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달라진 위상 (3)
“대… 대박이야 한섭아. 시청률이 30%를 돌파했어!”
WBC 기자 황종호는 한섭에게 소리쳤다.
김한섭은 멀리서 화장을 지우고 있는 강민을 보며 대답했다.
“내가 말했잖아, 대박일 거라고. 넌 친구 잘 둔 줄 알아라.”
원래 황종호는 사회 기자가 아니었다. 스포츠 기자로 다저스 경기 인터뷰차 이곳에 왔다가 한섭의 제안에 엄청난 특종을 터트린 거였다.
김한섭은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민에게 다가갔다.
“대표님,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김한섭은 강민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 김한섭을 따라온 WBC 방송국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감사는요. 어릴 적 소원이 티브이에 한번 나오는 거였는데 기자님 덕분에 소원 풀었습니다.”
강민의 너스레에 모두가 웃음을 지었다.
“대표님, 이제 어디 가시나요?”
“연구소로 가야죠. 연구해야 할 게 산더미거든요.”
“칼텍 연구소 말씀이지요?”
한섭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섭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혹시. 미국에서 연구를 하실 건가요? 한국에서는 연구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한섭은 과학부 기자였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왔는데, 이대로 미국에 있는다면 너무나 가슴 아플 것 같았다.
조금 불안해하는 한섭의 얼굴을 보며 강민은 씩 웃었다.
“그거야. 앞으로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겠지요.”
* * *
강민은 택시를 타고 칼텍까지 이동 중이었다.
‘미국도 차가 엄청나게 막히는구나.’
창밖을 보던 강민은 핸드폰을 바라봤다.
부재중 통화와 문자 2개가 와 있어서였다. 핸드폰을 ‘무음’ 모드로 해 놨더니 온 줄 모르고 지금에야 본 거였다.
부재중 통화 1통과 메세지 하나는 팔봉에서 온 문자였다.
“응? 미하엘 씨에게 연락이 왔다고? 지금 미국에 있고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미하엘은 러시아의 밀무역상이었다.
이번 미국에 오기 전 팔봉 사무실에서 얼핏 본 적이 있었는데 미국에 온 줄은 몰랐었다.
‘뭐 때문에 그러지? 삼촌이 연락해 줄 정도면 중요한 일이라는 건데. 설마 러시아 사람이니, 푸틴 대통령과 연관된 건 아니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강민은 시간 날 때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메시지 맨 아래에 적힌 팔봉의 말에 택시에서 크게 웃고 말았다.
– 네가 갑이다. 쫄 필요 없어. 누구를 상대하든 당당하게 해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시나 큰 힘을 주는 팔봉이었다.
“고마워요. 꼭 그렇게 할게요.”
강민은 다음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건 바로 ‘대한민국 국무총리실’에서 온 메시지였다. 메지시를 읽는 내내 강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인터뷰가 통했구나.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 대응이 빠른데?”
메시지에는 ‘강민 에너지’에 대한 오해가 있는 거 같다며, 이미 그걸 해결했다는 내용이 짧게 쓰여 있었다.
“흠, 내가 푸틴과 연락한 것까지 알고 있네. 내가 한국에 있으면 모를까 미국에 있는데 이렇게 정보력이 좋다고? 그럴 리 없는데?”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누가 날 감시하고 있구나.”
정신이 번뜩 들었다. 두말할 거 없이 미국일 게 뻔했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건 CIA가 움직이던데. 조심해야겠어. 어쩌면 호텔에서 도청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강민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경각심이 더 들었다.
‘하지만 말이야. 삼촌 말대로 내가 갑이야. 너희가 그러면 그럴수록 제대로 갑질해 주겠어.’
* * *
칼텍에 있는 연구실에 도착하니 그곳은 난리였다.
바깥에는 수많은 기자가 연구실을 둘러싸고 있었다. 결국 칼텍에서는 경찰에게 도움을 얻어 바리케이드를 칠 수밖에 없었다.
강민은 사라에게 전화를 걸어 지하 주차장을 통해 간신히 연구실로 들어왔다.
“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강민의 말에 사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강민을 노려봤다.
“이게 다 강민 때문 아니에요? 우리는 발표 당사자도 아닌데, 다들 어제부터 엄청나게 시달렸다고요. 그런데 당사자는 사라졌더라고요?”
“그게… 헤헤, 제가 모두에게 한턱 쏠게요.”
지은 죄가 있는 강민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거의 죽어 가는 시체가 있었다. 바로 한만호였다.
그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교수님!”
강민이 소파에 다가가 한만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하루 사이에 다크서클이 눈 아래까지 내려와 있었고 피부도 푸석해진 거 같았다.
“맙소사, 교수님 왜 저래요?”
“왜 그러긴요. 과부하 걸려서 저렇죠?”
“네? 과부하요?”
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원인은 어제 발표였다. 발표가 끝난 뒤 한만호는 수많은 과학자에게 둘러싸여 엄청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일을 핑계로 간신히 그들을 따돌리니 그때는 크리스 에너지부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와 대화를 끝내니 그다음은 평소 티브이에서나 본 재계 총수들이 연락을 해 왔다.
이쯤 되자 한만호는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런데 결정타를 날린 사람이 있죠. 바로 저기 있는 스티븐이에요.”
강민은 연구실 구석에서 혼자서 ‘헤에?’, ‘와우!’를 외치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흑인을 바라봤다.
“스티븐 교수님이 왜요?”
사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연구실로 돌아온 한 교수님을 엄청나게 구박했거든요. 이런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었냐면서! 당장 연구하자고요. 그렇게 두 분이 밤을 새우신 거죠. 결과는 지금 이 모습이고요.”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연구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그때였다.
“아!”
스티븐이 탄식을 내뱉었다.
“깨졌어! 깨져 버렸다고! 매직 스톤! 매직 스톤 어딨어?”
스티븐의 말에 사라가 대답했다.
“그게 마지막 매직 스톤이에요.”
“오! 마이 갓! 안 돼!”
스티브가 보라색 머리를 붙잡고 소리치다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 매직 스톤 더 없어?”
“있는데 더 드릴 수는 없어요. 저도 거의 없거든요.”
“아악! 안 돼!”
강민은 비명을 지르는 스티븐에게 다가가 깨진 마석을 주워 가방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라가 물었다.
“강민, 깨진 것은 왜 가져가는 거예요? 깨지면 방사능 흡수 능력이 사라지던데?”
“마석을 재가공해서 솔라셀에 넣으면 엄청난 효율을 내거든요.”
“맙소사! 그러면 마석은 버릴 게 없네요!”
그때였다. 스티브가 눈을 빛내며 강민에게 말했다.
“자네 그거 아나? 어제 만호랑 연구하던 중 중요한 것을 발견했어!”
“네? 뭐를요?”
“알려 주면, 마석 하나만 줄 수 있나?”
강민이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뭐, 한 교수님 깨어나면 들어도 되지만, 제가 폐 끼친 거 같으니 좋습니다. 하나 드릴게요!”
강민의 대답에 스티븐이 강민을 껴안으려 했다. 하지만 강민은 재빨리 벗어나며 말했다.
“빨리 말해 주세요. 마음 변하기 전에.”
“물론이지! 이 마석, 방사능을 흡수하면 할수록 내부 구조가 변해. 그러다 한계치에 다다르면 파괴되어 버리고 말이야.”
강민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설마… 방사능을 별로 흡수하지 못하는 건가요? 지금 깨진 것도 설마?”
스티브가 검지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이건 강도 실험도 같이해서 그런 거야. 실험하는 거니 이것저것 다 해 봐야 하거든.”
스티브는 책상 위에 있던 자료를 하나 강민에게 건네며 말했다.
“실험 결과는 거기에 쓰여 있어. 결론은 실험실 방사능 정도로는 끄떡없다는 거야. 어제 테스트한 바로는 원자력 발전소에 심부에 놓으면 1년 정도 견딜 정도로 여유 있어.”
그제야 강민은 안심이 되었다.
“그걸 하루 만에 발견하신 거예요? 대단하세요.”
스티브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되지.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어.”
“네?”
스티브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 매직 스톤 말이야. 진짜 매직 스톤이야. 아니 매직이란 말로도 부족해. 오늘 새벽 방사능 실험을 한 뒤 강도 실험을 하다가 지금처럼 깨 먹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스티브가 널브러진 만호를 보며 웃었다.
“저놈이 자네처럼 똑같이 매직 스톤을 챙기더라고. 그러더니 그 깨진 마석을 가지고 이것저것 실험하다가 소리를 지르는 거야.”
“아니 왜요?”
“솔라셀 광전 전환율이 더 올랐어! 라고 소리치더군, 크크크.”
이때만큼은 강민도 참지 못하고 소릴 질렀다.
“진짜예요?”
“진짜지. 하지만 놀라긴 일러. 이건 아직 방사능을 조금만 흡수했는데도 이 정도야. 만일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을 흡수하면 광전 전환율이 더 오를 수 있어.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알아?”
그 때였다.
연구실 입구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스티브의 질문에 대답했다.
“에너지 대혁명이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 걱정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방사능을 흡수한 매직 스톤으로 엄청난 효율의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는 거지.”
모두가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순간 사라가 소리쳤다.
“아빠!”
크리스는 사라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서 해방되는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과학자들 얼굴이 상기되었다.
자신들은 강민의 연구원이 아니었다. 단지 요 며칠 스티브의 강압에 이끌려 연구한 거뿐이었다.
그런데도 가슴이 뛰었다. 인류에 뭔가 대단한 공헌을 한 거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크리스 장관님.”
스티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90cm 정도 되는 거대한 덩치가 일어서자 순간 연구실이 꽉 차 보였다.
“아, 스티븐. 걱정하지 말아요. 물론 이 연구가 한만호 교수와 최강민 대표의 연구임은 부정하지 못하죠. 하지만 그건 내가 잘 설득…….”
“아니요.”
스티븐이 크리스의 말을 잘랐다.
“장관님,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스티븐이 강민을 보며 말했다.
“마석, 마석이 없어요. 강민, 남은 마석이 몇 개나 되죠?”
* * *
크리스와 강민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강민은 눈앞에 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이 사람이구먼.’
자신이 만난 사람 중, 자신을 조사하라고 시킬 만한 위치가 있는 사람은 이 사람뿐이었다.
“그러니까, 마석 하나를 만드는 데 소모되는 돈이 한화로 10만 달러 정도 든다는 건가?”
“네, 한화로 1억 정도니… 정확히는 9만 달러 정도겠지만, 그 정도 비용이 듭니다. 물론 앞으로 연구하면 싸질 수는 있겠지만.”
강민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을 몰래 조사했다니 양심에 걸리지도 않았다.
‘실제로는 라면 하나 주면 마석을 1개 이상을 얻을 수 있지만 그건 평행 세계 일이고.’
강민의 말에 크리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티븐 교수에게 말을 들으니 마석 하나가 대략 반경 10m 내의 방사능을 흡수한다고 하더군.”
“네, 더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우선 그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게 뭘 뜻하는지 아는가? 1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1년 동안 생성하는 폐기물 중,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량이 20m³이네. 자네 말대로라면 넉넉히 마석 3개면 이걸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야. 단돈 30만 달러로 말이야.”
원자력 발전소 하나당 1년에 3억이면 방사능 폐기물의 위험성을 생각했을 때 정말로 공짜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 비용은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 내는 전력으로 충당하고 남을 거 같았다.
‘이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황금을 만들어 내는 미다스야!’
크리스가 손을 뻗어 강민의 손을 잡았다. 이 손이 미다스의 손 같았다.
“미국으로 오게. 최 대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겠네. 듣자 하니 한국에서 나쁜 일도 당한 거 같은데, 미국에서는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 내가 장담하지.”
크리스의 말에 잠시 강민은 혹하긴 했다.
미국에 온 자체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다 해 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민은 조금 전 한국 ‘국무총리실’에서 온 문자를 떠올렸다.
구구절절이 애국심을 강조하긴 했지만,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주고 사업하는 데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다는 말에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사실 살기는 한국이 최고인데.’
미국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만호도 교수이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문제는 사람이야. 미국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그제야 너무 미국에서 사업하는 걸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한국에는 팔봉 삼촌도 있고 말이야.’
새삼 자신이 팔봉에 많이 의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필요해.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급할 건 없었다. 이미 전 세계에 발표는 했고 아공간에 돈도 많았다.
‘필요한 건 이 돈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것과 회사 설립이야.’
강민은 크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크리스 장관님.”
“그냥 크리스라고 불러도 된다네.”
“그건 조금 나중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크리스 장관님, 전 한국을 버릴 마음이 없습니다.”
크리스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이렇게 도와주신다고 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죠.”
강민은 팔봉의 말을 떠올렸다.
– 네가 갑이다. 쫄 필요 없어. 누구를 상대하든 당당하게 해라.
순간 강민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크리스 이 양반, 완전히 벗겨 먹을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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