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LA에 가다 (4)
“와!”
다저스 구장에 마련된 ABS 방송실에 안도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건 앵커 어거스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마이크에 크게 소리 질렀다.
“다행입니다. 숙녀분께 맞을 뻔한 공을 옆에 있던 멋진 청년이 잡았습니다!”
어거스트 옆에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앵커 애드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대단하네요. 저 공, 끝까지 힘이 살아 있던데, 손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는 계속 강민과 사라를 비췄다.
“옆에 있는 애인에게 미소 짓는 게 괜찮아 보이는데요? 손도 흔들어 보입니다.”
홈런마다 위력은 다르지만 보통 맨손으로 홈런 볼을 잡으면 손에 큰 충격이 갔다.
물론 미국에서 맨손으로 잡는 사람도 있었지만, 보통은 뼈에 금이 가거나 심하면 손 전체가 크게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 홈런 볼이 조금만 더 떴어도 구장 바깥으로 나갔을 만큼 힘이 있었거든요.”
“맞아요, 애드리안. 메이저 리그에서도 1년에 10번 보기 힘든 그런 홈런이었죠. 아마 먼시의 홈런 중 가장 강력한 홈런이 아닌가 합니다.”
잠시 관중석을 향했던 카메라는 다시 경기장을 비췄다.
먼시의 홈런으로 4:3으로 역전한 상황. 다저스의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올려보냈다.
그리고 켄리 잰슨은 실점 없이 세이브를 따냈다.
흥분한 어거스트가 팔을 하늘로 뻗으며 소리쳤다.
“시청자 여러분! 다저스가 9회에 역전승을 이뤄 냈습니다!”
스타디움에는 관중들의 환호성이 울리고 폭죽이 터졌다.
카메라는 환호하는 다저스 선수들과 관중석을 비췄다. 카메라는 그중에 역전 홈런 볼을 가진 강민과 사라를 보여 주었다.
카메라에는 강민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는 사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건 누가 보더라도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 * *
“하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크리스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역전 홈런은 정말 짜릿한 일이었다. 하지만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가고 경악한 사라의 얼굴이 보였을 때 크리스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크리스가 그때 한 건 단 하나. 신께 제발 딸을 구해 달라고 비는 거였다.
다행히도 신은 자신의 기도를 들어줬다.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옆에 있던 동양인 남자가 손을 뻗어 공을 잡았다.
딸이 깜짝 놀라며 옆에 남자의 손을 만지고 걱정하는 게 영상 속에 보였다.
사실 걱정은 크리스도 들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어쨌든 딸을 구해 준 남자였다.
그런 공을 잡고 손이 멀쩡할 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딸의 걱정하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끙.”
크리스는 정수기에서 냉수 한 컵을 마신 뒤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했다.
‘마음에 안 들어도 딸을 구해 줬는데 치료는 받아야지.’
신호음이 몇 번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이게 누굽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 장관님이 아니십니까?
핸드폰 스피커폰에서 놀리는 듯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바빠도 다저스 경기는 챙겨 본다네, 앤드류 단장.”
– 워워. 크리스, 알겠어요. 장관이라고 안 할게요. 제발 단장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크리스에게 그 소리 들으니 소름 돋네요.
두 사람은 나이 차이가 7살이나 났지만, 한동네에서 자라 형제처럼 지냈다.
“우선 승리 축하하네.”
– 하하, 내가 저번에 말했죠? 다시 우승할 거라고요. 2020년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 할 겁니다.
“나도 반드시 그러길 바라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극성팬들을 데리고 자네 집에 쳐들어갈 테니까!”
– 무서워서라도 꼭 그래야겠네요. 그런데 크리스, 승리 축하하러 전화한 거예요?
크리스는 아차 하며 본론을 꺼냈다.
“앤드류, 이번에 홈런 볼을 잡은 사람 기억하나?”
– 기억하고 말고요. 그 공 힘이 아직 있던 거 같았는데, 그런 볼을 손으로 잡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네가 봐도 그렇지? 그래서 부탁이 있네. 팀 닥터에게 그 사람을 좀 살펴봐 달라고 하게. 만일 상태가 안 좋으면 병원 안내까지 부탁하네. 비용은 모두 내가 내겠네.”
– 엉? 혹시 그 동양인 남자 아는 사람이에요?
크리스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앤드류, 너 사라 얼굴도 잊어 버린 거야?”
– 네? 사라라니? 헉!
스피커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 그… 맞을 뻔한 미녀가 사라… 맞네. 사라! 아니 내가 왜 그걸 몰랐지!
“사라를 몰라본 죄는 다음에 묻고, 이 정도면 이해됐지?”
– 그럼요! 걱정 마세요. 바로 팀 닥터를… 아니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사라가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죠.
크리스는 전화를 끊었다. 사라에게 다시 전화해 봤지만, 여전히 받지 않고 있었다.
‘안 되겠어. 사라를 보러 가야겠어.’
크리스는 사무실을 나섰다. 바깥에는 비서 ‘세실’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실, 부탁 하나만 하지.”
“네, 장관님. 말씀하십시오.”
“칼텍에서 열리는 신에너지 포럼에 참석 여부는 전달했나?”
“어제 불참한다고 전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크리스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혹시 내 일정을 바꿔서 칼텍 포럼에 갈 수 있겠나?”
“잠시만 확인해 보겠습니다.”
세실은 일정을 살펴보고 대답했다.
“연락해 봐야 하지만, 가능할 거 같습니다.”
크리스가 씩 웃었다.
“그럼 칼텍에 다시 통보해 주게. 내가 참석하겠다고.”
* * *
“강민, 거짓말 마. 이런 건 참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아니, 사라 괜찮다니까? 내 손 봐 봐.”
강민이 손을 내밀자 사라가 손을 만져 보며 이곳저곳을 살폈다.
정말로 다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남자 손이 자신 손보다 더 고왔다.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한 거지?’
사라는 강민의 얼굴을 바라봤다. 약간의 트러블조차 없는 깨끗한 피부의 얼굴이 있었다.
‘피부가 완전 아이 같아. 게다가… 이렇게 보니 좀 잘생긴 거 같기도 하고.’
문득 든 생각에 사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사라는 강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민, 당장 병원 가. 경기도 끝났잖아.”
“사라, 진짜야. 괜찮아.”
사실 강민은 지금 손보다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었다.
‘맙소사, 그냥 갑옷이 아닌 거야?’
강민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바라봤다.
[오른팔에 변환 갑옷이 착용되었습니다.> [오른팔의 방어력이 방패 방어력만큼 올라갑니다.> [오른팔의 힘이 2배로 올라갑니다.> [오른팔의 유연성이 2배로 올라갑니다.>강민의 눈 끝이 흔들렸다.
‘단순히 방어력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힘과 유연성이 2배로 늘어난다고?’
이미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체력을 가진 강민이었다. 그런데 힘과 유연성까지 2배로 늘어났다니 강민은 당장이라도 이걸 써 보고 싶었다.
‘2배라니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야?’
강민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빨리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테스트하고 싶었다.
‘게다가 현실 세계에서는 보이지도 않잖아? 혹시 전신을 다 갑옷으로 만들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만 되면 미국 만화 속 웬만한 영웅보다 자신이 더 강할 거 같았다.
“강민, 혹시 머리도 다친 거야? 왜 웃어? 안 되겠어. 고집부리지 말고 당장 병원에 가자.”
사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민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원은 필요 없어. 가는 척하다 중간에 헤어져야겠다.’
강민이 그런 마음을 먹고 있을 때였다.
강민과 사라가 앉은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두 남자가 강민에게 다가왔다.
그중 나이가 젊어 보이는 남자가 강민에게 말했다.
“저, 혹시… 그 공 파시지 않겠습니까?”
* * *
곽재겸은 동양인 남자가 손으로 공을 뻗는 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
그는 공이 튕겨 나갈 거라고 예상하고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홈런이라니! 정말 운이 따르는 건가?’
간혹 맨손으로 공을 잡는 사람이 나오는 미국이었지만 그건 평범한 공일 경우였다.
‘이 속도로 날아오는 공이면 절대 못 잡아!’
재겸은 남자의 손을 바라봤다.
‘어디로 튀냐!’
튀는 순간 몸을 날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공을 잡았어?’
남자의 손에 잡힌 공이 그 안에서 회전하다 멈췄다. 근처에 있던 재겸은 그걸 똑똑히 봤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저 정도면 피부가 벗겨지고 손의 뼈가 골절되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공을 맞을 뻔한 여자가 멍해 있다가 자신이 공에 맞은 듯 놀라 소리쳤다.
그 뒤 여자는 계속 병원에 가자고 하고 남자는 괜찮다 했다.
‘괜찮을 리 없을 텐데?’
재겸은 그게 허세로 보였다. 분명 옆에 있던 여자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미인이었다.
하지만 여자고 뭐고 자신이라면 당장 병원에 갈 거였다.
그때 옆에서 야구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쯧쯧. 아무리 봐도 골절인데 무리하는구먼.”
야구치도 똑같은 생각이었던 거 같았다.
“그나저나… 홈런 볼은 저 남자가 가지게 됐네.”
말에서 아쉬운 투가 역력했다.
재겸의 눈이 번뜩였다.
‘홈런 볼!’
무슨 수를 쓰든 저걸 얻어야 했다.
남자 쪽을 바라보니 여자가 남자 손을 잡고 이곳저곳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연신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럴 리 없는데 말이다.
‘잠깐 허세를 부릴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재겸은 이곳이 미국이란 걸 떠올렸다.
‘남자 발음이 미국 영어 발음이 아니야. 영국 정통 영어 발음에 가까워.’
만일 미국인이 아니고 이곳에 여행으로 왔다면 사정이 달라졌다.
‘병원에 갈 돈이 없는 거야. 여행자 보험도 안 든 거고.’
미국에서 보험 없이 골절로 병원에 가면 잘해 봐야 몇 백, 일반적으로는 1,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된다.
‘기회다.’
돈이 필요하면 돈을 주면 됐다. 안 그래도 어떻게 ‘공’을 가져올까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가 온 거였다.
재겸은 일어서서 강민에게 다가갔다.
“저, 혹시… 그 공 파시지 않겠습니까?”
“네?”
“저하고 같이 오신 분이 홈런 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신 게 처음이라 이 공을 가지고 싶어 하십니다. 가격은 잘해 드리겠습니다. 1만 달러 어떠신지요?”
1만 달러면 한화로 1,3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물론 20~30억이 넘는 가치를 가지는 홈런 볼도 있지만, 그건 특별한 의미가 있는 홈런 볼만 그랬다. 보통은 1만 달러도 매우 잘 쳐준 거였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뇨, 팔지 않겠습니다.”
“흠, 흠.”
재겸 대신 옆에 있던 야구치가 헛기침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었다.
‘이건… 반드시 얻어야 해!’
재겸은 눈살을 잠시 찌푸리다 다시 말했다.
“그럼 2만… 2만 달러면 어떠십니까?”
2만 달러라는 말에 옆에 있던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이 정도면 미국에서도 아주 큰 액수였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혀요. 2만 달러가 아니라, 20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전, 팔지 않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재겸도 야구치도 그리고 여자도 눈을 크게 떴다.
그때였다.
– 짝! 짝! 짝!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그곳을 보니 웬 백인 남성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브라보! 정말 멋지네요. 20만 달러를 줘도 홈런 볼을 안 판다니. 올해 들은 최고로 멋진 말이었습니다.”
그 남자를 보며 여자가 외쳤다.
“앤드류 아저씨!”
* * *
시작은 별거 없었다. 팀 닥터에게 검사를 받은 강민은 문제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제 사라와 호텔로 돌아가면 됐지만, 강민의 눈은 선수들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커쇼에 벨린저가 내 눈앞에 있어!’
그런 강민을 모습을 본 앤드류가 피식 웃으며 제안했다.
“공 한번 던져 보겠나?”
다저스 구장에 와서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 본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겠나?
“진짜요?”
“물론이네. 사라를 구해 줬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강민은 몸을 떨며 마운드에 올랐다.
옆에는 앤드류의 부탁을 받은 ‘커쇼’가 웃으며 시범을 보였다.
“할 수 있겠어? 그냥 던져도 돼”
커쇼의 말에 강민이 크게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서 해 보겠습니다.”
강민은 크게 대답했다.
이때만 해도 앤드류는 사라를 구해 준 강민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이런 서비스를 해 준 거였다.
하지만 그는 강민에게 스킬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제일 먼저 이해력이 발동되었다. 커쇼가 공을 던지는 모습이 머릿속에 박히고 분석되며 재해석되었다.
그리고 건강한 신체가 그걸 몸에 적용해 버렸다.
그다음은 변환 갑옷이었다.
– 오른팔의 힘이 2배로 올라갑니다.
– 오른팔의 유연성이 2배로 올라갑니다.
강민이 어설프게 커쇼의 동작을 따라 하며 공을 던졌다.
– 탕!
공은 포수에게 가지 않고 펜스에 맞고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사람이 강민을 바라봤다. 공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였다.
“맙소사, 속도가 몇이지?”
앤드류의 말에 코치가 대답했다.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앤드류가 굳은 표정으로 강민에게 소리쳤다.
“다시 한번 던질 수 있겠나?”
“물론이죠!”
강민은 다시 공을 던졌다. 어설프던 자세가 조금 안정적으로 변했다.
옆에서 그걸 보던 커쇼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펜스를 맞추던 공이 이번에는 포수 머리 위를 지나갔다.
“속도!”
“140km입니다.”
이때부터 선수들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 자세가 바뀌었잖아?
– 더 좋아졌어. 공도 더 빨라지고.
– 커쇼 특유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 하는데?
선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놈? 선수인가?’
앤드류가 고개를 갸웃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뭐 해 보면 알겠지.’
앤드류는 다시 던지라고 말했다.
– 팍!
이번에는 포수 왼쪽 위로 공이 날아왔다. 스트라이크 존은 아니었지만, 포수가 잡을 수 있는 위치였다.
앤드류의 목울대가 울렸다.
“속도!”
“150km입니다.”
시끄럽던 선수들이 숨을 죽였다. 여유 있던 앤드류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던질 때마다 자세가 좋아지고? 속도가 올라간다고? 말이 안 되잖아! 좋아 어디까지 가나 보자.’
앤드류는 강민에게 계속 던져 달라고 했다.
앤드류는 금방 한계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확도와 속도가 계속 올라갔다.
‘미친! 이건 말이 안 돼!’
그리고 강민이 20번 공을 던졌을 때 코치가 소리쳤다.
“160km입니다.”
* * *
강민과 사라는 도망치듯 다저스 구장을 나왔다.
“강민, 한국에서 야구선수였어?”
주차장으로 온 사라가 강민에게 물었다.
“아니, 솔직히 오늘 야구공 처음 던져 봤어. 물론 어렸을 때 장난으로 한두 번 던진 거 빼고 말이야.”
“맙소사, 그런데 그런 공을 던진다고?”
– 160km
강민이 마지막에 낸 속도였다.
다저스 선수들도 단장 앤드류도 강민도 깜짝 놀랐다.
모두가 강민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강민은 바쁜 일이 있다며 빠져나와 버렸다.
다저스 구장을 나온 강민은 온통 흥분한 표정이었다.
‘당장 테스트해 볼게 생겼어.’
지금까지 스킬을 따로따로 생각했는데, 오늘 야구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스킬들을 연환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
어쩌면 민주의 ‘검귀’ 스킬도 보고 배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언어 스킬의 ‘이해’와 건강한 신체의 ‘신체 활동 성장 속도‘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머리로 이해하고 바로 몸에 적용할 수 있다니!’
강민은 빨리 호텔로 돌아가 이 방법을 연구하고 싶었다.
강민은 사라를 따라 주차장에 주차된 파란색 SUV에 탔다.
“강민, 야구 선수 해 볼 생각은 없어? 아까 앤드류 아저씨가 말했잖아.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나도 아저씨 생각하고 똑같아. 어쩌면 강민은 세계적인 야구 선수가 될지도 몰라.”
사라의 말에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내가 할 일은 따로 있어.”
현실 세계에서는 구룡 그룹에 복수해야 했고 평행 세계에서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 일만 하기에도 벅찼다. 게다가 이제 자신의 스킬에 대해 더 연구해야 했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했다.
“휴, 아깝기는 하지만 선택은 스스로 하는 거니.”
사라는 굉장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강민은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무언가를 건넸다.
“참, 사라. 이거 선물이야.”
사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홈런 볼 아니야?”
다저스 구장을 떠날 때 앤드류가 아쉬워하며 먼시의 싸인 구를 준 거였다.
“응, 이제 나한테는 필요 없거든.”
“아니 왜?”
강민은 창밖을 바라봤다. 노을이 지고 밤이 내려오고 있었다.
밖에는 야자수가 보였고 한국과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 눈이 들어왔다.
그리고 다저스 구장이 보였다.
“내가 받은 보상은 오늘 경험만으로 충분해. 정말 멋진 날이었어. 이걸 만들어 준 사라 너에게 정말 감사해.”
강민의 말에 사라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강민이 진심임을 느껴서였다.
‘도대체 이 남자가 보는 것은 뭘까?’
뭔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사람 같았다. 돈에 별 관심 없어 보이고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길도 마다했다.
‘특이한 사람.’
사라는 공을 받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고마워. 평생 보물로 간직할게.”
“그래 주면 고맙고.”
사라는 차 시동을 켰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생각나 강민에게 말을 건넸다.
“참. 강민, 이번 포럼에 참석하러 왜 온 거야? 보아하니까 한 교수님의 조교도 아닌 거 같은데?”
강민은 씩 웃었다.
“그야 에너지 관련 발표를 하러 왔지.”
“발표? 설마 한 교수님 발표할 때 같이 하는 거야?”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발표하는 물건을 한 교수님하고 같이 개발했거든. 하지만 난 말만 잠깐 할 거야.”
막 차를 움직이려던 사라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뭐라고? 한 교수님하고 같이 개발했다고?”
믿을 수 없었다. 한 교수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면 절대 공동 개발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응, 아마 지금쯤이면 발표 자료를 다 만드셨을 거야.”
“대단해!”
사라는 강민을 새롭게 바라봤다. 강민이 한 교수와 공동 개발할 정도의 실력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었다.
‘도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160km 공을 던지지 않나, 한 교수와 공동 개발을 한다지 않나?’
아무리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혹시 말이야. 포럼 때 발표할 내용이 뭔지 잠깐 알려 줄 수 있어?”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면 알 내용이었다.
‘게다가 요 며칠 사이 성능을 더 개선했고 말이야.’
“그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