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담배빵과 선거 (3)
구룡 그룹 전략 기획 실장 임성훈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직원들이 인사하면 임성훈도 웃으며 인사를 해 줬다.
실장실에 들어간 그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지지 않았다.
‘제법 잘 처리했잖아?’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상철의 전략이 먹혔다.
– 실장님, 정부도 통화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에 매우 민감할 겁니다. 협상해 보시죠.
당연히 구룡 그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돈을 준 국회 의원과 정치인들을 이용해 정부를 압박했다.
그게 통했다. 자신들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멈췄다.
‘이때야. 뇌물 수수에 관련된 모든 증거를 없애야 해.’
이게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정부에서는 일련번호가 같은 돈들을 새 지폐로 교환하고 기존 지폐를 파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조용히 이 일을 끝내겠다는 거지.’
그런 식으로 지폐가 줄어들면 협박도 힘을 잃는다. 그 전에 모든 혐의를 벗어야 했다.
‘어디부터 시작한다?’
임성훈이 곰곰이 고민할 때였다.
– 똑똑.
“들어오세요.”
들어온 사람은 자신의 비서였다.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장님, 지금 당장 티브이를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응?”
임성훈이 바로 티브이를 켰다.
[조금 전 이번 국회 의원 선거에 나선 전국 100여 명들의 군소 후보들이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들은 이번에 당선이 유력한 후보 30인에 대한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이 구룡 그룹에서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경찰이 이 뇌물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데 일부 국회 의원들이 모종의 이유로 조사를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웃고 있던 임성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리모컨을 던졌다.
– 팍!
리모컨이 티브이에 가서 맞고 박살 났다.
“당장 홍보 팀에 연락해서 모든 언론 막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실장님.”
씩씩대던 임성훈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그리고 김상철이 오라고 해! 지금 당장!”
* * *
“역시 잘 물어뜯네. 확실히 물어뜯어 본 놈들이 잘해.”
아침 겸 점심으로 짜장면을 배달해 먹고 있던 강민은 단무지를 씹으며 웃었다.
지금 발표하고 있는 후보들은 당선권에서 상당히 떨어진 후보들이었다.
그들이 이번 선거에 나온 목표는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것. 그런 와중에 뇌물 수수 사건은 그들에게 꼭 맞는 먹잇감이었다.
‘이들이야말로 이슈에 목마르고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지.’
다만 이들 개개인의 힘은 약했다. 이들 군소 정당이 한 목소리를 내게 해야 했다.
강민은 그 판을 깔아 줬다. 어느 경찰서에 문의하면 되는지까지 그들에게 알려 줬다.
대신 강민은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공중전화로만 이들과 연락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조금 알아보고 이들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군소 정당이라도 힘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소한 경찰 돌아가는 소식 정도는 알아낼 능력이 있었다.
– 지금 강북 경찰서에서 뇌물 수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지되었죠? 왜일까요? 누군가 막은 겁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이건 국가에 대한 기만 행위입니다.
모든 시선이 ‘강북 경찰서’에 쏠리기 시작했다. 강북 경찰서 앞에는 수백 명의 기자가 몰려들었다.
기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나튜버들도 나와 실시간으로 방송을 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이상하게 기자들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남은 건 나튜버를 비롯한 개인 방송국 사람들뿐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왔던 수많았던 기사도 하나둘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룡 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네.”
그걸 본 강민은 피식 웃었다. 당황할 만했는데 강민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는 예상했어.’
그리고 준비도 되어 있었다.
강민은 옷을 입고 바깥으로 나왔다.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해가 떠 있었다.
강민은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했다.
“삼촌, 부탁드린 거는 준비됐나요?”
– 그래, 지금 언제 터트릴지 기다리고 있다.
“제가 지금 가고 있어요. 도착하면 해요.”
– 알았다.
전화를 끊고 강민은 핸드폰을 꽉 잡았다.
“김상철, 넌 이번에는 절대 못 빠져나갈 거다. 절대로!”
* * *
“왔냐, 앉아라.”
팔봉의 말에 강민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나튜버들은 뭐라고 해요?”
“꺼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긍정적이었다.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돈에 넘어갔지.”
강민은 구룡 그룹의 힘으로 언론이 침묵할 것을 예상했다.
그만큼 그들의 힘은 대단했다. 강민이 그들에게 1억을 준다 한들 그들은 지금 움직이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나튜버들은 달랐다. 단돈 1,000만 원만 줘도 뭐든지 하겠다는 나튜버들이 널리고 널렸다.
“삼촌, 제 돈을 다 써도 돼요. 최대한 많은 나튜버가 동시에 움직이게 해야 해요.”
“걱정 마라. 기자들이 돌아갔어도 그들이 남아 영상을 찍고 있으니까.”
“군소 언론은요?”
“이번에 움직이는 조건으로 한 곳당 1억씩 주기로 했다.”
비쌌지만 강민은 개의치 않았다.
강민은 이번에 아예 끝장을 내려고 했다. 나튜버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있는 군소 신문사 또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군소 언론도 같이 공략했다.
“삼촌, 부탁한 제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이걸 다 하신 거예요?”
팔봉이 씩 웃었다.
“너만 뒤에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
강민이 황당해하는 얼굴을 했다.
‘처음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고, 그런데 사람 몇 명쯤은 바다에 묻어 버리는 냉혈한이기도 하고.’
팔봉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항상 새로운 게 나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조력자이자 삼촌이었다.
“궁금하네요.”
“네가 모든 걸 얘기하는 날 나도 얘기해 주지.”
두 사람의 눈이 부딪혔다. 두 사람은 같이 씩 웃었다.
“삼촌, 아시죠. 이번 목표요.”
“그럼 알지. 김상철!”
팔봉이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해서 움직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형님, 드디어 그놈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습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사람이 강민의 아버지였다. 팔봉은 그런 그를 배신하고 죽음으로 이끈 김상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삼촌, 처음부터 구룡 그룹을 잡을 수는 없어요. 이번 목표는 구룡 그룹이 김상철을 버리게 만드는 거예요.”
강민의 말에 팔봉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내가 바보인 줄 아냐? 1시간 후 구룡 그룹은 김상철을 버릴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 저녁 9시가 되었다.
모두가 저녁을 먹고 티브이나 핸드폰을 보는 시간, 또 다른 폭탄이 터졌다.
* * *
언론이 침묵했지만, 국회 의원 후보들의 합동 연설 여파는 여전했다.
오히려 언론이 조용하자 국민은 어떻게 된 일인지 더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 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방송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상한 언론의 침묵, 여러분 이게 정상으로 보이시나요?] [구룡 그룹 에너지 연구소의 모 이사, 정치권 로비 의혹.] [구룡 그룹과 에너지 연구소의 관계? 적이었던 김상철 이사가 구룡 그룹 에너지 연구소에 들어간 이유는?] [탁월한 능력의 김상철 이사. 재계와 정계에 두루두루 인맥을 가지고 있어.]나튜버 들이 그럴싸한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시작한 거였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때마침 군소 언론사들도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보는 임성훈은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곧 묘하게 바뀌었다.
‘이것 봐라?’
분명 구룡 그룹을 욕하고 있었는데 묘하게 초점이 어긋나 있었다.
‘얘네들 왜 이러는 거지? 정말 뭘 알고 이러는 건가? 왜 구룡 그룹 에너지 연구소의 일로 몰아가는데? 아니 정확히는 김상철의 일로 만들잖아?’
이건 최악의 경우 자신들이 하려고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알아서 나튜버들과 일부 언론들이 해 주고 있었다.
이건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과 같았다.
‘괘씸해서 이놈들 다 물로 먹이려 했는데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라면 김상철을 버려야 했다. 계획도 그랬다.
하지만 이 정도로 김상철을 버리기는 아까웠다. 그가 가져온 기술과 그의 로비 능력은 진짜배기였다.
‘앞으로 에너지 사업 규모는 더 커질 거야. 그건 정부가 바뀌어도 국회 의원이 바뀌어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임성훈은 어떻게든 김상철을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의 마음을 바꿀만한 폭탄이 쏟아졌다.
[오늘 아침 경찰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모 그룹 이사와 모 보좌관이 만나 뇌물을 주고받은 걸 본 목격자가 진술했다고 합니다.]임성훈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목격자?’
이러면 큰일이었다. 이 정도 발표면 실제로는 더 깊숙이 파고들었단 얘기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임성훈은 바로 경찰청장에게 전화했다.
“청장님, 저 임성훈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 아이고 실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미 정부에서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저희 쪽과 협상이 잘됐는데요?”
– 그게 어제 나튜브 방송과 언론 발표로 여론이 극도로 나빠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지겠는데 협상이 문제겠습니까?
경찰청장은 선거 얘기를 했지만, 임성훈은 진짜 의도를 알아차렸다.
‘우리 협박에 기분 나빴는데, 누군가 터트려,준 덕분에 신나게 칼질하겠다는 거구나!’
이가 갈렸다. 당장이라도 위조지폐 소문을 퍼트리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지금 위조지폐를 터트려 봤자 그 지폐가 구룡 그룹과 연관되었다는 게 드러나면 득보다 실이 컸다.
임성훈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꼭 누군가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거 같아.’
평생 남들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며 살면 살았지 조종당하며 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꼭 자신이 꼭두각시가 된 느낌이었다.
‘아닐 거야. 감히 누가 구룡 그룹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하겠어?’
임성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더는 시간이 없었다. 곧 사정의 칼날이 들이닥칠 거였다.
‘그것만은 막아야 해!’
임성훈은 어제 본 나튜버의 영상을 떠올랐다.
‘이걸 이용해야겠어. 모든 걸 김상철이 한 짓으로 돌리자. 피해가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막을 수는 있을 거야.’
임성훈은 회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회장은 바로 승낙했다.
‘제법 능력 있는 놈이었는데.’
김상철을 이곳으로 데려온 게 바로 자신이었다.
경쟁 업체에 있던 김상철에게 기술을 빼돌리게 하고 지금의 태양광 산업을 있게 만든 게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쓸모를 다한 개는 삶아 먹어야 하지.’
임성훈은 전화 한 통을 했다.
“언론에 김상철 비리 노출 시키고, 정부와 협상 자리를 마련해.”
* * *
수많은 경찰차가 강남의 고급 아파트 앞에 나타났다.
경찰들이 아파트로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김상철에 쇠고랑을 채우고 내려왔다.
“난 아니야! 난 시킨 대로 한 거뿐이라고! 진짜 범인은 임성훈 그놈이라고!”
옆에 깔린 기자들이 들으라는 듯 김상철이 소리치며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은 그를 경찰차 안에 집어넣었다.
강민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괜찮아?”
옆에는 팔봉이 있었다. 지금 이 자리도 팔봉이 강민을 데려온 거였다.
강민은 그제야 팔봉이 단순한 사채업자가 아닌 것을 인정했다.
“안 괜찮아요. 솔직히 전 제 손으로 죽여 버리고 싶었거든요.”
“네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더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팔봉이 단호하게 말했고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이곳에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겠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강민은 괜찮았다.
‘내겐 아직 평행 세계가 남았어. 내 마음껏 복수할 수 있는 곳이!’
강민은 주먹을 꽉 쥐며 또 다른 복수를 다짐했다.
“참, 삼촌. 그 회사는 어떻게 됐어요?”
강민은 ‘그 회사’라고 말했지만, 팔봉은 바로 알아들었다.
강민의 아버지가 죽고 그가 운영하던 회사는 ‘구룡 그룹 에너지 연구소’의 자회사가 되었다.
“강민 에너지를 말하는 거면, 시장에 나왔다. 구룡 그룹이 김상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지워 버리려고 해. 어차피 그곳의 기술도 다 빼먹은 상태니, 필요도 없고 말이야.”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회사 가져올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회사였다. 다시 운영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강민은 그 회사를 꼭 가지고 오고 싶었다.
“구룡 그룹이 50억에 내놓았어. 급하게 파느라 싸게 내놨지. 하지만 당장 마련할 수 있는 돈이 없어. 은행 대출을 한다고 해도 가져오려면 최소한 30억은 필요해.”
팔봉이 가지고 있던 돈은 모조리 시장에 유통했다. 귀금속을 팔고 남은 돈이 있었지만, 이번 나튜버들과 언론사를 상대로 작전을 펴면서 다 써 버렸다.
‘하아,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져온 거 같은데 돈이 모자라다니, 30억 구할 방법이 없나?’
자신에게 있는 현금이 5억 정도였다.
‘평행 세계에 있는 금고도 다 털었는데, 또다시 금은방을 털어야 하나?’
강민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평행 세계에 있던 ‘오크 주술사’가 떠올라서였다.
그날 강민이 게이트에 금이 가게 만든 후 ‘오크 주술사’의 행동이 바뀌었다고 사람들에게 들었다.
간혹 게이트를 떠나며 무언가를 찾는 거 같다고도 사람들이 말했다.
‘뻔하지, 나를 찾는 거야.’
강민은 그날 수만 명의 좀비가 자신을 쫓아 오던 모습을 떠올렸다.
만일 돈이나 귀금속을 찾겠다고 돌아다니다 ‘오크 주술사’라도 만나게 되면 그 좀비들이 자신을 쫓아올 게 뻔했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욕심부리지 말자. 일단 김상철을 잡아들였잖아? 우선 이것에 만족하고 태양광은 원래 계획대로 미국에 가서 회사를 설립하자.’
한국에서 회사를 만들어 봐야 구룡 그룹에 기술을 뺏길 가능성이 컸다.
– 에에에에엥.
김상철을 태운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떠났다.
“삼촌, 우리도 가요.”
* * *
그리 넓지 않은 삼겹살 집에 4명의 남녀가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워낙 시장 구석에 있는 집이라 손님도 그들이 전부였다.
[오늘 오후 2시에, 구룡 그룹 에너지 연구소 이사 김상철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었습니다.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위험성이 있기에 재판부는…….]티브이에서 수갑을 찬 김상철이 잡혀 경찰서에 들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그걸 본 도진이 술잔을 들며 외쳤다.
“위하여!”
나머지 사람이 소주잔을 들며 외쳤다.
“위하여!”
다들 술을 들이켰다.
“캬아! 술맛 좋다.”
“형님 오늘따라 소주가 답니다, 달아! 이모 여기 소주 2병이요!”
민준이 빈 소주병을 들고 흔들었다.
삼겹살집 사장님이 소주 두 병을 가져오자 도진이 소주 뚜껑을 따며 미진에게 술을 따랐다.
“모든 게 미진 씨 덕분입니다. 미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저놈을 잡아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 십중팔구 외국으로 도망갔을 겁니다.”
“아니에요. 모두 형사님 덕분이죠.”
세상 좁다는 미진 동료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진이 민준과 데이트를 하다 들린 마트가 하필 강민이 운영하는 마트였던 거였다.
미진은 모든 걸 민준에게 고백했다. 미진은 이제 민준과 다시는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 더는 그곳에 다니지 마. 넌 내가 먹여 살릴게.
민준의 대답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속 내용까지 간단한 건 아니었다.
그날 민준과 미진은 함께 쓰러질 때까지 술을 마셨고 강민은 둘을 챙겨야 했다.
다음 날 강민은 미진을 조용히 불러 제안을 했다. 어제 술에 취한 미진이 저도 모르게 조폭에 대한 걱정을 말해서였다.
– 미진 씨, 조폭에게서 보호해 줄 만한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취업도 해결해 드리죠. 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은 도진에게 가서 그날 술집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거였다.
미진은 고민하다 승낙했고 그게 경찰을 움직이게 했다.
“형수님, 한잔하시죠.”
강민이 술을 따르자 미진은 평소 모습과 다르게 얌전하게 술잔을 입에 대었다.
“아휴, 쓰네요.”
강민은 피식 웃었다. 저번에 같이 술을 마신 날 미진이 얼마나 술을 잘 마시는지 봐서였다.
그때였다.
“참, 이번 사건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모두가 눈을 빛내며 도진을 바라봤다.
“뭔데요, 형님?”
민준이 도진의 잔에 술을 따르자 소주를 한 잔 들이켠 도진이 입을 열었다.
“미진 씨 제보 덕분에 보좌관을 잡아 자백을 들을 수 있었어. 그 자백을 바탕으로 바로 국회 의원을 찾아갔지.”
모두가 조용히 도진의 입만 바라봤다.
“그런데 국회 의원이 없는 거야? 하지만 내가 누구냐, 그놈 일가친척 리스트 쫙 조사해서 찾아갔지. 그러다 그놈을 발견했지 뭐야.”
도진이 삼겹살을 먹자 민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 어디서 말입니까?”
“그놈 아내 명의로 주택이 있었어. 그곳에 있었던 거야. 그런데 웃긴 건 뭔지 알아?”
도진이 강민이 따라 준 소주잔을 한 잔 마시고 말했다.
“그놈 주택에 가니 그놈이 주택 마당을 파고 있던 거야. 우리를 보자 당황해하며 급하게 땅을 덮더라고. 그때 냄새가 났지. 아 여기 이 안에 뭐가 있구나!”
“설마, 그곳에 시체라도 있던 겁니까?”
민준의 말에 도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금괴. 그 개새끼가 마당에 금괴를 숨겨 놨더라고. 자그마치 1kg짜리를 20개나 말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