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s Billionaire RAW novel - Chapter (76)
76화 영지 선포 (1)
[마지막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영지를 선포하십시오.>강민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마지막 튜토리얼이 영지 선포였구나!’
드디어 마지막이었다. 이것만 끝내면 왕이 될 수 있는 거였다.
강민은 계속 나타나는 메시지를 읽었다.
[영지는 한번 선포하면 바꿀 수 없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영지는 또 다른 영주가 없는 곳이어야 합니다.> [영지를 선포하려면, 최소한 영지민 100명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선포하십시오. 24시간 이내에 선포하면 특별한 보상이 있습니다.> [지금 있는 장소를 영지로 선포하시겠습니까? YES, NO>강민은 바로 NO를 눌렀다. 지금은 영지민이 100명도 안 돼 선포할 수도 없지만, 100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선유도를 영지로 할 생각이 없었다.
‘이곳은 장마철이 되면 침수가 돼. 게다가 사방이 강이라 확장에도 문제가 있고 말이야.’
물론 들어오는 도로만 막으면 좀비들이 들어올 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일반인들이라면 좋아할 장소였지만 강민이 있기에는 너무 좁았다.
‘영지로 어디가 좋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경복궁!’
김포 공항도 좋았고 강북 연합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곳은 내가 만든 곳이 아니야.’
그곳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강민은 이왕 시작하는 거 자신이 만든 곳에서 하고 싶었다.
‘게다가 경복궁 바로 뒤는 북악산이 있어. 만일에 경복궁을 유지할 수 없을 때 산으로 도망갈 수 있어.’
강민은 시계를 바라봤다.
모든 게 좋았지만 단 하나 너무 시간이 없었다.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야. 내일이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해.’
조금만 더 이곳에 있으면 좋겠지만 세계 이동은 정확히 일주일마다 칼같이 진행됐다.
강민은 창밖을 바라봤다.
여전히 한강에는 수많은 ‘갑각 거미’들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저것들을 유인해야 해.’
이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경복궁’으로 가려면 그 사이에 있는 갑각 거미들이 없어야 했다.
하지만 갑각 거미를 유인하는 것은 강민에게도 꽤 위험한 일이었다.
‘얼마나 높이 올라가야 거미줄을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 높이 올라가면 거미들이 나를 쫓아 올 수 있을까?’
이건 딜레마였다. 너무 올라가면 거미들이 강민을 무시할 거 같았고 너무 내려가면 거미줄에 잡힐 거 같았다.
거기다 강민의 스킬로는 8m 이상 올라가면 갑각 거미를 공격할 수도 없었다.
‘안 되겠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같이 얘기해 봐야겠어.’
강민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저희는 경복궁으로 이동할 겁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중 양궁 금메달리스트 양수진이 바로 말했다.
“하지만 바깥에는 갑각 거미가 있지 않습니까?”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가 멀리 유인할 생각입니다.”
“위험합니다.”
“압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식량이 없습니다. 오래 있을 수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들키지 않고 있지만 들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당장이라도 갑각 거미들이 쳐들어올지도 모르죠. 그러면 끝입니다.”
강민의 말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민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들 알다시피 저는 하늘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죠.”
그러면서 강민은 현재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
강민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하지만 모두 현실성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양수진이 조용히 손을 들며 말했다.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혹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으세요?”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제 사거리가 1km인데, 하늘에서 활을 맞아도 갑각 거미가 가만 있을까요?”
* * *
강민은 양수진은 데리고 하늘로 올라갔다.
생각대로 거미와 거리가 10m 정도만 되면 거미줄이 날아왔다.
성체 갑각 거미는 30m 떨어져 있어도 거미줄을 날렸다.
결국 강민은 안전을 위해 50m 이상 올라갔고 그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자 갑각 거미는 강민을 따라오지 않고 노려보기만 했다.
원래라면 여기서 강민은 더 이상 할 게 없었을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양수진이 화살을 만들어 내고 활을 장전했다.
– 휙.
빛으로 이뤄진 화살이 성체 갑각 거미의 눈에 맞았다.
– 끄아아아악!
갑각 거미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맙소사, 이 거리에서 저 작은 눈을 맞힌다고?’
이건 스킬이 아니라 양수진 본인의 실력이었다.
양수진은 자신의 힘이 닿는 대로 계속해서 하늘에서 활을 쐈다. 모두 백발백중이었다.
국가 대표였던 그녀에게 50m 거리는 바로 코앞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힘이 달렸다. 5발 정도 쏜 양수진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저, 이것 좀 드셔 보세요.”
강민이 에너지 드링크를 양수진에게 건넸다. 그건 바로 강민의 피를 섞은 에너지 드링크였다.
“이게… 어디서 난 거예요?”
“혹시나 해서 하나 챙겨 놓은 건데, 어휴 땀 좀 봐. 그게 중요해요? 빨리 쭉 들이켜세요.”
강민의 강권에 양수진은 바로 에너지 드링크를 마셨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맙소사, 이 제품 어디 거예요? 온몸에서 힘이 솟구치는데요?”
양수진은 다시 활을 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발을 다시 다 쐈을 때 그녀는 ‘레벨 업’을 했다.
‘미쳤구나.’
강민은 양수진의 활을 바라봤다. 빛으로 만들어진 활과 화살의 굵기가 2배가 되어 있었다.
– 휙!
화살이 날아가 ‘성체 갑각 거미’의 눈을 뚫고 들어갔다. 조금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화살이 몸속에서 폭발했다.
– 쾅!
[영지민이 ‘성체 갑각 거미’를 죽였습니다. 양수진의 충성도가 80%입니다. 8000포인트를 얻으셨습니다.>강민이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포인트를 얻는 거였구나! 원래 10,000포인트였는데, 충성도의 비율만큼 얻는 거야!’
자신은 한 것도 없는데 엄청난 포인트를 얻었다.
‘이걸 다른 영지민도 이럴 수 있다면?’
강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대박이야!’
‘성체 갑각 거미’가 죽자 갑각 거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죠.”
“어디로요?”
강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파란색 지붕을 바라봤다.
“여의도요.”
* * *
수많은 갑각 거미들이 강민을 쫓아왔다.
양수진은 혹시나 그들이 안 쫓아 올까 봐 계속해서 활을 쏘고 있었다.
레벨 업 하면서 양수진은 화살의 위력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개수를 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여의도에는 국회 의사당뿐만 아니라 수많은 빌딩이 서 있었다.
강민은 근처 빌딩 꼭대기에 양수진을 내려 주었다.
“계속 여기서 거미들을 유인해 주세요.”
“어떻게 하시려고요?”
강민은 빌딩 아래에 있는 수많은 갑각 거미와 좀비를 보며 말했다.
“저렇게 많이 모였는데, 숫자 좀 줄이고 가야죠.”
“네? 위험해요!”
“하하, 위험한지 아닌지 잘 보세요.”
강민은 그 말을 하며 빌딩 아래로 뛰어내렸다.
강민은 아래로 3m 간격마다 방패를 소환시키며 아래로 내려갔다.
3m는 보통 사람이라면 몸에 어느 정도 충격이 올 거리였지만 강민은 계단을 내려가듯 뛰어 내려갔다.
강민은 너무 보고 싶었다.
‘방패 개수가 8개야. 크기도 더 커지고 사정거리도 넓어졌어. 그럼 토네이도 방패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비록 거미들이 이성이 있으니 토네이도로 덤벼들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사정거리에 있는 거미들은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사거리에는 거미들로 빼곡했다. 강민이 빌딩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더 빼곡하게 몰려든 거였다.
거리다 좀비까지 있었다. 좀비들도 강민을 향해 몰려들며 이곳은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거미들이 강민을 향해 ‘거미줄’을 쐈다. 수백 개의 거미줄이 방패를 감쌌다.
하지만 강민은 자신 주위를 방패로 모두 막은 뒤 방패를 소환 해제했다.
순간 강민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강민은 스킬을 펼쳤다.
‘토네이도 방패!’
하늘에 떠 있는 강민의 주위로 방패가 소환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예전과 달랐다.
방패 하나 크기가 가로 2.3 미터, 세로 2.8m였다. 거대한 방패 3개가 강민을 중심으로 8m 반경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민 머리로부터 5m 상공에 2개의 방패가 5m 반경으로 돌았다.
이것만 해도 토네이도가 일어나 주위의 모든 걸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패는 아직 3개나 더 남았다.
강민 머리부터 10m 상공에 3개의 방패가 8m 반경으로 돌기 시작했다.
– 쿵!
강민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무릎과 온몸에 통증이 왔지만 그건 잠시였다.
통증이 금방 사라지며 온몸에 다시 힘이 돌았다.
강민이 일어서 하늘을 바라봤다.
토네이도가 주위의 모든 걸 빨아들여 갈가리 찢은 뒤 하늘로 올려 보냈다.
토네이도의 높이만 무려 20m가 넘었다. 하늘에서 피와 살의 비가 내렸다.
그리고 강민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 일어났다.
‘어? 걸을 만하잖아?’
‘토네이도 방패’를 펼치면 보통 잘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여도 어깨에 200kg 덤벨을 메고 움직이는 것처럼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100kg?’
여전히 무거웠지만, 이 정도면 움직일 만했다. 강민은 그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이거, 성혈의 신체 때문이구나!’
– 쿵!
강민이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쓸려 나갔다.
* * *
경복궁은 예전과 달라졌다.
강민이 떠나기 전보다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사람들은 점점 활력을 되찾았다.
경복궁에는 꽤 많은 건물이 있었지만, 100여 명의 사람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사람 사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단 한 곳만큼은 사람들이 절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있었다.
경복궁 근정전.
사람들은 강민이 그곳에서 잠시 있었다는 이유로 그곳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는 건 오직 청소하러 갈 때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푹!
칼이 경복궁의 리더 민수의 가슴을 찔렀다.
“세리야, 왜…….”
민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흠, 난 이 표정 볼 때마다 너무 재밌더라. 아저씨, 바보같이 사람만 좋은 아저씨.”
여학생, 세리의 말에 민수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의 여학생은 이틀 전 자신이 구한 여고생이었다. 이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4명이나 됐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여고생 4명이 아직 살아남아 있는 건 기적이었다.
민수는 이들을 발견했을 당시 하늘에 고맙다고 기도까지 했었다.
그런데 결과가 이거였다.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이런 세상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그 이유가 반드시 있었는데, 그걸 생각해 내지 못한 게 지금 이 사단을 만들어 냈다.
“세리야, 나 끝냈어!”
“너도? 나도?”
낡은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 네 명이 서로 손을 흔들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닌 듯 다른 여학생들은 상대의 목까지 자르며 뒤처리를 확실히 했다.
“에이, 이 아저씨, 청소 스킬? 완전 쓰레기 스킬 가지고 있네. 어떻게 이런 스킬로 아직 살아남았대?”
투덜거리는 다른 여학생을 보며 민수가 소리쳤다.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 거냐!”
“크크, 은혜? 이런 세상에 당하는 놈이 멍청한 거 아니야?”
여학생들은 키득거리며 더욱 웃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만 있지 않을 거다.”
세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옷 좀 찢고 강간하려고 했다고 소리치면 오히려 우리를 보호해 줄걸? 괜히 우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온 건 줄 알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크크. 아저씨, 우리가 네 명뿐인 줄 알아?”
세리가 그 말을 하며 민수의 가슴에 꽂혀 있던 칼을 뺐다. 피가 근정전 안에 쏟아졌다.
“뭐?”
“우리는 일부일 뿐이야. 아마 내일 밤, 우리가 여기 문을 열어 주면 진짜 우리 팀이 올 거야.”
민수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하하. 이 아저씨, 표정 너무 웃기네. 멍청하기도 하고. 하긴 이렇게 멍청하니 식량하고 무기를 이렇게 쌓아 놓고 다른 사람들을 의심도 안 하고 안으로 들여보내지.”
민수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민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 곧… 이곳의 진정한 주인이 올 거다.”
세리가 피식 웃었다. 그녀는 교복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걱정 마. 남자라며? 남자면 우리를 못 벗어나. 우리가 미쳐서 교복 입고 있는 줄 알아? 매혹 스킬을 쓰고, 교복 입은 여자 네 명이 달려들면 신부님도 거부하지 못해”
그 말에 민수가 피식 웃었다. 강민 옆의 아민이 떠올라서였다.
“아무리 너희가 스킬을 쓴다 한들 너희 따위, 그분의 여자에 비하면 몬스터나 다름없어.”
순간 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네년들 잘 씻지도 않고 화장만 계속했지? 너희 거울 본 지 오래된 거 아니야?”
민수의 말에 세리의 눈꼬리가 흔들렸다.
“죽여 버리겠어. 아니 온몸을 사지로 잘라. 좀비 먹이로 주겠어!”
세리가 칼을 들고 민수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쾅!
근정전 문이 부서지며 무언가가 세미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 * *
선유도에서부터 하늘에 긴 도로가 생겼다. 폭 2.3m 길이 22m나 되는 도로였다.
이 정도 넓이다 보니 영지민 52명에 강민에 데려온 사람까지 합쳐 55명이 움직이는 데도 큰 문제는 없었다.
제일 앞에서 이동하던 강민은 이 모습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중에 방패가 더 많아지면 정말로 수백 명도 한 번에 옮길 수 있겠어.’
강민은 여의도에서 상당수의 ‘거미’들을 죽이고 다시 선유도로 왔다.
‘성인 갑각 거미’를 모두 죽인 덕분인지 갑각 거미들은 모조리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절반은 내가 죽였지만, 절반은 양수진 씨가 죽인 거야.’
원래 성체 갑각 거미는 이렇게 쉽게 죽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양수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양궁 실력과 스킬의 파괴력이 합쳐지자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낸 거였다.
‘이 사람 반드시 충성도 100%로 만들어야겠어.’
선유도에서 출발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자 모두는 경복궁에 도착했다.
“맙소사, 경복궁이 그대로야.”
“사람들이 많이 있어!”
강민이 50여 명의 사람을 경복궁에 데려오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강민은 그중 안면이 있는 ‘김성호’에게 다가갔다. 그는 예전 사람들에게 ‘김 씨’라고 불리며 강민에게 많은 것을 물었던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늘었네요?”
강민의 말에 김성호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모두 민수 씨 활약 덕분입니다. 모두 대표님이 지시했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바깥으로 나가 사람들을 구해 왔습니다.”
강민은 눈을 크게 떴다.
민수에게 생존자를 알아보는 스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민수 씨는 어딨나요?”
“근정전 청소시킨다고 여고생들을 데리고 갔을 겁니다.”
“여고생이요?”
“네, 모두 민수 씨가 구해 왔는데, 우선 쉬운 일부터 시킨다고 했거든요.”
뭔가 많은 게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았다.
강민은 김성호에게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을 이곳에 머물게 해 달라고 말하며 ‘근정전’으로 갔다.
그런데 근정전 입구에 갔을 때 강민은 멈칫했다.
‘이건 피 냄새 아냐?’
성혈의 신체를 가지게 된 이후 강민은 오감이 예전보다 발달했다. 특히 피 냄새에 민감해졌다.
강민은 문틀 사이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 미친년들을!’
강민은 바로 방패를 날렸다.
문이 부서지고 그 안의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방패가 민수를 향해 달려가는 여자의 목을 지나갔다.
– 싹둑.
여고생, 세리의 머리가 놀란 표정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꺄악!”
“세리야!”
다른 여고생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강민의 손짓 하나에 나머지 세 여학생의 목도 잘렸다.
그제야 강민을 발견한 민수가 소리쳤다.
“대표님!”
“가만히 계세요. 죽지 않으니 그런 표정 짓지 말고요. 제가 힐러를 데리고 왔거든요. 그리고 이것 좀 드세요.”
그 말을 하고 강민은 아공간을 열어 에너지 드링크를 꺼냈다. 물론 자기 피를 섞은 드링크였다.
* * *
강민은 경복궁 근정전에 들어가 옥좌에 앉았다.
‘그냥 두라니까. 깨끗하게 치웠네.’
피는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민수 씨도 멀쩡해졌고 말이야.’
민수는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리더’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지만, 강민은 거절했다.
– 상관없어요. 더 실수해도 되니 사람들을 구하세요. 단 새로 온 사람이 지낼 곳은 따로 두지요.
민수는 강민의 말에 더욱더 감격해하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년들 본진이 내일 저녁에 온다고?’
하필이면 토요일 밤이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내일이었지만, 자신에게는 일주일 후였다.
‘뭐 상관없으려나? 현실 세계에서 더 준비하고 오지 뭐.’
강민은 크게 심호흡했다. 드디어 그 순간이 온 거였다.
강민은 YES를 눌렀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