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성혈 (2)
경수가 나간 뒤 선용배는 청사 지하에 있는 ‘실험실’로 왔다.
“수호야.”
선용배는 실험실 가운데 침대에 누워 있는 자기 손자에게 다가왔다.
손자 선수호는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보라색 아이들, 실험체의 피를 넣어도 깨어 있는 시간은 30분이 되질 않았다. 그것도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눈을 뜨고 말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선용배는 그 30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다. 유일한 피붙이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선용배는 언제나처럼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수호야,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널 반드시 낫게 해 주마.”
그런데 그때였다. 실험실 문이 벌컥 열리며 비서가 들어왔다.
“시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소란이야. 내가 수호와 같이 있을 때는 오지 말라고 했잖아!”
평소라면 즉각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고 말했을 비서였다.
하지만 비서는 몸을 떨며 말했다.
“시장님, 부시장님이… 부시장님이 죽었습니다.”
순간 선용배가 멈칫했다.
“뭐… 라고? 경… 경수가?”
“네, 화장실에서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선용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침대 모서리를 꽉 잡았다.
하지만 곧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피를 토했다.
– 욱!
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시장님!”
비서가 와서 선용배를 부축했지만, 선용배는 계속 피를 토했다.
“의사! 의사!”
비서가 의사를 부르자 의사가 달려와 선용배를 침대에 눕히고 진단을 했다.
하지만 선용배는 자신의 건강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경수가 죽었다고? 안 돼! 안 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어도 경수만큼은 죽어서는 안 됐다.
선용배는 손자를 바라봤다.
그건 경수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가 죽으면 ‘실험체’들을 컨트롤 할 사람이 없었다.
그건 곧 손주가 죽는 것과 다름없었다.
“누가! 감히!”
“시장님,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도 선용배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럴 시간 없어! 당장… 누가 죽였는지 알아 와!”
선용배의 말에 비서가 나갔다가 돌아왔다. 그는 들고 있는 탭을 선용배에 보여줬다.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놈입니다.”
선용배는 탭에 나와 있는 영상을 바라봤다.
“하늘을 걷고 있잖아? 설마?”
“네, 팔봉, 그분을 데려간 사람과 동일 인물로 보입니다.”
“이놈이! 팔봉을 데려간 것으로 모자라! 경수를 죽여! 도대체 경비는 뭐…….”
순간 선용배는 멈칫했다. 경비를 책임져야 할 오창훈을 경수가 감금시켜서였다.
게다가 영상을 보니 오창훈도 ‘범인’ 옆에서 같이 도망치고 있었다.
“당장! 당장 이놈을 죽여! 절대 못 빠져나가게 해!”
선용배는 분노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가자 잠시 후 공항 경찰과 군인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범인은 수많은 총격을 방패로 막으며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런데 범인들이 도망가다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 드론을 바라봤다.
꼭 그 모습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 같았다.
선용배는 그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설마? 나를 원하는 거냐?”
얼굴이 붉어진 선용배는 영상을 확대했다. 젊은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지난번에는 작은 모습만 봐서 실제로 강민 얼굴은 처음 보는 거였다.
순간 선용배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지… 아닐 거야.”
선용배는 더 자세히 영상을 봤다. 흔들리던 눈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확신해 찬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이놈이 살아 있는 거지!”
선용배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시장님, 이 약 드시고 약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의사가 약과 물을 건네자 선용배는 얼른 그걸 마신 뒤 다시 영상을 바라봤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시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느새 공격 명령을 내리고 돌아온 비서가 말했다.
선용배가 영상 속 강민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놈 이름이 뭐라고?”
“최강민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용배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름도 똑같잖아.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선용배는 그렇게 중얼거리다 손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분노해 있던 그의 눈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네놈이 날 기다린다는 거지. 잘됐어. 김 비서, 가서 공격을 멈추라고 해!”
“내? 하지만!”
“당장! 시간이 없어!”
“알겠습니다.”
비서가 다시 나가자 선용배도 일어나 시장실로 올라갔다.
그는 낡은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더니 책상 뒤에 있는 금고로 가, 문을 열었다.
선용배는 금고 안에서 작은 회색의 서류 가방을 꺼냈다.
“이건 정말 아까운건데…….”
선용배는 가방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가방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 * *
– 탕! 탕! 탕! 탕!
기관총과 수십 대의 소총이 불을 뿜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었다.
“세상에, 이런 능력은 들어 본 적도 없어요.”
미숙이 수많은 총알을 막아 내는 방패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방패가 아래와 사방, 그리고 하늘을 덮고 있었다.
완벽하게 밀폐된 거였다. 덕분에 이제는 총이 무섭지 않았다.
다만 강민의 의도가 뭔지 알 수 없어 그게 불안했다.
“저… 주인을 만난다는 게 혹시 시장님을 기다리시는 거예요?”
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요? 그 사람 보통 사람 아니라고 들었어요.”
“알아요. 하지만 꼭 할 말이 있거든요.”
강민은 이곳까지 오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 버리면 김포 공항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분명 김포 공항에서는 자신을 적으로 선포할 거고 이들은 자신을 보기만 해도 공격할 거였다.
‘이래서는 안 돼.’
예전이었으면 미숙을 구했으니 그냥 갔을 텐데 ‘왕의 권능’을 얻게 되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영지민이 얻는 포인트가 곧 내 포인트가 된다고 했어.’
그럼 영지민 수는 곧 자신의 포인트와 같았다.
‘2,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포기해야 할까?’
강북 연합과 경복궁 그리고 선유도에 있는 사람을 다 합쳐도 30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김포 공항에 있는 2,000명은 엄청난 수였다.
‘이걸 포기할 수 없어. 어떻게든 이들을 내 영지민으로 만들어야 해! 최소한 적대감만이라도 들지 않게 해야 해.’
강민이 그런 마음이 들 때였다. 오창훈이 한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미친놈들!”
강민이 그곳을 바라보니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로켓포를 들고 있었다.
– 쾅!
폭음과 함께 미사일이 방패를 향해 날아왔다.
순간 방패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방패가 강해도 이건 못 막을 거라고 생각한 거였다.
그리고 그건 현실로 나타났다.
– 쿵!
앞을 가로막은 방패 하나가 사라졌다. 내구도가 다 된 거였다.
“큰일이야!”
“죽… 죽을 거야!”
방패 안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강민은 여유로웠다.
강민은 머리 위를 막고 있던 방패를 사라진 방패 쪽으로 오게 만들고 말했다.
“아무래도 압도적인 힘을 보여 줘야겠네요.”
강민은 상태창을 열었다.
[권능이 일정 개수가 넘어 정식 정보로 바뀝니다. 상태창이 변합니다.> [이레귤러 정보를 정식 ‘권능’으로 전환시킵니다.> [상태창>1. 이름 : 최강민.
2. 스킬(3/3)
– 언어(S)(LV. 9)
– 타이탄 썬더 쉴드(B+)(LV. 13)
– 성혈의 신체(D+)(LV. 10)
* 권능
1. 세계선 이동(SSS)(LV. 7)
– 무게 제한 : 10,000kg.
– 쿨타임 : 4353분.
2. 아공간(SS)
3. 왕의 권능(S) – 튜토리얼 2단계 실행 중.
4. 보유 포인트 : 270,000.
예전 ‘이레귤러 정보’라고 표기되던 게 ‘권능’이라고 나타났다.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왕의 권능’만 새롭게 추가되었다.
하지만 강민이 보는 건 ‘왕의 권능’ 아래에 있는 항목이었다.
‘270,000포인트라니, 이거면 충분해.’
강민은 ‘타이탄 썬더 쉴드’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타이탄 썬더 쉴드>11레벨 : 7개의 방패 소환(내구성 600) – 5,000포인트.
12레벨 : 7개의 방패 소환(내구도 700) – 10,000포인트.
13레벨 : 8개의 방패 소환(내구도 700) – 20,000포인트.
…….
강민은 단숨에 타이탄 썬더 쉴드를 13레벨로 만들었다. 마석도 13개를 사용했다.
[마석 13개를 사용해 ‘타이탄 썬더 쉴드’ 스킬을 강화하였습니다.> [사용자와 방패의 거리가 8m까지 늘어납니다.> [전력이 더 강해집니다.> [방패가 더 커집니다. 가로 2.3m 세로 2.8m가 됩니다.> [이제부터 변환시킬 수 있는 갑옷의 개수가 2개로 늘어납니다.>강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방패가 6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 거기다 방패가 커지고 내구도도 700으로 늘었다.
‘그리고 변환시킬 수 있는 갑옷 개수도 늘어났어.’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강민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이제 개를 패야겠어요. 그럼 주인이 나오겠죠.”
그 말을 한 강민은 오히려 적들을 향해 하늘을 걸어갔다.
* * *
“어떻게 된 거야? 방패가 더 늘어났어!”
“상사님, 그리고 방패가 더 커진 거 같습니다.”
조금 전 로켓포를 쏜 군인들은 갑자기 변한 방패의 모습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더 쏴! 더!”
상사의 명령에 군인들은 로켓포를 더 쏘았다. 하지만 방패는 끄떡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패가 날아와 그들이 있던 바닥에 꽂혔다.
“아… 안 돼!”
“바닥이 무너진다!”
“도망가!”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 찌이이익.
이전보다 더 강해진 전기가 그들을 몸을 몰아쳤다.
그들은 순식간에 감전되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강민은 사방으로 방패를 빼고 또다시 던졌다. 다시 던지고 또 던졌다.
그렇게 단 2개의 방패로 지금까지 강민을 공격하던 모든 사람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이 모습을 구경하던 김포 공항 사람들이 질린 얼굴이 되어 버렸다.
“맙소사, 이런 힘이라니.”
“이 정도 힘이면 혼자서 못 할 게 없겠어.”
“설마, 여기를 정복하려는 건가?”
“혼자서? 혼자서 어떻게 여길 정복해? 사람들이 안 따를걸?”
“저기… 오창훈 팀장 있잖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으니 가능하지 않겠어?”
김포 공항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강민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경찰과 군인들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좀비도 총에 맞으면 죽었다. 수류탄을 던지면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달랐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를 끼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그만하지.”
십여 명의 사람들을 대동하고 선용배가 나타났다.
* * *
“시… 시장님이야.”
“어쩌려고 나온 거지?”
“시장님 능력이 있잖아! ‘어그로’, 그걸 펼치러 오신 거야!”
“이 바보야, 저 사람은 하늘에 있잖아. 어그로를 끌어도 좀비들이 해치질 못해!”
김포 공항 사람들과 하늘에 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강민과 선용배를 바라봤다.
하늘에서 강민이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땅에서는 선용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선용배가 얼굴을 씰룩이며 말했다.
“정말 너였구나.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순간 강민이 눈을 빛냈다.
‘이 사람, 평행 세계의 나를 알고 있어! 잘하면 이걸 이용할 수 있겠는데?’
강민이 입을 열었다.
“왜? 살아 있어서 불만인가?”
선용배가 히죽 웃었다.
“아니, 절대 아니야. 넌 모를 거다. 네가 살아 있어서 난 하늘에 감사드리고 있어.”
선용배가 뒤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군인들이 철장을 끌고 왔다.
철장 안에는 보라색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
그들은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 하늘에 떠 있는 강민을 보더니 갑자기 철창을 잡고 소리쳤다.
“형… 형아… 형아.”
“으으… 으응! 으응!”
그 모습에 강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는 거지?’
보라색 아이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선용배가 크게 말했다.
“역시, 진짜 너였어. 이 세상에서 실험체들이 반응하는 것은 너뿐이지.”
선용배는 크게 흥분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소리를 들은 강민이 눈을 빛냈다.
‘실험체? 보라색 아이들을 지칭하는 거구나. 그리고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얘들은 평행 세계의 나와 관련이 있는 거 같고 말이야!’
선용배는 강민이 자신이 아는 강민이라 확신하고 소리쳤다.
“와라! 네가 저지른 모든 죄는 용서해 주겠다. 이리 와서 나랑 협상하자, 그럼 이 아이들을 살려 주겠다.”
강민이 피식 웃었다.
“이미 한번 배신 당했는데 또 당하라고? 이젠 당신 말에 안 속아.”
강민은 평행 세계 자신이 ‘강화도’에 갔다는 걸 팔봉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갔다면 삼촌이 저 늙은이와 싸울 리 없었겠지. 분명 저 늙은이가 강제로 보냈을 거야.’
“그건…….”
강민의 말에 선용배가 뭔가를 말하려다 ‘욱’하며 입에서 피를 쏟았다.
‘뭐야? 저 늙은이? 몸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은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선용배에 다가왔다. 하지만 선용배는 옷 소매로 피를 닦고 주위 사람을 다 물러서게 했다.
“최강민, 보다시피 내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협상하자.”
“협상? 협상은 서로 원하는 게 있을 때 하는 게 협상이지. 내가 당신한테 원하는 게 있을 거 같아?”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강민은 김포 공항 사람들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선용배가 가방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최강민, 너에게 이걸 주겠다.”
* * *
선용배가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서류’ 뭉치들이 들어 있었다.
강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안에 뭐가 쓰여 있지?”
“너는 이 나라에, 생존자가 우리뿐이라고 생각하느냐?”
순간 강민이 눈을 번뜩였다.
“아니지, 몇몇 집단도 봤고. 무엇보다 강화도에 사람들이 있잖아?”
“그렇겠지. 하지만 정부는 이제 외지인을 받지 않아. 너같이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 말이야.”
“그게 어쨌다는 거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본론만 말해.”
선용배가 서류를 들었다.
“여기에는 세상이 망한 후 이곳에 왔던 사람들이 말한 서울과 수도권 쉘터 집단. 그리고 통신을 통해 알아낸 전국의 모든 쉘터 정보가 적혀 있다. 그뿐인 줄 아느냐? 그동안 우리가 파악한 모든 스킬 정보가 있다.”
순간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선용배의 말이 사실이면 이건 엄청난 정보였다.
특히나 영지민을 구해야 하는 강민 입장으로써는 천금보다 귀한 거였다.
하지만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단한 정보이긴 한데, 필요 없는 거네.”
“왜 필요 없다는 거냐! 너는 하늘을 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이야 필요 없는 것일지 몰라도 너는 그 능력으로 이곳을 갈 수 있다. 그게 뭘 뜻하는지 아느냐!”
선용배는 너무 흥분했는지 다시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는 손등으로 입을 닦고 말을 이었다.
“너는 대한민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저 섬에 갇혀 있는 머저리들하고 달리 말이다! 아직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 있어! 그들을 지배할 수 있단 말이다!”
선용배는 흥분해 말했다. 사실 강민도 흥분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종이를 빼앗고 싶었다.
하지만 강민은 일부러 시치미 떼며 대답했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해? 나와 지인들만 챙기는 것도 벅찬데.”
“뭐라고!”
“아아, 흥분하지 말고. 난 관심 없으니까, 내가 관심 있을 거 좀 가져와 봐. 뭐 없어?”
강민의 말에 선용배는 입을 꼭 닫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본 강민이 방패에서 뛰어 내렸다.
“어!”
방패 위에 있던 일행이 놀라고 군인들이 총구를 강민에게 들이댔다.
하지만 강민은 전혀 망설임 없이 선용배 옆으로 가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답답해서 직접 왔어. 난 다른 건 관심 없어. 하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건 관심이 많지. 한 가지만 말해. 왜 정부가 날 데려갔지?”
순간 선용배의 눈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그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협상 조건인가?”
“그래, 협상 조건이야. 이걸 말해 주면 네가 원하는 걸 해 주지.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어야겠지만.”
한 발짝 물러선 선용배가 보라색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실험체들을 움직여 피를 뽑게 해 다오. 경수가 죽은 이상 너밖에 할 수 없어.”
강민은 여기서 또 하나는 정보를 얻었다.
‘부시장과 나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 뭔가 있구나.’
하지만 강민은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하지만 그건 대답을 듣고 나서 하지.”
강민의 대답을 들은 선용배가 강민을 노려봤지만, 강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많이 바뀌었군. 이 아이들이 반응만 보이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을 정도야.”
선용배는 그 말을 하고 강민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입을 열었다.
“그들이 널 데려간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