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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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어그로 맨 (2)
– 쾅!
팔봉은 ‘내려 차기’로 근육 좀비의 머리를 터트렸다. 뇌수가 터지며 팔봉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허억… 허억.”
팔봉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수많은 좀비가 땅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수의 좀비가 몰려오고 있었다.
‘이제 끝인가?’
자신의 스킬 ‘버서커’를 썼지만, 저 수의 좀비들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살려고 발버둥 치겠다는 약속은 지켰네.’
그때였다.
앞에 있던 좀비를 제치고 근육 좀비가 나타났다.
[‘버서커’ 상태가 풀립니다.>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한 마리만 더 죽이게 해 주지. 딱 이놈만 죽였으면 좋겠는데.’
아쉬웠지만 이제 끝이었다.
끝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게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고아원 생활은 힘들었지, 하지만 덕분에 우식이 형님을 만났으니 결론은 괜찮은 건가?’
팔봉의 입가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자신에게 온 첫 행운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행운. 그건 바로 강민의 아버지 최우식을 만난 일이었다.
‘그때 나 참 꼴통이었는데 뭘 보고 그렇게 나를 잡아 주고 후원해 줬는지.’
그때가 팔봉이 중2 때였고, 우식은 직장인이었다.
다른 봉사 지원자들은 보통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 하고 그만두는데, 우식은 아니었다.
팔봉이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거의 매주 고아원에 와 팔봉과 얘기를 하고 갔다. 고3 때는 거의 매일같이 와 우식에게 과외까지 시킬 정도였다.
덕분에 팔봉은 우리나라 최고 대학인 서울 대학교에 갈 수 있었다. 입학금도 모두 우식이 냈다.
– 짜식, 이렇게 좋은 날 울어?
입학식 때 우식이 꽃다발을 한 아름 팔봉에게 주며 말했었다. 팔봉은 대답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와, 어른이 운대요! 얼레리꼴레리.”
우식 옆에 있던 어린 강민이 때문이었다.
팔봉은 강민 앞에 쭈그려 앉아 말했다.
“네 말대로야. 어른이 울면 안 되지. 약속하마. 다시는 울지 않으마.”
팔봉의 말에 강민이 말했다.
“약속은 필요 없어요. 맛있는 거 사 주세요!”
그때를 떠올린 팔봉은 피식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거 같았다.
‘그 이후 다시 내 인생은 망가졌지만 말이야.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았으려나? 좀비 세상이라니, 이건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팔봉은 하늘을 바라봤다. 조금 후면 다시 우식과 강민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죽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하늘에서 거대한 방패가 쏟아져 내렸다.
* * *
– 쿵! 쿵! 쿵! 쿵! 쿵! 쿵!
하늘에서 여섯 개의 거대한 방패가 내려와 땅에 박혔다. 여섯 개의 방패는 팔봉을 중심으로 사방을 감싸 안았다.
좀비들 틈에서 안전 지대가 생긴 거였다.
‘이건 뭐야? 설마 방패?’
팔봉은 입을 벌리고 말았다.
겉모습이 방패처럼 생겨서 방패라고 생각했지 이건 하나하나가 방패가 아니라 ‘벽’이었다.
자신을 공격하려던 근육 좀비는 방패에 찌그러져 육편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팔봉은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팔봉을 더 혼란하게 하는 말이 들렸다.
“삼촌!”
하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며 한 사람이 떨어졌다.
아래로 떨어진 남자를 보며 팔봉의 눈이 흔들렸다.
‘설마? 강민이?’
목소리는 분명 강민이었다. 하지만 팔봉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강민은 여기가 아니라 강화도에 있어. 그것도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야.’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팔봉은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확실히 강민과 비슷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많은 게 달랐다.
‘얼굴에 상처가 없어. 그리고 강민보다 더 잘생겼고 말이야.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야.’
무엇보다 강민보다 키가 크고 덩치도 좋았다. 강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확실히 아니었다.
“구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누구신지요? 삼촌이라니요?”
팔봉의 말에 강민이 입을 열었다.
“삼촌! 저 강민이에요. 설마 잊으신 거예요?”
강민의 대답에 팔봉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장난치지 마십시오. 어떻게 그 이름을 아는지 몰라도 더 농담하신다면, 참지 않겠습니다.”
팔봉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만큼 팔봉에게 강민과 강민 아버지는 특별했다.
강민은 분노한 팔봉의 얼굴을 보고 아차 싶었다.
‘아니, 얼굴을 보고도 안 믿네. 그렇게 내 얼굴이 많이 바뀌었나?’
팔봉이 쉽게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그럼 어떻게 설득시키지?’
강민은 팔봉을 설득시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 쿵! 쿵! 쿵!
좀비와 근육 좀비들이 방패를 두드리고 있어서였다.
‘내구도가 깎이고 있어!’
이대로면 얼마 버티지 못했다.
“좋아요. 안 믿으니 절 누구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곳은 빠져나가야 해요.”
강민의 말에 팔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해 주셨는데 화부터 내서 죄송합니다. 다만 저에게 민감한 부분이라 그랬습니다.”
강민은 잠시 타협하기로 했다. 정체는 나중에 밝혀도 됐다. 지금 중요한 건 여기를 빠져나가는 거였다.
“좋습니다. 얘기는 나중에 하죠. 우선 여기를 빠져나가죠.”
“어떻게 말입니까?”
팔봉의 말에 강민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네? 하늘로요?”
“올 때도 저곳에서 왔는걸요.”
팔봉은 믿기지 않는 듯 눈만 깜빡거렸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 근처 좀비 먼저 없애야겠어요. 방패를 빼면 바로 몰려들 거 같아서요.”
팔봉이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그건 제가 하죠.”
“아니요, 제 옆에 오세요. 절 꽉 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마세요.”
* * *
“뭐라고!”
무전기 내용을 들은 경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선용배 옆에 있으면서 항상 기분을 조절하던 그였는데, 이때만큼은 참지 못했다.
“당장 쫓아!”
무전기에서 바로 대답이 들렸다.
[너무 빠릅니다. 조금 전까지 쫓고 있는데 모두 놓쳤습니다.]“멍청한 새끼들. 그럼 당장, 모든 드론 모아서 실험체를 쫓는 데 써!”
[그럼 사형 장면을 놓치게 됩니다.]“됐어! 어차피 그놈 죽어! 당장 모든 드론으로 실험체를 추적해!”
경수가 무전을 끊자 선용배가 옆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특별한 감정 기복이 없던 선용배 얼굴이 굳어 있었다.
“애들을 놓쳤다고? 그럼 다시 부르면 되잖아? 왜 부르지?”
선용배의 말에 경수가 대답하지 못했다.
“혹시 안 한 거냐?”
최경수가 입술을 깨물다 입을 열었다.
“사형이 끝나면 하려고 했습니다.”
순간 선용배가 지팡이로 최경수의 등을 내려쳤다.
– 팍!
“으윽!”
최경수가 고통에 신음성을 냈다.
“만일! 만일 애들을 놓쳐서 손자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
선용배는 최경수를 노려보다 지팡이로 문을 가리켰다.
“당장 가서 찾아 와!”
* * *
경수는 시장 집무실을 나서며 이를 갈았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늙은이 같으니라고!’
등이 너무도 아팠다. 원래 경수 성격 같으면 바로 죽여 버렸을 텐데 그놈의 ‘스킬’ 때문에 죽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노친네처럼 지랄 같은 스킬.’
경호가 속으로 욕을 하며 청사 바깥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차량이 준비되어 나왔다.
차에 타자 다시 무전이 왔다.
[부시장님, 실험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곧 담벼락을 넘을 거 같습니다.]경수는 손잡이를 꽉 쥐고 소리쳤다.
“총을 쏴!”
[그래도 됩니까?]“명령이다. 모든 건 내가 책임져!”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이 울렸다.
“빨리! 더 빨리 가!”
경수의 재촉에 운전사가 속도를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벼락이 보이고 경찰들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차에서 내린 경수는 얼른 그곳으로 달려갔다.
“아… 파… 아파…….”
“아아아아아아.”
그곳에 보라색 아이들이 신음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경수에게는 아이들의 신음보다 그들이 흘리는 ‘피’에 눈길을 줬다.
‘이게 얼마짜린데!’
경수는 짜증을 내며 아이 중 하나에게 다가가 팔을 내밀었다.
“물어!”
경수는 눈쌀을 찌푸렸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이렇게 하는건 바로 경수의 능력인 ‘혈연’ 때문이었다. 혈연은 자신을 피를 마신 대상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보통 인간은 피를 뽑아 주기만 해도 능력이 발휘되었는데, 이상하게 실험체들은 반드시 물어 뜯어야만 능력이 발휘되었다.
경수의 말에 아이가 경수의 눈치를 봤다.
“물라고!”
경수가 크게 소리치자 아이가 경수의 팔목을 물었다.
순간 통증에 경수가 인상을 썼다. 하지만 꾹 참고 모든 아이들에게 자신을 물게했다.
모두가 물자 경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들어. 내 말을 들어. 집에 가자. 집에 가자.]신음하던 아이들이 멍한 표정이 되었다.
경수는 다시 한번 말했다.
[집에 가자. 집에 가자. 가서 놀자, 가서 놀자.]그러자 아이들이 동시에 일어서며 대답했다.
[집에 가서 놀자, 집에 가서 놀자.]이상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경찰들은 익숙한지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관 한 명이 가방을 가지고 왔다. 채혈 키트였다.
경수는 아이 중 한 명에게서 피를 뽑아 담았다.
[집으로 가. 집으로 가.]경수의 말에 아이들이 다시 청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경수는 다시 차를 타고 청사로 가더니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는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경수가 다가가자 군인들이 경수에게 거수경례했다.
경수는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신경질 나는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 선용배가 있었다.
선용배는 가운데 있는 침대를 보고 있었는데 침대에는 삐쩍 마른 아이 한 명이 누워 있었다.
“피는?”
“가져왔습니다.”
선용배가 손을 내밀자 경수는 채혈 키트를 넘겼다.
선용배는 익숙한 듯 채혈 키트에서 피가 든 주사기를 꺼냈다. 피는 짙은 보라색이었다.
선용배는 주사기를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의 몸속에 넣었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 아이가 눈을 떴다. 아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선용배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아이의 눈은 짙은 보라색이었다.
* * *
팔봉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위력이라니!’
방패가 사라지고 갑자기 토네이도가 불기 시작했다. 그 토네이도가 주위의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김포 공항에 있으면서 수많은 능력자를 봤지만 이런 능력은 정말 처음 보는 거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토네이도로 주위에 좀비들이 사라지자 하늘에 계단이 생겼다.
“빨리요. 시간 없어요.”
강민은 신기해하는 팔봉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다.
팔봉은 여전히 조금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조금 심각했다.
‘내구도가 생각보다 많이 사라졌어.’
그만큼 포인트도 많이 얻었지만, 지금 당장 쓸 곳도 없었다.
‘괜찮겠지?’
강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팔봉을 구했으니 목적은 이룬 거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역시 경복궁으로 가는 게 좋겠지.’
강민은 경복궁을 목적지로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팔봉이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경복궁이요.”
“네? 경복궁이요?”
“그곳에 사람들이 있거든요. 게다가 다리가 끊겨 있어서 좀비들이 못 따라올 거예요.”
아래에는 지금 수많은 좀비가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수가 ‘좀비 웨이브’보다 더 많은 거 같았다.
“하지만 한강에는 갑각 거미가 있습니다.”
강민이 씩 웃었다.
“저에게 방법이 있어요. 한 마리 정도는 문제도 아니에요.”
저 멀리 한강이 보였다. 도로 표지판을 보니 가양 대교였다.
강민이 있는 곳은 가양 대교 입구에 있는 아파트 단지였다.
“네? 누가 한 마리라고 합니까? 한강에만 갑각 거미 열 마리가 있습니다.”
강민이 놀라 되물었다.
“네? 열 마리요?”
“네, 그래서 아무도 한강을 건너려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강남과 강북이 끊긴 거죠. 그럼 설마? 강북에서 오신 겁니까?”
“네…….”
그제야 강민은 자신이 그때 운이 좋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갑자기 아파트 단지의 옥상에서 벽을 타고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맙소사.”
그것들은 모두 ‘새끼 갑각 거미’ 들이었다.
– 취익. 취익.
그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거미줄을 아래로 내뿜고 있었다.
거미줄은 작았지만 그런 거미줄이 수백 개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어쩔 수 없이 강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래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렸다. 진퇴양난의 상황이었지만 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웃기지 마!’
강민은 두 개의 방패로 거미줄을 막으며 앞으로 나갔다. 거미줄이 붙으면 소환 해제시키고 또 다른 방패를 부르는 식으로 한 거였다.
덕분에 거의 한강에 도착했다.
‘열 마리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한 마리만 있을지 몰라!’
강민은 마음속으로 빌며 한강 위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거대한 거미줄이 강민을 감싸 안았다.
갑각 거미 한 마리가 ‘가양 대교’ 아래에 숨어 있었던 거였다.
‘으윽!’
방법이 없었다. 강민은 방패를 소환 해제시키고 아래로 내려왔다.
“괜찮으세요?”
강민이 팔봉을 바라보며 묻자 팔봉이 칼로 거미줄을 끊으며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강 물 위로 ‘성체 갑각 거미’들이 떠올랐다. 수면 위로 떠오른 갑각 거미들이 강민을 향해 물 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갑각 거미들이 3마리나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다 가양 대교 아래에 숨어 있던 거미도 오고 있었다.
‘하늘로 가는 건 힘들겠어.’
한 마리도 아니고 총 4마리의 거미들이었다. 이들의 거미줄은 작은 거미들과 차원이 달랐다.
팔봉은 난감해하는 강민을 보며 소리쳤다.
“저는 괜찮습니다. 도망가세요!”
팔봉의 말에 강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못 가요! 삼촌을 어떻게 만났는데! 두고 가요!”
마음이 다급해진 강민은 저도 모르게 또다시 ‘삼촌’이라 불렀다.
팔봉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자신을 또 삼촌이라고 부르며 있었다.
‘정말… 정말 강민인가?’
그럴 리 없었다. 강민은 강화도로 이동하기 전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의사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팔봉은 강민을 바라봤다.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자신만 아니라면 혼자서 도망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이 사람을 살려야해.’
수많은 생각이 팔봉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다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팔봉은 강민의 어깨를 쳤다.
“당신이… 아니, 네가 정말 내 조카 최강민이라면 제발. 제발 도망가! 너만 아니면 난 여기서 도망갈 수 있어.”
팔봉은 삼촌 흉내를 내기로 한거였다.
“누가 그걸 믿어요. 삼촌은 거짓말 확 티나요.”
팔봉은 혼란스러웠다. 강민이 자신을 대하는 게 자연스럽고 진짜 강민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랐다. 평소 강민에게 하듯 말이 나온거는.
“약속이다.”
팔봉의 말에 강민이 피식 웃었다.
“약속은 필요 없어요. 살아남게 되면,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순간 팔봉이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강민과 자신만이 아는 멘트였다.
“말도 안 돼! 너… 너… 정말… 강민?”
“몇 번이나 말해요. 진짜 저라고요.”
“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아니 이거 말이 안 돼는데!”
“그건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우선 안쪽으로 뛰어요.”
강민은 한강에서 멀어지며 상태창을 열었다.
‘방패 내구도가 100이 안 남았어.’
그때였다.
– 척! 척! 척!
육지로 ‘성체 갑각 거미’가 3마리가 올라왔다. 가양 대교에 붙어 있던 거미는 다리 시작 부분까지 왔다.
거미들과 자신 사이의 거리는 100m도 되지 않았다.
“삼촌, 제 옆에 꽉 붙어요.”
“설마, 아까 그걸 쓰려는 거냐?”
강민은 ‘토네이도 방패’를 펼칠 생각이었다.
“네, 이걸로 저 거미들을 죽일 거예요. 다행히 다 죽이고 내구도가 남으면 도망가는 거고. 내구도가 남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요, 한강에 들어가는 거예요. 운 좋으면 살지 않겠어요?”
팔봉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방법은 그거뿐이었다.
“제 옆에 붙으세요!”
강민은 사방에 퍼져 있는 방패를 소환하며 ‘토네이도 방패’ 스킬을 펼쳤다.
방패가 돌며 토네이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하늘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토네이도는 점점 커지며 위로 올라갔다.
빗방울은 점점 거세지며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 쾅!
하늘에서 번개가 내려쳤다. 바로 토네이도 한 가운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