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종각역 생존자들 (2)
갑자기 들린 소리에 옆을 바라보니 버스 문을 열고 손짓하는 사람이 보였다.
위험한지 아닌지, 이 사람 목적이 뭔지 그럴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강민은 바로 뛰어 버스 안에 들어갔다.
– 탁!
버스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개와 고양이가 버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쿵! 쿵! 쿵!
수십, 수백 마리의 개와 고양이 그리고 식물 줄기까지 버스를 치자 버스가 흔들렸다.
강민은 쓰러지지 않으려 버스 안 손잡이를 꽉 잡았다.
“빨리 움직여야 해요. 저놈들은 보이지 않으면 금방 포기해요!”
방독면 쓴 사람의 말에 강민은 그를 쫓아갔다. 방독면은 버스 반대편 깨진 유리창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유리창에 가니 내려갈 수 있게 사다리가 나 있었다.
강민은 아민을 든 채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그동안 방패를 타고 돌아다닌 덕분에 몸의 균형 감각이 예전보다 훨씬 상승해 있었다.
강민이 바닥에 내려오자 방독면이 말했다.
“이쪽이에요.”
아래는 계단이었다. 희미하게 빛이 들어왔지만 내려가면 갈수록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하지만 방독면은 어둠 속이 보이는 건지 아니면 익숙한 건지 거침없이 내려갔다.
– 끼익.
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문 안에서 희미한 빛이 나왔다.
“들어오세요. 괜찮아요.”
방독면을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간 강민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광등?’
아주 많이 밟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빛이 나 있어 사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어떻게 된 거지?’
강민이 멍하니 형광등을 바라보자 방독면이 그제야 방독면을 벗으며 말했다.
방독면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놀라셨나 보네요?”
“네, 아직 전기가 들어온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요. 비상 발전기나 아니면 태양광 에너지를 쓰는 겁니까?”
“아뇨, 저희 능력자 중에 전기를 쓸 수 있는 능력자가 있어요.”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전기요?”
문명은 전기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결정된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 능력자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네, 이 지하 쉘터가 유지되는 게 모두 그 덕분이죠. 이 어둠 속에 불을 밝혀 주고, 그 괴물 식물에 충격을 줘 도망가게 하거든요. 물론 식물을 상대하는 건 힘에 제한이 있어 많이는 못 하지만요.”
방독면은 그 말을 하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멈추고 말을 이었다.
“참, 전 김민수라고 합니다. 포자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아직도 쓰고 있었네요. 몸 괜찮으세요?”
남자가 손을 내밀자 강민도 손을 뻗어 악수하며 대답했다.
“전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종각 쉘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은 화기애애했지만 두 사람의 눈은 서로를 살피기에 여념 없었다.
민수는 악수를 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만나자마자 이런 질문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말씀하세요. 목숨을 살려 주셨는데, 대답할 수 있는 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혹시, 다른 쉘터에서 오셨습니까?”
* * *
강민은 민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쪽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꽤 많은 사람이 보였다.
지하철을 타려면 복도를 지나가야 하는데 복도에 침대와 이불 등이 잔뜩 펴져 있었다.
새로 나타난 강민과 아민의 모습에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오빠, 좀 이상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아민이 강민의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괜찮아, 걱정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강민도 이상함을 느꼈다.
사람들의 눈빛이 모두 죽어 있었다. 남아 있는 건 간혹 번뜩이는 ‘광기’뿐이었다.
“민수 씨라고 했죠?”
“네.”
“이 사람들, 그… 좀비가 발생하고 나서 이곳에서 쭉 계신 건가요?”
강민의 말에 민수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사람도 있고 중간에 합류한 사람도 있습니다.”
“얼핏 봐도 50명은 되어 보이는데… 식량이 있습니까?”
민수가 큰 한숨을 내 쉬었다.
“뭐, 금방 아실 사실이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없습니다. 아까 쉘터에서 온 건지 물어본 것도 그래서입니다. 식량이 다 떨어져 지금은 쥐를 잡아먹고 살고 있거든요.”
“네? 쥐요?”
그때였다. 갑자기 아민 앞에 쥐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 찍찍!
“꺅!”
놀란 아민이 강민에게 덥석 안겼다.
그때였다. 사람들이 몰려와 능숙하게 쥐를 둘러싸더니 한 사람이 쥐를 잡아 들었다.
“고기다. 고기!”
“이씨! 나도 나눠 줘!”
“나도!”
사람들은 쥐 한 마리에 한껏 웃음을 짓더니 구석으로 갔다.
그 모습을 보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네, 쥐요.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불은 있어서 불에 구워서는 먹습니다.”
강민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쥐를 먹고 사는 것이 오래됐나요?”
“사실 한 달 전만 해도 식량 사정이 괜찮았습니다. 좀비만 있고 개와 고양이는 이렇지 않았거든요. 그때는 어떻게든 바깥으로 나가서 식량을 가지고 왔었습니다.”
“한 달 전이요? 그전에는 개와 고양이가 지금 같지 않았나요?”
“네, 모든 건 한 달 전… 저 광화문 게이트에서 나온 식물 때문이었습니다.”
강민이 눈을 번뜩였다.
“게이트에서 식물이 나와요?”
“네, 갑자기 게이트에서 빛이 퍼지더니 괴식물이 나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광화문 일대가 온통 풀밭이 되어 버렸죠. 그리고 개와 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게이트가 오픈됐구나!’
오패산에서는 오크 주술사가 열려고 했던 게이트를 자신이 간신히 막았는데 여기는 그렇지 못한 거 같았다.
‘막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너무 끔찍한 현실이었다.
“혹시 불을 지를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왜 안 했겠습니까? 좀비들을 피해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질렀죠.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네? 왜요? 다 타버려 죽지 않았나요?”
민수는 잠시 멈춰 서더니 주먹을 꽉 쥐며 고개를 흔들었다.
“죽었죠. 게이트 바깥에 나온 것들은요. 하지만 그 괴물 식물의 뿌리는 게이트 안쪽에 있습니다. 태워도 태워도 다시 나타났습니다.”
강민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게이트 안에 뿌리가 있다고? 그럼 이걸 어떻게 죽여?’
강민이 다급하게 물었다.
“게이트를 부수는 건요?”
“네? 게이트는 못 부수는 게 아닙니까?”
강민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폭탄을 써도 아무리 주먹을 내려쳐도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강민이 눈만 껌뻑거렸다. 폭탄으로 부서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킬을 쓰면 되는 거 아냐’
분명히 자신은 게이트를 부쉈었다. 아무래도 여기에는 뭔가 아직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거 같았다.
“여기는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보자마자 쉘터를 여쭤 본 거고요. 만일 다른 곳에 쉘터가 있다면 그곳으로 어떻게든 가려고요.”
“죄송합니다. 저희도 식량이 떨어져서 이대로 있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떠나온 겁니다. 쉘터도 아니었고요.”
강민은 이제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강북 연합’에 대해 알려 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강민은 아민과 자신을 서로 옆집에 살던 이웃이었다고 소개했다. 좀비가 생겨나고 서로 의지해서 살아왔는데 식량이 떨어져 같이 떠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쉽네요. 저는… 강민 씨의 능력을 보고 어쩌면 그룹을 형성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칼바람을 부르는 능력,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겉만 화려할 뿐 별거 아닙니다. 개와 고양이한테도 쩔쩔매는 걸 보셨잖아요? 정말 민수 씨 아니면 꼼짝없이 죽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강민은 민수에게 자신의 스킬을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민수는 흔쾌히 승낙했다.
사람을 죽이면 스킬을 얻는 세상이었다. 강민의 스킬을 들으면 누구나 강민을 죽이려 할 거였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강민 씨 능력은 좀비에게는 큰 효과가 있을 거 같은데요.”
“뭐, 어느 정도는 말이죠. 그나저나 좀비 말이 나와서 그런데 좀비가 거의 보이지 않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따라오시죠.”
민수는 강민을 안내해 지하철 통로 끝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고 경비원이 서 있었다.
경비는 민수를 보고 문을 열어 줬다. 세 사람은 안에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그곳은 지하철을 타는 플랫폼이었다.
“윽!”
제일 먼저 악취가 났다. 가까이 가니 지하철 철로에 좀비들이 가득했다.
스크린 도어는 이미 다 깨져 있었지만 대신 어디서 구했는지 도로 공사에 쓰이는 방호벽을 가져다 플랫폼에 쌓아 두었다.
덕분에 좀비들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좀비들이 괴물 식물들을 피해 모두 지하로 내려왔습니다. 다른 지하철 통로를 통해서요.”
어마어마한 수였다. 그 수가 긴 지하철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게… 몇 포인트야?’
좁은 공간에 엄청난 좀비들이 꽉꽉 몰려 있었다. 다른 사람은 이 모습에 질려 하겠지만 강민에게는 아주 좋은 사냥터였다.
“여길 보여 드린 건 최소한 좀비로부터는 안전하다는 걸 보여 드리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민수가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 치이익.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강민이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이 갈라져 있고 그 틈으로 식물 뿌리가 자라나고 있었다.
“이곳은 곧 무너질 겁니다.”
* * *
그 뒤 민수는 강민을 데리고 이곳의 실질적 리더인 ‘천재일’에게 데려갔다. 그는 지하철 관리 사무소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재일이 형! 나가야 해! 이분 능력이 엄청나다고, 형과 이분 그리고 모든 사람이 힘을 합치면 나갈 수 있어!”
천재일이 바로 ‘전기’ 능력자였다. 천재일은 어디서 구했는지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미 꽤 취해 있었다.
천재일 옆에는 팔에 뱀 문신을 한 남자도 같이 있었는데 그가 재일의 잔에 위스키를 따라 주고 있었다.
민수가 재일에게 열변을 토했지만, 재일의 눈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아민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나가긴 뭘 나가! 끄윽… 헛소리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어차피 플랫폼… 쪽만 금가 있잖아! 사람을 괜히 불안하게… 만들지 마!”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라고!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니까!”
민수의 말에 재일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뭐? 준비! 크크크! 너… 정말 양심 없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잖아! 또 죽일 거야? 그래서 또 너만 살아 돌아올 거냐고!”
재일이 술병을 던졌다. 술병이 벽에 맞아 깨지고 방에 술 냄새가 확 퍼졌다.
재일의 말에 민수는 이를 악물더니 되돌아서며 말했다.
“그래도… 나가야 해. 또 실패 하더라도… 말이야.”
“미친… 새끼.”
재일은 서랍에서 술 한 병을 다시 꺼내며 말했다.
“용태야, 술이나 따라라.”
“네, 형님.”
“그리고 거기 아가씨는 남아도 좋아… 먹을 거 있는데? 줄까? 필요하면 말해, 헤헤.”
민수는 더는 볼 거 없다는 듯 강민과 아민을 데리고 나왔다.
“죄송해요. 원래 저런 형이 아니었는데… 좀 충격을 받은 일이 있고 난 뒤… 좀 변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보죠?”
강민의 말에 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민은 민수를 따라가며 천장을 바라봤다. 이곳저곳에 금이 가 있었다. 플랫폼처럼 뿌리가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거 같았다.
‘전기로 뿌리에 충격을 줘 봤자 금방 다시 온다고 했지? 만일 전기 능력이 더 강해지면 퇴치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괴물 식물 몬테라를 처리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방법이 없었다.
민수는 강민과 아민에게 복도의 한 자리를 안내해 줬다. 그곳에는 이불이 깔려 있었다.
“우선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민수의 말에 강민과 아민이 이불에 앉았다. 아민이 이마를 찌푸렸다. 냄새 때문이었다.
지하다 보니 빨지도, 햇빛에 말리지도 못하니 냄새가 역했다.
“오빠…….”
“조금만 참아. 하루만 있다가 힘을 찾으면 집으로 가자.”
24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구도가 복원되었다. 이곳 환경이야 안타까웠지만 우선 자신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저 민수란 사람… 아무도 안 따라 주네요.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민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떠나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사람은 민수에게 화를 내고 침을 뱉기도 했다.
“저 정도면. 무슨 사연이 있는 거 같아.”
강민의 말에 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취급을 받는데도 민수는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만하지 그래.”
민수 앞에 몇몇 남자들이 나타났다. 바로 조금 전 재일의 사무실에서 본 뱀 문신 남자 용태와 두 명의 남자였다.
“용태야 잘 왔다. 나 좀 도와줘!”
“야, 미친 새끼야. 돕기는 뭘 도와? 너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게 안 보여?”
“우리 나가야 한다니까! 여깄으면 다 죽어!”
민수의 말에 용태가 한 발자국 다가가며 소리쳤다.
“지금 나가면 지금 다 죽는 거지.”
“아니야, 오늘 온 저분과 함께하면 가능성이 있어!”
“가능성?”
용태는 민수에게 비웃음 짓더니 강민에게 다가왔다.
“어떤 능력인데 그래? 말해 봐. 말해 보라고!”
뒤따라온 민수가 머뭇거렸다. 강민이 자신의 능력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였다.
“그… 그건.”
“씨발, 말도 못 하면서 어디서 구라 치기는.”
용태는 그 말을 하면서 옆에 있는 남자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남자들이 아민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꺅!”
“뭐 하는 짓이야!”
강민이 바로 남자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체력 관련 능력자들인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거봐, 이럴 줄 알았어. 별거 없잖아.”
“아니라니까! 그러지 말고 놔! 큰일 나!”
“큰일은 개뿔. 참, 민수야. 네가 잘한 거 딱 하나 있어. 이렇게 예쁜 아가씨를 데려온 거 말이야.”
“너! 무슨 짓이야! 이런 걸 재일이 형이 용납할 거 같아!”
민수가 용태에게 달려들었지만 용태의 주먹질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능력도 없는 새끼가 말만 많아요. 그리고 뭐? 재일이 형이 용납할 거 같아? 이 새끼야, 이거 재일이 형이 시킨 거야.”
그때였다.
하늘에서 두 개의 방패가 나타나 아민을 잡고 있던 두 남자의 목을 잘랐다.
방패는 그 뒤 내구도가 다 되어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용태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아민을 잡아 오라고 아까 그 새끼가 시킨 거라고?”
강민이 또 하나의 방패를 소환했다.
“아… 아니. 잠… 잠깐만!”
“대답하기 싫으면 직접 그 새끼한테 가서 듣지.”
강민이 막 방패를 날리려고 할 때였다.
– 찌이이이익.
순간 강민의 온몸이 찌릿해졌다. 전기에 감전된 거였다.
강민이 초인적인 힘을 다해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이곳의 리더 천재일이 있었다.
“그래, 내가 시켰다. 바보 새끼.”
“너…….”
강민이 손으로 재일을 가리키다 정신을 잃었다.
“오빠!”
아민이 강민에게 달려들어 앞을 막아섰다.
그런 아민에게 여전히 술병을 물고 있는 재일이 다가가 말했다.
“크크크. 멍청한 놈. 아니, 산타인가? 이렇게 예쁜 여자를 데리고 왔으니 말이야. 크크크. 덕분에 인생 마지막에 큰 선물을 받았어. 역시 사람은 착한 일을 해야 해.”
재일은 강민을 발로 차고 갔다.
하지만 그때,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자연 치유력이 ‘감전’ 상태에 저항합니다.> [치유력이 모자랍니다. ‘감전’ 상태가 약간 해소됩니다.>그 순간, 강민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 * *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눈앞에 메시지가 흐릿하게 보였다.
머리가 아팠다. 몸을 움직여 보려 했는데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악! 저리 가 저리 가!”
아민의 비명이 들렸다. 눈을 부릅뜨니 흐릿하게 앞이 보였다.
용태가 아민의 머리를 잡고 끌고 가려 하고 아민이 강하게 반항하는 게 보였다.
‘아민아!’
순간 모든 게 기억났다.
강민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 스킬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감전 상태 때문인지 스킬 사용이 되지 않았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당장 생각해 내!’
강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생각해 냈다. 그러다 조금 전 봤던 메시지를 떠올렸다.
‘치유력이 모자란다고 했지?’
현재 ‘건강한 신체’의 스킬 레벨은 6이었다.
강민은 바로 ‘상태창’을 열어 건강한 신체 스킬과 보유 포인트를 확인했다.
[건강한 신체>7레벨 : 모든 신체 활동 성장 속도 350% 상승. 자연 치유력 350% 상승 – 500포인트.
8레벨 : 모든 신체 활동 성장 속도 400% 상승. 자연 치유력 400% 상승 – 1,000포인트.
– 보유 포인트 : 1850.
얼마 전 가지고 있던 포인트에 개와 고양이를 죽이며 1800이 넘게 포인트가 쌓여 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레벨 업!’
강민은 바로 ‘건강한 신체’를 레벨 업 했다. 다행히 마트를 운영하며 얻은 마석도 충분히 있었다.
[‘건강한 신체’ 스킬을 레벨 업 하셨습니다. 8레벨이 되었습니다.> [마석을 8개를 이용해 스킬을 강화합니다.> [이제부터 ‘내성’이 생깁니다.>이로써 자연 치유력이 400%가 되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자연 치유력이 ‘감전’ 상태에 저항합니다.> [‘감전’에 대해 20% 내성이 생깁니다.>움직여지지 않던 몸이 움직여졌다.
“이년 반항이 심한데?”
“형님, 뭘 끌고 갑니까. 그냥 여기서 하시죠.”
“크크크. 그럴까?”
재일이 웃으며 아민의 청바지를 벗기려 했다. 하지만 아민의 발길질에 그곳을 맞고 표정을 구겼다.
“이 쌍년이!”
재일이 주먹으로 아민을 때리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아플 텐데 아민은 오히려 손을 뻗어 재일의 손을 잡고 물어 버렸다.
“아악!”
재일은 이를 악물고 아민의 머리를 바닥에 박아 버렸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방패 던지기!’
내구도가 5도 남지 않았지만, 방패를 사용할 수는 있었다.
방패 한 개가 날아가 먼저 용태의 목을 쳤다.
– 탱!
그런데 목이 잘리지 않고 방패가 사라졌다.
그걸 본 세 사람의 표정이 바뀌었다. 용태와 재일은 당황한 표정이었고 아민은 희미하게 눈을 뜨며 악을 썼다.
“오빠! 이 새끼 한 번 더 때려요. 내구도 절반 닳았어요!”
아민의 말에 강민이 눈을 빛내며 다시 한번 방패를 날렸다.
– 싹둑.
용태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사람을 죽이셨습니다. 1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강민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방패를 재일에게 날렸다. 하지만 용태 뒤에 있던 재일은 용태가 죽는 것을 보고 바로 몸을 숙였다.
방패가 재일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용태야!”
용태는 이미 목과 몸이 분리되어 있었다.
“이놈!”
재일은 바로 강민을 향해 전기를 쏘았다.
– 찌이이익.
전기의 속도는 안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감전된 강민의 몸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강민은 이전의 강민이 아니었다.
[자연 치유력이 ‘감전’ 상태에 저항합니다.> [‘감전’에 대해 40% 내성이 생깁니다.> [‘감전’에 대해 50% 내성이 생깁니다.>……
[‘감전’에 대해 70% 내성이 생깁니다.>엄청난 통증이 났다. 머리가 타들어 갔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감전’의 내성이 커졌다.
그리고 내성이 70%를 넘기자 강민은 스킬을 다시 쓸 수 있었다.
‘방패 던지기!’
강민의 방패가 재일을 향해 날아갔다.
– 싹둑.
방패가 재일의 목을 그쳐 지나갔다. 재일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악… 하악…….”
내성이 생겼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고통은 엄청났다. 강민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스킬 ‘전기(D)’를 흡수하시겠습니까? YES, NO.>지친 와중에도 강민의 눈이 빛났다.
‘전기 D급? 설마.’
예전에 한번 해 본 합성이 떠오른 강민은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똑같은 등급 스킬 ‘방패(D)’을 발견했습니다.> [‘전기(D)’ 스킬과 합성 하시겠습니까?> [단 방패 스킬의 레벨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습니다. ‘방패’ 스킬이 주 스킬인 채로 ‘전기’ 스킬의 능력이 합쳐집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 NO를 하시면 ‘전기’ 스킬이 사라집니다. YES, NO.>이거야말로 강민이 원하는 거였다. 지금까지 애써 성장시킨 방패를 잃고 싶지 않았다.
강민은 바로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눈앞에 새로운 스킬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