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도둑 고양이의 주인 (1)
‘사람?’
간혹 고양이가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고양이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초인종도 안 누르고 사람이 들어왔다고? 불도 켜져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의도로 온 사람은 아니었다.
‘설마 도둑?’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강민은 바로 문 바깥으로 방패를 소환했다.
방패를 옆으로 미니 무엇과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어! 어! 왜 밀어!”
“쉿! 조용히 해! 누가 밀었다고 그래?”
“네가 밀었잖아!”
“내가 언제!”
바깥에서 두 사람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강민은 그 틈을 타 창문을 열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방패를 계단처럼 만들어서 올라간 거였다.
“형님들, 들켰겠어요. 당장 들어가요!”
조금 어린 듯한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거칠게 열렸다.
“어? 아무도 없는데?”
“그러게? 불이 켜져 있어서 사람 있는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이 들어오고 제일 마지막에 조금 작은 키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사방을 둘러보다 노트북을 만지고 말했다.
“형님들, 노트북이 아직 따듯해요. 사람이 있었어요.”
“막내야, 날이 더워서 그런 거 아냐? 사람이 없잖아?”
막내라 불린 작은 키의 남자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위를 살펴보다 말했다.
“그러게요. 빠져나갈 곳이 없는데. 형님들 5분, 최대로 잡아도 10분 전쯤까지는 분명 사람이 있었어요.”
형님이라 불린 사람 중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흠, 배고파서 편의점이라도 갔나 보지. 불도 켜져 있고 딱 그렇겠네.”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그럼 우리야 편하지. 막내야, 빨리 움직여라. USB나 메모리 카드 또는 핸드폰 같은 거, 발견하는 즉시 모조리 담아.”
여드름 남자의 말에 나머지 두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민은 지붕 위에서 방패를 이어 엎드린 채로 그들이 하는 걸 보고 있었다.
‘USB나? 메모리?’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저들이 무엇을 찾는지 알 거 같았다.
‘아버지의 USB를 찾는 거야. 하지만 왜? 김상철은 지금 감옥에 있는데?’
강민은 곰곰이 생각하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구룡 그룹이?’
김상철이 아니라면 그다음 생각나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들지 않았다.
“형님들, 아무것도 없는데요?”
세 사람은 안방과 창고까지 다 뒤졌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 사람은 마당으로 내려와 얘기했다.
“그럼 어쩔 수 없어.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여드름의 말에 막내가 말했다.
“형님, 꼭 그럴 필요 있나요? 작은방에 노트북이 있던데, 그곳에 그들이 원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거 들고 가죠.”
“안 돼, 분명 PC나 노트북이 아닐 거라고 말했잖아? 어쩔 수 없어. 지시에 따라야지. 기다렸다가 사람을 조지자. 이번 일 실패하면 다시는 일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번 일 맡지 말자니까요!”
“선수금 천만 원을 준다는 말에 눈 돌아간 건, 막내 너였어.”
세 사람은 서로 옥신각신했다.
강민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거 같았다.
‘이들을 시킨 자가 있어.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그자를 만나러 가는 거고 말이야.’
강민이 눈을 빛내며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아무것도 몰라. 이들을 이용해서 누가 시켰는지 알아내야 해.’
강민은 방패를 그들 앞에 만들어 냈다. 강민의 눈에는 방패가 투명하게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방패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현실 세계에서도 스킬은 쓸 수 있는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
꼭 세상 자체가 스킬이 보이는 걸 거부하는 거 같았다.
‘나야 좋지. 보이지 않는 방패라니, 엄청나잖아!’
강민은 방패를 직각으로 세우고 2개의 방패로 형님들이라 불린 두 남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쳤다.
– 탁!
“헉.”
두 사람은 작은 신음을 내고 땅으로 쓰러졌다. 바로 기절한 거였다.
“형님들!”
그걸 본 막내가 깜짝 놀라며 그들을 향해 몸을 숙이려 했다. 그런데 몸이 숙이지 않았다.
3개의 방패가 막내의 몸을 못 움직이게 꽉 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한 개의 방패로 얼굴 앞을 꽉 붙여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음… 음!”
막내는 지금 상황을 분석하려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상했다. 분명 자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갑자기 형님들이 쓰러졌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막내는 주위를 둘러봤다. 폐가는 아니지만 오래된 한옥. 넓은 마당이 보였다.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는 계속 나부끼고 있었다.
더운 날씨인데 이상하게 몸이 서늘했다.
‘설마? 귀… 귀신?’
아닐 거라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그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몸이 쪼여 왔다.
‘확실해. 이건 귀신이야!’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성도 날아간 지 오래였다.
“잘… 잘못했어. 제발, 제발. 용서해 주세요. 다신 안 올게요!”
몸이 더 쪼여 왔다. 이대로 조금만 더 쪼이면 갈비뼈가 부러질 거 같았다.
“살… 살려…….”
그때였다.
갑자기 온몸이 풀렸다. 막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쓰러진 형님들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망! 도망가야 해!’
막내는 태어나 가장 빠른 속도로 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강민은 지붕 위에서 모두 보고 있었다.
강민은 핸드폰을 들고 전화했다.
“도진이 형? 안… 자고 있었… 어요?”
– 오늘 야간이야. 그나저나 너야말로 이 시간에 웬일이야? 목소리는 왜 떨고?
“형…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 * *
도진에게 전화를 한 강민은 재빨리 막내를 쫓았다.
‘두 놈은 경찰한테 맡기고 저놈은 풀어 줘서 이 일을 시킨 놈이 누군지 알아내야겠어.’
막내는 도로에 세워 놓은 검은 SUV를 타고 급하게 출발했다.
주택 옥상을 타고 달려온 강민도 다급히 땅에 내려 지나가던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저 SUV를 따라가 주세요.”
택시 기사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네? 차를 따라가라고요? 그건 좀, 신호 위반도 있고, 위험할 수도…….”
그때였다. 강민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며 말했다.
“따따블! 게다가 무조건 10만 원 더!”
기사는 현금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꽉 잡으십시오, 손님!”
택시가 급발진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택시는 SUV 바로 뒤를 쫓아갔다. 하지만 SUV를 운전하던 막내는 주위를 살필 만한 정신이 없었다.
‘도망가야 해! 당장 도망가야 해!’
새벽이라 도로에 차량도 사람도 적었다. 그 거리를 두 대의 차량이 빠르게 움직였다.
SUV는 미아역을 지나 내부 순환 도로를 탔다. 한남 대교를 지나 신사역 근처 골목으로 들어갔다.
“손님… 저기서 멈추는데요?”
차는 신사역 근처 주택가에 멈춰 섰다.
“여기서 멈춰 주세요.”
강민은 집히는 대로 현금을 기사에게 주며 내렸다.
기사는 현금을 세며 깜짝 놀랐다. 30만 원이 넘어서였다.
“손님… 이건 너무 많은…….”
기사는 창문을 열어 강민을 찾았지만, 어느새 강민은 사라진 상태이었다.
강민은 막내를 쫓아갔다. 막내는 학동 공원 근처에 있는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강민이 다가가 건물을 살펴보자 출입구는 한 곳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기다리면 나오겠지.’
강민은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 하나를 먹으며 건물을 살폈다.
생각보다 막내는 금방 나왔다. 다만 혼자 나온 게 아니라 험악하게 생긴 남자 한 명과 같이 나왔다.
강민은 조심스럽게 편의점을 나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귀신이 어딨다고 도망 와! 거기다 다른 놈들은 다 팽개치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막내를 발로 차며 팼다.
막내는 손으로 몸을 최대한 보호하며 소리쳤다.
“진… 진짜라니까요. 사장님, 진짜예요. 형들이 막 쓰러지고 제가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니까요. 직접 가 보세요!”
“가 보긴 뭘 가 봐! 이 개새끼야. 네가 그놈들 버리고 와서 벌서 짭새 떴어!”
험악하게 생긴 남자는 분이 안 풀리는지 한참 막내를 때리다 어딘가로 전화했다.
“지금 바로 찾아뵙고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강민이 눈을 빛냈다.
‘저놈이 배후인 줄 알았는데, 저놈마저 심부름꾼이었구나.’
전화를 끊은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제네시스를 몰고 떠났다. 강민도 재빨리 뛰쳐나갔다.
하지만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그때 막 도로변 편의점에서 나오는 택시 기사가 보였다. 바로 조금 전 타고 왔던 그 택시의 기사였다.
“기사님!”
“오, 손님! 안 그래도 찾으려 했는데 다행입니다. 너무 많이 주셨어요.”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드린 거예요. 그런데 또 급합니다. 갈 데가 있어요!”
“네?”
“제가 드린 돈만큼 더 드리겠습니다. 가실 수 있나요?”
기사가 손에 들린 커피를 한 번에 마시고 대답했다.
“해남 끝까지라도 모시겠습니다. 손님.”
택시를 탄 강민은 이번에는 좀 떨어져서 따라가 달라고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손님. 제가 바람난 아내나 남편 쫓아가는 걸 얼마나 했는데요. 007이 와도 모를 겁니다.”
다행히 제네시스는 그리 급하게 몰지 않았다. 택시는 조금 떨어진 채 제네시스를 추격했다.
제네시스가 멈춘 곳은 강남역 근처 한 빌딩 앞이었다. 강민은 2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택시비로 가지고 있던 현금 중 10만 원만 남기고 모두 기사에게 주고 내렸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를 쫓아 조용히 움직이던 강민이 어느 순간 멈칫했다.
험상궂은 남자가 건물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 같았는데, 그 건물이 눈에 익어서였다.
– 구룡 빌딩.
바로 구룡 그룹의 본사가 있는 구룡 빌딩이었다.
* * *
강민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구룡 그룹 놈들이었어!’
잠시 시간이 지나자 구룡 빌딩 안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네가 진범이구나.’
드디어 꼬리를 잡은 거였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는데 두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제네시스 차에 타며 무언가를 얘기하는 듯했다.
무슨 얘기 하는지 궁금했지만 들을 방법이 없었다.
강민은 구룡 빌딩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기다렸다.
다시 그들이 제네시스에서 내린 건 30분쯤이 지난 후였다.
강민이 편의점을 나섰다. 그들과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밤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잘 들렸다.
“죄송합니다, 심 부장님!”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부장이란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 사장님, 실망입니다. 경찰에게 들키다니요! 다음 연락할 때까지 절대 연락하지 마십시오. 뒤처리는 말 안 해도 알겠죠?”
“걱정 마십시오.”
심 부장은 도 사장을 힐끗하더니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도 사장은 고개를 들고 있지 않았다.
‘심 부장? 저 사람이 핵심이구나! 아니면 연결책일 수도 있고 말이야. 어떡하지?’
이제 구룡 그룹과 연계점을 찾았다. 당장 구룡 빌딩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저곳은 경계가 삼엄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저놈을 놓치기 싫은데!’
분명 저놈은 아버지랑 연관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도 집에 도둑이 들었었지.’
지금과 똑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자신을 해치려 사람을 보내기까지 했다.
‘저놈이 시킨 게 분명해. 그럼 이대로 둘 수 없어.’
원래의 강민이었다면 이곳에서 그냥 집으로 갔을 거였다.
팔봉에 지금 본 것을 얘기하고 해결 방법을 찾았을 거였다. 하지만 지금 강민은 수많은 전장을 지나온 강민이었다.
‘너희가 날 건드린 만큼 너희도 각오해야지.’
구룡 그룹 빌딩 외곽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벽에 붙어 있었다.
도시의 전경을 보며 위로 올라가는 흔한 엘리베이터였다.
그 엘리베이터 하나가 위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거다!’
강민은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 하나를 계산하며 심 부장이라는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기다렸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은 심부장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강민이 계산을 끝내는 순간 1층에서 멈췄던 엘리베이터가 움직였다.
‘지금이야!’
강민은 빌딩 외벽에 5개의 방패를 소환시켰다.
‘방패 던지기!’
순간 5개의 방패가 강화 유리로 된 ‘구룡 빌딩’ 외벽을 강타했다.
– 챙그랑!
엘리베이터는 총 3개. 5개의 방패가 강화 유리를 깨고 엘리베이터의 모든 연결선을 끊어 버렸다.
연결선만이 아니었다. 방패는 엘리베이터와 레일과 연결되어 있는 ‘추락 방지 안전 장치’를 부숴 버리고 사라졌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모든 줄이 끊어진 채 지하 5층까지 내려가 떨어졌다.
그중에는 심 부장이 탄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강민은 방패로 심부장 몸을 감쌌다.
‘모두에게 버림받았을 때 내가 찾아가마.’
그러기 위해 목숨만 살려 두기로 했다.
– 쿵!
순간 구룡 그룹 전체가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거 같았다.
유리창이 깨지고 엘리베이터가 떨어지는 거까지 한순간이었다.
– 땡그랑.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옆 건물에서 들리는 폭음에 깜짝 놀라 잔돈을 떨어트렸다.
“죄… 죄송합니다.”
강민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편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그… 글쎄요.”
잔돈을 받은 강민은 편안하게 음료수 뚜껑을 따고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은 난리가 났다. 건물에 있던 경비들이 모두 바깥으로 나오고 얼마 안 있어 경찰차와 소방차가 들이닥쳤다.
강민은 그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강민의 핸드폰이 울린건 음료수를 다 마셨을 때쯤이었다.
핸드폰을 보니 도진이었다.
– 야, 너 신고해 놓고 어디 간 거야?
강민은 구급차에 실리는 심 부장을 보며 대답했다.
“형, 무서워서 도망가 있었어요.”
– 야, 도둑들 다 쓰러져 있던데? 네가 한 거 아니었어?
심 부장을 빼고 더는 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친 사람은 그 혼자 같았다.
“아니요. 전 보자마자 도망갔어요. 형이 그러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도둑이 쓰러져 있었어요?”
– 응, 누구한테 뒤통수 맞고 쓰러져 있었는데, 너는 모르는 거라는 거지? 다행이다. 그럼 누가 그런 거지? 귀찮게 됐네. 강민아 미안한데 너 좀 여기로 와야겠다.
“왜요?”
– 별거 아냐. 뭐 없어진 게 없는지… 이런 거 잠깐 조사하는 거야. 형식적인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전화를 받으며 강민은 주위를 살폈다. 구급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멍하니 서 있는 도 사장이 보였다.
멀리 있었지만, 그가 크게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알겠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심장이 뛰어서 그런데 아침 9시까지 가도 될까요?”
– 그래, 그럼 오면 연락해라.
강민은 편의점에서 나가 지나가는 사람인 듯 사고 현장을 힐끗하다가 도 사장 옆을 지나갔다.
지나가는 강민의 핸드폰에는 동영상이 찍히고 있었다.
‘너하고 막내라는 그놈, 가만둘 수 없지.’
할 일이 많아 당장 자신이 손쓸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을 전문으로 상대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어떨 때는 강민보다 아버지에 관련된 일이면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사람, 팔봉이었다.
‘너희는 사람 잘못 건드렸어.’
* * *
“손님, 한국 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강민은 이번에는 편하게 택시를 타고 왔다. 물론 아까와는 다른 택시였다.
강민은 한국 대학교 정문을 지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사업체를 미국에 둬야 해. 한국에서는 구룡 그룹이 방해할 거야.’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보’를 찾으려 집안을 뒤지는 사람들이었다.
‘한국에서 내가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발표하면, 자기네 기술이라고 우길 수도 있어.’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대기업은 그러고도 남았다. 법과 권력까지 모두 그들 편이었다.
‘한국에서는 안 돼.’
강민은 ‘연구동’ 3층으로 올라가 연구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 혼자 남아 무언가를 하는 한만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교수님,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강민의 말에 한만호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아니, 자네가 어쩐 일인가?”
사실 강민은 한만호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석을 던져 주고 갔는데 바로 실험하지 않고 집에 갈 사람이 아니었다.
강민은 주위를 돌아봤다.
“조교들은 다 퇴근했나요?”
“그렇네. 며칠 동안 고생했으니까. 가서 푹 쉬라고 했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교수님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었어요.”
강민의 말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솔직히 빨리 연구하고 싶은데 강민이 찾아와 조금 귀찮았던 한만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강민 앞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얘기인가?”
“교수님, 아까 저에게 물으셨죠? 이 마석을 준 사람이 누군지, 만나고 싶다고요.”
한만호의 눈이 빛났다. 그거야말로 한만호가 가장 알고 싶은 거였다.
“혹시 그분이 나를 만나 준다고 하던가?”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분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요.”
한만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강민이 자신을 놀리는 거 같아서였다.
“그럼 왜 그런 말을…….”
강민은 대답하지 않고 일어나 연구실을 걸었다. 강민은 책장에 놓여 있는 아버지와 한만호가 같이 사진 찍은 액자를 들고 왔다.
한만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자네라도 함부로 연구실의…….”
강민이 말을 자르며 물었다.
“교수님, 혹시 최우식 대표님을 알고 계시는지요?”
한만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자네가… 어떻게 그분을 아는 건가?”
강민의 액자 속 아버지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한만호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하게 말했다.
“제가! 그분의 아들, 최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