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5)
5화 능력을 보이다 (1)
강민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젖어 있었다.
강민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의자에 앉은 강민은 책상 아래 서랍을 열었다. 강민은 손을 뻗어 서랍 안쪽이 아닌 위 서랍 바닥 쪽을 손으로 뒤졌다.
위 서랍 가장 끝부분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무언가가 잡혔다.
강민이 힘을 줘 그것을 뜯어냈다. 바깥으로 끄집어내 보니 그건 USB였다.
“아버지.”
그건 강민의 아버지 최우식이 강민에게 건네준 USB였다.
– 강민아 이걸 잘 보관하거라. 아무리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절대 이걸 줘서는 안 돼.
– 3년 후. 3년 후에, 네 일상이 편안해진다면 그때 이걸 한국 대학교 한만호 박사에게 가져다주어라.
최우식이 이걸 강민에게 준 것은 죽기 전 한 달 전쯤이었다.
‘그때는 아버지가 왜 그러시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자신의 미래를 알고 계셨던 거 같아.’
강민은 노트북에 USB를 넣고 켜 보았다.
그곳에는 폴더별로 아버지가 연구했던 수많은 문서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획기적으로 태양광 효율을 끌어 올릴 모듈 개발 아이디어.] [인버터 효율을 끌어 올릴 아이디어.]강민은 그중 두 개의 문서를 열었다.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강민은 하나도 알지 못했다.
다만 끝에 적힌 결론 부분만은 강민도 알 수 있었다.
– 태양광 모듈 기존 대비 50% 효율 상승 기대. 실현 가능성 80%. 한국대 한만호 박사 도움 필요.
– 인버터 효율 기존 대비 45% 상승 기대. 실현 가능성 70%.
강민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예전에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슬쩍 넘어갔다.
그러다 오늘 티브이 기사를 보고 알았다.
‘고작 25% 가지고 저렇게 난리를 치는데, 이걸 만들 수만 있다면 정말 엄청날 거야.’
무엇보다 이걸로 김상철에게 복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강민은 아버지 장례식장에 찾아온 김상철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강민은 김상철이 배신자인지 몰랐었다.
– 강민아, 아무 걱정마라.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 널 돌봐 주마.
강민은 울면서 김상철에게 고맙다고 했었다.
– 형수님이 돌아가신 후 형님은 정말 일밖에 모르셨지, 강민아 집에서도 형님 연구만 하시지 않았느냐?
강민은 그렇다고 말할 뻔했다. 그런데 상철의 눈빛이 이상했다. 꼭 범죄자를 심문하는 형사 같은 눈빛이었다.
강민은 순간 아버지가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아뇨, 아버지는 집에 오시면 피곤하다고 잠만 주무셨어요.
– 그래? 이상하네. 끙, 알았다.
강민은 삼일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는 도둑이 들었는지 온통 엉망이었다.
그 모든 게 김상철이 꾸민 일이라는 걸 안건 몇 달이 지난 후였다.
강민은 노트북에서 USB를 뽑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아버지, 제게 힘이 생겼어요. 이 힘으로 김상철 그 개새끼 반드시 감옥에 처넣을 겁니다. 어머니랑 함께 하늘나라에서 지켜봐 주세요.”
강민은 창고에서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 귀금속이 가득했다.
‘김상철 뒤에는 구룡 그룹이 있어. 내가 아무리 기술과 돈이 있어도 한국에서는 그들과 대항하긴 힘들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미국에 가야 해. 그곳에서 이 기술로 회사를 만들어야 해.’
당장이라도 강민은 미국에 가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이 집을 지켜야 해.’
조상의 덕으로 살길이 생겼다. 이 집은 그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아버지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었다.
자신이 미국에 가더라도 이곳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그러려면 빚은 모두 갚아야 해.’
이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말이야.’
강민은 등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대문을 나서니 소나기가 개 다시 화창한 날씨가 되었다.
* * *
집에 다시 돌아오니 밤 9시였다.
강민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배낭 속에 있는 현금을 모두 꺼내 샜다.
– 31,537,200
눈동자가 흔들렸다. 삼천만 원이 넘는 지폐가 방바닥에 널려 있었다.
강민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금반지와 목걸이를 팔았다.
몇 년 전부터 동네마다 금을 매입한다는 가게가 많아졌다. 강민은 그런 곳에서 귀금속을 한 개씩만 팔았다. 혹시 몰라서였다.
그러다 보니 많은 가게를 돌아다녔고 지금에서야 돌아오게 되었다.
‘삼천백만 원이라니.’
한 번도 만져 보지 못한 거금이었다.
‘이 돈이면 밀린 이자를 낼 수 있어! 그럼 당분간 이 집을 지킬 수 있다고!’
물론 원금 상환도 해야 했지만, 걱정 없었다. 평행 세계가 있어서였다.
강민은 ‘행복 대출’ 사장을 떠올렸다.
‘팔봉이 삼촌.’
김상철이 아버지를 배신한 인물이라면 박필봉은 뭐라 말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삼촌은 돈이면 끝나잖아. 깊게 생각하지 말아. 미국에 가면 끝날 인연이야.’
시계를 보니 어느새 자정이 다 되었다. 돈 세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 맞아! 편의점!’
12시부터 아르바이트 시간이었다. 바로 편의점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 너 이 새끼야, 왜 안 와! 잘리고 싶어!
사장의 폭언이 바로 시작됐다.
강민은 평소 버릇처럼 죄송하다고 말하고 바로 간다고 하려 했다. 그러다 옆에 있던 돈 가방에 눈길이 갔다.
– 야! 너 왜 말이 없어! 당장 안 와! 늦게 온 만큼 시급 없다!
사장의 목소리에 가슴속에서 욱 하는 게 솟아올랐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지는?’
아침만 해도 사장은 그렇게 늦게 나왔다. 자신이 그렇게 사정했는데도 늦게 오고 오히려 폭언을 퍼부었다.
강민은 손을 뻗어 지폐 한 묶음을 손에 쥐었다. 오만 원권 100장, 5백만 원이었다.
돈을 만지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머리가 맑아졌다.
“사장님, 아침 일 사과하시죠. 그럼 가겠습니다.”
– 뭐라고! 이 미친놈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침에 지각하고 저한테 욕하지 않으셨습니까?”
– 그거야 네가 계속 전화해서 그런 거 아냐?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단지 사장님과 제 상황이 바뀌었을 뿐이네요.”
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과도 하지 않았다.
“역시, 생각대로네요. 사장님, 저 자르세요. 아니,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 뭐라고! 야! 이 새끼야, 지금 그만두면 어떡해!
강민은 결심했다. 예의상 다음 사람을 뽑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도 생각했는데 이런 사람하고 잠시도 있기 싫었다.
게다가 아침에 사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알바 새끼가 어디서 사장한테 오라 마라야. 이래서 부모 없는 새끼들은 안 돼.]사장에게는 도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전화 끊겠습니다.”
– 야! 최강민!
사장이 소리 질렀지만, 강민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계속 전화가 왔지만, 강민은 받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크크크.”
시원했다. 처음으로 사장에게 반항해 봤다. 가슴이 뻥 뚫린 거 같았다.
강민은 현금 다발을 움켜쥐었다.
‘이게 돈의 힘이구나.’
없던 자신감이 생기고 평소에는 하지 못 할 일을 했다.
‘단돈 5백만 원으로 말이야.’
강민은 다시 현금을 가방에 담았다. 누가 훔쳐 갈까 싶어 가방을 다시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 놓았다.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니 온몸에서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나는 다른 사람보다 7시간을 더 돌아다녔구나.’
침대에 눕자 금세 졸음이 몰려왔다.
‘그럼 이대로 평행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면 나는 다른 사람보다 2배의 인생을 사는 건가?’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강민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월요일 약속 시간이 되자 강민은 가방을 배고 ‘행복 대출’이 있는 건물 앞에 섰다.
‘온몸이 다 쑤시네.’
강민은 어제 일요일 종일 집 뒤에 있는 북한산을 탔다. 평행 세계에서 생존하려면 체력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놈들’에게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지만, 쉽게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행 세계에 안 갈 수도 없었다. 가야 할 이유야 차고 넘쳤다.
‘반드시 가서 살아남는다.’
강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3층 ‘행복 대출’ 사무실 앞에 섰다.
그런데 평소라면 닫혀 있어야 하는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박 팔봉!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내가 너 사채 하라고 했지. 언제 자원봉사 하라고 했어!”
카랑카랑한 노인의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렸다.
“어르신!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면 뭐가 아니야! 그럼, 사채업자가 5% 이자만 받는다는 게 말이 돼!”
“그건 집을 담보로 잡아서 그런 겁니다.”
“이 미친놈아, 이 집의 가치가 15억이야. 그런데 20억을 대출해? 그것도 인수동 구석에 있는 100년 가까이 된 집을!”
노인의 말에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인수동 구석에 있는 100년 된 집? 저거 우리 집 얘기 아니야?’
분명했다. 내용이 궁금해진 강민은 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테이블 소파에 낡은 베이지색 옷을 입은 노인이 한 명 보였다. 노인은 얼굴에 검버섯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눈매가 매우 매서웠다.
노인 앞에는 ‘행복 대출’ 사장 팔봉이 공손히 앉아 있었다. 언제나 차가운 모습으로 자신을 대할 때와는 완전 딴판인 모습이었다.
노인은 지팡이를 들더니 테이블을 쾅, 쾅! 쳤다.
“이놈, 팔봉아. 너 이러다 경쟁에서 떨어져 나간다! 내가 네놈들한테 20억 주면서 말했지. 이 돈을 100억으로 가장 빨리 만들어 오는 놈한테 내 뒤를 잇게 하겠다고!”
노인의 말에 팔봉이 고개를 숙였다.
“네, 어르신!”
“그걸 아는 놈이 이렇게 해! 다른 놈들은 이미 30억을 넘게 만들었어. 경수 그놈은 벌써 50억을 만들었고. 그런데 넌! 내가 제일 믿었던 네가 마이너스야! 마이너스! 이게 말이 돼!”
노인은 참을 수 없는지 계속 지팡이를 내려쳤다.
“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제게도 생각이 있습니다.”
팔봉의 팔에 노인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생각? 흥! 너 요즘 러시아 놈들하고 접촉한다지?”
팔봉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알고… 계셨군요.”
“네놈들 움직임은 내 손바닥 안이야!”
노인은 답답한지 앞에 있던 물을 들이켜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깟 러시아 애들과 밀수입해서는 돈 얼마 못 번다. 팔봉아 내 말 들어라. 마침 그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 23억에 말이야. 큰돈은 아니지만, 그걸로 다시 시작해라.”
“어르신, 그 집은 아직 만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만기는 무슨 만기! 이자도 못 내고 있잖아! 당장 뺏어!”
노인의 말에 팔봉이 입술을 꽉 다물다 대답했다.
“이번 달이 만기… 입니다. 그때까지는 기다려 주십시오.”
노인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에이, 미련한 새끼. 사채업자가 가장 버려야 할 게 정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그것 하나 못하니.”
“죄송합니다, 어르신.”
“죄송할 거 없어. 오늘이 이자 마지막 날이지?”
“…네.”
“오늘 이자 못 갚으면, 그걸 빌미로 바로 팔아.”
팔봉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르신!”
“그 돈 내 돈이야. 네가 말을 안 들으면 내가 움직여야지.”
노인은 그 말을 하고 더는 말 하지 않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였다.
– 끼익.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강민이었다.
강민은 팔봉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노인을 바라봤다.
“처음 보는 젊은이 같은데… 나를 아나?”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알게 되겠죠.”
강민은 그 말을 하며 등에 멘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 현금이 가득했다.
강민은 팔봉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밀린 이자 가지고 왔습니다, 사장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