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모든 것은 제자리로 (2)
“응? 귀신 소리?”
강민은 피식 웃었다. 귀신은 있었다. 자신의 아공간만 해도 그곳에 목이 잘린 ‘베아트리체’가 있었다.
‘물론 이제 다시 열어 볼 수 없지만 말이야.’
강민은 이제 스킬과 권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방패도 세계선 이동도 아공간도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대신 강인한 육체와 이미 배운 언어 능력은 그대로였고 현실 세계로 왔을 때 아공간에 있던 물품 중 허용되는 것만 안개 지역에 이전 시켜 놓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마석이었다.
“응, 연구소 철거 들어갔잖아? 그런데 철거하는 사람들이 귀신 소리가 들린다며 도망갔대.”
“말도 안 돼.”
강민은 웃어 넘겼다. 귀신은 있을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 말하는 그런 귀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민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도 무시하기는 그래서. 내가 한번 갔다 와야겠어.”
“같이 갈까?”
강민의 말에 사라가 물었다.
“총리님이 보내 줄까?”
강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사라가 풋 웃었다.
“나라도 안 보내 줄 거야. 금방 다녀올 테니까. 열심히 일하고 있어.”
한 달이 지났다.
사라가 다시 미국에 갔다가 돌아왔고 체르노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제 체르노빌을 국적으로 선택한 인구만 100만 명이 넘었다.
강민은 여느 때와 같이 사라와 저녁을 먹으며 잠시 머뭇거렸다.
일이 너무 바빠 사무실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는데, 평행 세계에서 사람들과 같이 라면 먹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거긴… 라면도 다 떨어졌을 텐데.’
강민은 마음속에는 평행 세계가 아른거렸지만 이제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강민, 아직도 그곳을 생각해?”
사라의 말에 강민은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거기 사람들이 라면을 무척이나 좋아했거든. 내가 없으면 라면도 못 먹을 텐데.”
라면을 먹고 베란다로 가니 오늘따라 보름이었다.
‘보름달인데 엘프들은 괜찮을까? 엘프들의 흡혈 저주는 세르게이가 처리했겠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했는데 강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다.
그때, 문득 옆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사라가 옆으로 다가와 몸을 기대며 같이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민은 그렇게 한참 있다가 말했다.
“들어가자, 사라. 춥다.”
겨울이 지났지만 아직 바람은 찼다.
“응.”
* * *
또다시 한 달이 지났다. 이제 완연한 봄이었다.
체르노빌에 연구소가 완공되었다. 기념식을 하고 만찬 도중 강민은 문득 궁금해졌다.
“참, 사라. 그때 샹그릴라 연구소 철거할 때 귀신 소리 들린다고 인부들이 도망갔다고 했잖아? 그 뒤로 어떻게 됐어?”
“아 그거? 물론 한동안 중단됐었어. 하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어서 돈을 두 배로 준다고 하니 다시 시작했어.”
강민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크크, 역시 돈은 귀신도 이기나 보네.”
“맞아. 그런 거 같더라고. 물론 그래도 도망가는 인부도 있었는데, 다행히 가장 깊은 곳까지 철거할 수 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
강민이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뭔데?”
“지하 혈액 보관소가 뚫려 있었대.”
“응? 혈액 보관소? 누가 거기를?”
워낙 생체 실험을 많이 하는 연구소라 혈액 보관소가 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다만 혈액 보관소가 뚫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몰라서 확인해 봤는데, 그곳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어. 그래서 당연히 사람이 들어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사람 흔적은 없었대.”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흥미가 생겨서였다.
“뭐 훔쳐 간 건 없고?”
“있어.”
“응? 뭘 훔쳐 갔는데? 혈액을?”
“맞아, 그것도 리차드의 혈액만 사라졌어.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바닥에 보관병이 깨져 있더라고. 그런데 이상한 게 뭔지 알아?”
사라는 강민을 유심히 보며 말을 이었다.
“피 흔적이 없어.”
사라의 말에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피? 리차드의… 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응, 이상하지?”
사라의 말에 강민이 벌떡 일어났다. 머릿속이 간질간질한 게 뭔가 떠오를 거 같아서였다.
“강민, 왜 그래?”
강민이 사라를 보며 소리쳤다.
“사라! 당장 가자. 당장 그곳으로 가서 확인해 볼 게 있어.”
사라도 일어서며 말했다.
“무슨 일인데?”
“가면서 말해 줄게.”
* * *
강민은 사라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리차드와 싸운 얘기도 모두 했다.
핵폭탄으로 죽은 그가 부활했는데, 아무래도 이 ‘혈액’ 때문인 거 같다는 의견도 말했다.
“맙소사, 그럼?”
“있을 거야. 그 근처에 리차드가 다시 이동한 게이트가 있을 거라고!”
강민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샹그릴라 연구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리 사라가 연락해서 그런지 바리케이드로 아무도 들어올 수 없게 해 놓고 있었다.
강민은 사라와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사라를 안고 아래로 뛰어 내렸지만 육체만큼은 신과 같은 강민은 아무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강민은 사라와 함께 ‘혈액 보관소’를 살펴봤다.
‘사라 말대로야. 아무도 들어온 흔적이 없어. 대신 밧줄 같은 게 끌린 흔적은 있어.’
혈액 보관소를 살핀 강민은 ‘밧줄이 끌린’ 흔적을 따라 자리를 이동했다.
그곳은 지하 깊숙한 곳이었다. 강민은 안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엉어어엉. 드리리리리.”
순간 얼굴이 파래진 사라가 강민의 손을 꽉 잡았다.
“강민, 이거 귀신 소리 아니야?”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귀신은 없어.”
강민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했다. 돌무더기가 무너저 있었지만 강민의 주먹질 몇 번에 모두 부셔졌다.
간신히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무언가가 보였다.
사방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강민의 눈에는 확연히 보였다.
“맙소사.”
“강민, 왜 그래? 뭐 있어?”
사라의 말에 강민이 더 눈에 힘을 줬다. 강민의 눈에 모든 것이 뚜렷이 보였다.
“차원의… 틈이 있어!”
“뭐라고!”
놀란 사라를 뒤로 하고 강민은 차원의 틈으로 다가갔다. 작지만 분명 ‘차원의 틈’이 분명했다.
– 두근. 두근.
강민의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강민은 저도 모르게 ‘차원의 틈’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그러자 강민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오빠! 들려? 내 목소리가 들려?]강민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건? 아민이?’
아민만이 아니었다.
[강민, 내 목소리 들려? 몸은 갈 수 없지만, 잘하면 목소리는 전해질지도 모른다고 사라가 그랬어. 제발 이 목소리를 들으면 대답해 줘.]이번에는 민주의 목소리였다. 강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직도 포기 안 한 거야? 1년이 지났는데?’
“강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두웠지만 강민의 심각한 상태를 느낀 사라가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무슨 일이야, 말해 봐.”
사라의 제촉에 강민은 결국 사실대로 말했다.
“맙소사, 나한테는 귀신 울음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사실은 저쪽 세계… 사람들이란 거지?”
“응.”
“그리고 목소리가 전해지게 만든 게 저쪽 세계의 나고 말이야?”
“저쪽 얘기를 들어 보면 그렇대.”
“그렇다면…….”
사라는 핸드폰 플래시를 켜 ‘차원의 틈’을 확인하고 말했다.
“강민, 저쪽에 물어봐. 어떻게 목소리를 전달하는지. 그 원리 좀 가르쳐 달라고 해. 저쪽 세계의 나에게 말이야.”
“그건 왜?”
“목소리가 전달된다면, 어쩌면 이동할 수 있을지도 몰라.”
사라의 말에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진… 진짜야?”
“흥, 그렇게 좋아하지 마. 가능성일 뿐이니까. 강민, 저쪽 세계에 있는 네 연인이 그렇게 보고 싶어?”
“아… 아니야!”
강민의 당황해 하는 모습에 사라는 피식 웃었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놓치면 그건 과학자가 아니지. 강민, 부탁해.”
“알았어! 이건 오히려 내가 잘 부탁해.”
그게 시작이었다. 그 뒤 강민은 아예 샹그릴라 연구소를 자신이 구입해 버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 * *
강민은 샹그릴라 연구소 근처에 새로운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곳에서 평행 세계의 ‘사라’가 알려 준 내용을 연구해 새로운 ‘연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을 위해 강민은 엄청난 돈을 들여 특수한 컴퓨터를 만들었다. 현시대의 모든 인공지능 기술을 집대성한 컴퓨터였다.
컴퓨터 이름은 ‘아크’. 아크와 사라는 같이 협력하며 점점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아크에게는 실패가 실패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데이터가 쌓이자 어느 순간 거의 사라만큼의 지식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하얀 마석’이 있었다. 덕분에 차원의 틈에서 나오는 ‘검은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거였다.
‘리차드를 죽이고 얻은 보상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리차드를 죽이고는 100억 포인트와 100억 개의 마석이 보상으로 주어졌다.
받을 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포인트를 더 이상 쓸 수 있는 곳도 없었고 마석이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어서 였다.
하지만 지금 강민은 크게 감사했다.
‘마석 덕분에 아크를 만들었어. 저걸 만드는 데 1조나 들었는데 마석 없었으면 이렇게 빨리 아크를 만들지 못했을 거야.’
마석이 많은 덕분에 하얀 마석도 만들 수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세계선의 문’을 만들었다. 이건 강민의 스킬 이름을 따서 사라가 지은 거였다.
강민은 다시 ‘세계선의 문’ 앞에 섰다. 그곳에는 괴상한 문자가 적힌 하얀 마석으로 된 문이 보였다. 그 문 안에 ‘게이트’가 있었다.
“강민, 준비됐어?”
사라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아크, 실행해.”
– 알겠습니다, 사라.
아크의 대답과 함께 하얀 마석에 빛이 들어오며 그 안에 파인 글자가 붉은 색으로 빛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물처럼 출렁거렸다.
“강민, 성공이야!”
사라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 위이이이잉.
강민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기계가 돌아가는 음성이 들였다.
[차원 연결이 확인되었습니다.> [시스템을 재가동합니다.>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 오랜만에 본 메시지여서 그랬다.
[세계선 이동(EX) 권능을 확인합니다.> [평행 세계로 이동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의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메시지가 떠서였다.
강민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응?’
하지만 이동되지 않았다.
[현재 레벨로는 닫힌 평행 우주를 넘나들 수 없습니다.> [레벨 업이 필요합니다.>강민이 인상을 썼다.
‘레벨 업 하라고? 상태 창도 보이지 않는데?’
그때였다.
[세계선 이동(EX) 권능을 레벨 업 하려면 특별한 것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가진 객관적으로 가장 특별한 것을 대가로 바쳐야 합니다. 레벨 업 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이 멈칫했다.
‘객관적으로 가장 특별한 것?’
강민에게 특별한 것은 여러 개 있었다. 체르노빌도 중요했고, 마석도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사라와 같은 사람이 가장 중요했지만 그게 객관적으로 중요할 거 같지는 않았다.
‘뭐, 돈으로 따지면 마석이려나?’
마석은 체르노빌을 이끄는 핵심 자원이었다. 그게 없다면 당장 체르노빌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강민은 그것보다 ‘인연’이 중요했다.
강민은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강민이 멍해졌다.
‘신위? 전신?’
처음에는 멍했지만 잠시후 강민은 씨익 웃었다.
‘맞았어. 객관적으로 보면 이것보다 더 대단한건 없겠지. 하지만 말이야, 나에게는 정말 필요 없는 게 이거거든.’
강민은 인간이고 싶지 신이 되고 싶진 않았다. 강민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전신의 신위가 대가로 사용됩니다.> [세계선 이동(EX)이 최고 레벨이 되었습니다.>강민의 온몸이 빛으로 반짝였다.
[‘평행 세계’로 이동하시겠습니까? YES, NO>그렇게 보고 싶었던 메시지가 눈앞에 있었다.
강민은 떨리는 손으로 YES 버튼을 터치했다.
[‘평행 세계’로 이동합니다.>*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이제 원하실 때 ‘본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눈앞의 메시지를 본 강민은 크게 숨을 쉬었다.
강민은 아직 눈을 감고 뜨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지나진 않았겠지?’
강민은 메시지에서 예전과 다른 것을 발견했다.
‘시간과 장소와 관련된 정보가 없어.’
예전이라면 이동했던 장소로 이동한다거나 포인트를 선택하라고 나와야 했지만 그런 게 없었다.
그 메시지는 장소만 뜻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멈춰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거였다.
‘지난번에 마지막으로 이동했을 때도 이런 메시지는 뜨지 않았어.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였지.’
강민은 두려웠다. 세계선 이동으로 혹시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봐 두려워 눈을 뜨기 어려웠다.
‘그래도… 떠야 해.’
그렇게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이곳에 있을 거였다.
강민은 눈을 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