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65)
65화 김포특별시 (2)
강민의 물음에 똘망이가 바닥에서 무언가 하나를 주워 들어 올렸다.
“주인님, 이거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건 기묘한 것이었다. 분명 심장 같았는데 성인의 심장보다 작았고 갑각류의 껍질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게 뭐지?”
“심장, 그것도 작은 것들의 심장인 거 같습니다.”
“작은 거라니, 설마 아이들?”
잠시 미안한 마음과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건 잠시였다.
‘어린아이라고 물지 않는 게 아니니까.’
엄청난 스킬로 강해진 강민이었지만 아직 좀비에게 물리면 끝장나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온몸에 갑옷을 입고 다니면 그때나 좀비로부터 자유로워지려나.’
강민은 심장을 유심히 살폈다.
“어른 것도 이런 거 같아?”
똘망이 고개를 흔들었다.
“큰 심장은 모두 박살 났습니다. 작은 심장만 껍질이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강민은 주위를 살펴봤다. 많지는 않았지만, 껍질에 둘러싸인 심장이 곳곳에 보였다.
‘저 안에 마석이 있다는 거지.’
마석을 획득할 방법이 또 하나 생겼다.
하지만 좀비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었다.
‘역시 못 먹는 떡인 건가?’
마석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강민은 일어섰다.
현실 세계로 가 내다 팔면 한 개에 20억짜리 마석이었지만 그게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똘망아, 가자. 좀비가 오고 있어.”
강민의 말에 똘망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주인님, 제가 마석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응?”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맞아, 똘망이는 좀비가 물지 않지!’
지금까지 똘망이를 이용해 마석을 줍는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었다.
‘이런 이쁜 놈!’
“좋아. 똘망아, 부탁해!”
강민은 똘망에 작은 가방 하나를 주고 근처 상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똘망이는 좀비들 가득한 틈에서 심장을 주워 들고 ‘고블린 족장의 창’으로 마석을 빼고 가방에 넣고 있었다.
‘똘망이 네가 진짜 보물이구나. 오늘 마석 다 주워오면 오늘은 피자를 먹여 주마!’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때였다.
똘망이도 근처에 있는 모든 마석을 줍고 더 있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됐어, 그만 올라오라고 해야겠다.’
강민은 똘망에게 손짓하며 소리쳤다.
“똘망아!”
똘망이 강민을 향해 고개를 올리고 바라봤다.
“네, 주인님!”
“이제 올라와!”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좀비들 사이로 달려오는 작은 것들이 있었다.
그들이 똘망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지?’
확인할 틈이 없었다.
“똘망아!”
강민은 바로 똘망이 앞에 ‘방패’ 하나를 만들었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거대한 방패가 ‘작은 것’들을 막아섰다. 하지만 그들은 엄청 빠른 몸놀림으로 방패를 피해 똘망에 달려들었다.
“끼륵!”
똘망이 기합을 내며 창을 찔렀지만, 똘망은 혼자고 그들은 세 명이나 되었다.
한 명이 똘망을 상대하자 다른 한 명이 뒤에서 가방의 끈을 자르고 또 한 명이 가방을 들고 달려갔다.
‘가방!’
똘망은 분했다. 주인님에게 중요한 마석을 한순간에 뺏겨 버렸다.
“주인님!”
똘망은 얼른 쫓아가자고 강민에게 소리쳤다.
그런데 주인의 상태가 이상했다. 주인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똘망은 하늘에 떠 있는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주인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애들이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지?”
* * *
강민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다시 작은 것들을 바라봤지만 분명했다.
‘보라색 피부를 하고 있지만 인간 아이들이 분명해!’
괴물에게 감염되었는가도 살펴봤지만 아닌 거 같았다. 목에 ‘갑각 거미’도 붙어 있지 않았고 손도 인간의 손 그대로였다.
강민의 마음이 급해졌다.
“똘망아!”
강민이 손을 내밀자 똘망이가 창을 들어 올렸다. 강민이 창을 잡고 위로 올리자 똘망이가 방패 위로 올라왔다.
“달려!”
강민은 하늘에 도로를 만들었다. 그 도로를 강민과 똘망이가 전력으로 뛰었다.
보라색 아이들은 하늘에서 강민이 쫓아는 걸 생각도 못 하는지 가방을 가지고 한 곳을 향해 뛰어갔다.
‘몸놀림이 굉장해.’
보라색 아이들은 꼭 짐승처럼 움직였다. 좀비들을 피하고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차들을 밟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좀비로부터 공격받지도 않고 말이야.’
강민이 주목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 피부가 보라색인 거 빼면 보통 인간처럼 생긴 아이들이었다.
낡긴 했지만, 옷도 입고 있었고 외모도 좀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깔끔했다.
‘정체가 뭐지?’
아이들은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한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똘망이는 여전히 잘 따라오고 있었다.
‘이 속도를 따라온다고?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고블린도 스킬을 쓰는 건가?’
하지만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천천히 알아보면 되었다.
‘지금 중요한 건 애들이야…….’
아이들은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차로로 달려가더니 그곳에서 차로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빨라! 도대체 저 아이들 정체가 뭐야?’
그렇게 1시간쯤 달리자 ‘송정역’이 보였다.
그곳부터 강민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저게 뭐지?’
그건 검은 물결이었다. 거대한 검은 물결이 바람에 풀들이 움직이듯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강민은 달리는 걸 멈췄다.
‘맙소사.’
그건 모두 좀비였다. 그곳에 수많은 좀비가 모여 있었다.
좀비야 지금까지 오면서도 많이 봤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좀비의 수는 백이나, 천 정도가 아니었다.
‘못해도 20만 아니 30~40만은 되어 보여.’
송정역부터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좀비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좀비들은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곳에 몰려 있는 거야? 설마, 여기에 생존자가 있는 건가?’
강민은 좀비들이 바라보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맙소사, 여기 김포 공항이잖아!’
강민은 주위에 있던 건물 위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좀비들의 머리를 밟고 뛰어 김포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강민에게 마석이 중요하긴 해도, 마석이야 또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이들과 생존자들이었다.
‘저 아이들은 왜 공항으로 가는 거야?’
아이들이 국내선 청사 1층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1층에서 문이 모두 막혀 있었고 그 앞을 또 버스들이 막고 있었다.
버스에 도달한 아이들은 버스를 잡고 위로 올라가더니 김포 공항 2층 플랫폼으로 뛰어 올라가 사라졌다.
2층에서 무언가 그림자들이 일렁거렸다.
‘2층에 뭔가가 있구나. 생존자들일까?’
강민은 공항 주위를 둘러봤다.
국내선과 국제선 공항 청사 모두 1층은 모두 버스로 막아 놓고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도 모두 버스로 막혀 있었다.
‘사람이 확실히 있어. 게다가’
강민은 고개를 들어 국내선 청사 2층 도로 난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로커로 크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 모든 청사 문은 폐쇄합니다. 활주로 방향으로 조용히 진입하세요.
사람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강민은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 청사 건너편을 바라봤다.
그곳에 드넓게 펼쳐진 ‘김포평야’가 보였다.
* * *
강민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김포 공항은 청사 쪽을 제외하면 모두 김포평야로 둘러싸여 있었다.
김포평야에 좀비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도심에 비하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는 숫자였다.
‘사방 시야가 뚫려 있어. 게다가 공항이라 그런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말이야. 쉘터로 삼는다면 최적의 장소야.’
강민은 똘망에게 주위에서 돌아다니라고 말한 뒤 방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외곽 호텔들이 보이고 논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비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 정숙. 소리 내지 말고 따라 오세요.
도로에 방향을 알려 주는 팻말이 놓여 있었다.
‘뭘까? 이 정도로 사람을 유도하는 걸 보면 군부대? 아니면 정부?’
강민은 조용하지만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강민이 사람들을 보게 된 것은 논밭과 도심의 경계에 진입한 이후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장 같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용케 이곳까지 살아서 왔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이곳으로 모이는 거지?’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듯했다.
강민은 혼자 공항까지 갈까 생각하다가 이들이 뭔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공장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혹시 어떤 자격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강민은 자신에게 정보가 필요함을 느꼈다.
안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2명의 여자와 6명의 남자로 이뤄진 그룹이었다.
그중 30대 초반의 여자가 마당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니 그녀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쓰러져 있는 남자의 팔에 손을 대고 있었다.
강민은 그걸 보자마자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힐러다!’
여자의 손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강북 연합에서 힐러가 치료하는 걸 본 적 있어서 강민은 바로 알아보았다.
“하악… 하악…….”
여자는 손을 떼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치료, 다 됐어요.”
쓰러저 있던 남자가 상체를 일으키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 누워 있어요. 상태를 보니 아마 감염은 안될 거예요. 빠른 판단을 한 성식 씨 덕분이에요.”
창백한 표정의 남자, 성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 판단이 없었으면 이미 좀비가 되어 있었을 거예요.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보아하니 성식이란 남자는 왼팔을 좀비에게 물린 거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팔을 자르고 힐러가 치료해 준 덕분에 좀비화가 멈춘 거 같았다.
“아니요. 성식 씨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텐데요.”
여의사의 말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저 남자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그때였다.
“누구냐!”
남자 중 정글도를 든 남자가 강민을 향해 소릴 질렀다. 강민은 얼른 양손을 올리고 말했다.
“위험한 사람 아닙니다. 지나가다가 사람이 보여 들어와 봤습니다.”
강민은 조금 어리바리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다.
“저리 꺼져! 죽여 버리기 전에!”
정글도를 든 남자의 협박에도 강민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강민은 가방에서 얼른 ‘생수’ 하나를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 줬다.
“혹시 물 필요하지 않으세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생수예요. 껍질이 벗겨져 유통 기한은 알 수 없지만요.”
순간 사람들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물 정도로 모르는 사람을 합류시킬 수는 없었다.
특히나 여의사 김미숙은 누구보다 이방인을 꺼려했다.
하지만 강민을 보는 순간 미숙은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어? 그분 아니야?’
몇 달 전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자신을 구해 주고 홀연히 떠난 그 사람과 너무나 비슷했다.
“필요 없으니 가!”
정글도를 든 남자가 소리쳤다.
미숙이 다급히 말했다. 혹시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인데 이대로 헤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고 하죠. 어차피 공항으로 가는 사람인데 여기서 금방이잖아요? 그리고 성식 씨한테는 깨끗한 물이 필요해요.”
미숙이 강민을 두둔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이런 경우가 있으면 항상 반대했던 미숙이어서 그랬다.
꺼림칙했지만 의사가 물이 필요하다니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몰랐다. 결국 리더 격인 성식이 나섰다.
“하지만 외지인인데…….”
“무기도 없는 거 같잖아요? 거기다 우리는 남자만 여섯 명이에요. 한 사람 정도는 충분히 감당하지 않으세요?”
미숙의 말에 성식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글도는 여전히 강민의 목에서 칼을 빼지 않았다.
“넌 누구지?”
“전 최강민이라고 합니다. 저도 공항에 들어가려고 왔어요. 혹시 동행할 수 있을까요? 좀비가 적어도 혼자서 상대하며 공항까지 가기가 힘들어서요.”
강민은 그 말을 하며 배낭에서, 라면 두 개를 빼 일행에게 건넸다. 식량은 이 시대 최고의 뇌물이었다.
미숙이 강민에게 다가가 라면을 받아 들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정말 비슷해. 혹시 쌍둥이?’
확신이 든 미숙은 얼른 말을 꺼냈다.
“라면 얼마 만에 보는 거예요? 우리 먹고 출발하죠.”
혹시라도 일행이 강민을 거부할까 봐서였다.
미숙이 이 정도까지 하자 정글도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민의 목에서 떨어졌다.
그 뒤 일행은 라면을 부숴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을 나섰다.
미숙은 계속 강민 주위를 맴돌며 무언가를 물어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성식이 차단했다.
“모두 저한테서 5m 이상 떨어지지 마세요.”
논길에 들어서자 성식이 외쳤다. 강민은 그제야 성식의 능력을 알아차렸다.
‘인식 장애.’
부딪히거나 소리를 내서 특별히 좀비의 관심을 끌지 않으면 좀비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대단해. 이 능력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좀비는 대략 10미터당 한 마리씩 있었다. 다만 길에만 있지는 않고 논, 밭 안에 들어가 있는 좀비도 있었다.
‘이대로만 가면 큰 문제없이 도달할 수 있겠어.’
강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논밭 사이로 나 있는 수로에서 ‘갑각 거미’ 새끼 몇 마리가 나타난 거였다.
“갑각 거미다!”
* * *
“조용히 해! 가만히만 있으면 돼!”
성식이 소리쳤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손으로 입을 막고 소리를 안 내려 했다.
하지만 갑각 거미가 달려들어 좀비를 변화 시켜 버리자 그 때는 참을 수 없었다.
“으악! 죽을 거야. 보라색 좀비라고!”
“도망 가야 해!”
사람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뛰쳐나갔다.
사람들의 소리를 들은 변형된 좀비들이 이곳을 바라봤다. ‘인식 장애’가 깨져 버린 거였다.
“씨발, 어쩔 수 없어! 뛰어! 도망가!”
성식이 소리치자 주위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뛰기 시작했다.
미숙도 뛰었다. 하지만 먹지도 못한 상태로 조금 전 ‘힐’까지 사용해서 몸에 힘이 없었다.
“같… 같이 가요!”
미숙이 앞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성식이 잠시 멈칫하며 미숙을 바라봤지만 금세 앞으로 뛰었다.
조금 전 좀비로 변할 뻔한 자신을 구해 준 미숙이었지만, 생존 앞에서는 그런 은혜 따위는 금세 사라져 버렸다.
성식은 뒤조차 보지 않고 뛰었다.
“안 돼… 안 돼!”
미숙이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힘이 없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악!
얼마 가지 않아 미숙은 논길에 쓰러졌다. 다리를 접질린 거였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미숙은 다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일어설 수 없었다.
“안… 돼!”
뒤를 돌아보니 좀비들이 논길을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수가 못해도 10마리는 넘어 보였다.
문제는 그중 3마리가 보라색 좀비라는 거였다.
“아.”
그들의 집게발을 보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 버렸다.
“다 왔는데, 정말로 다 왔는데.”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드디어 김포 공항에 왔는데 눈앞에서 좌절된 거였다.
“여보.”
김포 공항에는 미숙의 남편이 있었다. 이곳에 온 것도 남편과 마지막 통화 때문인 거였다.
‘여보, 미안. 꼭 당신을 보고 싶었는데…….’
미숙은 칼을 뽑았다. 좀비에게 뜯어 먹혀 죽느니 자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포기하지 마세요. 의사는 사람 살릴 때만 칼을 드는 겁니다.”
옆에서 여유로운 음성이 들렸다. 미숙이 바라보니 그곳에 조금 전 합류했던 남자가 있었다.
‘이름이 최강민이라고 했지.’
이름이 생각났지만 지금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도… 도망가세요!”
자신의 은인일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신 때문에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미숙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저었다.
“공항 안에도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수 많은 환자가 있을 겁니다. 더구나 힐러이시지 않습니까? 정 부담되시면 나중에 제게 빚 졌다고 생각해 주세요.”
이상했다. 남자는 전혀 다급하지 않은지 여유롭게 말했다.
“하지만!”
“아, 좀비는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가 뒤돌아섰다.
순간 미숙의 눈이 커져 버렸다.
남자의 오른쪽 어깨에서 빛이 나더니 은색의 강철 비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깨부터 손끝까지 남자의 오른손은 어느새 하얀 비늘 갑옷으로 둘러싸였다.
“맙소사.”
눈이 휘둥그레진 미숙이 남자를 바라봤다. 듬직한 등이 보이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좀비들 정도야 일도 아니니까요. 얼마나 걸리는지 숫자나 세어 보세요.”
남자는 그 말을 하고 앞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