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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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달라진 위상 (1)
“네?”
자신을 푸틴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강민은 눈만 깜빡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한국 대통령은커녕 국회 의원조차 실제로 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유럽, 그것도 러시아의 대통령이 전화했다니 믿을 수 없는 거였다.
– 하하, 안 믿기나 보군요. 사실 제가 갑자기 전화하면 종종 이런 경험을 하곤 한답니다.
순간 강민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에 여유가 있네?’
강민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혹시 진짜 푸틴이라면?’
강민은 우선 푸틴이 가짜일 경우를 생각해 봤다. 그러다 단번에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왜?’
자신에게 가짜 푸틴이 전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내 번호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현실 세계에서 인간 관계가 굉장히 협소한 강민이었다. 등록된 연락처는 20개 정도가 전부였다.
‘설마? 진짜?’
강민은 결론을 내렸다.
‘진짜일 확률이 높아. 그런데 왜 전화를 한 거지?’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었다.
‘포럼 발표!’
이유를 알았다. 하지만 상대는 일국의 대통령이었다. 그것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강민은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통령님의 목소리와 분위기는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전화로나마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푸틴 대통령 각하.”
– 오? 바로 저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포럼이 끝난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연락할 정도로 행동력이 과감한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밖에 생각나지 않는군요.”
강민의 말에 푸틴의 목소리가 조금 상기 되었다.
– 놀랍습니다. 다들 처음엔 믿지 않고 정보 총국을 다시 걸쳐야 믿던데? 과연… 세상을 뒤엎을 개발을 한 만큼 식견도 놀라운 거 같습니다.
정중하게 칭찬하는 말이었지만 강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며 마음을 놓지 않았다.
‘한순간에라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정상들과의 대화는 단어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고 했어.’
예전 뉴스와 신문에서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을 뒤엎을 개발이라니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위대한 사람은 러시아의 대과학자 멘델레예프 같은 사람이죠. 그가 주기율표를 만들고 난 후에야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강민의 말에 푸틴이 크게 웃었다.
– 하하하, 제가 한 방 먹었군요. 멘델레예프라니, 그 이름이 나올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푸틴은 정말 즐거운지 길게 웃었다.
–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분과 이런 유쾌한 대화를 나눌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갑자기 욕심이 드는군요. 미스터 최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요.
강민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둘러서 말했지만 이제 본론을 꺼낸 거였다.
“저도 꼭 뵙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푸틴 대통령 각하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오늘 포럼에서 발표한 후 뒤에 남은 연구가 너무 많습니다.”
– 안 그래도 저희 과학자들이 발표를 보고 말하더군요. 지금의 성과도 놀랍지만, 영상을 보니 개발 초기 단계 같다고. 만일 더 연구가 진행된다면 정말 세상을 바꿀 만한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요.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러시아의 과학 수준은 꽤 높았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과찬을 했군요.”
– 과찬이라뇨. 그들은 정말 놀란 표정을 짓더니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LA에 날아갈 분위기였습니다. 미스터 최, 말 나온 김에 한번 이 과학자들을 만나 주시겠습니까?
강민의 눈이 부릅떠졌다. 과학자들을 만난다는 게 그냥 티타임을 가지며 담소를 나누라는 건 아닐 거였다.
‘기술을 공유하라는 건가?’
그럴 수는 없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까 말씀대로 연구가 초기 단계라 지금 러시아 과학자들을 만나면 민폐를 끼칠 거 같네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조금 더 개발이 진행된다면 그때 러시아에 가겠습니다.”
좋은 말로 했지만 이건 푸틴의 권유를 거절한 거였다. 강민의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 아, 아쉽네요. 과학자들이 실망하는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과학자가 아닌 저는 어떻습니까?
노련한 푸틴은 포기하지 않았다.
“네?”
– 시간이 되시면 저와 한번 만나시지요. 아마도 제가 미스터 최를 도울 일이 많을 겁니다.
핸드폰을 잡은 강민이 손에 땀이 찼다.
‘이건 거절하면 안 된다.’
이미 한번 거절했는데 더 거절하면 어쩌면 그 유명한 ‘러시아 홍차’를 마실 수도 있었다.
순간 강민은 평행 세계를 떠올렸다. 그곳에 비하면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좋아, 러시아 한번 가 보자. 게다가 이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될지도 몰라.’
푸틴은 러시아의 대통령이지만 실제로 ‘차르(황제)’나 다름없었다. 그와 관계를 돈독히 한다면 정말로 엄청난 것을 얻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대통령 각하와 만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네요. 저도 러시아에 도움을 될 수 있는 게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 하하하.
푸틴이 정말 크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오늘 통화 중 가장 큰 웃음소리였다.
– 정말 제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이었습니다. 꼭 제 마음을 들킨 거 같아 부끄럽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입니다.”
– 좋습니다. 잠시 후 정보 총국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미스터 최가 편한 시간으로 약속 잡으라 말해 놓겠습니다. 하루빨리 미스터 최를 만났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푸틴과의 통화가 끝났다.
“하아…….”
호텔 방에 시원한 에어컨이 풀 가동 중이었지만 강민은 온몸이 땀으로 가득했다.
샤워하고 나오니 정보 총국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처음 전화를 건 그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부처국이 정보 총국이란 거였구나.’
강민은 여자와 대화하며 푸틴과 미팅 약속을 잡았다.
‘다음 주 수요일.’
강민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며 다짐했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야. 반드시 잡는다!’
* * *
다음 날 아침 강민은 계속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깼다.
‘누구야?’
탁상 위에 있는 시계를 보니 오전 9시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암막 커튼 때문에 해가 뜬 줄도 모르고 잔 거였다.
강민은 벌떡 일어나 세수를 했다. 아침 조식이 10시면 끝나기 때문이었다.
‘먹을 건 든든히 먹어야지.’
강민이 먹을 걸 아공간에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평행 세계에서 먹는 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먹으면 모를까, 같이 먹는 사람이 김치 한 가지에 밥을 먹는데 자기 혼자 여러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없어서였다.
옷을 입은 강민이 핸드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누가 전화한 거지? 한 교수님인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강민은 핸드폰을 봤다. 강민은 눈을 부릅떴다.
‘맙소사, 이게 뭐야?’
부재중 전화 75통, 읽지 않은 메시지 299개였다.
통화 목록을 보니 대다수가 모르는 번호였다.
‘설마? 러시아처럼 다른 국가에서 온 건 아니겠지?’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푸틴이 좀 유별나서 그렇지 보통 국가 최고 통치자가 전화하는 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강민은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를 보다 살짝 놀랬다.
‘삼촌이잖아?’
팔봉에게 딱 1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
팔봉은 일이 없으면 절대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민은 바로 팔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강민이구나.
“네, 삼촌. 전화 통화 괜찮으세요? 여긴 아침인데.”
– 괜찮아. 여긴 저녁 시간이다. 밥은 먹었냐?
LA 시간에서 17시간을 더하면 한국 시각이었다.
“지금 먹으러 가요.”
강민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갔다. 통화를 끊길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 그래? 그럼 용건만 말하마.
팔봉은 잠시 멈칫한 뒤 말을 이었다.
– 강민 에너지에 소송이 들어왔다. 한일 금속에서 대금을 납기 기한이 지나도록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걸었어.
“한일 금속이요? 거기 저희가 원자재 받는 곳 아니에요?”
– 맞아, 그렇지.
“하루 이틀 거래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요? 그리고 저희가 대금을 주지 않은 게 있었어요? 인수하면서 다 확인했잖아요?”
흥분한 강민의 말에 팔봉이 천천히 대답했다.
– 그때는 없었지. 아니 정확히는 숨겨져 있었다. 알아보니 한일 금속도 구룡 그룹 자회사야. 그때는 같은 구룡 그룹 자회사여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어. 배 변호사가 황당해서 자세 알아봤는데 이거 비자금 만드느라 회계 처리를 일부러 지저분하게 한 거 같다고 하더구나.
“그럼 이거 사기 아니에요?”
– 사기지. 하지만 법적으로 대응하면 우리가 불리하다.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또 구룡 그룹!’
돈 따위야 넘쳤다.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싫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거 같아서였다.
“삼촌, 일부러 그런 거겠죠?”
– 그래,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구룡에서 너를 타겟으로 삼은 거 같아. 그렇게 숨겼는데.
강민은 피식 웃었다.
“알 수 없긴요. 찔러 볼 만한 이유는 있었잖아요? 그리고 저 며칠 전 구룡 그룹 사람을 봤어요.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죠.”
강민은 사라로부터 야구장에서 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 미국에서 만나다니. 세상 참 좁구나. 강민아, 그럼 더 몸조심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야. 어렵게 찾은 회사야.
팔봉의 말에 강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삼촌.”
강민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말했다.
“저 이제 참지 않을 거예요. 이제 저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줄 거예요.”
강민의 팔에 팔봉이 침음성을 내뱉으며 말했다.
– 어떻게 하려고? 설마 모두를 죽일 거냐?
“아니요, 저도 저들의 방식으로 해 줘야죠. 삼촌, 어제 제 발표 보셨어요?”
– 그래,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내용이더구나. 네가 발표한 게 10분의 1만 사실이어도 넌 많은 힘과 유혹을 받을 거야.
“네, 맞아요. 안 그래도 어젯밤 러시아 푸틴 대통령한테 전화 왔었거든요.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어요.”
이때만큼은 팔봉도 짐작 못 했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삼촌, 저 이제 저한테 있는 힘을 제대로 써 보려고요.”
– 잘못하면 네가 당할 수도 있어. 지금이야 네가 가지고 있는 게 탐이나 웃으면서 다가오지만 그들은 맹수다.
강민은 살짝 웃었다. 역시나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은 팔봉뿐이었다.
“걱정 마세요, 삼촌. 그들이 발톱을 보이면 전 부숴 버릴 거니까요.”
자신 있었다. 평행 세계의 힘을 쓰면 이 세상에서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너에게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몸조심해라. 그리고 옆에 내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네, 삼촌.”
* * *
전화를 끊은 강민은 1층으로 나갔다. 로비가 나오고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강민은 식당으로 들어가 접시에 음식들을 담아 식탁으로 갔다.
‘누가 좋을까?’
강민은 이대로 있기 싫었다. 받은 것에 10배 아니, 100배를 갚아 줄 생각이었다.
강민은 핸드폰에 온 메시지를 살피다 두 개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안녕하세요. 최강민 대표님, 여기는 대한민국 국무총리실…….]하나는 국무총리실에서 온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우리 일보 과학부 김한섭 기자입니다. 어제 포럼에 참석했다가 최 대표님의 연설을…….]할 말이 많은지 메시지가 두 개나 와 있었다.
[우리 일보와 WBC 방송국과 함께 공동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간절히 부탁드리니 꼭 연락해 주십시오.]강민의 눈이 빛났다.
‘이거다!’
국무총리실에 부탁하면 그들에게 무언가를 줘야 했다. 이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그런 식으로 코 꿰이긴 싫었다.
‘하지만 기자는 다르지.’
식사를 끝낸 강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바로 김한섭 기자에게 연락했다.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김한섭 기자님. 저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메시지 남겨 주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순간 스피커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다.
– 네! 최 대표님! 안 그래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 메시지에 적힌 인터뷰, 혹시 지금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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