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30)
30화 금괴를 얻어라 (1)
“이… 이십 개요?”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지금까지 얌전하게 있던 미진이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이십 개면 얼마야? 금괴 1kg이 6천만 원쯤 하니까? 12억! 맙소사, 그거 어떻게 하셨어요?”
갑자기 빨리 말하는 미진의 모습에 도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경찰에 가져다줬지, 증거니까.”
“어휴, 답답해. 챙겼어야죠!”
미진은 손으로 가슴을 치며 소주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캬! 쓰다 써.”
그 모습에 나머지 3명의 남자가 모두 멍하니 미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걸 다 줘요? 다른 경찰들은 몰래 조금씩 챙긴다는데.”
말을 한 뒤 젓가락으로 삼겹살을 집어 입 안에 넣던 미진이 순간 멈칫했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서였다.
‘망했다.’
금괴라는 말 때문에 흥분해서 평소 모습이 나와 버린 거였다. 지금까지 얌전한 모습을 했던 게 말짱 도루묵이 됐다.
“하하, 제수씨가 돈에 관심이 많으시네. 민준아, 너 돈 있으면 비자금 만든다고 헛소리하지 말고 다 드려라, 꼭.”
도진의 말에 미진이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에 열이 나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 뒤는 술이 몇 병 더 돌았다. 이때쯤 되자 미진도 술에 취해 아예 평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 난 정말 걱정했거든. 흑룡파에게… 쫓길까 봐 말이야.”
미진은 그 말을 하면서 강민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 데, 끄윽… 강민 씨가… 소개해… 준 곳에 가니… 까 안심… 되더라. 거기 되게… 이상… 한 곳이야.”
미진은 그 말을 하고 옆에 있던 민준의 어깨에 기대 코를 골기 시작했다.
민준은 그런 미진을 보며 강민에게 말했다.
“고맙다. 미진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말이야. 게다가 안전한 곳에 취직시켜 줬다고.”
“형수님이 용기를 내셔서 약간 도와드린 거뿐입니다.”
강민은 미진을 ‘행복 대출’로 데려가 그곳에서 일하게 해 주었다.
“고맙다. 그게 미진이에게 큰 힘이 된거 같아. 나 같은 놈보다도 말이야.”
민준은 혼자 소주를 들이켰다. 이미 민준은 잔뜩 취해 눈이 풀려 있었다.
“크크, 흑룡파? 그게… 누구든 오라면 오라고 해. 나 챔피언… 이야. 내가 미진이를 지킨다고!”
“그럼요, 민준이 형. 형수님을 형이 지키지 누가 지켜요.”
강민이 민준에게 맞장구 쳤다.
‘정말 다행이야.’
현실 세계에서 민준은 흑룡파와 아무 접점이 없었다. 오히려 미진 때문에 흑룡파에 이를 갈고 있었다.
도진도 마찬가지였다. 도진은 5개월 전 복싱 체육관에 다니면서 민준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평행 세계의 도진과 민준이 형은 서로 몰랐던 사이였던 거야.’
강민은 소주 한 잔을 더 마시고 생각했다.
‘이로써 내가 생각한 게 점점 맞아 들고 있어. 두 세계는 원래 한 세계였다가 좀비가 나타난 이후 갈라진 거 같아. 6개월, 좀비 사태가 터진 6개월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많지는 않았지만 강북 연합에는 예전 신문들과 잡지들이 있었다. 모두 6개월 전 잡지들이었다.
그 내용이 현실 세계의 내용과 똑같았다.
강민은 자신의 능력을 떠올렸다.
‘세계선 이동.’
아무리 봐도 여기에 뭔가 해답이 있는 거 같았다.
“야, 강민아. 뭘 그렇게 고민해?”
술에 잔뜩 취한 도진이 강민의 어깨를 ‘탁탁’ 치며 물었다.
“아, 과거로 돌아가 그 금괴를 가져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크크크. 짜식, 나도 그 생각했는데. 듣자하니 2년 전에 묻어 놓은 거 같더라고, 김장도 아니고 왜 땅에 2년이나 묻어 놔? 크크크.”
“그러게 말이에요, 형님. 고기 좀 드세요. 술만 드시면 속 버려요. 참 형님, 그곳 주소가 어디예요?”
“크크. 왜? 가 보려고?”
“나중에 시간 나면 구경이나 가 보게요.”
“크크. 가 봤자 아무것도 없어. 이미 땅과 집 모두 뒤집어 봤거든. 하여튼 맘대로 해. 원래 가르쳐 주면 안 되지만…….”
강민은 도진이 말하는 주소를 바로 기억했다. 혹시 몰라 화장실에 간다면서 사장님께 종이와 펜을 빌려 적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도봉산 아래 서울과 의정부 경계에 있는 단독 주택이라.’
강민이 있는 오패산에서 거리가 꽤 있는 곳이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라면 차로 20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평행 세계에서는 꽤 먼 거리였다.
‘하지만 놓칠 수는 없지. 아버지 회사, 포기했었는데 저 금괴만 얻으면 내가 가질 수 있는 거잖아?’
금괴와 아직 금고에 남아 있는 만 원짜리 지폐들 그리고 조금 더 귀금속 판매장을 턴다면 30억을 마련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모든 술자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니 보름달이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 그곳에서 봐 주세요. 저 반드시 회사를 되찾을 거예요.’
* * *
“휴,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가냐.”
어제 술 마시고 집에 들어온 시간이 새벽 3시였다.
하지만 ‘건강한 신체’ 덕분인지 3시간만 자고 일어났는데도 강민은 피곤한 줄 몰랐다.
강민은 마당에서 줄넘기하고 복싱 체육관에서 배운 것들을 연습했다.
잽, 라이트, 스트레이트, 위빙 등 복싱 기본 동작을 펼치는데, 자세가 평범하지 않았다.
– 이거 말이 안 되는데? 어떻게 이게 배운 지 일주일도 안 된 사람의 주먹이라는 거야?
민준은 강민의 자세에 놀라면서 강민에게 넌지시 말했다.
– 이 정도면 한 달 보름 후에 있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도 되겠는데? 어때 관심 있어?
강민에게 한 달 보름은 석 달이나 마찬가지였다. 연습할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강민의 생활은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이었다.
– 지금 당장은 생각 없어요.
– 아쉽네. 너 정도면 진짜 확실할 거 같은데.
– 다음에요.
지금은 모든 것을 평행 세계와 생존에만 쏟을 생각이었다.
‘몇 시지?’
강민은 핸드폰을 열고 시계를 보다 눈을 부릅떴다.
‘8시?’
시간은 문제가 아니었다.
‘토요일?’
강민이 벌떡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김상철에게 정신이 팔려 날짜 가는 줄도 몰랐던 거였다.
‘준비는 다 끝났나?’
다행히 아민 아버지 약은 팔봉에게 받아 놓았다. 남은 건 가져갈 식량을 챙기는 거였다.
‘100kg 안쪽으로 가져갈 수 있지?’
강민은 마트에 연락해 10kg 쌀 7포대와 과자 1박스, 라면 2상자를 집으로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샤워을 하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금방 11시 20분이 되었다.
약이 든 등산 배낭을 메고 나니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본 세계로 갈 때 이동했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갑니다.>흐릿했던 눈앞이 바로 명확해졌다.
주위를 바라보니 오패산 근처에 있던 3층 집 안방이 보였다. 이번에 가져온 쌀과 과자, 라면 상자도 보였다.
“이번에도 무사히 왔구나.”
강민은 저번처럼 바로 ‘강북 연합’으로 갈까 하다 멈칫했다.
‘안 돼. 이번에는 꽤 먼 곳을 갔다 온다고 했잖아.’
강민은 떠나기 전 약을 구하러 먼 병원을 다녀온다고 말했다.
병원에 있는 좀비를 죽이고 약품을 찾고 가져온다면 최소한 하루 이상은 있다가 돌아가야 말이 됐다.
‘게다가 식량도 있고 말이야.’
평행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식량’이었다.
이걸 잠깐 나갔다가 왔는데 많은 양을 가져오면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병원에 갔다 오면서 찾았다고 할 수밖에.’
그래도 의문이야 들겠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울 거였다.
‘그럼 하루 동안 뭐 하지?’
답은 금방 나왔다.
‘금괴!’
금괴가 있는 곳은 서울과 의정부 경계에 있는 도봉산 아래에 있는 전원 주택 마당이었다.
‘다행히 방향도 오크 주술사가 있는 방향과 반대 방향이고 말이야.’
강민은 약을 안방 협탁 서랍에 숨겨 놓고 빈 가방을 메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골목 골목에 좀비가 보였지만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가자! 금괴 가지러!’
강민이 옥상을 뛰기 시작했다.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뛸 때는 방패를 소환해 밟고 지나갔지만, 옥상을 뛸 때는 맨바닥을 뛰었다.
빨리 가기 위해서였다. 방패를 타고는 아직 뛰지 못했다.
대로를 만나면 조심스럽게 방패를 허공에 소환해 걸어갔다.
‘겁나 무섭네. 아무리 해도 이건 적응이 안 되네.’
방패 위에서 뛰는 건 정말 죽을 위기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않았다.
얼마 전 하늘 위 300m까지 올라갔을 때 강민은 정말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도 겁을 먹었었다.
‘진짜 롯데 타워 꼭대기에서 허공에 널빤지 하나 주고 올라가 보라고 해 봐. 몇 사람이나 그걸 할 수 있을까? 난 그 상태로 몇 km나 걸었다고.’
강민은 다시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미래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3시간을 가니 도봉산역 1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저기구나.’
서울과 의정부 경계는 눈에 확 띄었다. 아파트 단지와 밀집된 주택가가 딱 끊기는 지점이 있었다. 그곳이 서울의 끝이었다.
주소를 찾아가니 얼마 안 가 ‘도봉산역’ 출구가 보였다. 그런데 도봉산역 뒤 철로 한가운데 ‘그것’이 있었다.
‘맙소사 게이트가 철로 위에 있다고?’
게다가 분명 게이트인데 지금까지 강민이 본 게이트와 조금 달랐다.
‘크기도 작고 주위에 좀비도 없어. 지키는 오크도 없고 말이야.’
이상한 건 또 있었다. 미아역 근처 게이트는 뭔가 활동을 하는 것처럼 가운데에 물결 같은 게 작게 움직였는데 이곳의 게이트는 그렇지 않았다.
‘꼭 활동을 마친 게이트 같아. 답답하네. 아민이 있었으면 왜 저런지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아민을 위험한 이곳까지 데리고 올 생각은 없었다.
‘우선 금괴 먼저 찾자.’
강민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하나 꺼냈다. 국회 의원 부인 소유의 집 주소가 적인 종이였다.
주소가 적힌 집으로 가니 좀비 몇 마리가 근처에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근육 좀비도 있었다.
강민은 그 좀비들을 ‘회오리 방패’로 모두 썰어 버렸다.
– 크아아아아.
그들이 소리를 지른 게 조금 신경 쓰였지만 금방 찾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당을 둘러보니 구석에 삽이 보였다.
‘분명 나무 아래라고 했었지?’
나무는 한 그루밖에 없었다. 나무 아래를 삽으로 파고들었다.
– 탕!
얼마 안 가 삽이 뭔가 딱딱한 것과 부딪힌 소리가 났다. 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설마?’
삽으로 주위 흙을 파내고 손으로 흙을 문지르니 비닐로 쌓인 가방 2개가 나왔다.
‘찾았다!’
* * *
비닐을 벗기고 땅속에서 가방을 빼냈다. 가방을 여니 그 안에 누런 금괴가 보였다.
“하하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생각지도 않게 돈 문제가 해결된 거였다.
조금 모자란 돈 정도는 이 근처 금은방을 털면 될 거 같았다.
‘이제 시작이야.’
강민은 아버지 회사를 살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본사를 미국에 설립할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기술 연구소를 만들고 한국에 기존 공장을 이용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구룡 그룹’의 공격에서 피할 수 있었다.
‘최종 목표는 구룡 그룹 태양광 산업을 망하게 하는 거야!’
그들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똑같이 돌려줘야 했다.
각오를 다시 다진 강민은 크게 숨을 쉬었다.
‘응?’
코끝에서 묘한 냄새가 났다. 꼭 동물원에 갔을 때 맡았던 동물의 노린내 같았다.
‘뭐지? 도봉산이나 수락산에서 야생 동물이 내려왔나?’
뭔가 싸늘한 느낌에 강민이 주위를 돌아봤다.
‘어?’
강민의 눈이 커졌다.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야생 동물이 아니었다.
담벼락 위에 무언가가 올라와 있었다. 대문에도 무언가가 있었다.
녹색 피부에 1m가 조금 넘는 키를 하는 작은 생명체.
‘고블린?’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고블린이 그곳이 있었다. 그곳도 창을 들고 있었다.
– 우궤궤궤궤궤!
강민과 눈을 마주친 그들이 괴성을 지르며 강민을 향해 창을 날렸다.
‘위험해!’
강민은 바로 몸 앞에 방패를 만들었다.
– 쾅! 쾅! 쾅! 쾅!
창들이 방패에 맞고 떨어졌다. 하지만 고블린들은 멈추지 않았다.
담벼락 위에서 뛰어내린 그들의 손에는 어느새 작은 칼이 쥐어져 있었다.
– 우궤궤궤궤궤!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자 강민은 스킬을 펼쳤다.
‘회오리 방패!’
곧 4개의 방패가 강민의 몸을 감싸더니 옆으로 눕힌 상태로 돌기 시작했다.
‘아래로!’
키가 작은 고블린에 맞춰 방패의 위치를 허리 아래로 내리고 방패가 세차게 돌기 시작했다.
– 푸하학!
고블린들의 목이 잘리며 핏물이 하늘로 치솟았다.
……
[‘고블린’을 죽이셨습니다. 5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진짜 고블린이었다고? 게다가 5포인트나 줘?’
총 5마리의 고블린을 죽여 25포인트를 얻었다.
‘좋아할 때가 아니야.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생각지도 못한 ‘고블린’과 만났다.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강민은 얼른 두 개의 가방을 짊어 지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목이 따가웠다. 꼭 느낌이 어릴 적 벌에 쏘였던 그런 느낌이었다.
손을 목 뒤에 대니 무언가가 잡혔다. 손으로 잡아 뽑으니 새끼손톱만 한 ‘가시’였다.
‘이게 뭐야?’
순간 눈앞이 빙글 돌았다. 다리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설마? 독?’
긴장감에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담벼락에 고블린이 가득 있었다.
그들 중에는 입에 피리 같은 것을 입에 대고 있는 고블린도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꼭 독침을 쏘는 장치 같았다.
– 쿠콰쿠콰!
그중 얼굴에 하얀 문신을 새긴 고블린이 크게 외치자 고블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수가 얼핏 봐도 수십 마리였다.
‘집단 행동에 독까지 쏜다고?’
이건 좀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했다.
‘당장 도망가야 해!’
이들은 군대와 같았다. 게다가 자신은 중독된 상태였다. 이들과 싸우는 건 자살 행위였다.
강민은 방패를 하늘에 계단처럼 만들어 올라갔다. 하지만 독이 퍼져서 몸이 휘청거렸다.
‘제발!’
2미터쯤 하늘로 올라가자 고블린의 창이 허벅지를 스쳐 지나갔다.
“악!”
창에도 독을 발랐는지 금세 몸이 아팠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속 올라가다 힘이 달린 강민은 손으로 위에 있는 방패를 잡고 올라섰다.
이제 땅과의 거리는 4m였다.
고블린들이 창을 휘둘렀지만 닫지는 않았다. 그러자 고블린이 담벼락 위에 올라가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 탕! 탕!
간신히 방패로 막았다.
‘여기도 위험해. 더 올라가야 해!’
눈앞이 흐릿해졌다.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제발!’
강민은 있는 힘을 다해 방패 두 개를 더 올라갔다.
이제 5m였다.
강민은 방패 4개를 모두 붙여 아래에 소환시켰다.
그러자 가로 1m, 세로 2m의 거대한 방패가 되었다.
‘더… 이상은.’
강민은 방패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방패 아래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블린들이 점점 많이 모여들었다.
얼핏 봐도 500마리가 넘어 보였다.
그리고 한 고블린이 나타났다. 다른 고블린과 달리 키가 1m50㎝에 다다르는 근육질 고블린이었다.
그 고블린은 얼굴에 나무로 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가 나타나자 주위에 있던 모든 고블린이 무릎을 꿇었다.
가면 고블린은 강민 아래에서 위를 보더니 고함을 질렀다.
– 우아아아앙!
그리고 자기 키만 한 창을 들고 방패를 향해 뛰어올라 찔렀다.
– 쾅!
[방패 내구도 10이 깎였습니다.>창과 방패가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 * *
[몸속에 ‘독’이 침투 하였습니다. 자연 치유력이 ‘독’을 치료합니다.> [5% 독을 치료하였습니다.> [10% 독을 치료하였습니다.>……
[70% 독을 치료하였습니다.>강민이 정신을 차린 건 70% 독이 치료되었을 때였다.
– 쾅!
눈을 뜨자마자 엄청난 충격음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뭐야? 지진이라도 난 거야?’
갑자기 일어난 강민은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방패 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난 생각이 떠올랐다.
‘살았구나!’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른 고블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고블린이 자신의 방패를 치고 있었다.
[방패 내구도 10이 깎였습니다.>눈앞의 메시지를 본 강민이 매우 놀랐다. 남은 방패 내구도를 보니 50도 남지 않았다.
‘도망가야 해.’
강민은 일어섰다. 하지만 바로 주저앉았다. 독 기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였다.
‘싸워야 하나?’
아래를 내려다보니 엄청난 수의 고블린들이 보였다.
‘이건 못 이겨!’
고블린들은 머리를 썼다. 회오리 방패는 강력했지만, 독침을 쓰고 몸을 피할 줄 아는 고블린들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시간, 시간이 필요해!’
몸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몸만 회복하면 방패를 이용해 도망갈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계속 내구도가 깎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방패가 먼저 소멸할 거 같았다.
방패 아래에서는 강민이 움직이는 것을 본 고블린들이 소리쳤다.
– 우궤궤궤궤궤!
그 소리가 꼭 곧 잡아먹고 말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대로 죽는 거야? 끝인 거야?’
안 됐다.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있을 거야.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언어’ 스킬이 ‘고블린’ 언어를 감지하였습니다.> [다른 문명의 언어입니다. 현재 언어 스킬 레벨로는 ‘듣기’만 가능합니다.> [‘고블린’ 언어를 습득하시겠습니까? YES,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