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63)
63화 달라진 위상 (4)
강민이 크리스를 보며 씩 웃었다. 크리스도 같이 씩 웃었다.
‘허락도 없이 날 도청했으니 이 정도는 보여 줘야 앞으로 함부로 하지 않겠지.’
크리스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캬! 예의가 아니다…… 내가 한국을 가 보지는 않았지만,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들었네. 원하는 게 뭔가?”
“전 한국에 연구소를 두고 또 다른 국가에도 연구소를 둘 생각입니다. 제 기반이 한국에 있고, 한만호 교수님이 한국 대학교 교수님이다 보니 이건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미국에서만 연구하면 가장 좋겠지만 한국은 우방이야. 미국에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해. 게다가 미국에 연구소를 둔다니 여기에서 중요 연구를 하게 하면 돼.’
강민은 다른 국가에 연구소를 두겠다고 했지만, 크리스는 아예 그걸 미국으로 받아들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연구소를 둘까…….”
크리스의 머리가 끄덕여졌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여서였다.
‘그럼. 미국에 연구소를 둬야지!’
하지만 그다음 크리스의 정신이 확 깨는 말이 들렸다.
강민이 드디어 비장의 카드를 꺼낸 거였다.
“아니면, 러시아에 둘까 고민 중입니다.”
순간 크리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는 벌떡 일어서며 바로 소리를 질렀다.
“러시아라니! 안 돼! 절대로!”
강민은 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왜요?”
“그… 그건, 거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야. 가 봤자 연구 기술만 다 뺏길걸세!”
“그래요? 그럼 도청하는 나라는요?”
순간 크리스가 멍한 표정이 되었다.
“도… 도청이라니?”
“제가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거 아시죠?”
크리스는 아차 했다.
‘어떻게 안거지?’
크리스는 이 순간을 모면할 수많은 방법을 떠올렸다. 그는 ‘흠흠’하고 헛기침을 내뱉으며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흠흠, 도청이라니, 뭔가 오해가 있던 거 같군. 자네가 워낙 중요한 것을 발표해서, 오히려 보호하고 있었던 거네. 미국에서 자네가 납치라도 당하면 큰일 아닌가?”
강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제가 그런 건 잘 몰라서요. 잘됐네요. 지금 이거 녹화하고 있는데, 연구소 바깥에 깔린 기자들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순간 크리스의 심장이 지옥까지 떨어져 내렸다.
절대 안 됐다. 이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자신이 CIA를 통해 일반인을 도청했다는 게 알려지면 옷 벗는 건 물론, 대통령에게도 치명타였다.
강민이 벌떡 일어서자 크리스가 몸을 뻗어 강민의 옷을 잡았다.
“잠… 잠깐, 얘기 좀 더 하세.”
“잠시 후에 하시죠. 금방 기자한테 묻고 올게요.”
크리스가 아예 강민 앞으로 와 앞을 막고 말했다. 그의 얼굴은 식은땀이 가득했다.
“원하는 게 무언가. 내 힘으로 가능한 건 무엇이든 해 주겠네. 그러니 우선 앉아서 얘기하세.”
강민은 마지못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금방 다녀올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죠.”
“그래, 잘 생각했네. 푹! 앉아서 원하는 걸 하나하나 말해 보게.”
강민이 테이블에 손가락을 툭툭 쳤다. 그 손짓 하나하나에 크리스의 정신이 집중됐다.
“원하는 거라… 사실 푸틴 대통령도 오기만 하면 원하는 것은 다 해 주겠다고 했거든요. 세금도 깎아 주고, 연구소나 뭐든지요. 물론 세금 조사도 10년간 안 하겠다고 하던데요?”
강민은 ‘뻥카’를 날렸다.
크리스의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
‘푸틴! 이 새끼, 도대체 강민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세금 조사를 안 하겠다고?’
CIA 첩보로는 발신지는 알 수 있었지만, 통화 내용까지는 알 수는 없었다. 러시아에서 보안 처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소 푸틴의 행동을 아는 크리스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 문제는 걱정 말게, 하지만 세금만큼은…….”
“아, 기자들 아직 안 갔네요.”
강민이 일어서려 하자 크리스가 다급히 얘기했다.
“내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네. 내 목숨을 걸고 해 보겠어!”
그제야 강민이 씩 웃었다.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제가 염치없이 받기만 하면 그렇죠? 연구소는 제가 돈으로 해결할게요. 다만 조그마한 도움 좀 주세요.”
“무슨… 도움을 달라는 건가?”
“마침 제가 현금이 조금 있는데, 물론 달러죠. 그런데 이걸 아는 분한테 받은 거라서요.”
크리스는 눈을 감았다.
‘이거 돈세탁하는 데 도움 달라는 거 아니야? 이거 완전 능구렁이 아냐?’
하지만 이 정도는 어찌어찌하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였다. 세금은 대통령과 수많은 사람과 싸워야 얻어 낼 수 있는 거였다.
“좋네.”
크리스는 흔쾌히 대답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강민이 세탁하려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이때만 해도 상상도 못 했다. 단지 연구소 하나 빌리는 비용 정도로만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저를 도와주시니 한국인의 정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요.”
강민이 주머니에서 검은 돌 하나를 꺼내 들었다.
“기념으로 신기한 거 보여 드릴게요.”
크리스가 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그거 설마 마석인가?”
“네, 푸틴 대통령이 이걸 10억에 사겠다고 해서 남겨 놨어요. 이번에 가져온 마지막 마석이거든요? 다시 만들려면 꽤 시간이 걸려요.”
순간 크리스의 눈이 돌아갔다.
‘마지막 마석! 게다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크리스가 크게 소리쳤다.
“우리가! 우리가 사겠네. 10억? 아니, 20억에 사겠어!”
크리스의 말에 강민이 눈을 빛냈다.
‘또 걸렸구나. 크리스 이 사람 너무 쉽게 낚이는 거 아냐? 게다가 이걸 20억에 사겠다고?’
사실 만드는 데 1억이 든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라면 하나면 족했다.
그런데 지금 20억에 사겠다고 하니 강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20억이면 10개만 팔아도 200억!’
순간 강민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이럴 정도면, 다른 나라도 이렇지 않을까? 아예 이걸 SNS에 올려 버려?’
이 세상에서 마석을 원하는 나라는 많을 거 같았다. 게다가 미국이 20억에 사면 다른 나라도 그와 비슷하게 살 수밖에 없을 거였다.
강민이 이런 생각을 할 때 크리스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건 기회야. 이 마석을 가지고 미국이 최초 연구를 해야 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거였다. 그걸 다른 나라에 뺏길 수는 없었다.
비용이야 문제가 안 됐다.
‘푸틴에게 뺏길 거 같다는 한마디면 충분해.’
푸틴이라면 이를 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걸 보느니 차라리 1조를 쏟아부을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판다는 걸 미국에 팔았으니 푸틴과 강민의 관계도 나빠질 게 틀림없어. 그런데 고작 20억이면 싸게 먹히는 거지.’
강민과 크리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마석은 미국이 사겠네.”
“20억이라니, 어쩔 수 없네요. 푸틴 대통령에게는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꼭! 꼭 잘 말해 주게.”
크리스는 푸틴이 얼굴을 구길 걸 생각하니 통쾌한 마음까지 들었다.
‘푸틴을 더 엿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때 강민이 크리스 마음에 꼭 드는 말을 했다.
“참, 이거 어떠세요?”
“뭘 말인가?”
“제가 이걸 판 걸 SNS에 올려도 될까요?”
크리스는 멈칫했다.
‘이거야!’
이거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거였다.
크리스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고 올리게. 하지만 이왕이면 이러는 게 어떤가? 저 밖에 있는 기자들 앞에서 이거에 대해 기자 회견을 하는 거야.”
* * *
[미 에너지부, 200만 달러에 매직 스톤 구매.] [크리스 하틀리 에너지부 장관, 미국이 환경과 신에너지 정책으로 세계를 이끌겠다.]강민이 크리스 장관과 기자 회견을 하고, SNS에 마석을 판매한 것을 올린 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건 ‘포럼’ 발표에 아직도 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종지부를 찍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 포럼 내용 진짜인가 본데? 미국이 200만 달러에 저 돌을 산 거 보니까.
– 와! 200만 달러라고? 너무 비싸게 준 거 아니야?
– 포럼 내용이 사실이면 엄청 싼 거지. 200만이 아니라 2,000만 달러여도 저건 사야 하는 거야.
기사에 엄청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영향은 바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바로 강민에게 ‘마석’ 판매 문의가 왔다.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까지 왔다.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판매 문의가 온 거였다.
모두 200만 달러를 바로 지급할 테니 ‘마석’을 달라고 했다.
강민은 그들에게 일일이 메일로 답변했다.
지금은 마석이 없어 다시 만드는 대로 판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크크, 구매하겠다는 이유야 뻔하지. 하지만 헛짓일걸?”
크리스가 마석을 구매한 이유도 각국에서 마석을 구매하려는 이유도 모두 한 가지였다.
‘성분 분석.’
성분 분석을 통해 똑같은 마석을 만들어 내거나 기능을 재현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마석 성분 분석은 한만호 박사도, 스티븐도 포기했어. 장담컨대 절대 분석 못 할걸?’
강민은 메일함을 열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메일이 쏟아지고 있었다.
‘와 UAE는 10개를 원한다고?’
이 메일 한 통이 모두 20억짜리 메일이었다. 그 이상 가는 메일도 수두룩했다.
그때였다. 한 개의 메일이 더 왔다.
‘응? JP? 일본에서 온 거야?’
강민은 일본에서 온 메일을 읽었다. 내용은 다른 국가 내용과 똑같았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뻔뻔도 해라. 포럼에서 야구치가 한 짓을 보고도 이러네. 그때 내가 분명 일본에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순간 강민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강민은 바로 이메일을 적어 일본에 답신 메일을 보냈다.
[친애하는 일본… 저도 판매하고 싶으나 포럼에서 야구치 박사… 그래서 이를 상회할 만한 그 무엇이 없다면 판매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저도 포럼에서 발언한 것이기에 명예가 걸려 있어서 그렇습니다.]메일을 보낸 강민은 ‘크크’하며 웃었다. 일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각국이 주문한 마석의 개수를 세어 봤다.
‘200개. 최소한 200개는 있어야 해. 게다가 실험하려면 더 많이 필요해. 최소한 300개 이상이 필요해!’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에 평행 세계로 가면 목표는 단 하나야. 마석! 마석만 모은다!’
* * *
“답변이 왔습니까?”
스가 일본 총리의 물음에 하기우다 고이치 문무 과학 대신이 대답했다.
“답변 메일이 왔습니다.”
“오! 마석을 일본에 판매한다고 합니까?”
스가의 물음에 고이치 대신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답답하니 빨리 대답해 보세요.”
“하아, 팔고 싶지만 팔 수 없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가의 말에 고이치 대신이 흘러내린 안경을 손가락으로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포럼에서 야구치 박사가 한 말과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순간 스가가 손으로 벽을 쳤다.
– 쾅!
“그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영상에서 보셨다시피, 그때 야구치 박사가…….”
“이 빠가야로!”
얼굴이 빨개진 스가는 집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흥분을 풀었다.
“이게,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국제 사회에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후쿠시마 문제는 심각했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사람들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먹지 않았다. 자신도 그랬다.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그 근처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은 먹지 않았다.
후쿠시마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국제 문제를 일으켰다. 전 세계 환경 단체들이 일본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단번에 해결할 방법이 생겼는데!’
만일 자신이 총리대신으로 있는 동안 후쿠시마 문제를 해결한다면 영구 집권마저 꿈이 아니었다.
항상 아베 이인자로 불리던 타이틀을 떼어 버릴 기회가 온 거였다.
“과학 대신!”
“네! 총리 각하.”
“야구치에 해결하라고 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마석을 얻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한국과 몰래 접촉하세요. 마석을 주면 경제 제재에 대해… 협상을 하겠다고 전달하세요.”
* * *
‘마석이 필요해!’
그것도 조금이 아닌 많은 마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석’은 현재 ‘근육 좀비’에게서만 나왔다. 다른 괴물들에게서도 나왔지만, 근육 좀비가 그중에서는 가장 흔했다.
‘문제는 내 스킬의 한계란 말이야.’
썬더 쉴드를 쓰면 좀비를 아예 갈아 버려 ‘마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방패를 던져 근육 좀비를 죽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심장에서 ‘마석’을 꺼내는 거였다.
수많은 좀비 사이에 혼자 내려가 마석을 가져오는 건 아무래도 위험했다.
‘결국 이건 집단이 해야 한다는 거야.’
사실 해결책이 있었다. 강북 연합에서 강민이 썼던 ‘마트’를 열면 됐다. 그래서 마석과 음식을 교환하면 됐다.
‘문제는 지금 종각역 사람들이 너무 약하다는 거야.’
그들 문제는 두 가지였다. 잘 먹지 못해 힘이 없다는 것과 전투 경험이 적다는 것.
‘식량은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아공간에 식량은 충분했다. 강민은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마트를 쓸다시피 해 왔었다.
‘문제는 전투 경험이란 말이야.’
종각 사람들은 상당수가 비전투 능력자들이었다. 전투 능력자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경험이 부족했다.
‘이들을 어떻게 싸우게 만들지?’
강북 연합이라면 해머 하나만 들려 줘도 싸웠겠지만, 종각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들이 싸울 방법이 없을까?’
문득 강민은 여기가 미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총!’
대한민국 대다수 남자는 군대를 다녀왔다. 총보다 좋은 무기는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구하지?’
총기 소유가 합법인 미국이었지만 미국인도 아닌 강민이 총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크리스가 떠올랐지만 그건 ‘나 수상한 사람이에요’라고 광고하는 것과 똑같았다.
‘영화에서 보면 뒷골목에서 돈 주고 산다는데, 내가 그런 사람을 알리…….’
순간 강민은 문득 팔봉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 그런 사람이 존재했었다.
‘미하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