세계수와 둘이 아니다.
사는 차원은 달라도 세계수는 세계수였다. 엘프들은 세계수를 바로 인지했다.
엘프들에게 세계수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 세계수께서 믿으라 하셨어!
– 믿습니다.
– 전신을 믿습니다.
믿음이 올라가고 강민의 신력이 올라갔다. 강민은 이 힘을 다시 자신의 신도들에게 되돌려 줬다.
그러자 엘프가 ‘그것’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엘프의 화살이 적들의 눈을 뚫고 뇌를 박살 냈다.
게다가 ‘그것’들은 계시 ‘멈춰’ 때문에 몸이 느려져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엘프들의 안전이 확보된 거였다.
그렇게 세계 곳곳에서 전황이 바뀌었다.
* * *
강민 옆에서 그가 하는 걸 본 세르게이가 눈꼬리를 올렸다.
‘대단해!’
이건 세르게이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언령보다 한 단계 위의 스킬 같은데. 어떻게 인간이 이런 스킬을 쓸 수 있는 거야?’
스킬도 위력적이었지만 강민의 말을 믿고 움직이는 종족들은 더 대단했다.
‘종족들이 최강민을 믿으니 신력이 오르고, 그 신력으로 다시 종족을 강화시키고 있어. 이건 꼭 리차드 같지 않은가?’
세르게이는 이제는 죽은 사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는 그렇게 배신당하면서도 끝까지 인간을 믿었지. 신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야. 그때는 바보짓이라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강민의 ‘계시’ 덕분에 전황이 막상막하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예티족’은 전멸을 당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만 돼도 시간을 꽤 많이 버는 거였다.
“후우.”
강민은 ‘계시’를 끝내고 몸을 휘청거렸다.
“오빠!”
“강민!”
뒤에 있던 두 여자가 달려와 강민을 부축했다.
세르게이는 나뭇잎을 움직였다.
– 싸아아아.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강민에게 선선한 바람이 가도록 했다.
이건 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몸의 피로를 사라지게 하고 활력을 돋게 하는 바람이었다.
“고맙습니다, 세르게이.”
“고맙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낸 자네에 대한 작은 선물일세.”
식은땀 가득했던 강민은 어느새 멀쩡해졌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 겁니다.”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래도 이제 최소한의 희망이 생겼어.”
“희망 가지고는 안 됩니다.”
강민은 영상 속에서 분투 중인 똘망이를 보며 말했다.
“저는 전신입니다. 저는 저 사람들을 지킬 겁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죠.”
세르게이는 강민의 눈 속에 차 있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가세.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네.”
* * *
강민은 세르게이를 따라 나무 틈 사이로 들어갔다.
어두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안은 어둡지 않았다.
‘뭐지? 반딧불인가?’
반딧불처럼 빛을 내는 벌레들이 날아 다니는 덕분에 안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타났다.
‘계단?’
강민은 멈칫하며 계단을 바라봤다. 발로 툭툭 차 보는데 계단의 재질이 느껴졌다.
‘시… 멘트?’
세계수 안에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건 세 여자도 마찬가지였는데 모두 갸웃하며 계단을 다리로 툭툭 쳤다.
그걸 본 세르게이가 물었다.
“나무 속에 계단이 있는게 신기한가?”
“…네.”
“그럼 앞으로 더 깜짝 놀랄 걸세.”
계단은 아래로 나 있었다. 세르게이가 앞장서고 강민이 뒤를 따라갔다.
그 뒤를 세 여자가 쫓아왔는데 아민이 다급히 강민 옆으로 오며 물었다.
“오빠, 여기 아무리 봐도 사람이 만든 곳 같아요.”
“그렇겠지. 인간의 손길이 닿은 거야.”
“저… 나무 인간이 만든 건 아니겠죠?”
“아마도.”
“그럼, 누가 만들었을까요?”
강민은 벽을 바라봤다. 벽은 페인트 칠이 되어 있었는데 얼마 전 만든 것처럼 새것처럼 보였다.
벽을 장식하는 동그란 문양도 그려져 있는 게 사람이 만든 게 분명해 보였다.
“글쎄, 나중에 상황 봐서 세르게이한테 물어보자.”
강민은 그렇게 말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신음성이 들렸다.
누가 다쳤는가 싶어 강민이 뒤를 돌아보니 사라가 무언가를 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사라, 왜 그래요?”
강민의 말에 사라는 대답하지 않고 손으로 벽을 가리켰다. 그녀는 벽 그려져 있는 동그라미 두 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이거!”
“네? 그게 왜요?”
사라가 몸을 떨며 대답했다.
“샹… 샹그릴라, 이건 샹그릴라 회사 마크예요!”
그 말에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네? 샹그릴라요? 그럴 리가!”
강민은 사라가 가리킨 벽의 문양을 바라봤다. 문양은 어제 그린 듯 손상 하나 없이 그려져 있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름만 같은 거 아니었어?’
강민은 고개를 돌려 세르게이를 바라봤다. 세르게이는 움직이는 걸 멈추고 일행들을 보고 있었다.
“세르게이, 이곳은 어떤 곳이죠?”
세르게이는 통로의 끝을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답이 있다. 궁금한게 많겠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떤가?”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답이 있다면 들어가야 했다.
강민이 막 움직이려 할 때 그의 옷깃을 아민이 잡았다.
“오빠, 왠지 좀 무서워요.”
솔직히 강민도 그랬다. 왠지 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면 뭔가 자신에게 큰 변화가 있을 거 같았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옆을 보니 민주는 별 변화가 없어 보였다. 사라는 계속 벽의 문양을 보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모두 같이 가죠.”
강민의 말에 모두가 움직였다. 걷다 보니 어느새 통로가 끝나고 문이 나타났다.
세르게이가 문을 열며 말했다.
“천 년 만에 온 손님이군. 환영하네, 샹그릴라에 온 걸.”
* * *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놀이방’이었다.
한국에 있는 흔한 유치원 또는 저학년들을 위한 키즈 카페 같은 공간이 눈앞에 보였다.
놀이방은 둥근 원 형태였는데, 원 외곽에는 문이 있는 방들이 있었다.
세르게이는 놀이방 한가운데 서서 강민을 향해 물었다.
“혹시 샹그릴라에 대해 알고 있나?”
강민은 자신이 들은 것에 대해 대답했다.
“모든 종족이 태어난 곳, 언제나 행복한 장소라고 들었습니다.”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맞네, 이곳은 모든 종족이 태어난 장소지. 저 방들을 보게.”
강민은 놀이방을 둘러싼 방들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영어’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엘프?”
강민의 말에 옆에 있던 아민이 말했다.
“오빠, 그 옆에는 드워프라고 쓰여 있어요.”
강민은 그 옆을 바라봤다.
“인어? 오크? 고블린? 예티?”
그리고 가장 오른쪽 유일하게 푸른색 방에 그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인간.”
총 7개의 종족의 이름이 방문 앞 팻말에 적혀 있었다.
“이… 게 뭐죠?”
강민의 말에 세르게이가 대답 대신 가장 왼쪽 방을 향해 손짓했다. 그곳은 ‘고블린’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었다.
– 끼이이익.
방문이 저절로 열렸다.
“궁금하면 확인해 보면 되지 않나? 들어가 보게.”
강민은 마른침을 삼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