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7)
7화 능력을 보이다 (3)
– 쾅!
팔봉이 사장실 문을 큰소리 나게 닫고 들어왔다.
“최강민, 반드시 중요한 이유여야만 할 거다.”
팔봉이 강민에게 경고하며 품에서 안경 닦이를 꺼내 안경을 닦았다. 이건 기분이 상당히 안 좋을 때 하는 팔봉의 버릇이었다.
평소라면 주눅이 들어 말도 못 꺼낼 강민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제 말 들으면 저한테 고맙다고 할 겁니다.”
“그래야 할 거다. 빨리 말해라. 1분 내로.”
강민이 말했다.
“Привет. Сколько это стоит?(안녕하세요. 이거 얼마예요?)”
안경을 닦던 팔봉의 손이 멈췄다. 강민이 유창한 러시아를 해서였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알아?”
“Я узнал, потому что мне было скучно. 심심해서 배웠다는 뜻이에요.”
팔봉이 안경을 썼다.
영어나 일본어면 몰라도 러시아어를 심심해서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 배웠다는 뜻이었다.
‘전공이 철학과인 놈이 러시아어를 배울 이유가 뭐가 있지?’
잠시 생각해 봤지만, 팔봉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언뜻 유학이 생각났지만, 보통 유학하려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지 러시아로 갈 일은 거의 없었다.
강민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할게요. 저 안드레이란 동양인, 지금 장난치고 있어요.”
“장난?”
“네, 저 배 나온 러시아인. 이름이 미하일이던가요?”
“그래, 러시아 트로이카 무역 상사 부사장이지.”
“부사장이라… 생각보다 직급이 높네요. 하여튼 그 사람이 원한 가격은 30~45달러 사이였어요. 그런데 안드레이란 사람이 말을 바꿔 10달러로 말하더라고요.”
팔봉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10달러라… 아까 그랬지, 그 돈으로 우리가 계약 못 한다고 하니 미하일이 나서서 30달러로 계약하려 했지. 뭔가 이상하네. 직원도 아닌 통역이 왜 그랬지?”
통역은 번역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격을 떨어트렸다.
팔봉의 오른쪽 눈 위에 새겨진 칼자국이 움찔거렸다. 뭔가 냄새가 났다.
“저 통역 데려온 사람 누구예요? 러시아예요?”
“우리가 통역 업체를 소개해 줬다. 우리가 통역을 준비한다고 하니 러시아 측에서 자신들이 손님 입장이니 자신들이 준비하겠다고 했어.”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언뜻 보기에는 별 문제 없어 보였다.
“이젠 어쩌실 건가요? 나가서 다시 협상 하실 건가요?”
팔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거래는 계속돼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협상을 계속해도 제대로 된 협상이 안 될 거야.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찜찜해.’
영어라면 모를까 러시아어는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중간이 통역이 지금처럼 말을 바꾼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팔봉은 앞을 바라봤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강민이 보였다.
“너… 나 좀 도와라.”
“협상에 절 포함할 건가요?”
“어쩔 수 없지.”
팔봉의 말에 강민이 테이블에 손을 얹었다.
“괜찮긴 한데, 저 비싸요.”
“얼마를 원하지?”
드디어 강민이 원하는 말이 나왔다. 강민은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일을 벌일 거였다.
“돈은 필요 없어요.”
강민의 대답에 팔봉이 눈꼬리를 올렸다.
팔봉이 생각하기에 강민에게 가장 필요한 게 돈이었다.
‘뭐지? 그사이 내가 모르는 일이 강민에게 벌어진 건가?’
며칠 전 가져온 돈과 러시아어까지, 팔봉은 자신이 강민에 대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필요 없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뭐지?”
“제가 원하는 건…….”
강민이 막, 말하려 할 때였다.
–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며 비서가 사장실에 들어왔다.
“사장님, 러시아 측에서 협상을 빨리 끝내자고 합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5분이 지나 있었다.
비서의 말에 강민이 팔봉에게 말했다.
“그건 협상 끝나면 말씀드리죠.”
“좋아, 미리 말하지만, 집에 관련된 건 안 된다.”
“알아요. 대신 사장님도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이유를 묻지 말아 주세요.”
팔봉은 잠시 강민을 노려보다 대답했다.
“좋다.”
그렇게 협상은 타결됐다.
* * *
강민이 팔봉을 옆에 앉히고 협상에 참여할 거라 말했다.
계약이 끝났다고 생각한 트로이카 무역 회사 사람들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특히 미하일 부사장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박 사장, 이게 무슨 일입니까. 계약 체결 직전에 조카를 데려와서 다시 협상하다니요!”
미하일의 말을 옆에 있던 통역 안드레이가 번역해 말했다.
팔봉이 바로 대답하려 하자 강민이 손을 뻗어 팔봉을 말렸다.
“제가 할게요, 삼촌.”
이 자리에서 팔봉은 강민을 조카로 소개했다. 그래서 강민은 팔봉을 다시 삼촌이라 불렀다.
강민은 안드레이를 한번 노려본 뒤 미하일에게 물었다.
“Извините за внезапное прерывание. Однако есть обстоятельства, которые должны это сделать. (갑자기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겨서요.)”
미하일의 눈이 커졌다. 강민의 러시아어가 너무 유창해서였다.
동시에 미하일 옆에 앉아 있던 안드레이의 눈이 떨렸다.
미하일이 물었다.
“무슨 사정이죠? 당장 이 자리를 나가고 싶지만, 박 사장을 봐서 한 번만 들어 보겠습니다. 하지만 만일 별 내용 아니라면 이번 계약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미하일 부사장님. 저는 본의 아니게 사장실에서 협상 내용을 듣게 되었습니다. 부사장님은 옆에 통역에서 30~45달러 사이로 계약하라고 말씀하셨죠.”
미하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히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통역에게 계약 조건을 말한 거였는데, 그걸 듣고 있던 사람이 있었던 거였다.
미하일은 팔봉을 바라봤다. 그가 이 모든 일을 꾸민 노련한 여우처럼 보였다.
“흠흠, 그렇소.”
“그런데 저 통역이 저희에게 얼마를 불렀는지 아십니까? 그것 때문에 저희는 이번 협상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강민의 말에 안드레이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그… 그건 저희 고객이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한 것입니다.”
강민이 피식 웃었다.
“그걸 왜 통역이 해요? 자신에게 어떤 이득도 돌아오지 않는데?”
그제야 미하일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강민에게 물었다.
“도대체 얼마를 말한 겁니까?”
“10달러입니다.”
미하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격을 후려치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이 정도면 모욕을 느낄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
협상 중 워낙 팔봉의 반발이 심해 협상이 깨질 뻔한 적이 있었다.
결국 자신이 끼어들어 종이에 30달러를 써 극적으로 타결하려 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다.
미하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 봐라.’
미하일은 부사장이었다. 그것도 러시아 밀수 업체의 부사장. 그가 아무 이유 없이 부사장이 된 게 아니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협상 자체를 무효화시키려는 의도였다.
안드레이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부… 부사장님! 저는… 저는…….”
“대답은 나중에 듣지.”
미하일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체격 좋은 두 남자가 안드레이를 잡았다. 밀수하는 러시아인들이 일반인일 리가 없었다.
“부사장님! 부사장님! 단지 저는!”
안드레이가 소리쳤지만, 그들은 안드레이를 끌고 갔다.
“휴, 죄송합니다. 저희 측에서 큰 실수를 벌인 거 같군요. 사죄의 의미로 이번 거래는 처음 그쪽에서 제시한 대로 50달러로 하시죠.”
강민은 미하일의 말을 팔봉에 전했다.
팔봉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번 거래는 첫 거래입니다. 누구 하나 손해 보면 이 거래를 계속 이어 갈 수 없겠죠. 이렇게 하시죠. 45달러. 이 정도면 앞으로 트로이카 무역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팔봉의 말에 미하일이 환하게 웃었다.
“저희 트로이카가 한국에서 좋은 거래처를 만난 거 같군요.”
팔봉과 미하일은 악수하며 계약서에 체결했다.
원래는 체결 후 술자리가 예약되어 있었지만 ‘안드레이’ 사건으로 그건 취소가 되었다.
미하일은 안드레이 건으로 급히 알아볼 게 있다며 사무실을 떠났고 사무실에 남은 건 ‘행복 대출’ 직원들과 강민뿐이었다.
“저녁 먹었냐?”
“아뇨.”
“그럼 나가자.”
* * *
팔봉은 강민을 사무실 근처 24시간 순댓국집으로 데려갔다.
순댓국 2개가 나왔지만, 팔봉은 말이 없었다. 팔봉은 깻가루를 뿌리고 밥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마친 뒤 혼자 먹기 시작했다.
강민은 그 모습을 보다가 티브이로 눈을 돌렸다.
[속보입니다. 핑크 드림의 한민주 양이 자살한 이유가 그룹 내 왕따 때문이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부검 결과 약물이 검출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한민주 양이 마약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생각도 못 한 소식에 강민이 멍하니 티브이를 봤다. 그건 팔봉도 마찬가지였었는지 뒤돌아 티브이를 잠시 보다가 입을 열었다.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팔봉이 강민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거다.”
“삼촌, 전 세상에서 제가 가장 소중해요.”
팔봉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
“그럼 위험한 일을 하는게 아니겠지?”
“…….”
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다.
강민은 조용히 순댓국을 먹었고 팔봉도 다시 숟가락을 들고 먹었다.
두 사람 모두 순댓국을 다 먹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강민이었다.
“삼촌, 아까 말하려다 그만둔 제가 원하는 걸 말씀드릴게요.”
팔봉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말해.”
팔봉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강민은 크게 한숨을 내쉬다 말했다.
“제 친구가 있는데, 친구가 조금 위험한 상황에 부딪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친구? 게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네.”
팔봉이 강민을 노려보았다. 강민은 살짝 그 눈을 외면했다.
“…계속해 봐.”
“그 친구가 나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생겼어요. 방이라 도망갈 곳은 없고요. 이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적이 몇 명이지?”
“총 네 명이래요.”
“무기는?”
“한 명은 일본도 같은 칼, 한 명은 쇠 파이프, 한 명은 도끼, 한 명은 사시미나 그 정도 크기의 식칼?”
강민의 얘기를 들은 팔봉은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했다.
“참, 삼촌 그 친구는 운동을 잘못…….”
“알아, 평생 운동은 안 하고 공부만 했겠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잘 먹지도 않아서 지금 몸도 좋지 않고 말이야.”
강민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신의 얘기인 것이 금세 들통나서였다.
“적들은 서로 원수인 사이냐?”
“아뇨, 처음 본 사이예요.”
팔봉이 눈을 뜨고 강민에게 물었다.
“이게 3천만 원과 연관되어 있는 거냐?”
“…삼촌, 이유는 묻지 않는다고 약속하셨어요.”
“끙.”
팔봉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일어섰다.
“따라와라.”
“네?”
“살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 주마.”
* * *
팔봉은 강민을 데리고 다시 사무실로 왔다.
팔봉은 책상을 뒤지더니 강민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열어 봐라.”
상자를 여니 그 안에 권총이 보였다.
“초… 총이요?”
“진짜 총은 아니다. 가스총이야.”
“가스총이요?”
“그래, 네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런 네가 흉기를 든 4명을 상대할 방법은 더 좋은 무기를 쓰는 거밖에 없어.”
강민의 눈이 커졌다.
‘이거야!’
가스총이라면 확실히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감사합니다, 삼촌. 제가 꼭 필요로 하는 거예요!”
“좋아하지 마라. 그리고 그것만 가지고 위험할 수 있으니. 이것도 받아라.”
팔봉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막대기를 하나 건넸다.
“이건 뭔가요?”
“전기 충격기다. 가스는 원거리에서 쏘고 적과 근접했을 때는 이걸 써라.”
확실히 전문가는 달랐다. 체계적이었고 현실적이었다.
‘이거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
두 개의 무기를 받은 강민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팔봉의 생각은 달랐다.
“표정을 보니 그거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팔봉이 그 말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팔봉이 갑자기 강민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사시미 칼 하나가 들려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칼이 강민의 목에 대어져 있었다.
강민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삼… 삼촌. 이… 게 무슨 짓이에요.”
팔봉이 칼을 내리며 말했다.
“이게 너다. 아니, 대다수 일반인이 이렇지. 일반인은 진짜 칼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고 하면 몸이 굳는다. 이 작은 칼도 그럴진대 일본도? 그거 더할 거야. 도끼나 쇠 파이프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그제야 강민은 자신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게 되었다.
“그럼 삼촌, 이걸 어떻게 해야 해요?”
강민이 간절히 말했다.
“가장 좋은 건 내가 가는 거다. 내가 도와주마.”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어요.”
강민을 보며 팔봉이 한숨 쉬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얼마나 있지?”
“사… 삼 일이요.”
“삼 일이라.”
곰곰이 생각하던 팔봉이 눈을 빛냈다.
“그럼 방법은 하나야. 네가 이것들을 봐도 몸이 굳지 않게 만들어야지.”
“어떻게요?”
“익숙해지면 돼. 몸에 각인될 정도로 말이야.”
팔봉의 말에 강민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 *
토요일이 되었다.
강민은 군복을 입고 배낭에 라면과 식량까지 준비했다.
가스총을 대비해 방독면도 준비해 썼다.
모든 준비를 마치니 11시 20분이 되었다. 왼손의 불꽃 문신은 제일 윗부분을 빼고 모두 붉게 변해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나.’
강민은 요 며칠을 떠올렸다.
‘지옥이 따로 없었지.’
팔봉은 부하들 3명과 함께 강민을 데리고 건물 지하실로 데려갔다. 그곳은 텅 빈 지하실이었는데 강민도 처음 와 보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강민은 오늘 아침까지 ‘무기들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다.
배움은 간단했다. 팔봉을 비롯한 덩치 3명이 각자 무기를 들고 강민을 죽일 듯 공격했다.
장난이 아니었다. 실제 칼에 베이기도 했고 쇠 파이프로 허벅지를 맞아 한동안 못 움직이기도 했다.
– 일어나 이 정도로 사람은 죽지 않아!
팔봉은 매몰차게 강민을 몰아붙였다.
집에도 보내 주지 않았다. 그런 훈련 덕분에 3일이 지나니 확실히 무기 앞에서도 몸이 굳지 않았다.
– 도움이 필요하면 꼭 연락해라.
오늘 아침에 떠나기 전 팔봉은 강민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강민이 할 수 있는 건 알겠다며 대답하고 나오는 것뿐이었다.
11시 30분이 되자 왼 손등 문신에서 빛이 났다.
‘드디어 다시 그곳에 가는구나!’
강민은 등에 커다란 배낭을 꽉 잡았다.
[평행 세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메시지가 뜨고 강민이 사라졌다.
* * *
[평행 세계로 이동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시 본 세계로 갈 때 이동했던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갑니다.>이전과 달리 눈앞에 뜬 메시지가 보였다.
쓰러질 것만 같이 어지러웠지만 팔봉에 받았던 훈련 덕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 강민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언제나 냉정하고 정신을 잃지 마라.
팔봉의 말이 생각난 강민은 눈을 부릅떴다. 희미했지만 안방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그 장소 그 시간대로 왔어! 그렇다면!’
앞을 바라봤다. 희미하게 방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문을 통해 헬멧을 쓴 사람이 들어왔다.
그의 손이 1m가 넘는 일본도가 들려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그걸 보는 즉시 몸이 굳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안방 문이 활짝 열리고 흐릿했던 앞이 분명하게 보였다.
강민은 차분히 가스총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