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75)
75화 성혈 (3)
“그건 바로 네 스킬 때문이지.”
강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스킬이라고?’
강민은 평행 세계의 자신이 어떤 스킬을 가졌는지 몰랐다.
‘설마? 세계선 이동은 아니겠지?’
강민은 인상을 풀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내 스킬은 ‘방패’ 스킬인데 이거 말이야?”
“그거였으면 지금처럼 내가 혼란하지도 않았지. 처음 널 봤을 때 믿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고. 스킬이 바뀌었어. 어떻게 된 거지?”
강민이 사방을 봤다. 주위에는 군인들과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걸 본 선용배가 손을 흔들어 모두 물러서게 했다.
모두가 사라지자 강민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지. 기억이 안 나. 깨어나니 내 스킬이 바뀌어 있었고, 내 얼굴에 상처도 없어졌거든.”
강민은 정말로 상처가 있었다는 듯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상처 정도야 힐러만 있으면 얼마든 고칠 수 있지. 그건 문제가 안 돼. 관건은 스킬이 바뀌었다는 거야. 스킬을 바꾸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거든.”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사람을 죽여 스킬을 뺏어야 하지.”
“그래, 대신 자신이 가진 스킬은 잃어버리고 말이야.”
강민과 선용배의 눈이 부딪혔다. 둘은 한참을 노려봤다. 서로 진심이 뭔지 파악하려고 하는 거였다.
이번에 먼저 말을 꺼낸 건 선용배였다.
“그래서 이해가 안 돼. 그들은 너의 ‘언어’ 스킬을 뺏으러 너를 데려갔는데 널 살려 두었단 말이지. 게다가 스킬을 다른 것으로 바꿔 버리고 말이야.”
순간 강민이 뒷짐을 졌다. 안 그러면 손을 떠는 게 들킬 거 같아서였다.
‘언어? 평행 세계의 나도 스킬이 언어였구나!’
강민은 태연한 척 물었다.
“그거야 그놈들에게 물어야지. 자, 이제 그만 간 봤으면 됐잖아. 이제 말해. 그들이 왜 내 스킬을 원했는지 말이야.”
강민의 말에 선용배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네만이 그들과 대화할 수 있거든.”
“그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선용배가 강민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이 지구를 망가트린 그놈들하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거다!”
강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 지구를 이렇게 만든 놈들이라고?”
“정확히는 그들 중 한 종족이지.”
선용배는 그렇게 말하고 강민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해가 안 돼. 왜 정부는 널 살려 두고 스킬을 바꿔 버린 거지?”
* * *
선용배의 설명을 들은 강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정부는 지구를 이렇게 만든 종족 중 하나와 접촉했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서 평행 세계의 나를 끌고 간 거구나.’
이제 의문은 풀렸다. 물론 아직 수많은 의문이 있지만, 나머지는 팔봉에 물어봐도 될 거 같았다.
‘그럼 남은 건. 선용배를 처리하는 것뿐인가.’
강민은 자신과 선용배 사이를 방패로 둘러쌌다.
“시장님!”
바깥에서 군인들이 소리쳤지만, 선용배는 조용히 손을 들어 그들을 안정시켰다.
“이제 궁금한 건 다 풀렸나 보네. 나를 죽이려는 거 보니.”
“아니, 더 있는데. 나머지는 팔봉 삼촌과 오 팀장님에게 물어보면 나올 거 같아서.”
“그들이 모르는 정보도 있네.”
“그러면 그냥 모르지 뭐.”
선용배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젊은 사람이 융통성 없이 철벽이구먼.”
선용배의 말을 들은 강민이 씩 웃었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융통성 없는 게 좋더라고.”
“좋네, 어차피 얼마 살지도 못할 거 마음대로 하게. 하지만 약속은 지키게. 실험체들의 피를 꼭 내 손주에게 주게. 주기적으로 말이야.”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선용배가 눈을 감고 목을 들었다.
‘이자를 죽이고 김포 공항 사람들을 내 영지민으로 받아들이자.’
강민은 그렇게 마음먹고 선용배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시장의 비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장님, 큰일 났습니다.”
“김 비서, 이제 나는 시장이 아니야.”
“실험체! 실험체들이 불타고 있습니다.”
순간 선용배가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소리를 지른 선용배는 김 비서를 보며 말했다.
“수호! 수호는!”
“도련님 상태도 이상합니다.”
선용배가 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풀어 주게.”
“상황은 이해되지만, 당신은 위험인물이야.”
“내 손주가 위험해! 부탁이네, 의심스러우면 따라와도 좋네.”
강민은 주위를 살피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강민은 선용배를 따라 지하 실험실로 내려갔다.
그곳에 쇠창살에 갇힌 실험체 아이들이 있었는데 모두 몸이 불타 이미 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실험실 한가운데에 있는 침대에서 한 어린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파! 아파!”
“수호야!”
선용배가 다가가자 아이, 수호가 크게 말했다.
“할아버지! 몸이 너무 아파! 아파!”
선용배는 이를 악물고 의사에게 말했다.
“어찌 된 일인가?”
“수혈을 준비하러 실험체들을 이곳으로 데려왔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실험체들이 발광하더니 불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에 선용배가 악을 쓰며 이곳저곳을 바라봤다. 그러다 지하실에 난 작은 창문을 바라봤다.
“설마! 햇빛!”
“햇빛이라뇨?”
의사의 말에 선용배가 소리쳤다.
“실험체들이 무엇의 피로 만들어졌는지 잊었나?”
“설마? 하지만 지금까지는 괜찮지 않았습니까?”
“마석, 실험체들이 마석을 먹은 지 얼마나 됐지?”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실험체들에 마석을 먹이는 게 경수의 일이었는데 그는 이미 죽어 있어서였다.
“맙소사, 그래서 이런 거였어!”
선용배가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아악! 할아버지 아파! 아파!”
어린 수호가 계속 비명을 지르자 선용배가 달려가 수호를 꼭 껴안았다.
“괜찮다, 수호야. 괜찮아. 이 할애비가 낫게 해 줄게. 할애비가 낫게 해 줄게!”
강민은 이 모든 것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니까 보라색 아이들은 무언가의 피로 만들었고, 그들의 피를 수호라는 아이에게 먹여서 살려 왔다는 거구나.’
강민은 수호를 바라봤다. 삐쩍 말라 있었는데 잘해야 초등학교 1, 2학년쯤으로 보였다.
‘그럼 저 아이도 불에 타 죽는 건가? 아니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건가?’
강민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보니 더 확실해졌어. 아이들을 실험한 선용배는 반드시 죽여야 해.’
강민은 수호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아이는 잘못이 없지.’
강민은 자신의 ‘성혈의 신체’를 떠올렸다.
‘이게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지만, 한번 해 보자.’
강민은 선용배에 다가갔다.
“시장, 의사와 같이 나가.”
“그게 무슨 소린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아이를 살릴 방법이 하나 있어. 다만 그걸 누가 보는 게 싫거든.”
선용배가 강민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살릴 수 있다는 게 진심인가?”
“그건 몰라. 그냥 내 앞에서 아이가 죽는걸 보는 게 꺼림칙해서 해 보는 거야. 싫으면 관두고.”
선용배는 수호를 바라봤다. 수호는 고통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선용배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의사에게 손짓했다.
그렇게 둘이 나가자 강민은 주위에 있던 칼로 엄지손가락을 베었다.
“살아라. 그만큼 네 할아버지에게 뜯어 낼 테니.”
* * *
“아악!”
강민의 피를 마신 수호는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창백했던 수호의 얼굴은 빠르게 안색이 평온하게 변했다.
‘효과가 있는 건가?’
비명도 점점 작아지더니 잠시 후 수호는 눈을 감았다.
강민이 놀라 코 아래 손을 대 보니 숨을 쉬고 있었다.
‘성혈, 이거 완전히 영약이구나. 혹시 이 아이 같은 특별한 증상에만 효과가 있는 건가? 아무래도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수호가 눈을 뜬 것은 5분 정도 지난 후였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아저씨 아니다. 형이야. 혹시 배고파? 초콜릿 줄까?”
“아니요.”
수호가 눈동자를 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찾는 거 같았다.
“잠시 기다려라. 할아버지 데리고 오마.”
강민은 바깥으로 나갔다. 문 바깥에 선용배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피를 또 토했는지 가슴에 온통 피투성이였다.
“아이가 깨어났어요.”
“진짜인가?”
“들어가 보세요.”
선용배는 안으로 다급히 들어갔다.
“수호야!”
“할아버지.”
선용배가 수호에게 다가가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강민도 따라 들어갔다.
“수호야! 괜찮아? 아픈 데 없어?”
“할아버지, 아프지는 않은데. 몸이 이상해. 간질간질해.”
그 말과 함께 수호가 몸을 조금씩 더 들썩이기 시작했다.
“의사! 의사!”
선용배가 의사를 부르자 의사는 바로 달려왔다.
“뭐가 잘못된 건가? 몸이 간지럽다고 해.”
의사는 수호를 한참 진찰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건 굳었던 몸이 풀리면서 간지럼을 느끼는 겁니다. 수호의 신경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의사가 강민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수호에게 무슨 약을 먹인 겁니까?”
“그걸 보여 줄 거였으면 나가라고도 안 했죠. 정말 귀한 건데, 이 아이에게 써 버렸네요.”
그때였다. 수호가 갑자기 눈을 감았다.
“수호야!”
선용배가 소리치자 의사가 수호에게 달려가 몸에 각종 장치를 연결해 검사를 진행했다.
“시장님, 걱정 마십시오. 잠든 거뿐입니다. 모든 바이탈 싸인이 정상입니다. 수호는 지금 정상입니다.”
의사의 말에 선용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선용배는 한참을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을 떼더니 강민에게 다가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부터 김포 공항은 당신이 시장입니다. 그리고 원하시면 제 스킬을 아무 제약 없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건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게 제 목숨일지라도 드리겠습니다.”
* * *
강민은 이제는 작게 보이는 김포 공항을 보며 아쉬워했다.
‘아, 그렇게 말하니 또 못 죽이겠네.’
하지만 강민은 아쉽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다 얻어서였다.
‘의사가 잘해야 수명이 일주일 남았다고 했지?’
선용배는 암 말기였다. 힐로도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남은 수명은 일주일. 강민은 일주일 후 선용배의 스킬을 팔봉에게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것도 얻었고 말이야.’
강민의 왼손에는 선용배가 협상으로 내밀었던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강민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뺐다. 아까 칼로 벤 곳에서 피가 나서였다.
“쓰읍! 쓰리네.”
미숙이 강민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응? 손을 베이신 거예요? 치료해 드릴까요?”
“아뇨,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침만 바르면 나아요.”
“그건 나쁜 행동이에요. 침 속의 병균이 상처 속에 들어갈 수 있다니까요. 이리 주세요.”
미숙은 강민의 손을 잡아당겼다.
“어?”
조금 전까지 상처에서 피가 나던 게 멈췄다. 미숙이 자세히 보니 미세하게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강민이 얼른 손을 빼며 말했다.
“거보세요. 침만 바르면 낫는다고 했잖아요.”
“그럴 리 없는데. 조금 전 봤을 때는 상처가 심해 보였는데.”
“에이, 잘못 본 거겠죠.”
상처는 엄청나게 빠르게 회복되었다. 상처를 꽤 깊게 냈는데, 1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거의 아문 거였다.
‘이게 성혈의 신체 효과인가?’
새삼 강민은 자기 몸이 인간의 경계를 벗어났음을 깨달았다.
강민은 ‘수명산’에 들려 ‘양수진’을 데리고 30분쯤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유도’가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저 멀리 ‘갑각 거미’가 많이 보였다.
강민은 방패를 날려 지상에 있는 ‘좀비’들을 감전 시킨 뒤 재빨리 ‘선유도’로 들어갔다.
“강민아!”
강민을 본 팔봉이 소리치며 다가왔다.
“삼촌, 사람들 상태는요?”
“좋지 않아. 힐러분은?”
강민이 옆에 있는 미숙을 가리켰다. 미숙 옆에는 오창훈도 있었다.
사람들은 잠시 인사를 하고 미숙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치료한 건 ‘종남’의 아내였다.
미숙은 제일 먼저 ‘종남’의 아내를 진료하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힐’을 펼쳤다.
미숙의 손에서 환한 빛이 나더니 창백했던 종남의 아내 안색이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1분 정도 있다 미숙이 손을 뗐다.
“휴, 우선 급한 불은 껐어요. 이제 며칠 몸조리만 잘하면 나을 겁니다.”
미숙의 말에 종남이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정말 감사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잖아요?”
미숙의 말에 종남이 강민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모시겠습니다.”
그때였다.
[영지민 ‘정종남’의 충성도가 최고로 올랐습니다.>“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맙소사, 이렇게도 충성도가 오르네?’
그게 시작이었다. 미숙은 밤이 새도록 온 힘을 다해 사람들을 치료했고 사람들은 미숙과 강민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영지민 ‘서창민’의 충성도가 최고로 올랐습니다.>……
메시지가 오르자 강민은 신이 났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환자는 많은데 힐러는 한 명뿐이었다.
‘좋은 방법 없을까?’
고민하던 강민은 아공간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꺼내 미숙에게 건넸다. 물론 그냥은 아니었다. 에너지 드링크에 자기 피 몇 방울을 섞어서 주었다.
‘여기에도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효과는 확실했다. 처음에는 미숙도 단순히 에너지 드링크 효과 때문에 힘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시간쯤 ‘힐’을 썼을 때 미숙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힐’ 스킬이 레벨 업 하였습니다.>미숙이 5레벨이 된 거였다.
이때만큼은 미숙도 강민도 입을 벌리고 말았다.
‘아무리 성장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벌써 레벨 업을 한다고?’
덕분에 미숙은 더 강한 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미숙이 힘들어하면 강민은 다시 에너지 드링크를 줬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미숙은 모든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강민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두 번째 튜토리얼을 완수하였습니다.> [단 한 명의 영지민도 죽지 않고 치료하였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튜토리얼을 완수하였습니다. 마지막 튜토리얼 완료 시 받는 보상이 커집니다.> [모든 영지민의 충성도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마지막 튜토리얼 완료 시 받는 보상이 매우 커집니다.>강민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보상이 커진다고? 그것도 매우?’
시스템이 보상은 언제나 강민의 상상을 초월했었다.
‘도대체 어떤 보상을 주려고 이러는 거냐?’
강민은 기대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떴다.
[마지막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