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56)
56화 LA에 가다 (3)
“사라 아버지가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거든. 게다가 소문날 정도로 딸 바보야.”
강민과 얘기를 끝낸 만호는 스티브에게 와서 무언가를 말했다.
그러자 스티브가 환한 표정이 되더니 바로 사라에게 와서 말했다.
“사라, 부탁 좀 하지. 이분에게 LA 좀 구경시켜 드릴 수 있나? 이분 미국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첫인상이 좋아야 하지 않겠나?”
“네? 교수님. 하지만 전, 지금 하던 연구가…….”
“흠흠, 그건 걱정 말게, 시간을 더 줄 테니. 그나저나 만호 이 친구가 바로 연구실로 가자고 하네? 자네는 구경 끝내고 내일 오게. 오늘 하루 휴가야.”
스티브는 그 말을 하고 만호를 끌고 공항을 나갔다.
“하아…….”
사라는 인상을 찌푸리고 발로 바닥을 쳤다.
‘이번이 한 교수와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사라는 한만호 교수를 꼭 만나고 싶었다. 사실 그동안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다 짧은 만남이었다.
그와 학문에 대해 깊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한국에 있는 한만호와 만날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오늘 그 기회가 온 거였다. 사라는 들뜬 마음으로 공항에 왔다. 그런데 한만호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미치겠네, 왜 일이 이렇게 됐지?’
사라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한만호와 스티브가 나간 곳을 바라봤다.
‘재학 시절 스티브 교수님과 함께 칼텍의 망령이라 불리던 분.’
칼텍의 망령은 MIT에서 두 사람에게 지어 준 별명이었다. 둘이 MIT에 한 짓이 역사에 남을 정도여서 그랬다.
특히나 MIT 글씨가 쓰인 머그잔을 MIT 신입생들에게 판 일화는 유명했다. 이 머그잔은 일반 머그잔이 아니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CALTECH’라는 글씨가 나타나는 머그잔이었다.
이 사건은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사건이었다. 사라는 이 컵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하아…….”
강민은 계속 한숨을 내쉬는 사라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자신도 답답했다.
‘이러니 한 교수님이 모쏠이지.’
사람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갑자기 두 사람만 남겨 놓고 떠난다고 친해질 수 있을 리 없었다.
“죄송해요. 바쁘신 거 같은데 저 때문에…….”
사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두 분 교수님이 만난 건데 이 정도는 예측해야 했어요. 예상 못 한 제 잘못이죠.”
“저도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혼자 계실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강민의 말에 사라가 피식 웃었다.
“워낙 두 분 유명하세요. 학교에 전설을 남기셨거든요.”
“전설이요?”
사라는 강민이 잡고 있는 캐리어 가방을 보며 말했다.
“네, 전설이요. 하지만 전설은 천천히 말씀드리죠. 우선 호텔에 가는 게 먼저일 거 같네요. 그다음에 LA 구경 시켜 드릴게요.”
“아…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사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교수님 부탁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저도 하루 정도는 쉬고 싶었어요. 잘됐네요. 오늘 계획 없죠?”
“…네.”
“가요. LA에 대해 끝내주는 추억을 만들어 드리죠.”
공항을 나서니 파란색 포드 SUV가 있었다.
사라가 차문을 열고 말했다.
“타요.”
* * *
제일 먼저 간 곳은 ‘할리우드 사인’이 보이는 ‘레이크 할리우드 공원’이었다.
“저야 별 감흥 없는데, 사람들이 오면 제일 먼저 오고 싶어 하는 곳이거든요. 마음에 드세요?”
“네! 들다마다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민은 ‘괴물 식물 몬테라’와 생사를 건 싸움을 했다.
그런데 지금 LA에서 할리우드를 보니 마음이 치유되는 거 같았다.
‘자주 여행을 와야겠어. 이런 세상이 있는데 모르고 살았다니.’
다시 둘은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LA 여러 곳을 구경한 뒤 사라는 시내로 들어왔다.
시내에 들어와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강민은 문득 창밖에 보이는 건물을 보며 손짓했다.
“저거 다저스 스타디움 아니에요?”
“맞아요. 혹시 야구 좋아해요?”
물어보는 사라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예전 박찬호 선수 경기와 류현진 선수가 이곳 선수였을 때 경기를 챙겨 봤었거든요!”
“박찬호 선수와 류현진 선수는 저도 알고 있어요.”
“네? 어떻게요?”
“크크, 저… LA 다저스 팬이에요. 사실은 아버지가 팬이었는데, 어느새 저도 팬이 돼 버렸죠. 요즘은 바빠서 못 가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어떻게든 가 보려 해요. 음… 그럼, 강민. 경기 한번 볼래요?”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네? 볼 수 있어요?”
“하하, 그럼요. 좋은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상관없어요!”
사라는 다저스 구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마침 ‘LA 다저스’와 ‘콜로라도’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행히 자리는 아직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센터 왼쪽 구석에 앉았다.
얼마 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리는 2/3 정도 찼는데, 다행히 두 사람 주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4좌석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동양인 남자 둘이었다.
강민과 사라가 앉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LA 다저스 스타디움입니다.
* * *
곽재겸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남녀 커플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남자를 어디서 본 거 같았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잘못 본 건가? 하긴 미국에서 내가 아는 동양인이 없으니 신경 안 써도 되겠지.’
재겸은 옆에 앉은 야구치를 바라봤다. 야구치는 옆에 앉은 서양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대단한 미인이긴 하네.’
별로 꾸미지 않았는데도 눈에 확 들어왔다.
그건 방송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관중들을 보여 주는 카메라가 한번 ‘여자’ 앞에 멈춰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야구치 박사님, 그거 아세요? 여기가 홈런 명당이라고 합니다.”
여자를 힐끗 보던 야구치가 아무 짓도 않은 듯 대답했다.
“홈런 명당이요?”
“네, LA 구장에서 홈런이 나오면 1/3은 이 근처로 공이 온다고 하네요.”
그 말에 야구치가 손사래를 쳤다.
“설마, 오늘 홈런이 나오겠습니까?”
“모르죠. 다케다 선수가 선발로 나왔으니 다저스야 홈런을 못 치겠지만, 콜로라도는 홈런 칠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러면 좋겠지만, 야구란 게 사람 마음대로 되나요?”
“일본의 국보 다케다 선수입니다. 오늘 완투승을 거둘지도 모르죠?”
“하하, 이렇게 곽 부장님이 이렇게 제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니 이거 큰일입니다.”
곽재겸이 눈을 빛냈다.
‘늙은 너구리.’
아까부터 계속 꼬시고 있지만, 야구치는 구룡 그룹에 온다고 하지 않았다.
계속 올 듯 말 듯 말만 했다. 지금도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큰일’이라며 웃기만 했다.
그때였다. 야구치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하하, 곽 부장님. 정말 여기서 홈런이 나오고 제가 홈런 볼을 얻게 되면 그때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재겸은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꾹 참았다.
‘뭐야? 홈런 볼을 얻게 되면 온다고?’
욕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멈췄다. 이건 오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홈런이 언제 터질 줄 알고! 잠깐,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지. 홈런 볼을 사면 되는 거 아냐?’
돈을 주면 대다수 사람은 팔 게 분명했다.
재겸도 속으로 웃었다.
‘야구치 박사, 당신은 반드시 나와 같이 가야 합니다. 나를 위해서요.’
두 사람은 웃으며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데 곽재겸의 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갔다.
9회가 되자 콜로라도가 3:2로 앞서가는 거였다. 게다가 다케다는 완투 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홈런은 없었다.
9회 초 LA다저스의 마지막 공격. 투아웃에 주자는 1루에 나가 있었다.
4번 타자 ‘맥스 먼시’가 나왔다.
– 아! 먼시, 파울입니다.
– 역시 다케다 유스케 선수 노련하네요.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 9회 LA 다저스의 마지막 공격인데요, 여기서 지면 끝입니다.
3 대 2로 LA 다저스가 지고 있는 상황. LA에 있는 모든 팬이 ‘먼시’를 외치고 있었다.
“먼시! 먼시!”
그 순간 다케다가 공을 던졌다. 모두 볼 카운트가 유리한 다케다가 볼 쪽으로 유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공은 엄청난 속도로 포수 정중앙을 향했다.
– 155km, 직구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터짐과 동시에 먼시의 방망이가 크게 휘둘러졌다.
– 탕!
공이 빠른 속도로 하늘을 뻗어 나갔다.
* * *
“세릴, 오늘 남은 일정은 뭐가 남았지?”
“장관님, 오늘 일정은 다 끝났습니다.”
비서 세릴의 대답에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하틀리가 양손을 들었다.
“만세! 세릴, 그럼 난 이제부터 경기 좀 보겠네. 중요한 게 아니면 2시간 이후로 미뤄.”
“훗. 알겠습니다, 장관님.”
크리스는 서둘러 장관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는 탭을 꺼내더니 바로 스포츠 채널에 연결했다.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여기는 LA 다저스 스타디움입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다행히 늦지 않았구나.”
경기가 시작되고 양 팀의 팽팽한 대결이 시작되었다.
양 팀 모두 투수가 강력해 초반에는 쉽게 점수가 나지 않았다.
“휴, 커쇼가 잘하긴 하는데, 오늘 영 불안하네. 다케다는 꽤 안정적이고 말이야.”
3회가 끝나고 광고가 끝났다. 카메라가 언제나처럼 관중석을 보여 주는데 순간 크리스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라?”
카메라는 몇 초 관중을 비추고 사라졌다.
하지만 크리스는 장담할 수 있었다. 방금 그건 자기 딸 ‘사라’였다.
사실, 사라가 LA 다저스 팬이기에 경기장에 간 것은 특별한 것도 없었다. 문제는 다른 거였다.
“웬! 놈팽이야!”
사라 옆에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동양인이!
자신이 인종 차별주의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딸의 남자를 용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크리스는 바로 사라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사라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기장이 시끄러워 받지 않는 거 같았다.
‘미치겠네!’
경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LA 다저스 구장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은 여기에서 몇천 킬로 떨어져 있었다.
크리스는 뚫어져라. 탭을 바라봤다.
연인으로 보이는 백인 남녀가 키스했다. 이 정도야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평소에 크리스도 그런가 하며 웃으며 넘어가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절대 용납 못 해!’
다른 사람은 다 돼도 사라는 그러면 안 됐다.
그러던 와중 스코어가 3:2가 되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 이때만큼은 크리스도 경기에 집중했다.
타석에는 4번 타자 먼시가 나왔다.
“먼시!”
크리스가 외쳤을 때 먼시가 대답하든 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
크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딸이 걱정되었지만, 이때만큼은 환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먼시가 질 것만 같은 경기를 역전시킨 거였다.
하지만 그 순간 크리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카메라가 홈런 볼을 쫓아갔는데, 그곳에 바로 ‘사라’가 앉아 있었다.
“오! 마이 갓! 사라!”
* * *
– 높습니다! 공이 높이 빨리 뜹니다!
– 쭉쭉! 뻗어나가요! 쭉쭉!
두 아나운서의 흥분한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졌다.
공은 빠르게 하늘을 치솟아 올라갔다.
– 홈런! 홈런입니다!
아나운서의 환호성과 함께 쭉 뻗던 공이 아래로 내려왔다. 바로 센터 오른쪽에 있는 관중석으로 떨어져 내렸다.
공을 잡으러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왔지만 공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공은 이미 관중석 앞에 도달했다.
이 장면을 티브이로 보고 있던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아나운서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이 너무 빨라! 사고가 날지도 몰라!’
남자라면 피하겠지만 그곳에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여자는 멍하니 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
사라는 눈을 부릅떴다. 공이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어서였다. 그것도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피해야 하는데?’
생각은 들었지만, 몸이 안 움직였다.
‘제발! 누가 누가 공을 잡아 줘!’
사라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 공을 보고 있던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라 옆에 있던 강민이었다.
‘위험해!’
이 정도 공을 손으로 잡는 건 미친 짓이었다. 손뼈가 작살날 게 분명했다.
‘어떡하지?’
고민은 잠시였다. 강민은 바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강민이 상태창을 열고 바로 스킬을 펼쳤다.
‘변환 갑옷!’
[어느 부위로 갑옷을 생성하시겠습니까?>‘오른팔!’
순간 강민의 오른팔에 은은한 빛이 나며 은색 막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색 막은 용의 비늘처럼 강민의 오른팔을 감쌌다.
하지만 이건 평행 세계의 힘. 강민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순식간에 끝났다. 강민이 공으로 팔을 뻗었다.
– 탁!
강민의 손에 공이 잡혔다. 공과 사라 얼굴 사이 거리는 10cm가 전부였다.
이 장면은 카메라에 비춰져 미국 그리고 전 세계에 송출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