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신 에너지 포럼 (2)
한만호가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강민은 만호를 따라갔다가 단상 끝에 있는 보조석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한국 대학교에서 온 한만호입니다.”
모두가 만호를 바라봤다. 칼텍 재학 시절 만호가 워낙 유명해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는 만호를 아는 사람이 꽤 됐다.
“오늘 발표를 하기에 앞서 오늘은 한 명의 발표자가 더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만호는 그 말을 하며 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곳에 최강민이 서 있었다.
“오늘 제 발표는 간단합니다. 저는 이곳에 있는 ‘강민 에너지’ 최강민 대표와 함께 하나의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만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강민에게 향했다. 어려 보여서 조교인 줄 알았는데 한 회사의 대표라고 해서였다.
한만호는 호주머니에서 검은 돌 하나를 꺼내 모두에게 보여 줬다.
“우리는 이걸 마석(魔石), 매직 스톤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매직 스톤’이란 유치한 이름에 몇몇 청중이 피식 웃음지었다. 제일 앞에 있던 크리스도 웃었다.
“마법의 돌이라니 해리포터라도 나오는 건가?”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크게 웃은 건 야구치였다.
“아니… 매직 스톤이라고? 설마? 여기에서 마술 쇼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작은 목소리였지만 워낙 발표회장이 조용해 그 소리는 바로 모두에게 들렸다.
굉장히 무례한 말이었지만 만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넘겼다.
“마술이라, 어쩌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만호는 그 말을 하며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이 노트북을 만지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에 ‘500%’란 숫자가 나타났다.
만호는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마석으로 태양광 효율을 기존 대비 500% 끌어 올렸습니다.”
순간 청중들이 눈만 껌뻑였다. 잘못 들었나 의심해서였다.
“500%요?”
“말도 안 돼. 50%나 100%면 모를까 500%라니!”
이곳저곳에서 청중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이 반응이 당연했다. 이건 이제 막 자동차를 발명했는데 옆에서 스포츠카를 발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았다.
청중들의 반응을 본 야구치는 주먹을 쥐었다.
‘바보 같은 놈. 나를 이기기 위해서 참석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무리수를 두었구나. 하하, 500%라니. 내가 개망신을 주마. 네가 그때 했던 것처럼!’
야구치는 손을 들고 말했다.
“거짓말 아닙니까? 신성한 포럼에서 거짓말은 큰 죄입니다.”
아직 질문 시간도 아닌데 야구치는 큰 소리로 물었다.
사실 이건 큰 실례였다. 하지만 워낙 믿지 못할 말이라 뭐라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한만호가 옆에 있던 최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북을 만지자 영상이 하나 나타났다. 영상 속에는 세미나실이 위치한 건물 바깥 운동장이 나오고 있었다.
운동장 구석에는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영상은 점점 클로즈업되며 패널에 고정됐다.
만호는 디스플레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믿지 못하면 직접 보여 드려야죠.”
영상 오른쪽에는 태양광을 나타내는 각종 수치가 나타나고 있었고 제일 아래 ‘광전 변환율’이 나타났다.
그걸 본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이건 말도 안 돼! 광전 변환율이 200%라니! 이게 말이 돼?”
광전 변환율은 빛을 전기로 변화시키는 효율이었다. 이론상 100%가 최고였는데, 사실 이건 불가능한 수치였다.
그런데 지금 그 수치가 100%도 아니고 200%를 나타내고 있었다.
“옆에 생산 전기량이 나타나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건물 바깥으로 나가 보십시오. 거기 쓰이는 제품 대다수가 여러분들이 실험실에서 쓰는 거라 진위는 금방 아실 겁니다.”
만호의 말에 몇몇 청중이 일어서 세미나실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야구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10분 후 멍해진 표정으로 다시 들어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야구치의 말에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이게 진짜라는 거였다.
게다가 나갔던 사람들이 속속들이 들어와 이 지표가 진짜라고 말해 주었다.
“광전 변환율 200%에 기계들의 효율을 이전보다 더 개선했습니다. 그래서 ‘이전 태양광 패널’ 대비 500% 효율을 만들어 냈죠.”
그제야 사람들이 이게 현실임을 깨달았다.
“정말… 500%?”
“맙소사 이게 진짜면, 엄청난 거라고.”
모두가 놀라며 한만호를 바라봤다. 만호는 그 원리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학자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야구치는 이를 악물었다.
‘인정 못 해!’
오늘이 오기를 수년 동안 기다렸다. 오늘 발표로 한만호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돌멩이 때문에 모든 게 좌절되었다.
야구치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거짓말, 그까짓 돌멩이 하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웃기지 마! 말이 안 돼!”
야구치의 말에 몇몇 사람들이 동조했다. 그들 역시 이해가 안 되어서였다.
그중 한 명인 영국에서 온 쉐릴 교수가 물었다.
“한만호 교수님, 교수님은 중요한 걸 아직 말씀 안 하셨습니다. 그 마석의 구조 말입니다. 어떻게 마석이 이런 효과를 내는 거지요?”
야구치의 말에 만호가 강민을 바라봤다.
“그건 저와 같이 이걸 만든 최강민 대표가 설명해 줄 겁니다.”
만호의 말에 구석에 있던 강민이 단상 가운데로 왔다. 강민은 모든 청중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강민입니다.”
강민은 먼저 인사를 하며 모두에게 말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듣겠습니다. 방금 여쭤보신 건 기업 비밀입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마석은 거짓이 아니라는 걸 장담할 수 있습니다.”
강민의 말에 야구치가 비웃었다.
“포럼에서 말 못 한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가짜니까 말 못 하는 거지!”
야구치의 말에 강민이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말 못 하는 건 이 마석의 효능이 그만큼 엄청나서입니다. 하지만 말로만 해서는 믿기 힘드시겠지요.”
강민은 노트북을 조작해 영상을 하나 틀었다.
“이걸 보시면 여러분도 이해하실 겁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요.”
* * *
청중석 제일 앞에 앉아 있던 크리스는 발표가 시작됐지만, 크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런 크리스가 관심을 가진 건 야구치의 발표 때부터였다. 발표는 순식간에 끝났다.
‘야구치, 이 사람. 끝나고 만나 봐야겠군.’
크리스는 미국 에너지를 총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야구치가 발표한 내용은 앞으로 수소 에너지 발전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대단한 거였다.
‘MIT 출신이라고? 어떻게든 미국으로 데려와야겠어.’
기술을 알아보는 안목과 인재에 대한 욕심. 이게 크리스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크리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야구치 박사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온 보람이 있군. 이게 모두 사라 덕분이야.’
크리스의 모든 귀결은 결국 ‘사라’로 끝났다.
그리고 다음 발표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온 한만호 박사와 최강민이 단상에 올랐다.
‘저놈은 왜 올라온 거야?’
사라가 강민을 보며 방긋 웃는 게 보였다. 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나한테도 보여 주지 않던 웃음을 저놈한테 해?’
크리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발표가 끝나면 난해한 질문을 해 강민을 바보처럼 보이게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크리스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500%?’
크리스의 눈이 커졌다. 이게 진짜면 에너지계통의 혁명이었다.
‘이거 거짓말 아니야?’
마침 바깥에 실물이 있다고 하자 크리스는 바로 바깥에 나갔다가 왔다.
‘이게 진짜라니!’
크리스는 오늘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들었다.
‘저 사람은 칼텍 출신이라고?’
크리스 마음속에 인재 욕심이 무럭무럭 자랐다.
‘반드시 두 사람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해!’
야구치에 한만호까지 크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질 않았다.
그러다 한순간에 크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저놈이 왜 나와?’
강민아 단상 앞으로 나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 기업 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핑계도 좋다. 정말 야구치 박사 말처럼 가짜 아니야?’
크리스마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말 못 하는 건 이 마석의 효능이 그만큼 엄청나서입니다. 하지만 말로만 해서는 믿기 힘드시겠지요.”
디스플레이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걸 보시면 여러분도 이해하실 겁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요.”
* * *
강민은 청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사선의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특히 일본에서 오신 야구치 박사님은 현실의 문제니 잘 아시겠죠. 일본 옆에 있는 한국도 후쿠시마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강민의 말에 바로 야구치가 반박했다.
“일본은 방사능을 조율하고 있어! 괜히 괴담으로 일본을 모욕하지 마라!”
야구치의 말에 강민이 피식 웃었다.
“그래요? 괴담이라고요? 그럼 이건 일본에는 필요 없겠네요. 앞으로 일본에는 마석을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강민은 바로 영상을 틀었다. 영상은 방사선실이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 마석을 각종 실험 장비에 연결해 무언가를 측정하는 영상이었다.
강민은 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 보여 드릴 것은 바로 방사능을 흡수해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술에 대한 것입니다.”
순간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찢어질 듯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크게 눈을 뜬 사람은 바로 크리스였다.
* * *
영상이 끝나고 강민은 청중들을 바라봤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숨조차 크게 쉬는 사람이 없었다.
‘뭐지? 설마 이것도 믿지 않는 건가?’
강민의 그런 생각은 틀렸다. 제일 앞에 있던 크리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미쳤군! 이건 혁명이야! 혁명!”
크리스는 있는 힘껏 박수를 쳤다. 그게 시작이었다. 곧 청중들이 일어나 너도나도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구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고 누구는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살래 저었다.
하지만 영상 속 지표가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
작은 마석 하나가 방사선을 흡수해 냉장고 하나를 간신히 가동할 만한 전력을 생산했다.
별거 아닌 거 같았지만 이건 엄청난 거였다.
화석 연료를 제외하고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바로 핵이었다.
하지만 발전을 끝내고 나오는 핵폐기물은 인류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였다.
핵연료가 붕괴를 거듭해 자연 상태의 우라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10만 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인류는 정말 무한히 쓸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한 것과 같았다.
어느새 세미나실은 거대한 함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그중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오직 두 사람이었다. 야구치와 곽재겸이었다.
“이건… 이건 꿈이야. 지독한 악몽이라고!”
야구치는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리고 곽재겸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어… 어떻게 하지?’
도저히 이건 자신이 감당할 규모가 아니었다.
강민이 단순히 미국에 여행 온 학생이라 생각하고 홈런 볼을 뺏을 생각이었는데 큰 오판이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제 본사로 보낸 메일이 생각났다.
‘맙소사.’
은행을 통해 강민의 회사를 압박하라고 썼었다.
‘안 돼!’
만일 지금 발표 내용이 한국에 퍼지고, 강민 회사를 구룡 그룹이 압박한 게 드러난다면 구룡 그룹이 난처해질 게 분명했다.
‘아… 안 돼! 막아야 해!’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는 그 작전이 실행되고 있었다.
* * *
한국 ‘우리 일보’에서 온 김한섭 기자는 박수를 쳤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차! 기사!’
김한섭은 재빨리 앉아 노트북으로 기사를 전송했다.
– 한국인 과학자 한만호 교수와 강민 에너지 최강민 대표, 인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다.
김한섭 기자는 ‘전송’ 버튼을 누르며 단상에 있는 두 한국인을 바라봤다.
‘올해 노벨상 결정됐네.’
그 정도로 이건 세기의 발견이었다.
‘태양광만으로도 믿기 힘들었는데 그건 페이크였어. 진짜는 따로 있었던 거야.’
비록 아직 초기 단계라 전력 생산량이 적었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되었다.
‘사실 전력 같은 건 1도 생산 못 해도 괜찮아.’
이 마법 같은 일의 핵심은 ‘방사선’ 흡수였다.
‘인류가 방사선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어쩌면 체르노빌, 후쿠시마 문제를 해결할지 몰라.’
순간 한섭은 씩 웃었다.
‘아, 후쿠시마는 아닌가?’
김한섭은 야구치 교수를 바라봤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일본에는 마석을 주지 않겠다고 했으니, 야구치 교수, 일본으로 가면 어쩌려나? 대역 죄인이 돼 있으려나? 일본 반응이 궁금하네.’
일본은 겉으로는 자존심이 강한 나라였다. 몰래 한국에게 도움을 청해도 겉으로는 절대 아닌 척했다.
김한섭 기자는 단상 위의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 에너지 대표라.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대단해, 사람을 아주 가지고 놀잖아? 앞으로 자주 봐야겠어.’
다시 자세한 기사를 쓴 김한섭은 본사로 다시 기사를 전송했다. 그 기사에는 망연자실한 야구치 교수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기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포럼인 만큼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자가 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본국으로 기사를 전송했다.
본지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에 ‘속보’로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강민은 아주 특별한 전화를 받게 되었다.
* * *
강민의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울렸다.
안 그래도 종일 시달려 피곤했지만, 혹시 중요한 전화일지 몰라 강민은 전화를 받았다.
“누구시죠?”
– 최강민 님 되십니까?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한국어가 어색했다.
“네, 제가 최강민인데요.”
– 여긴, 러시아 저부처국입니다.
“저부처국이요?”
뭔가 발음이 이상했다. 답답한 강민이 바로 러시아어로 물었다.
“어디시라고요?”
– 아, 러시아어를 하실 줄 아시는군요? 다행입니다.
상대는 반갑게 말하며 말을 이었다.
– 귀한 분이 통화를 하고 싶어 하십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러시아면 지난 무역 건도 있고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뭐… 잠깐이면 괜찮습니다.”
– 감사합니다.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전화 돌리는 신호음이 나며 굵은 남자 목소리가 났다.
– 미스터 최? 처음 뵙겠습니다. 전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