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좀비 웨이브 (3)
오크 주술사는 방패가 자신을 향해 오는 줄 알고 도끼를 들어 전면을 가렸다.
하지만 방패는 오크 주술사의 머리를 넘어 그 뒤에 있는 게이트에 가서 충돌했다.
– 쿵!
묘한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오크 주술사도 좀비도 순간 멈칫하며 모두 게이트를 바라봤다.
게이트의 끝은 방패를 맞아 금이 가 있었다.
그걸 본 오크 주술사가 게이트를 보며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도끼를 하늘로 들며 크게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앙!”
그 소리에 맞춰 근처에 있던 좀비들도 울부짖었다.
“우오오오오오!”
사방이 울부짖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좀비들의 움직임을 바꿨다.
* * *
강북 연합에 몰려들었던 좀비들이 그 자리에 멈춰 소리를 질렀다.
“저게 왜 저러지?”
좀비들과 싸울 생각에 각오를 단단히 하던 1조장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1조장이 호철을 쫓아갔다.
“대표님!”
“1조장.”
호철 옆에는 이미 2조장과 3조장 민주가 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좀비들이 멈췄습니다.”
“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
그때였다.
좀비들이 갑자기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사람들 모두가 휘둥그레졌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가고 있어! 좀비들이 가고 있다고!”
“와!”
“살았어! 살았다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좀비들이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해가 안 돼요. 왜 갑자기 돌아가는 걸까요?”
민주의 말에 호철이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말도 안 되지만, 그가 성공한 거 같아.”
“네? 그라뇨?”
“강민 군 말일세. 그가 나한테 그랬거든. 어떻게든 좀비를 유인해 보겠다고. 그러고 떠났는데… 솔직히 난 도망갔는 줄 알았네.”
“강민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민주가 바로 반박했다.
“솔직히 대표만 아니면 나도 도망가고 싶었거든, 하지만 그는 네 말대로 그런 사람이 아닌 거 같다. 그가 정말로 좀비들을 유인하는 데에 성공한 거 같아!”
호철이 환호하는 연합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가 우리 모두를 살렸네.”
* * *
‘성공이야!’
강민은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사방에서 좀비들이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오크 주술사가 강민을 지목하자 모든 좀비가 강민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씨발.’
이러면 ‘강북 연합’으로 갈 수도 없었다.
‘어떡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도끼가 또 날아왔다.
간신히 피했지만 이제 남은 방패 내구도는 ‘30’이 전부였다.
‘안 돼!’
강민은 더 높이 하늘로 올라갔다.
– 오빠, ‘도끼 날리기’ 스킬 사거리는 200m예요.
아민이 해 준 말이 떠올라서였다.
100m 200m를 넘어 300m 가까이 올라갔다.
그 정도 올라가자 아무리 강민이라도 몸이 떨렸다.
‘겁나 무섭네.’
다행히 도끼가 이곳까지 날아오진 못했다.
‘그나저나 어떡하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많은 좀비가 모두 고개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간신히 좀비들을 유인했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강민은 사방을 둘러봤다. 저 멀리 산 하나가 보였다.
‘천장산!’
순간 강민은 천장산 끝에 있는 청량리가 생각났다.
‘흑룡파가 청량리에 있다고 했지?’
강민이 씨익 웃기 시작했다.
* * *
“형님, 큰일 났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있을 전쟁에 대비해 사람들을 훈련 시키고 있던 경호는 갑자기 들이닥친 부하 때문에 짜증이 났다.
“뭔데 그래?”
“좀비! 좀비가 몰려옵니다!”
“좀비? 그게 왜? 이곳은 안전하잖아. 그냥 지나쳐 가니 걱정 마.”
이곳은 뒤로는 천장산이 있었고 앞은 버스로 막고 있었다.
원래 인적도 드물었고 좀비는 더욱 드문 곳이었다.
간혹 좀비들이 몰려올 때도 있었지만 이곳을 스쳐지나 다른 곳으로 갔었다.
“아닙니다. 이번에는 정확히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때였다.
“으악! 좀비 웨이브야, 좀비 웨이브!”
“살려 줘!”
사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경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도저히 들리지 말아야 하는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좀비 웨이브? 그게 왜!”
경호는 바로 호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맙소사.”
호텔을 막고 있던 버스들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막고 있지만 얼마 못 가 전복될 거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주던 천장산에서 좀비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으악!”
자신의 부하들이 좀비들에게 물리고 있었다.
“으으으으!”
어느새 자신의 곁으로도 좀비가 다가왔다.
경호는 좀비의 뒤로 순간 이동해 좀비의 목을 베었다.
떨어진 좀비의 목을 보니, 얼마 전 같이 밤을 보낸 미진이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된 거야!”
경호가 소리쳤다.
그때였다. 하늘에 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누구지?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야?’
하늘을 나는 스킬은 들어보지도 못한 거였다.
궁금증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의 발아래에 방패가 있는 걸 발견해서였다.
‘방패?’
많이 본 방패였다. 바로 경호의 얼굴이 굳었다. 저건 동생 진호의 방패였다.
순간 경호는 모든 걸 깨달았다.
“죽여 버리겠어!”
저놈이었다. 저놈이 동생을 죽이고 좀비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거였다.
경호는 강민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강민을 어쩔 수는 없었다.
‘총!’
경호는 순간 이동을 해 호텔 안으로 들어가 총을 가지고 나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강민이 사라진 후였다.
“으악! 반드시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 * *
강민이 ‘강북 연합’으로 돌아온 건 하루가 지나서였다.
좀비가 워낙 많아 주택에 숨어 있다가 24시간 지난 후 방패를 다시 소환할 수 있을 때 돌아온 거였다.
돌아올 때 아민을 데려왔는데, 그녀는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아니에요. 전 오빠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아빠마저 깨어나지 못하는데 오빠마저 잘못되면, 전 못 살아요. 엉엉.”
“걱정 마, 아민아. 난 불사신이야. 절대 안 죽어.”
강민은 아민을 안심시키려 너스레를 떨었다.
10분 정도 이동하자 ‘아파트’가 보였다. 강민은 아민에게 말했다.
“아민아, 부탁이 있는데, 네가 각성한 거 비밀로 할 수 있을까?”
아민은 고민하다 대답했다.
“아빠한테도요?”
“아니, 당연히 아버님에게는 말해야지.”
아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럼 괜찮아요. 알겠어요.”
“다만 아버님께도 내 스킬이 3개인 것은 비밀로 해 줄 수 있어? 어려운 부탁을 해서 미안해. 대신 아버님은 무슨 수를 쓰든 깨어나게 해 줄게.”
아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요. 오빠, 전 오빠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요. 오빠 말대로 할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 * *
돌아온 강민은 모두의 영웅이 되었다. 안 그래도 강민을 다들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아예 반쯤은 ‘구원자’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남들이 그렇든 말든 강민은 평소처럼 생활했다.
“헉… 헉…….”
토요일 아침, 강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강북 연합 아파트 단지를 뛰었다.
몸이 좋아진 이후로 매일 하는 운동이었다.
30바퀴를 돈 강민은 바닥에 뻗어 하늘을 바라봤다.
‘하루에 10바퀴씩 늘었어.’
‘건강한 신체’ 능력은 대단했다. 아무리 심하게 운동해도 몇 시간만 쉬면 ‘자연 치유력’이 강민의 몸을 모두 치유해 버렸다.
거기다 엄청난 신체 성장 속도까지 더해져 단순히 뛰는 것만 하는데도 강민의 능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수건에 물을 적혀 몸을 닦은 강민은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강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주상민 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약품 목록을 달라고? 그걸 어떻게 하려고? 설마?”
주상민은 아민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제가 한번 찾아보려고요. 제 능력 아시잖아요. 종합병원 같은데 한번 가 보려 합니다.”
“위험하네. 그곳은 좀비로 가득 차 있어!”
“걱정 마십시오. 몸 사려서 다녀오겠습니다.”
의사는 걱정했지만, 강민은 현실 세계로 가 약을 가져올 생각이었다.
“하아, 알겠네. 다만 정말 조심해야 하네.”
“네, 다만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알면 난리 칠 사람이 많아서요.”
강민은 민주가 떠올랐다.
“알았네. 하지만 이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어.”
의사에게 목록을 받은 강민은 그다음 홍영을 찾아가 같이 은행 금고로 내려왔다.
“강민아, 너 요즘 아민이 하고 다닌다면서?”
“네, 애가 참 착하더라고요.”
홍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혹시 아민이가 마음에 든 거야? 하긴, 아민이 만한 미인도 드물지.”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구해 오기도 했고, 또 동생 같아서요. 아직 고3이잖아요?”
“니미, 망해 버린 세상에 고3은 무슨. 마음에 들면 같이 사는 거지 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빠 오빠 하다가 아빠 되는 거다.”
홍영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강민이 준 말보로였다.
“강민아, 아민이도 괜찮지만, 시간 나면 민주한테도 가 봐. 신경 좀 써.”
“네? 민주는 왜요?”
“허유, 이 답답한 놈. 민주도 답답한데 너도 그러냐? 에잇, 남들 다 아는데 꼭 당사자만 몰라요. 드라마도 아니고 참.”
홍영이 답답한지 바닥에 굴러다니는 5만 원을 집어 들고 불을 붙여 담배에 가져다 댔다.
담배가 빨갛게 달아오르자 홍영은 한 모금 빨고 내뿜었다.
“드라마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됐다. 뭐 둘이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이 담배 다 피우면 뭔 재미로 사냐? 아껴 폈는데 이제 고작 5개 남았어.”
“다음에 얻으면 또 가져다 드릴게요.”
“에햐, 이런 행운이 또 있겠냐?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나저나 뭔 쓰레기를 그렇게 챙기냐?”
강민은 금고에 있는 돈을 가방에 넣으며 대답했다.
“취미예요. 취미.”
“그래, 쓰레기 치우는 취미. 좋지.”
홍영에게 돈은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민에게는 아니었다. 강민은 이번에 현금만이 아니라 은행에 있는 달러까지 챙겼다.
‘이 돈으로 어떻게든 무기를 구해야 해.’
무기로 근육 좀비를 많이 죽이면 좀비 웨이브를 일으킨다지만 이건 사용하기 나름이었다.
‘이 근처에서 쓰지 않으면 되잖아?’
돈을 두 개의 가방에 가득 담던 강민은 문득 걱정이 생겼다.
‘그런데 이 돈, 문제되지 않을까?’
몇 억 정도야 상관없었지만 점점 돈 액수가 커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거 같았다.
“저, 아저씨 질문 있는데요.”
“뭔데? 다 물어봐! 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해 줄게.”
강민은 오만 원권 한 장을 들고 말했다.
“혹시, 이와 똑같은 오만 원권 한 장이 더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응? 위조 지폐를 말하는 거야?”
“아니요, 위조지폐 말고요. 음, 뭐 마법이 있다고 치고, 이거와 똑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은행은 어떻게 해요?”
홍영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게 입을 연 건 담배 한 개비를 다 피고 난 후였다.
“일련번호가 같다는 가정하에,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두 개가 똑같은 돈이라면 골치 아파질 거야.”
“왜요?”
홍영이 강민의 손에 들린 오만 원권을 뺏어 들며 말했다.
“네 말대로면 이 오만 원권 두 장이 둘 다 진본이라는 거잖아? 경찰의 수사는 기본적으로 하나가 위조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 돈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거든.”
“네.”
“그런데 둘 다 진본이면 어떤 걸 조사해야 할지부터 막혀. 그럼 둘 다 조사해야 하는데? 위조란 증거는 일련번호가 같다는 거뿐이잖아?”
“그렇죠.”
“그럼 과학 수사원이나 한국은행에 맡기겠지. 만일 거기서도 위조가 아니라고 판명되면 그때는 하나뿐이지.”
강민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뭐요?”
“실수.”
“실수요?”
“그래, 말이 안 되지만 돈이 진본이고 만든 시기도 똑같다면 한국은행에서 같은 걸 두 개 찍어 냈다는 거밖에 안 되잖아? 물론 그런 일은 있을 리 없겠지만.”
홍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강민은 하나를 더 물었다.
“그럼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경찰이 조사하지 않을까요?”
“뭐, 한동안 조사는 하겠지? 하지만 범죄 사실 입증은 힘들걸? 이건 어느 하나가 위조 지폐라고 판명돼야 하는 건데? 둘 다 진본이잖아? 무슨 죄로 입건할 건데?”
강민은 현금을 바라봤다. 이 돈이 지금 누구한테 있는지 떠올라서였다.
“아저씨, 저번에 이 돈이 구룡 그룹 돈이라고 하셨죠?”
“그랬지. 정확히는 정치권 로비 자금일걸? 그러고 보니 이런 세상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국회 의원 선거 준비하고 있겠구나.”
강민은 선거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저번에 갔을 때 벽에 선거 표지판이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국회 의원 선거, 구룡 그룹 그리고 일련번호가 똑같은 돈!’
강민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저씨, 만일 이 로비 자금을 어떤 마법사가 돈을 똑같이 복사해서 선거 기간에 뿌리면 어떻게 될까요?”
홍영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야… 경찰이 조사한다는 가정하에. 음…….”
홍영이 강민을 보며 말했다.
“좆되지 않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