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인간의 욕심은 산을 옮긴다 (3)
수십 명의 사람들이 좀비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강민은 방패를 움직이며 적절한 수의 좀비들만 방패를 빠져나오도록 했다.
그 덕에 사람들은 안전하게 좀비를 죽이기 시작했다.
용기 있게 달려들었지만 사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좀비 한 마리를 죽이고 또 죽이다 보니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처음으로 그들이 가진 스킬이 레벨 업을 했다.
간혹 민주나 정찰대 위주로 스킬을 레벨 업 했다는 소문을 듣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천재의 영역이라 치부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 레벨 업을 한 거였다.
“나! 레벨 업 했어!”
“나도!”
“너도야? 나도!”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누구는 타격력이 오르고 또 누구는 화염 마법이 더 강해졌다.
누구는 피부가 더 단단해져 웬만한 좀비 이빨이 살에 박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 강하게 좀비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강민은 그 모습에 방패를 하나 뺐다. 좀비들이 더 많이 퍼졌지만,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전장에 끼어들었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긴다!”
“와! 좀비들이 물러가!”
좀비들이 뒤로 밀려 가는 건데 아이들의 눈에는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더 강해지는 모습에 아직 지켜보기만 했던 나머지 사람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전장에 나선 사람 수만 얼핏 50명을 넘어섰다.
‘이 정도면 상대할 만해.’
강민은 방패를 모두 치워 버리고 컨테이너에 올라섰다. 위험에 처한 사람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잘하는데?’
뚫린 곳은 컨테이너 2개 정도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지금 50명의 사람이 빼곡하게 둘러서 공격하고 있었다.
활이나 마법 등 원거리 공격수들은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공격을 했다.
좀비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좀비들의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먼지로 변했지만 몇 분 동안은 좀비들의 진입을 막아 주었다.
“다들 지금이야!”
그 모습을 본 호철이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나와 다시 포대에 흙을 담기 시작했다.
여자나 노인 그리고 어린이 할 거 없이 정신없이 포대에 흙을 담았다.
그때 전선이 움직였다. 사람들이 좀비들을 밀고 나가 기존 흙 포대가 쌓인 곳을 넘어선 거였다.
“포대 위로 다시 쌓아!”
호철의 명령에 식당 아주머니가 포대를 들고 뛰었다. 허리를 아파하던 노인도 유치원 교사와 같이 포대를 들고 뛰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거였다.
‘시간이 없어!’
지금이야 이기고 있지만, 좀비의 수는 끝이 없었다. 1초라도 빨리 포대를 다시 쌓아 좀비들을 막아 내는 게 이기는 거였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움직였다.
* * *
이 모든 걸 컨테이너 위에서 보고 있던 강민은 살짝 놀랬다. 100여 명의 사람이 움직이는데 조금도 겹치거나 흐트러짐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강민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대표님!’
호철은 컨테이너 위로 올라와 전장을 지휘했다.
그의 스킬은 ‘통솔’. 그가 명령하며 손짓할 때마다 사람들이 그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대단해!’
호철은 수많은 사람을 움직여 전장에 필요한 곳에 사람을 재배치하며 전장을 유리하게 이끌고 갔다.
호철의 능력 때문인지 강민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방패를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좀비는 끝이 없었다. 사람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점점 지쳐 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였다.
“대표님! 기존 높이만큼 쌓았습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민이 바로 뒤돌아봤다.
포대가 2m 가까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포대 뒤에는 캐비닛과 장롱 등으로 막아 놓았다.
그걸 본 호철이 소리를 쳤다.
“모두 올라와!”
컨테이너 위에서 사다리가 내려갔다.
사람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지만, 누군가는 남아서 좀비들이 못 오게 막아야 했다.
‘지금이야.’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이겨 냈다.
– 쿵!
네 개의 방패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 공간 한가운데 강민이 떨어져 내렸다.
‘토네이도 방패!’
강민을 중심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점점 세차게 불더니 거대한 토네이도를 일으켰다.
그 토네이도가 주위의 모든 좀비를 갈아 버리기 시작했다.
좀비들의 뼈와 살이 조각나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런데도 좀비들은 끊임없이 토네이도로 달려들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안전하게 모두 컨테이너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강북 연합 모든 사람이 넋을 잃고 토네이도를 바라봤다.
한 번 본 광경이지만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민주도 그걸 보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안 도와준다면서…….”
강민이 천천히 그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3분쯤 지나자 강북 연합 앞에는 좀비가 남아 있지 않았다.
“만세!”
“또 강민 씨가 우리를 구했어!”
그때 하늘에서 강민이 방패를 타고 내려왔다.
강민은 모두를 향해 말했다.
“아니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없었어도 오늘 여러분은 이겼을 겁니다.”
강민의 말에 모두 느끼는 바가 있는지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오늘 여러분들은 자신과 동료를 구했습니다.”
강민의 말에 누구는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누구는 서로 포옹을 했다.
그렇게 강북 연합은 새롭게 태어나기 시작했다.
* * *
강민과 헤어진 똘망은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꽤 큰 산이 보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지냈던 이름 모를 산(도봉산)과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였다.
‘산을 피해서 가자.’
똘망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간들의 집은 이상해.’
낮은 집들도 있었지만, 하늘을 향해 높게 솟아 있는 집들도 있었다. 만져 보니 모두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인간 중에 대단한 장인들이 있는 거 같아. 드워프가 오면 이 정도를 만들 수 있을까?’
한참을 걷다 보니 밤이 왔다. 근처 아무 주택이나 들어가 강민이 준 식량을 먹었다.
‘이게 햄버거라고 했지?’
좀 독특한 맛이 났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허겁지겁 하나를 다 먹었다.
하지만 모자랐다. 배가 먹을 걸 더 원했다.
물론 등에 멘 가방에 다른 식량이 있었지만 아껴야 했다.
‘짐승들이 있으면 딱 좋은데.’
햄버거나 강민이 준 음식들에 비하면 맛은 덜했지만 그래도 짐승들은 똘망의 주식이었다.
‘개나 고양이를 찾으면 곧 먹을 수 있겠지.’
자고 일어난 똘망은 다시 해가 지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똘망은 묘한 냄새를 느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코끝에 약간 비릿하면서도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났다. 어떤 냄새인지는 바로 알아차렸다.
‘이건? 짐승 피 냄새? 아냐 조금 뭔가 다른데?’
똘망은 저도 모르게 침을 흘렸다. 배가 아직 고프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냄새가 똘망을 자극했다.
갑자기 허기가 졌다.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똘망은 정신없이 냄새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걷자 주변 환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집들과 아파트들 모두 그대로였지만 묘하게 풀들이 길게 나 있었다.
도로에도 금이 쫙 가 있으면서 그 틈에서 꽃과 풀들이 올라왔다. 그 크기가 똘망이 만 했다.
게다가 꽃들의 크기가 아주 컸다. 아직 봉우리 형태였지만 활짝 피면 자신만 할 거 같았다.
하지만 똘망은 인식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 정신없이 냄새를 쫓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다.
‘개!’
골목 한쪽에 쓰러진 개가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똘망은 ‘족장의 창’을 꽉 잡고 개에게 다가갔다.
‘이미 다 죽어 가는 거 같아. 그럼 바로 죽여서 먹자.’
평소라면 왜 개가 이곳에 있는지, 왜 이렇게 쓰러져 있는지 알아봤겠지만,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똘망에게 있는 건 오직 ‘식욕’뿐이었다.
‘죽어!’
똘망이 창을 앞으로 찔렀다.
– 푹!
창이 개의 몸통을 찔렀다.
‘됐어!’
창은 정확히 들어갔다. 이제 몇 분만 기다리면 개는 죽을 거였다. 똘망은 개가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똘망이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 크으으응!
창에 찔린 개가 으르렁거리며 일어났다.
깜짝 놀란 똘망이 다시 창을 빼며 찌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개가 똘망을 향해 덤벼들었다.
놀란 똘망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개의 움직임이 빨랐다. 개의 발톱이 살짝 똘망의 손을 스치고 지나갔다.
불에 지진 듯한 통증이 나며 똘망의 정신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내가 뭐 한 거지?’
기억은 모두 났다. 이곳에 왜 왔는지도 기억났다. 다만 그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이상해. 당장 주인님에게 알려야 해!’
이상한 곳이었다. 특히나 개의 움직임은 다 죽어 가던 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똘망은 바람 마법을 써 가며 도망쳤다. 그런데 개가 쫓아왔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세 마리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정신없이 더 빨리 도망갔다. 어느 순간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쇠로 만든 듯한 인간의 조각상이 광장 양 끝에 놓여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는 거대한 덩굴 식물이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게 무언지 살펴봤겠지만 지금 그런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맙소사,’
광장이 수많은 개와 고양이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못해도 몇천 마리는 돼 보였다.
개와 고양이들은 조금 전 본 개처럼 죽은 듯 쓰러져 있다가 똘망이 나타나자 모두 일어섰다.
똘망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도망가야 해.’
똘망은 뒤돌아섰다. 하지만 그곳에도 이미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가득했다.
평소에 그렇게 찾으려 했던 개와 고양이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정반대가 되어 버렸다.
‘이대로 있으면 죽을 거야!’
똘망은 바람 마법으로 개와 고양이 사이를 지나 달려가기 시작했다.
똘망이 간 곳은 ‘큰 칼’을 차고 있는 동상 위였다.
‘여기면 쉽게 올라오지 못할 거야! 올라오더라도 한두 마리일 거고.’
그 정도면 싸울 만했다. 똘망은 창을 꽉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시작도 못 했다. 개와 고양이가 아닌 거대한 그림자가 똘망을 덮어 버렸다.
* * *
강북 연합의 전쟁이 끝났다.
그날 이후 강북 연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제일 먼저 전기가 들어왔다.
강민은 사람들과 함께 가서 태양광 패널을 가지고 왔다.
그걸 분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 설치했다. 옥상만이 아니라 빛이 들어올 만한 곳이 있으면 모두 설치했다.
그러자 많은 전기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전력을 운용할 만한 전기가 생산되었다.
전기가 생산되다 보니 그 활용도가 커졌다.
사람들은 전기를 가지고 강북 연합을 튼튼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버스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스를 움직일 수 없었는데, 정비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점프 스타터를 충전해 버스를 움직인 거였다.
버스는 흙 포대로 막아 놓은 곳 앞을 막아섰다. 이로써 좀비로부터 안전해진 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강화 좀비가 와도 견딜 수 있어야 해요!’
사람들은 벽돌과 시멘트 모래를 가지고 컨테이너 위에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버스 위에도 벽돌을 쌓았다.
물론 그 재료를 운반한 사람은 강민이었다. 그렇게 며칠 지나자 강북 연합은 철옹성이 되었다.
“하하하!”
“끝내준다!”
“이제 강화 좀비가 와도 끄떡없겠어!”
사람들은 새롭게 변한 강북 연합은 뿌듯해하며 만족해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많은 사람이 정찰조에 지원했다.
그들은 ‘돈과 귀금속’을 얻기 위해서 지원하기도 했지만, 이제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지원했다.
레벨 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정말 마법 같은 일이야. 혹시 이것도 자네의 힘인가?”
강북 연합을 떠나는 정찰조를 보며 호철이 강민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요. 제 스킬은 방패인걸요?”
“그렇지. 그게 당연한데, 이상하게 그날 자네의 말을 듣고 몸이 반응했거든.”
호철의 말에 강민은 뜨끔했다.
“더는 스킬을 레벨 업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네. 난 평범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그날 좀비들과 싸우면서 레벨 업 했어. 나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대다수가 그랬지. 혹시 자네도 레벨 업 했나?”
“저는 레벨 업 하지 못했습니다.”
강민의 말에 호철은 크게 웃었다.
“하하, 아무래도 자네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 같아. 솔직히 나는 자네가 더 강해져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네.”
그건 강민도 궁금했다.
‘지금 방패 스킬이 만렙이지만, 승급석 하나만 더 모으면 방패 스킬을 승급시킬 수 있어!’
게이트 하나만 더 찾으면 됐다. 그날이 강민은 너무나 기다려졌다.
“저도 궁금합니다.”
“만일 그날이 오면 꼭 나에게 알려 주게. 그리고 혹시 그거 아나? 그날 비전투 인원도 레벨 업을 한 거?”
“네?”
그건 강민도 모르던 사실이었다.
“홍영이는 레벨 업 해서. 이제 귀금속 종류나 지폐 종류까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하네. 정말 사람만큼 스킬도 재밌는 스킬이야.”
호철은 웃었지만, 강민은 웃지 못했다.
‘지폐 종류?’
강민은 바로 물었다.
“지폐 종류라는 게 오만 원권인지 만 원권인지 이런 거 말씀인가요?”
“아니, 아직은 거기까지는 아니고 그게 원화인지 달러인지 그런 걸 알 수 있다고 하더구먼.”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돈 중 하나가 달러였다.
‘이러면 달러를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겠는데?’
강민은 홍영이 돌아오면 바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철이 떠나자 강민은 컨테이너에 주저앉아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1. 이름 : 최강민.
2. 스킬(3/3)
– 언어(S)(LV. 9)
– 방패(D)(LV. 9)
– 건강한 신체(E+)(LV. 6)
* 이레귤러 정보
1. 권능
– 세계선 이동(SSS)(LV. 5)
– 무게 제한 : 1,000kg.
– 쿨타임 : 5,120분.
– 아공간.
2. 보유 포인트 : 1715.
새로 생긴 권능 ‘아공간’과 좀비를 해치워 얻은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강민은 무엇보다 ‘언어’에 관심이 쏠렸다.
‘분명 사람들이 레벨 업을 한 건 그때 본 언령 때문이야.’
그중 강민은 언어(S)를 터치했다.
* 언어(S)(LV. 9)
– 가능한 언어 : 러시아어, 고블린어.
– 언령 [열려라] – 아공간을 연다.
– 언령 [닫혀라] – 아공간을 닫는다.
– 언령 [자강] – 스스로 강하여지고자 하는 사람의 성장을 돕습니다. 30일에 한 번만 쓸 수 있습니다.
한번 본 메시지였지만 또다시 강민의 입이 벌려졌다.
‘엄청난 능력이야.’
강민의 스킬 하나하나가 다 범상치 않았지만, 이 ‘자강’이란 스킬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스킬. 그리고… 어쩌면 인류 생존을 높일 수 있는 스킬!’
이곳 사람들은 이제 ‘근육 좀비’를 잡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강화 좀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겨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만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존자가 이와 같아진다면 어쩌면 인류는 좀비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몰랐다.
강민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 스킬을 가진 이상, 한곳에 있으면 안 됐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제 좀 사람들과 정들 만했는데.’
아쉽지만 이제 떠날 때를 생각해야 했다. 더구나 강화도를 가야 했다.
강민은 정찰조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컨테이너를 내려왔다.
“홍영 아저씨!”
강민은 돌아오는 정찰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 *
강민은 강북 연합 1층 은행에서 홍영에게 달러를 찾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나야 언제든 좋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좀 높은 데를 무서워해서 말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업고 갈 테니까요.”
홍영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흠흠, 아니야. 그냥 내가 갈게.”
“왜요?”
“기어서 가면 갔지. 맨정신에 남자 등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
홍영의 대답에 강민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뭐 나중에 업어 달라고 사정하지나 말아요. 그런데 달러가 많은 곳이 어디예요?”
“달러? 뭐 은행마다 어느 정도는 다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곳은 역시 한국 은행이지. 외환 보유고가 있거든.”
강민의 눈이 번뜩였다.
“한국 은행이면? 종로?”
“거기가 본점이긴 한데, 거기에 정말 외환 보유고가 있는지는 가 봐야 알겠는걸? 흠흠. 지금 내 능력이면 바로 알 수 있지. 흠흠!”
이로써 목표가 정해졌다.
‘달러를 가지고 미국으로 간다.’
물론 무턱대고 미국에 가는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한만호의 도움을 얻을 생각이었다.
‘그럼 준비는 끝난 건가? 아차! 맞아 물어볼 게 있었지?’
강민은 다시 담배를 피우려던 홍영에게 물었다.
“아저씨, 혹시 고양이나 개 보셨어요?”
“응? 고양이나 개?”
홍영은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고양이나 개를 못 본 거 같은데? 이상하네. 언제부터 안 보인 거야?”
“혹시 좀비가 잡아먹은 거 아니에요?”
홍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분명 두 달 전만 해도 있었어. 좀비들은 인간만 잡아먹거든. 그거참 이상하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죠? 저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본 거예요.”
“음, 내가 한번 알아보마. 사실 여기에 개를 키우던 사람이 있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안 보여서 혹시 잡아먹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어.”
홍영은 알아본다고 하며 은행 바깥으로 나갔다.
‘음, 그럼 똘망이 말대로 뭔가 이유가 있는 거 같은데…….’
강민은 홍영을 따라 은행을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은행에 있는 책상 안쪽에서 작은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순간 놀란 강민이 방패를 소환했는데 작은 그림자가 작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똘망이었다.
“어휴, 기척 좀 내라고 했잖아.”
강민이 가슴에 손을 올리며 똘망을 바라봤다. 그런데 똘망의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똘망아! 너 왜 그래!”
“다른 사람이 있어… 하악, 하악,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똘망은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아냐! 그건 상관없어. 너 몸이 왜 이래? 다친 거야?”
똘망이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주인… 님. 그것보다 주인님이 명령하신… 고양이와 개가 어디로 갔는지… 하악, 하악, 알아냈습니다.”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듣는 건 나중에 하고 먼저 치료하자. 잠깐 기다려, 내가 약 좀 가져올 테니까.”
“아닙니다, 주인님.”
똘망은 상처 난 팔을 뻗어 강민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제 말 먼저 들어 주십시오. 아주… 아주 위급한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