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인간의 욕심은 산을 옮긴다 (1)
‘누구? 사람인가? 아니면 좀비?’
강민의 마음속에 경각심이 들었다.
강민은 바로 방패 5개를 소환해 4개는 전면에 벽을 만들고 하나는 공격용으로 하늘에 띄워 놓았다.
– 끼익, 끼익.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소리는 안방 문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안방 손잡이가 돌았다.
방문이 열리며 그림자가 보였다.
‘작은 그림자?’
강민은 바로 방패를 날렸다.
“주… 주인님!”
똘망의 목소리에 강민은 바로 방패를 소환 해제시켰다.
“똘망아!”
강민이 달려가니 똘망이는 몸을 바닥에 눕히고 있었다.
강민이 방패를 소환 해제 시키지 않았어도 죽지 않았을 빠른 몸놀림이었다.
‘하아, 다행이다.’
아래를 보니 똘망이가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얼굴만 살짝 내밀고 있었다. 다른 고블린과 달리 눈가를 하얗게 칠한 고블린, 분명 똘망이였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똘망이의 정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이놈이 여기 왜 온 거지?’
강민이 똘망이에 다가갔다.
“너 여기 왜 온 거야?”
“그거야 주인님이 움직이시는 것을 보고… 어? 주인님, 이제 저희 말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순간 강민이 눈을 껌뻑였다.
‘어? 그러네?’
똘망이의 말이 고블린어처럼 들리지 않고 이제 ‘한국어’처럼 들렸다. 말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웠다.
딱히 의식하지 않고 한국말하듯 했는데 자동으로 고블린어가 나오는 거였다.
‘이게 언어 레벨 만렙의 효과였구나.’
그때 너무 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미처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원래 똘망이와 얘기하려고 언어 만렙 찍은 거였는데.’
‘아공간’이란 너무 엄청난 능력이 나타나 모든 걸 잠시 잊고 있었다.
“흠흠, 이 정도야 금방 말하지.”
똘망이 여전히 엎드린 채 고개만 들고 대답했다.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일어서. 다음부터 나 쫓아올 때는 기척이라도 내. 알았지?”
똘망이는 여전히 움직이는 걸 알아채기 힘들었다.
‘꼭 고양이 발걸음 스킬을 익히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물론 그 스킬은 아니었다. 미묘하게 달랐다. 그래도 기척이 없는 건 거의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씩씩하게 대답하는 똘망이를 강민이 바라보며 물었다.
“좋아. 이제 말 돌리지 말고 아까 하던 질문에 대답해. 너 왜 온 거야?”
똘망이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말을 돌리는 거부터 눈 돌리는 거까지 모습이 인간과 똑 닮아 있었다.
“빨리 말해!”
“그… 그게.”
똘망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배… 배가 고파서요.”
강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가 고파?”
그러고 보니 강민은 고블린이 무엇을 주식으로 먹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고블린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럼 그동안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개나 고양이를 주로 잡아먹었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개나 고양이가 없어요.”
‘어?’
강민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곳에 와서 정말로 개와 고양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아서였다.
‘이럴 수가 있나? 혹시 좀비가 다 잡아먹은 건가?’
개와 고양이를 본 적이 없으니 좀비가 잡아먹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이곳만 이런 건가?’
강민은 조금 더 이걸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강민은 아공간에서 ‘햄버거’를 하나 꺼냈다.
그동안 강민은 ‘아공간’에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아공간 안에 식료품을 넣으면 전혀 상하질 않았다.
대신 살아 있는 ‘생명체’는 들어갈 수 없었다.
강민은 평행 세계 사람들에게 줄 음식과 자신을 먹을 음식을 따로 구분해 가지고 왔다.
1000kg나 넣을 수 있는 아공간이 있기에 이제 모든 게 가능했다.
‘혹시 햄버거를 못 먹으면 어떡하지?’
그건 기우였다. 똘망이는 햄버거를 처음 본 듯 신기해했지만, 이윽고 잘 먹기 시작했다.
양손에 햄버거를 잡고 빵과 패티를 씹어 먹었다. 한 입 또 한 입, 똘망이는 꼭 빵을 먹어 본 것처럼 먹었다.
“주인님, 이거 정말 맛있는데요?”
똘망이가 손에 묻은 소스를 입으로 빨면서 말했다. 그 모습도 고블린 같지 않았다.
강민은 강한 확신이 들었다.
“똘망아, 너… 고블린하고 같이 살지 않았구나? 혹시 인간하고 살았냐?”
“히끅!”
* * *
강민은 똘망이와 1시간 정도 같이 얘기하다 강북 연합으로 떠났다.
‘기억을 떠올리면 피를 흘리며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다니.’
강민의 예상대로 똘망이는 고블린 무리와 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무언가’와 살았다고 했다.
‘무언가’와 살면서 눈치를 보는 법, 먹는 법, 배운 것 대다수가 기억났지만, 이상하게 ‘무언가’가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전 강민의 말에 떠올리려고 했는데, 똘망은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머리가 아프다고 방안을 뒹굴었었다.
“됐어, 똘망아. 그건 다시 물어보지 않을 테니… 나중에라도 혹시 기억나면 얘기해 줘.”
“네… 주인님. 죄송합니다.”
똘망이 귀가 축 처진 채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강민은 똘망에게 햄버거와 참치캔, 그리고 부숴 먹으라고, 라면 몇 개를 챙겨 주었다.
이 정도면 이삼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물론 금방 상하는 순서로 먹으라고도 말해 주었다.
“똘망아, 식량 떨어지지 않을 정도만 움직여, 네 목표는 개나 고양이가 어디까지 없는지 알아보는 거야.”
“주인님, 알았습니다.”
똘망이는 식량을 받고는 좋아하며 사라졌다.
강민은 그 길로 바로 강북 연합으로 갔다.
강민이 식량을 가지고 가자 강북 연합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혼자서 그동안 정찰조가 가져온 식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가지고 와서였다.
“이제는 자네는 나보다도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됐어.”
호철의 말에 강민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별말씀을요. 저하고 대표님하고 비교가 되나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리고 사람은 돕고 살아야죠.”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자네 말은 지금 가장 허망한 말이기도 해.”
호철이 힘없이 말했다.
강민은 어제 현실 세계의 호철을 만났다. 그곳에서 호철은 정말 대단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었지만 수많은 경찰관이 호철을 보면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속으로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자네 좀 뭔가 바뀐 거 같은데?”
“네?”
강민은 아차 싶었다. 외모가 바뀌고 머리를 자른 채로 와서였다.
“피부도 반짝이고 얼굴이 더 잘생겨진 거 같아.”
강민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무너진 마트에서 이 식량들을 가져왔는데, 그곳에 별의별 게 다 있더군요. 로션도 있어서 바르고 가위도 있어 머리도 좀 잘랐어요. 제가 이래 봬도 군대에서 머리 좀 잘랐습니다.”
“하하하. 자네 솜씨가 그렇게 좋다니, 다음에 내 머리도 좀 부탁하네.”
그렇게 호철은 웃으며 넘겼다. 하지만 호철의 얼굴에는 알지 못하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
강민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고 관리 사무소를 나왔다.
‘내 문제도 산더미잖아? 더 문제 만들지 말고 내 문제 먼저 해결하자.’
강민은 아버지 회사만 인수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를 인수하고 나니 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모두 먹여 살려야 해.’
구룡 그룹이 괜히 싼 가격에 ‘강민 에너지’를 판 게 아니었다. 강민 에너지가 생산하는 모든 물품을 구룡 그룹이 더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판로가 막혔다. 그런데 월급은 나가야 했다.
‘돈이 더 필요해. 마석도 많이 필요하고 말이야.’
물론 귀금속은 아직 충분히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 안 된다고 이제 조율해야 한다고 팔봉이 말했다.
– 다른 것보다 경찰이 장물로 알고 조사하기 시작하면 골치 아파진다. 양을 조율 해야 해.
결국 현금이 필요했다. 원래 이것도 출처가 명확해야 하지만 배 변호사에게 문의하니 돈만 있으면 방법이 있다고 했다.
‘현금을 어디서 구하지? 은행 금고 하나만 더 털면 좋을 텐데 말이야.’
고민해 봤자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정 방법이 없으면, 포크레인으로 은행 천장이라도 뚫는 수밖에.’
* * *
하루가 지난 다음 날 강민은 강북 연합 주변을 정찰을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곳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아파트 옥상하고 학교 옥상에 많이 설치되어 있네. 문제는 오히려 뜯어서 가져가는 게 일이겠어.’
정찰을 마친 강민은 다시 강북 연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당 앞에서 호철과 심각하게 얘기하는 민주를 보았다. 둘은 금방 헤어졌는데 민주 얼굴이 아주 어두웠다.
‘정말 큰 문제가 있나?’
강민은 민주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민주는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게…….”
민주는 주위를 살피더니 강민에게 작게 말했다.
“따라와. 조용한 데로 가자.”
민주는 강민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 민주의 방은 5층에 있었는데 처음 와 보는 여자 방이었다.
강민이 어색하게 있자 민주가 식탁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민주가 앞에 앉으며 말을 시작했다.
“어디부터 말해야 하나… 모든 건 그날 결계가 쳐진 이후 시작됐어. 사실 그전에도 없던 일은 아니었는데… 하아.”
민주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그날 정찰대의 절반 이상이 죽었어.”
강민의 얼굴이 굳었다. 그랬다. 강화된 좀비들의 습격에 정찰대뿐만 아니라 지키려 나섰던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 정찰대 숫자가 부족해.”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지원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들은 그날 다 죽었어.”
“아!”
무슨 말인지 강민은 금방 알아들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기가 없거나 비전투 요원이 대다수였다.
“그러면 이곳 유지가 힘들겠네?”
“맞아, 그래서 대표님 걱정이 말이 아니야.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야.”
“그거 말고 또 문제가 있어?”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승철이가 죽었어. 승철이뿐만이 아니지. 거의 몇 달 동안 같이 생사를 같이한 동료들이 죽었어.”
승철의 죽음은 강민에게도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인연이었지만 알고 보니 덩치만 컸지, 순둥이에 책임감 강한 사람이 승철이었다.
기지를 어느 정도 안전하게 만든 다음,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한 게 장례식이었다.
“그때 동료들의 죽음을 본 정찰대원들이 흔들리고 있어.”
“흔들리다니?”
“두려워해, 좀비를.”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그날 일 때문에?”
민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동료의 머리가 박살 나는 걸 봤어. 좀비에게 물리는 것을 보고, 좀비로 변한 동료를 죽여야 했지.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 말이 맞았다. 강화 좀비는 진정 악몽 그 자체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좀 그런다?”
민주는 아무 일 아닌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민주의 몸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민… 주야.”
강민이 입을 꽉 다물었다. 자신도 만일 민주나 홍영이 죽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였다.
강민은 이제야 민주가 왜 집으로 자신을 데려왔는지 알 거 같았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기 싫은 거였다.
식탁 앞에서 몸을 떠는 민주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알고 보면 이제 20살인 민주였다.
그런 그녀가 남들보다 좀비를 잘 죽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원들을 이끌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였다.
강민은 민주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몰랐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해?’
다행히 민주는 조금 있다가 스스로 진정했다.
“미안… 못난 모습 보여서.”
“아니야! 절대 아니야!”
강민은 손을 내밀며 흔들었다.
“하여튼, 이거야. 아마 대표님은 절대 이 말, 너한테 하지 못할 거야. 대표님이 말 안 해도 이해해 달라고 대신 말한 거야.”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걸 어떡하지?’
좀비를 죽이고 식량을 가져오는 건 생존에 꼭 필요한 거였다. 그 일을 정찰대가 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내가 식량을 가져온다지만.’
강민은 이곳에 계속 있지 않을 거였다. 조만간 강화도로 갈 예정이었다.
‘그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해.’
만일 자신이 강화도로 갔다가 돌아왔는데 이곳 모든 사람이 좀비로 변해 있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문제는 두 가지야. 정찰대원을 늘리는 것과 지금 정찰대원들이 좀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게 하는 것.’
강민은 곰곰이 생각하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강민은 바로 나가 민주의 방으로 갔다. 다행히 민주는 아직 방에 있었다.
“민주야, 나한테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네 도움이 필요해.”
“방법이라니?”
강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자본주의의 힘을 보여 주지.”
* * *
다음 날 아침 강북 연합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예전 편의점 자리가 있던 1층에 마트가 생기고 그 안에 물건이 차 있어서였다.
“마트?”
“내 눈이 잘못된 거야? 마트에 뭔가 가득 찬 거 같은데?”
“쌀이 담긴 봉투 같은데? 게다가 과자도 담배도 있어!”
사람들은 어수선하게 말하다 벽에 붙은 종이를 발견했다.
“저기… 종이에 뭐가 써 있는데?”
사람들은 몰려와 마트 벽에 붙어 있는 종이를 바라봤다.
– 한 사람당 3개의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 대가는 돈이나 귀금속입니다. 대략 20만 원 정도 가치로 물건 1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달러나 외환도 받습니다.
– 마석 1개를 가져오면 물건 5개를 드립니다. 마석을 가져오면 한 번에 5개까지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 마트는 오후 2시에 오픈합니다. 최강민.
사람들은 글귀를 보며 깜짝 놀랐다.
“아니, 쓸모없는 돈이나 귀금속을 받고 물건을 준다고?”
마트 안을 보자 봉투에 담긴 쌀과 라면, 과자와 담배가 가득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돈과 귀금속이 1순위였다. 그걸 받고 식량을 판다는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설마, 이거 가지고 돈을 유통하려는 건 아닌 거 같고. 꿍꿍이가 뭔지 모르겠네.”
“꿍꿍이고 뭐고 좋지 않나? 당장 올라가서 돈이랑 귀금속 가져와야겠네. 크크. 내 새끼한테 과자 하나 사 줄 수 있겠어!”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건은 제한이 있었다. 다 떨어지면 다시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행위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식량은 공용이라고!”
돈과 귀금속이 없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그들이 소란을 피우자 몇몇 사람들이 다가왔다.
도진과 민주였다. 그들은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했다.
“식량은 공용 맞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지급된 식량은 그대로 지급될 겁니다.”
“그럼 저건 뭡니까?”
“최강민 씨의 개인 물건이죠. 대표님께서 최강민 씨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그래도 이상해요. 이 정도 식량을 혼자 가지고 있다니 말이 돼요?”
“무너진 마트를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혼자 가지지 않고 우리에게 나눠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불만이 있으시면 최강민 씨에게 따지거나, 대표님에게 따지셔도 됩니다.”
민주의 말에 소란 피우는 사람들이 입술을 꽉 다물었다.
대표야 말할 것도 없고 최강민에 따지는 것은 이곳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았다.
그들도 험한 시기를 거쳐 온 만큼, 이곳만큼 살기 좋은 곳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돈과 귀금속이 없어요!”
도진이 바깥을 창으로 가리켰다.
“저 바깥에는 많죠. 발에 차일 만큼요.”
그제야 사람들은 이 마트가 왜 세워졌는지 알 거 같았다. 바깥에서 돈을 구해 오라는 거였다. 그러려면 정찰대에 들어가거나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나가 좀비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린!”
누군가가 또 불만 섞인 말을 하려 하자 민주가 모두를 향해 외쳤다.
“이건 강요가 아닙니다. 돈이 없다고 굶는 것도 아니고요. 단지 선택일 뿐입니다.”
민주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마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한두 사람씩 강북 연합 바깥을 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민주가 강민을 생각했다.
‘너는 어디까지 생각하는 거니?’
호철이 아무리 말을 해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스스로 연합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의 눈빛을 보니 아마도 곧 움직일 거 같았다.
민주는 강민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도 강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어마어마한 식량과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사람.’
그건 좀비로부터 행동이 자유로운 강민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마트 앞으로 몇몇 사람들이 다가왔다. 바로 정찰대였다.
“3조장님, 이거 진짜예요? 마석을 가져다주면 물건 5개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다는 거요?”
마석은 좀비, 그중에서도 ‘근육 좀비’를 잡아야지만 나오는 거였다. 그리고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정찰대’밖에 없었다.
“맞아, 써 있는 그대로야.”
정찰대의 눈에서 빛이 났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여전히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이 마트 안 물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중 한 명이 민주에게 물었다.
“조장님, 정찰 활동 중 얻는 마석은 누구 소유입니까?”
민주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석을 얻는 데 도움을 준 모두의 소유다.”
“그러면 배분이 애매하지 않습니까?”
아직 마트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배분 얘기가 나왔다.
“저 밖에 근육 좀비는 많아. 중요한 건 배분이 아니라. 살아서 마석을 가지고 오는 거다. 근육 좀비는 혼자서는 못 잡아, 반드시 협력해야 해. 동료에게 등을 맡기고 말이야.”
정찰조도 한두 번 좀비들과 싸운 게 아니었다. 이 말이 어떤 말인지 금세 알아들었다.
‘정찰조로 돌아가 바깥으로 나가야 해.’
조원들이 각자의 조장을 보며 말했다.
“조장님, 도와주십시오.”
민주와 도진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그날 모든 정찰조가 업무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2시.
강민이 마트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