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왕의 권능 (3)
종남의 스킬 이름은 ‘사기’였다.
그런데 보통 사기가 아니었다. 종남이 말하면 그걸 듣는 사람은 종남의 말을 그대로 믿는 정말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종남은 몇몇 사람에게 가볍게 말을 걸며 ‘스킬’을 보여 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전 처음 본 종남을 모두 십년지기처럼 여겼다.
‘기억을 조작하는 건가? 이거 여기가 아니라 현실 세계였으면 엄청난 능력이잖아?’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
“엄청난 스킬이네요.”
강민의 칭찬에 종남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좀비한테는 아무 쓸모없는 스킬인데요. 게다가 정신력이 강한 상대에게는 잘 먹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일반인 상대로는 괜찮은 거 아니에요?”
“그것도 제약이 있습니다. 한번 쓴 대상에게는 다시 쓸 수 없고 24시간이 지나면 사기가 풀려 사기를 당한 사람이 사기당한 걸 깨닫게 되니까요. 게다가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서 조금 친해지는 정도입니다.”
확실히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경비에게 문을 열게 만드는 정도는 충분할 겁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때였다.
강민이 처음 구해 준 중년 여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저도 도울 수 있을까요?”
“네?”
“저쪽에서 얼핏 들었습니다. 힐러를 구하러 김포 공항에 가신다고요. 그럼 제 능력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 말을 하며 중년 여자가 작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녀 앞에 빛으로 이뤄진 활이 나타났다.
그녀는 빛으로 된 활을 잡으며 말했다.
“제 정확한 스킬 이름은 ‘백발백중’입니다. 사거리 1km까지 빛으로 된 화살을 쏠 수 있어요. 그 덕에 멀리 볼 수 있는데, 이것에 천리안이라고 그냥 제가 이름 붙였어요.”
중년 여인이 시위를 당기자 화살이 나타났다.
강민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혹시 화살을 무제한으로 쏠 수 있는 겁니까?”
중년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죠. 하지만 힘이 달려 많이 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 정도면 주위 시선을 끄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구는 활을 보고 누구는 여자의 얼굴을 봤다.
팔봉도 마찬가지였다. 팔봉은 빛으로 된 활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수진 씨 아닙니까?”
여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알아보시네요?”
양수진의 대답에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맙소사 이게 사실이면!’
양수진은 자신의 영지민이었다. 강민은 최고의 원거리 공격수를 얻은 거였다.
* * *
서서히 계획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양수진은 김포 공항 아래에 있는 ‘수명산’에서 원거리 공격을 해 적의 이목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그사이 ‘사기’ 스킬을 가지고 있는 종남과 강민이 반대편으로 ‘김포 공항’에 진입하기로 했다.
팔봉은 김포 공항에서 어디에 경비가 배정되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김포 공항은 매우 넓다. 그런데 인구는 2,000명밖에 안 되지. 그래서 외곽 경비인력은 100명이 전부다. 많아 보여도 100미터당 한 명 서 있는 거야.”
팔봉이 계획을 세우고 모두 자신의 역할을 숙지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 잠시 후 강민과 양수진 그리고 종남은 김포 공항을 떠나기로 했다.
떠나기 전 마지막 점검 시간, 팔봉이 종남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종남이, 너 잠깐 나 좀 보자.”
그 말을 하고 팔봉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종남은 말없이 일어나 팔봉을 따라갔다.
팔봉이 조용히 종남을 끌고 복도로 나갔다.
팔봉은 창밖 한강에 떠 있는 수많은 ‘갑각 거미’를 보며 말했다.
“내게 강민은 소중한 사람이다. ‘너희’들 만큼이나.”
종남이 흠칫했다.
팔봉의 말투는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 작전을 설명할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형… 형님, 형님에게 소중하면 저에게도…….”
종남의 말을 팔봉이 자르며 말했다.
“네가 그날 우리를 배신하고 진호에게 간 것은 알고 있다.”
종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날, 명구와 정식이 그리고 서라와 헤어졌지. 지금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겠네.”
종남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 죄송합니다, 형님. 죽여 주십시오, 형님.”
“네가 날 배반한 이상, 이제 넌, 내 형제가 아니다.”
종남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형님!”
“형님이라고 부르지 마!”
팔봉이 몸을 돌려 종남을 바라봤다. 키가 작은 팔봉이 고개를 들어 종남을 올려다보았다.
차가운 팔봉의 눈빛에 종남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까 보니 강민에게 열심히 더구나. 그렇게 살고 싶었냐?”
“그… 그건.”
“그래, 이해는 가. 네가 나한테 한 짓이 있으니 어떻게든 네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 살고 싶었겠지.”
종남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 아닙니다, 형…….”
종남은 ‘형님’이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럼!”
“제가 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팔봉은 종남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럼 저 안에 있는 네 마누라 때문이냐? 그 때문에 나를 배신하고 진호에게 붙은 거냐?”
종남은 대답하지 못했다. 팔봉의 눈을 바라보다 이를 악물고 눈을 돌려 버렸다.
“난 지금까지 선을 지키며 살았다. 사람을 죽여도 ‘선’을 넘는 사람만 죽였지. 그건 내 옆에 있던 네가 잘 알 거다.”
“…물… 물론입니다.”
“하지만 강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그 ‘선’을 버릴 수도 있어.”
종남이 마른침을 삼켰다. 팔봉이 어떤 사람인지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았다.
선을 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이었지만, 선을 넘는 자에게는 악마가 따로 없었다.
팔봉이 ‘선 회장’ 아래에 있었을 때, 회장의 적 90%가 사라졌다. 모두 눈앞에 있는 팔봉 때문이었다.
그런 팔봉이 말했다.
“가라. 모든 것을 아는데도 너를 보내는 것은 이곳에 인질이 있기 때문이지.”
종남이 몸을 떨었다. 인질은 자신의 아내였다.
“가서 강민을 손끝 하나 다치게 하지 말고 이곳으로 데려와라. 그게 너와 네 아내가 사는 유일한 길이다.”
* * *
강민은 사람들과 방패를 타고 이동했다.
강민은 안경과 모자 그리고 후드 티를 써서 얼핏 보면 알아보기 힘들게 분장했다.
팔봉은 ‘선유도’에 남았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누군가는 돌보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포 공항 남쪽에 있는 ‘수명산’에 도착했다.
강민은 그곳에 ‘양수진’을 내려 주고 종남과 함께 예전 김포 공항으로 갔던 길로 이동했다.
‘좀비가 거의 없어.’
원래 김포평야에 좀비가 적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유는 금방 알았다.
‘그때 모조리 팔봉 삼촌을 따라와서 그렇구나.’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게 김포 공항 담벼락 근처에 도착했다.
“꼼짝 마!”
담벽락 위에 있는 김포 공항 순찰조가 총구를 내밀며 소리쳤다. 그러자 종남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누구냐? 외지인이냐?”
“아이고,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종남이 한 발자국 다가가며 순찰조 모두가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모르겠어요? 저 종남이에요, 종남! 여러분한테 저번에 커피 믹스 몰래 준 종남이라고요!”
순간 종남의 눈이 빛나며 순찰조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저 모르시겠어요?”
“응? 커피 믹스?”
“네! 커피 믹스. 제가 몰래 갖다 드려서 같이 마셨잖아요?”
순간 이곳저곳에서 ‘맞다’라는 소리와 함께 ‘그 종남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순찰조의 총구가 내려갔다.
그때였다.
– 쿵!
저 멀리 몇 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불이야!”
멀리에 있는 순찰조가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종남의 능력 덕분에 두 사람은 무사히 청사까지 들어갔다.
예전 들어왔을 때처럼 ‘수속’을 밟지도 않고 바로 청사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들은 ‘불’이 난 것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적이 들어왔는지 알고 모든 경비도 그쪽을 향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청사 안을 무사히 돌아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강민은 모자에 후드티를 쓰고 있어 다들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여기예요.”
강민은 미숙이 일하는 ‘의료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은 저에게 맡기고 여기에 계십시오. 혹시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종남은 안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후 나왔다.
“저… 안에 미숙이라는 이름의 의사가 없다는데요?”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럴 리가 없는데?”
“물어보니 어제 군인들과 같이 나갔다는데 그 이후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순간 강민의 가슴이 철렁였다.
‘군인?’
김포 공항은 두 그룹의 무장 세력이 있었다. 하나는 경찰이었고 또 하나는 군인이었다.
경찰은 주로 순찰과 내부 치안을 맡았고 군인은 주로 수뇌부의 명령을 따랐다.
‘느낌이 안 좋아.’
미숙의 남편은 경찰 최고 수뇌부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녀를 군인이 데려갔으면 오창훈도 무사하지 못하다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의료실을 벗어났다.
‘누구에게 물어보지? 어쩔 수 없나? 군인이 데려갔으면, 군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그런데 그때였다. 복도 맞은편에서 몇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군복을 입고 희희낙락거렸다.
‘저 사람은?’
분명했다. 미숙과 같은 일행이었던 ‘성식’이었다.
‘그런데 군복을 입고 있네?’
성식과 그 일행은 오창훈에게 찍혀 허드렛일 쪽으로 배정받아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군복을 입고 있다고? 군복은 심복들만 입는 거 아니야? 거기다 한쪽 팔밖에 쓸 수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게다가 같은 일행 중에서도 성식 혼자만 군복을 입고 있었다.
‘뭔가 일이 있던 게 분명해.’
강민이 사정을 얘기하자, 종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식에게 다가갔다.
종남은 똑같이 ‘미숙’에 대해 성식에게 물었는데, 이상하게 그가 주위 사람 눈치를 봤다.
그걸 본 강민이 화장실을 손으로 가리켰다. 강민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고 잠시 후 종남이 성식을 데리고 화장실로 데려왔다.
‘정말 엄청난 능력이야.’
종남의 능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돌아다닐 생각조차 못 했을 정도였다.
강민은 조용히 화장실 문을 잠갔다. 그걸 본 종남이 오래된 친구처럼 성식에게 물었다.
“아니, 성식아. 왜 그렇게 친구들 눈치를 보는 거야?”
“어쩔 수 없어요. 미숙 씨가 어딨는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누가?”
“부시장님이요.”
“부시장?”
종남이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라는 말이었다.
“부시장님 말씀이면 따라야지. 그런데 미숙 씨는 지금 어디에 있어?”
종남의 말에 성식이 망설였다. 그러자 종남이 성식의 어깨를 두르며 말했다.
“아니, 우리 사이에 왜 그래? 내가 정말 끝내주는 여자 소개해 준다니까?”
성식의 눈이 커졌다.
“진짜 약속 지켜야 해요, 종남이 형.”
“그럼그럼, 미숙 씨 어디에 있어?”
성식이 막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 탁! 탁!
화장실 손잡이를 강하게 돌리는 소리가 났다.
* * *
최경수는 선용배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시장님.”
“됐다. 어차피 그 형벌이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 보라는 의도 아니었느냐? 그리고 거기서는 도망갔어도. 끊임없이 달려드는 좀비들에게 죽었을 거다.”
“하지만 그놈은 하늘을 걸어 다녔습니다.”
선용배가 코웃음 쳤다.
“그놈들 한강 쪽으로 갔다면서? 그걸 알면서도 그런 걱정을 해? 거긴 갑각 거미 성체가 있다. 하늘 높이 나는 게 아니라면 거미줄에 걸려 잡아먹힐 거다.”
그 말에 최경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안심되네요. 역시 시장님이십니다.”
“뭐? 역시?”
선용배는 지팡이로 책상을 내려쳤다.
“이 바보 같은 놈, 이 정도는 부시장인 네놈이 생각할 줄 알아야지!”
선용배의 호통에 최경수는 고개를 숙이고 이를 악물었다.
‘이 미친 늙은이,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네 비위 맞춰 주는 거잖아!’
최경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다음부터는 더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못난 놈!”
선용배는 그 말을 하고 물 한 잔을 마신 후 물었다.
“창훈이는 어쩔 거냐?”
선용배의 말에 최경수가 고개를 들었다.
“내통 혐의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아내는 힐러 스킬이 아까우니 다른 의사에게 죽이게 해 스킬을 이전시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창훈 팀장은… 팔봉 형님과 똑같이 해야죠.”
그 말을 하는 경수의 눈은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미친놈, 그렇게 능력 있는 정적을 다 쳐내면 조직이 무너진다. 능력 있는 놈은 남겨 놔야 해.”
“정적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법대로 하는 겁니다.”
선용배가 고개를 흔들었다.
“팔봉이는 내게서 조직 경영을 가져갔고 진호는 잔인함을 가져갔지. 하지만 너는 ‘후회’만 가져가는구나.”
“후회라니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때였다.
최경수의 무전기가 울렸다.
– 치익. 치칙. 부시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야?”
– 누군가 공격을 했습니다. 불이 났습니다.
“뭐야! 피해는!”
– 불은 진압했습니다만 왠지 기분이 이상합니다. 꼭 성동격서 같습니다.
“성동격서? 알았다. 내가 당장 가지.”
무전 내용을 든 선용배가 빈정거렸다.
“창훈이가 없으니 바로 경비에 빵구가 나는구나. 됐다. 나가 봐라.”
최경수가 피가 주먹을 꽉 쥐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최경수는 시장실을 나서며 벽을 ‘꽝’ 쳤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최경수는 복도를 씩씩거리며 걸었다. 그러다 복도에 멍하니 서 있는 무리를 봤다.
“너희 여기 왜 있어! 적들이 침입한 거 몰라!”
최경수가 소리치자 그중 한 명이 대답했다.
“그게, 누가 성식을 화장실에 데려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답한 사람은 성식 일행 중 정글도를 잘 쓰는 남자였다.
“뭐?”
성식은 미숙에게 혐의를 입증한 공로로 군인이 되었다. 이곳에서 군인은 최고 권력을 가진 집단 중 하나였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몰래 강간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이 새끼가 군복 입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계집질이야!”
“저… 여자가 아닙니다. 남자입니다.”
“이런, 미친 새끼.”
눈살을 찌푸린 최경수가 화장실에 가서 손잡이를 돌렸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최경수가 발로 문을 찼다.
– 쾅!
화장실 문이 열리고 그 안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안은 경수가 생각하는 모습과 달랐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있었다.
“어랍쇼?”
* * *
강민은 열린 문을 바라봤다.
‘저 사람은 부시장 아니야?’
열린 문을 통해 ‘최경수’가 들어왔다. 잠깐 이나마 티브이를 통해 본 적이 있어 강민은 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지금 그가 자신과 종남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얼굴을 알아보는 건가?’
‘수속’을 밟을 때 사진까지 찍었으니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강민은 자신이 들켰을까 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단번에 제압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게 누구야? 종남이 아니야?”
경수의 말에 종남이 얼굴이 새파래져 말했다.
“최… 최경…수!”
“하, 최경수라니, 종남 씨 많이 컸네? 팔봉이 형의 쫄따구 주제에.”
경수가 종남에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아니지, 팔봉이 아니라 진호의 쫄다구라 해야 하나?”
경수의 말에 종남이 소리쳤다.
“입 닥쳐!”
“호, 나한테 입 닥치라고 말하다니. 정말 간덩이가 부었나 보네? 아니면 그때처럼 ‘사기’ 스킬을 쓰려고?”
경수의 말에 강민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사람에게 이미 사기 스킬을 쓴 거야? 그럼 저 사람에게는 더는 안 통하잖아! 위험해!’
경수가 종남의 앞에 있는 성식의 뒤통수를 ‘팍’ 쳤다.
“병신 같은 새끼, 침입자에게 당하기나 하고. 넌 다시 잡부다.”
경수는 그 말을 하며 뒤에 있는 성식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놈들 제압해.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사람은 군인이 되게 해 주마.”
그 말에 뒤에 있던 성식 동료들의 눈이 커졌다. 생각은 짧았다. 그들은 바로 강민과 종남을 향해 뛰쳐나갔다.
종남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강민이 있었다.
“종남 아저씨, 제 뒤로 와요!”
종남이 바로 뒤로 오자 강민은 바로 ‘방패’를 소환했다.
‘방패 치기!’
강민은 길게 늘어트린 방패 손잡이를 잡고 바닥을 향해 방패를 내려쳤다.
– 쿵!
엄청난 충격으로 바닥이 패여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강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다.
– 찌이이익!
방패로부터 전기가 흘러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최경수와 성식 그리고 그 일행들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걸 본 종남이 눈을 부릅떴다.
“맙소사.”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으로 엄청난 능력이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일부였을 뿐이었다.
“종남 아저씨, 어쩔 수 없네요. 이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강민은 몸을 떨고 있는 경수의 머리를 잡아 올리고 물었다.
“미숙 씨는 어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