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55)
55화 LA에 가다 (2)
“미국이요?”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미국이야 원래 가려고 했긴 했지만, 지금 한 교수님 말은 자기랑 같이 가자는 거 같은데?’
강민은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했다.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왜 그러시죠? 거기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른다는 말씀이 무슨 말이에요?”
“자네, 미국에서 사업하려고 하지?”
이미 그에 대해서는 한만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네.”
“쉽지 않을걸세. 회사 만드는 거야 법인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미국은 만만치 않은 나라야. 특히 자국의 이익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나라가 미국이네. 자국민도 아닌 외국인이 전 세계 패권을 가질지 모르는 기술을 갖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거네.”
팔봉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한국에서는 구룡 그룹 때문에 더 힘들 수 있습니다.”
한만호가 컴퓨터 키보드를 치더니 메일 한 통을 열었다.
“이걸 보게.”
모니터를 내용을 보자 미국 칼텍에서 온 초대장이었다.
“신에너지 포럼?”
“맞네. 계속 참석해 달라고 요청이 왔었는데 귀찮아 거절했었지.”
강민은 곰곰이 생각했다. 괜히 한만호가 이걸 보여 줄 리가 없어서였다.
“설마? 교수님 여기 참석하시려고요?”
“맞네. 포럼에 가서 이 기술이 우리 거라는 것을 전 세계 석학들이 있는 곳에서 밝히는 거네. 그럼 미국 정부도 최소한 이게 우리가 주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되네.”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강민이 생각하기에도 괜찮은 생각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교수님, 그럼 저번에 포럼에 가자고 하셔도 됐는데 왜 지금에 말씀하신 거예요?”
강민의 말에 한만호가 갑자기 ‘큼큼’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게… 이번 포럼에 그놈이 오거든.”
“그놈이라니요?”
“야구치 타케루. 15년 전 나를 속여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를 뻔하게 만든 놈. 그놈이 10년 만에 오거든.”
* * *
한국 대학교에서 나온 강민은 바로 ‘행복 대출’로 갔다. 팔봉이 오라고 연락을 해서였다.
팔봉은 오랜만에 빈손으로 온 강민을 보며 묘하게 바라봤다.
“오늘은 빈손이냐?”
“헤헤, 어떻게 매주 귀금속을 가져올 수 있겠어요?”
귀금속은 없었지만, 아공간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았다.
팔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서류 가방 하나를 테이블에 올렸다.
“제가 가방을 안 가져오니 삼촌이 가방을 가져오셨네요.”
“열어 봐라.”
강민은 소파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 오만 원권 현금이 가득했다.
“이… 이게 뭐예요?”
“네가 저번에 준 귀금속을 판 대금이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5억은 넘어 보였다.
“경찰 추적 피한다고 좀 늦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하지만 금을 원하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야.”
팔봉의 말이 끝나자 사장실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바로 예전에 만난 적 있던 러시아 트로이카 무역 회사 부사장 미하일이었다.
“미하일!”
강민이 일어서서 러시아어로 말하자 미하일도 한껏 웃으며 강민에게 다가왔다.
둘은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미하일, 요즘 삼촌하고 거래가 잘된다고 들었어요.”
“모두 강민 덕분이죠. 덕분에 회사에서 입지도 올라갔습니다.”
미하일은 강민을 만난 게 반가운지 한껏 웃었다.
“다행이네요. 서로 도움이 되면 좋죠.”
둘이 서서 인사를 하자 팔봉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강민아, 네 귀금속 러시아에 팔고 있다.”
“네?”
강민은 그제야 팔봉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귀금속을 처리했는지 알 거 같았다.
“대단해요, 삼촌.”
“대단하긴, 좋은 물건이 있으니 어떻게든 파는 게 우리 일이지.”
그 뒤 팔봉은 귀금속 판매와 관련된 중요한 얘기를 말해 줬다.
사업 얘기를 어느 정도 끝낸 팔봉이 강민에게 물었다.
“참, 너 미국 간다고? 정구한테 부탁했다고 들었다.”
사실 한만호 요청이 있기 전에 이번에 미국에 가려고 배 변호사에게 관련 절차를 부탁했었다.
“네, 삼촌.”
“알겠지만, 미국은 내가 널 도울 수 없다. 하지만 미하엘은 다르지. 트로이카 무역 회사, 꽤 큰 회사더구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게 더 큰 회사야.”
팔봉은 그 말을 하고 미하엘을 바라봤다. 미하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에게 말했다.
“강민, 박 사장에게 강민이 특별한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강민은 팔봉을 힐끗 보다 미하엘을 향해 대답했다.
“뭐,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닌데…….”
그때 미하엘이 명함 하나를 꺼내 강민에게 줬다.
“미국에도 우리 지사가 있습니다. 만일 도움이 필요하면 저희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돈만 준다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미하엘의 말에 강민이 눈을 빛냈다.
“뭐든지요?”
미하엘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뭐든지!”
* * *
토요일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자 강민은 ‘인천 공항’에 왔다.
‘다행이야. 여권 미리 만들어 놔서.’
군대 전역하면 아르바이트해서 해외 여행을 가려고 만들어 놨는데 전역하니 여행은커녕, 돈을 버는 즉시 빚을 갚아야 했다.
하지만 모두 옛날 일이 되었다. 빚은 다 갚았고 현금은 넘쳤다.
‘미국 가는 것도 배 변호사님이 다 해결해 주고 말이야. 확실히 돈이 좋아.’
확실히 돈이 최고였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었다.
공항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과 게이트가 보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와 보는 공항이어서 모든 게 떨리고 서툴렀다. 하지만 다행히 옆에 한만호가 있어 문제는 없었다.
“참, 자네 영어는 할 줄 알지?”
“헤헤, 그럼요.”
안 그래도 주위에서 영어가 들리고 있었다.
강민이 그 말에 집중하자 메시지가 떴다.
[‘언어’ 스킬이 ‘영어’ 언어를 감지하였습니다.> [영어를 습득하시겠습니까? YES, NO.>YES 버튼을 누르자 바로 ‘영어’가 한국말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다들 멋지게 입었네, 이게 공항 패션인가?’
물론 강민도 해외에 나간다고 한껏 꾸몄다. 덕분에 강민이 지나갈 때마다 공항에 있던 여자들이 힐끗 강민을 쳐다봤다.
“흠흠. 최 대표, 방금 여자들 봤지? 나를 보는 거. 자네도 좀 패션 좀 바꿔 봐. 너무 무난해. 나처럼 특이해야 여자들이 보는 거라고.”
강민은 정말 그런가 싶어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이제 강민도 확실히 알았다.
‘나를 보는 거잖아. 어휴, 한 교수님, 정말 이 정도면 병이다, 병이야.’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한만호를 쫓아갔다.
시간이 되자 강민은 한 교수와 함께 비행기에 탔다. 좌석은 비즈니스석. 모든 비용은 강민이 처리했다.
강민은 처음 타보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옆자리에 앉은 한만호에게 물었다.
“교수님, 야구치 교수는 어떻게 만난 거예요?”
“뭐, 특별한 건 아니었어. 난 교수님과 함께 MIT에서 열린 포럼이 참석했지. 그곳에서 그놈을 만났어, 야구치 타케루.”
한만호는 그날을 떠올리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교수님끼리 안면이 있어서 우리도 서로 인사를 했어. 처음에는 괜찮았어. 그와 나는 한국인, 일본인이었지만 거리를 두지 않고 서로 학문에 대해 열띤 논의를 했어. 그때는 순수했지.”
한만호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게 바뀐 건 그가 기업 후원을 장학금을 받고 난 후부터였어.”
“장학금이요?”
“그래, 그때부터 조금씩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지. 그러다 어느 날 이상하게 나에게 장학금을 권유했어.”
강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장학금을 권유했다면 좋은 거 아니에요?”
“일반적이면 그렇지. 문제는 그게 일본 전범 기업이었다는 거야. 그것도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뉴스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나서였다.
미국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그들이 나중에 일본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을 쓴다고 했다.
“나는 처음에 그런 것도 모르고 좋아하며 장학금을 받았어. 하지만 큰 실수를 할 뻔하고 장학금의 정체를 알아 버렸지. 나는 바로 후원을 끊어 버렸어. 그랬더니 그가 그러더군. 너는 다른 줄 알았는데 역시 조센진이라고. 아직도 치졸한 생각에 갇혀 있다고.”
한만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이후 우리는 멀어졌어. 그는 나 대신 다른 사람들을 포섭하더군. 그리고 포럼에서 만났을 때 그러더군. 장학금을 받고도 일본의 은혜를 모르는 놈이라고.”
“완전 나쁜 새끼 아니에요?”
“글쎄, 사람이 나쁜지, 아니면 그를 나쁘게 만든 시스템이 나쁜지 모르겠네. 하지만 나도 그때는 젊고 혈기 넘쳤었지. 돈을 벌어 장학금을 반환하고 열심히 공부해 그다음 포럼에서 야구치 그놈을 눌러 버렸지. 어느새 나는 칼텍의 대표가 되어 있었네.”
만호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야구치를 대표로 MIT도 노력했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칼텍이 계속 눌러 버렸어. 한번은 포럼에서 야구치를 개처럼 박살 낸 적도 있었지. 그게 아마 10년 전이었지? 그 이후로 그놈 못 봤어.”
“그럼 10년 만에 야구치 박사가 포럼에 참석하는 거네요. 그럼 혹시?”
“맞아, 복수야.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칼텍에 이기지 못한 복수를 10년 만에 하려는 거지. 그만큼 단단히 준비하고 온 거야.”
그 말을 하면서 만호가 강민을 바라봤다.
“하지만 말이야, 우리가 준비한 걸 발표하면, 그놈은 이번에도 울면서 집에 갈 거네. 확실히.”
* * *
12시간의 비행 끝에 강민은 LA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헤이! 만호! 만호!”
출구를 나서자마자 만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강민이 그곳을 바라보자 그곳에 거대한 덩치의 흑인이 한 명 있었다.
그는 팻말에 서툰 한글로 ‘한만호! 뻐킹!’ 이라 쓰려진 팻말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맙소사.’
강민은 입을 쫙 벌렸다. 공항에 스티브 교수가 마중 나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흑인인지도, 또 저렇게 덩치가 큰지도 몰랐다.
‘그리고 보라색 머리인지도 말이야.’
흑인 특유의 곱슬곱슬한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스티브에게 한만호가 달려갔다.
“뭐? 뻐킹? 이 미친놈!”
만호는 한바탕할 기세로 서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티브의 덩치는 컸다.
만호의 주먹 정도는 애교라 생각하는지 손을 양쪽으로 쫙 펴더니 만호를 꽉 껴안았다.
“이게 얼마 만이야!”
“이 새끼야! 놔! 놔! 그리고 넌 머리 빨간색으로 하랬지! 왜 아직도 보라색이야! 이건 내 아이덴티티야!”
강민은 고개를 흔들며 만호에게 다가갔다.
‘왜 둘이 친구인지 알 거 같아. 이거 완전히 한만호가 두 명이잖아?’
한 명은 소리치며 덤벼들고 한 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크게 웃기만 했다.
분명 스타일은 달랐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둘 다 완전 마이 페이스네, 마이 페이스야.’
공항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두 명을 바라봤지만, 그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았다.
“하아.”
강민이 만호 뒤에서 한숨 쉬고 있는데 문득 스티브 뒤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인이었다.
별로 꾸미지 않은 모습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었지만, 그 미모는 공항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뭔가 답답한지 강민과 똑같이 한숨 짓고 있었다.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강민을 보며 손가락으로 만호를 가리켰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스티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을 가리켰다.
‘아! 스티브 교수 일행이구나.’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만호와 스티브는 여전히 옥신각신 중이었다.
참지 못한 강민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 한 교수님!”
“이 MIT 똥물에 튀겨 버릴 새끼… 응?”
한참 스티브와 애교 넘치는 대화를 하던 만호는 강민이 두 사람이 끼어들자 눈만 깜박이다 눈을 크게 떴다.
“아! 최 대표, 미안. 내가 오랜만에 이놈 만나서 정신이 없었네. 다 이게 스티브 이 개잡놈… 아냐, 아냐. 정신 차리자!”
그 뒤 한만호는 강민에게 스티브를 소개해 줬다. 그러자 스티브도 자신 뒤에 있는 여자를 앞으로 나오게 한 뒤 소개했다.
“만호, 자네도 알지? 그녀가 바로 ‘사라 하틀리‘네.”
스티브의 말에 만호의 눈이 커졌다.
“맙소사, 자네 사라를 데리고 나온 거야?”
“자네가 온다는데 특별히 신경 썼지. 어때? 이제 내 뜨거운 마음을 알겠지?”
스티브의 말에 한만호는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다 강민의 어깨를 ‘탁’ 쳤다.
“최 대표, 잠깐 나 좀 보세.”
* * *
LA 국제 공항에 도착한 곽재겸은 공항을 떠나지 않고 일본에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공항에 울리는 큰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을 보니 웬 동양인이 흑인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에잇, 눈 버렸네.’
사실은 티격태격하는 거였지만 조금 떨어져 있던 곽재겸은 그것까지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남자끼리… 더럽게 말이야.”
고개를 돌려 버린 곽재겸은 ‘야구치’ 박사를 기다리면서 핸드폰으로 그의 프로필을 살폈다.
‘결혼은 했고 아들 한 명을 두고 있어. 취미는 낚시와 야구 경기 시청. 특히 메이저 리그를 좋아한다.’
재겸은 핸드폰을 스크롤 하며 문서를 넘겼다.
‘응? 그런데 한만호 박사와 경쟁 관계라고? 대학 때부터?’
문서에는 두 사람에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이 나와 있었다.
‘이런 사이면 한 사람을 데려오면 한 사람은 포기해야겠군. 게다가 이번 포럼 참석 이유가 일종의 복수전이라는 거지?’
재겸은 이번 포럼에서 발표하는 야구치 박사의 발표 자료를 살짝 봤다.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은 몰랐지만, 관련자에게 물어보니 대단한 기술이라고 칭찬했다.
‘지금 기술이 한만호보다 한 단계 위라고 판단했지.’
재겸은 마음을 정했다.
‘한만호는 포기한다. 반드시 야구치 박사를 데려와야 해.’
심 부장이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덕분에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
‘이건 기회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 그래서 반드시 위로 올라가고 만다!’
얼마 지나자 일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했다.
출입구 문이 열리고 ‘야구치 타케루’가 나타났다. 그는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야구치 박사님!”
“누구신지?”
말은 정중했지만 야구치는 사람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전화로 연락드렸던 구룡 그룹에서 나온 곽재겸 부장입니다.”
재겸이 자기소개하자 야구치가 입꼬리를 올렸다.
“아이고, 이렇게 젊은 분일 줄 생각지 못했네요. 호텔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공항까지 오실 줄이야.”
아니었다. 곽재겸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이미 연락을 다 해 놨었다. 야구치는 다 알면서 이러는 거였다.
“박사님을 잘 모시라는 회장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 자, 가시죠. 모든 걸 준비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공항을 나섰다. 공항 앞에는 화려한 리무진이 서 있었다.
리무진에 탄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 갔다.
그렇게 30분쯤 지나 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참, 박사님. 오늘 혹시 계획이 있으십니까?”
“아뇨, 따로 계획은 없습니다. 원래는 비행 때문에 쉬려고 했는데, 구룡 그룹에서 퍼스트 클래스를 타게 해 주어서 하나도 피곤하지 않네요.”
야구치의 말에 재겸이 섬뜩했다. 퍼스트 클래스를 안 해 줬다면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았을 거란 얘기였다.
“그럼 박사님, 오늘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경기가 있는데 어떠신지요? 콜로라도에서 일본 국보급 투수 다케다 유스케가 선발로 나온다는군요.”
순간 야구치의 눈에서 빛이 나왔다.
“하하, 이거 정말로 기대되는데요. 이 정도면 구룡 그룹에서의 생활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 * *
강민이 한만호를 따라가니 그는 10m 떨어진 곳에 가더니 멈춰서 힐끗 사라를 바라봤다.
“한 교수님,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강민의 말에 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가 왔어. 이건 기회야. 최 대표는 사라가 누군지 모르지?”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알 턱이 없었다.
“발표 준비는 내가 다 할 테니까. 최 대표는 사라하고 좀 친해져 보게. LA 구경 좀 하고.”
“네?”
강민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한 교수님!”
“쉿! 목소리 낮추게. 자네 이곳에서 사업하고 싶은 거 아니야? 에너지 쪽으로.”
당연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것도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해 온 거였다.
“그거하고 사라 씨하고 LA 구경하는 거하고 뭔 상관인데요?”
“상관? 크크크.”
한만호가 고개를 숙이며 키득거렸다.
“아주 많지. 아주 말이야. 최 대표, 사라는 천재야. 20년 전 칼텍의 천재가 나와 스티브였다면 지금 칼텍의 천재는 바로 사라야.”
사라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이곳에 오면서 본 스티브 논문에는 꼭 ‘사라 하틀리’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저번에 말했던 거 기억하나? 나 말고도 이 프로젝트 진행할 만한 사람이 세 사람이 있다고.”
“설마?”
한만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눈치챘나 보군. 저기 있는 스티브, 그리고 재수 없지만, 실력은 좋은 야구치 그놈. 그리고 한 명이 사라야. 신분이야 대학원생이지만 웬만한 교수 뺨치는 실력을 갖추고 있지.”
그제야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꼭 알아 두어야 할 사람이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연구하면서 천천히 알아 가면 되지 않을까요?”
강민의 말에 한만호가 답답한 듯 물었다.
“자네,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니잖아? 그리고 자네가 칼텍 연구원이 아니어서 그러나 본데. 한번 연구 들어가면 자네, 사라 얼굴도 못 볼 거네. 여기 칼텍이 그래. 그리고 말이야, 사라랑 친해지면 최 대표 사업이 아주 쉽게 풀릴지 몰라.”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한만호가 강민의 귓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